소설리스트

내 공략 플래그가 세워졌다-7화 (7/160)

〈 7화 〉 생존 실습 ­2

* * *

"그럼, 나는 수색하러 가볼게. 끝나고 보자."

"그, 그래! 나중에 보자."

신아린이 바로 곁에 있었기에. 김성현은 자신도 모르게 올라오는 입꼬리를 제어하느라 힘들었다.

떠나는 신아린의 뒷모습을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던 김성현은 더는 참지 못하고 입꼬리를 올리며 실성한 듯 웃었다.

신아린과 졸업 후 정식으로 교제하기로 약속한 거나 마찬가지다. 지금 당장은 집안 사정 때문에 교제가 힘들다는 것이 아쉬웠지만.

처음 신아린이 뺨을 쳤을 때의 반응에 겁이 났었다. 괜한 고백 때문에 이대로 연락마저 못 하는 사이가 될까 두려웠다.

그런데 진심이 전해진 것인지. 자신에게 기다려 줄 수 있느냐는 약속을 하는 신아린의 모습에 가슴이 뛸 수밖에 없었다.

자신에게 고맙다고 조금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말하며 어깨에 기대는 신아리 때문에 크게 뛰는 심장박동 소리가 들릴까 봐 겁이 날 정도였으니까.

어깨에 자신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신아린에게 영화에서 보듯. 자연스럽게 신아린의 어깨에 손을 올려야 하나 한참을 고민하다 끝내 타이밍을 놓치고 못한 게 조금은 아쉬웠다.

신아린과 알콩달콩한 아카데미 시절을 보내고 졸업을 하면. 연인이 되어 인터넷에서만 보던 온갖 플레이를. 단순한 망상이 아닌 실제 연인의 관계로 침대 위에서 마음껏 할 수 있다.

서로를 바라보며 사랑을 속삭이는 `우리`를 떠올리자. 김성현은 기뻐서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자신도 지금 고백하는 게 맞는 건가. 한참을 고민했다. 단둘이 있는 상황에서 분위기에 휩쓸려 용기 내 고백했는데. 역시 미녀는 용기 있는 자가 갖는 게 맞나 보다.

한참을 웃던 김성현은 굳었던 몸을 기지개로 켰다.

"이런, 이런. 주니어. 너도 기쁜 것이니?"

신아린과 사귀고 할 야한 짓을 떠올리니. 언제부터 발기했는지 자칭 `레오나르도 김성현 주니어`는 텐트를 치고 있었다.

어차피 주변은 보는 사람도 없었고. 신아린에 대한 망상이 끊기지 않았으니. 달아오르는 성욕에 김성현은 슬쩍 고개를 돌려 주변을 다시 확인했다.

"그러고 보니. 요즘 안치긴 했지."

환경이 바뀌다 보니 자위 생각이 안 들었다. 기숙사 생활은 단체 생활이다 보니 조금 사생활이 없긴 하니까. 룸메이트도 3명이나 되었기에 더욱 눈치 보였고.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사진첩에 들어갔다. 쉬는 시간. 몰래 휴대폰으로 찍어놓은 신아린의 사진을 보며 간만에 바지 지퍼를 내렸다.

사각팬티 앞부분의 구멍으로 주니어를 꺼낸 김성현은 익숙하게 쓰다듬기 시작했다. 몰래 찍어 초점이 안 맞는 사진도 있었지만 신아린의 외모는 어느 각도에서 찍어도 예뻤다. 신아린의 사진들을 보며 달아오르던 김성현은.

백진희와 신아린이 웃으면서 대화를 나누는 사진에서 사진을 넘기던 손을 멈추고 망상에 집중했다. 백진희와 신아린. 이 미소녀 둘이 같이 있는 모습을 본 남자라면 자연스럽게 쓰리썸을 하는 망상을 떠올릴 정도로 정복욕이 드는 외모였다.

신아린과 백진희의 새하얀 나체를 상상하며 막판 스퍼트를 올리던 김성현의 앞에. 하얀 백발의 미소녀가 검으로 덩굴을 헤치며 나타났다.

"어? 안녕…."

싸기 직전이었기에 고도로 망상에 집중해. 백진희가 덩굴을 헤치며 다가오는 소리를 듣지 못했던 김성현은. 돌연 들리는 말소리에 눈을 떴다. 망상이 아닌 눈앞에 살아 움직이는 백진희의 모습에 당황했다.

일순간 사고가 멈춰버린 김성현은. 몇 분 동안 위아래로 거칠게 흔들어대던 오른손을 멈추지 못했다.

김성현을 발견하고 반갑게 인사를 건네던 백진희는 자신을 향해 힘차게 뿜어져 나오는 흰색의 액체를 보고. 그 자리에서 얼어붙어 피할 생각을 못 했다.

"..."

"..."

"안, 안녕."

김성현의 인사에 시리도록 서늘한 눈동자가 점점 내려가더니 김성현의 주니어에 꽂혔다.

***

밤이 깊었기에 근처에서 나뭇가지들을 주워 모아 불을 피웠다. 생존 가방에 불을 붙일 수 있는 마법 도구와 설명서가 있었기에 몇 번 시도 끝에. 불을 붙일 수 있었다.

밤이 되자 훈련용 괴수들이 내는 울음소리가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들려왔기에. 조금은 무서웠다. 군인 시절 근무하다 갑자기 나타난 고라니에 트라우마가 있다.

고라니가 아기 목소리로 비명을 낸다는 것은 그 날 처음 알았으니까.

생존 가방에 들어 있는 괴수의 접근을 막는 가루를 불에다 집어넣었다. 모기향을 태우는 듯한 매캐한 냄새가 주변을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실제 영웅 생활을 하다 보면 던전 탐험이나 노숙생활 때 괴수의 습격을 방지하기 위해 뿌린다고 수업에서 배웠다.

"그래도 벌써 4개 모았네."

타오르는 불을 멍하니 보다. 고개를 들어 하늘에 적혀 있는 시간을 확인하니 [남은시간 18:32:11]이라고 적혀있다.

김성현과 헤어지고 열심히 수색한 결과 4개의 구슬을 모을 수 있었다.

18시간이 남았으니 잠을 푹 자고 일어난 다음. 남은 2개의 구슬을 찾을 시간은 충분했다.

생존 가방에서 생존 식량을 꺼내 늦은 저녁을 해결한 뒤. 신발을 벗고 지친 발을 쉬게 했다.

불을 바라보고 있자니. 한서아와 덩굴로 만들어진 해먹 위에서 섹스하던 김성현이. 우연히 얻는 기연이 떠올랐다.

파툴가의 마법 장갑.

어째서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공간인 우르퉁덩굴에. 고대의 유물인. 마법 장갑이 숨겨져 있는지 모른다. 원작에서는 떡밥처럼 파툴가에 대한 언급이 있었기에. 나중에 나오나 보다 하고 넘어갔었다.

영구보존 마법이 걸려 있는 장갑은. 상대방의 마나 운용을 방해할 수 있는 고대 룬문자가 손등에 각인 되어 있다.

이것을 이용해 마인과의 싸움에서 우위를 선점하는 것이 원작의 김성현이지만.

지금의 능력을 각성하지도 않은 평범한 김성현이 파툴가의 마법 장갑을 얻어봤자 의미 없는 소득일 것이다. 지금의 나에게도 1번은 죽었을 정도로 약했으니까.

그러니, 이건 김성현 걸 훔치는 게 아니다. 마인 소니아에게서 김성현을 보호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내가 갖는 거지. 죄책감보다는 욕심이 앞섰다.

소니아를 죽여야 하는 상황이 온다면. 파툴가의 마법 장갑은 내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활용도가 다양한 유물이기에 지금의 나에게는 꼭 필요했다.

하지만 김성현도 한서아와 다른 사람의 시선을 피하려 이곳저곳 돌아다니며.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으로 들어가. 야외섹스하려다가 우연히 얻는 거였기에. 정확한 위치를 몰랐다. 나무 위 해먹 같이 꼬아진 덩굴에서 섹스하다가 발견했다는 게 가장 큰 단서였다.

내일은 좀 더 나무 위까지 올라가 주변을 꼼꼼히 확인해보기로 생각했다.

*

[남은시간 04:01:22]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초조함에 나무 위에서 더 열심히 고개를 돌리며 파툴가의 장갑을 찾아봤지만 큰 수확이 없었다.

다행히 1개의 구슬도 찾았기에. 훈련용 괴수를 잡아 마지막 구슬만 얻으면 됐다.

나무 위에서 괴수가 있을 법한 곳을 유추해 이동하려다. 밑에서 들려오는 발소리에 나도 모르게 몸을 숙였다.

괴수인가 싶어 조심스레 고개를 내려 확인하자. 햇빛에 반사돼 밝게 빛나는 금발과 건강해 보이는 구릿빛 피부를 가진. 소니아가 가슴을 출렁거리며 무언가를 찾는 것처럼 보였다. 아직도 구슬을 찾는 걸까? 소니아를 이기고 있다는 생각에 조금 기분이 좋아졌다.

평소 인사를 나누는 사이도 아니었고. 만나고 싶은 상대가 아니었기에 소니아가 지나갈 때까지 가만히 있기로 생각하고 숨죽인 채 기다리는 데.

구슬을 찾는 것이 아닌. 누군가를 기다리듯 내가 올라선 나무에 등을 기대고 한참을 알 수 없는 멜로디를 흥얼거리며 시간을 보냈다.

파툴가의 마법 장갑을 찾아야 한다는 초조함에 이만 내려갈까 거듭 고민하는 와중에. 소니아의 앞으로 덩굴을 헤치며 김성현의 모습을 드러냈다.

"어? 소니아?"

"성현아~~ 안녕?"

갑작스러운 만남에 당황한 김성현과 다르게 기다렸다는 듯이. 김성현에게 달려가 품에 안기는 소니아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미간이 좁혀졌다.

저 여우가 진짜. 저런 큰 가슴으로 상대방을 누르는 건 반칙 아닌가?

김성현에게 무슨 수작을 부리려고 저런 행동을 하는 건가. 본능적인 경계심에 눈을 찡그렸다.

김성현의 품에 안겨 고개를 들어 시선을 마주치는 소니아의 모습에 설렌듯한 표정으로. 시선을 마주치는 김성현의 모습에 화가 났다.

어제 나와 미래를 약속해놓고. 당장 학을 떼며 소니아를 떼어놓지는 못할망정 저딴 표정이나 짓다니. 왜인지 모르게 진심으로 화가 났다.

"구슬은 찾았어~?"

"적구슬 한 개만 더 모으면 돼."

"나는 다 모았는데~ 성현아~ 내가 도와줄까? 저~어기에~ 하나 있던 것 같은데?"

"정말? 그럼 나야 좋지!"

팔짱을 끼며 자신의 옆 가슴에 김성현의 팔을 닿게 하는 소니아의 노련한 여우 짓에. 당장 내려가서 김성현을 떼어놓을까 싶었지만.

소니아의 유혹에도 불구하고. 어제 나와 약속했던 것을 지킬까. 궁금증이 생겼다.

조심스레 김성현과 소니아의 뒤를 따라가기로 했다.

나에게 믿음을 줘.

속으로 기도하며 조심스레 거리를 유지했다.

***

뒤따르는 소니아의 응원을 들으며 열심히 홀로 검을 휘둘러 덩굴을 쳐내 길을 만들던 김성현은 시간이 갈수록 조금씩 의구심이 들었다.

`아까는 봤다고 하지 않았나?`

지금 소니아가 가자고 하는 방향은. 사람이 발길이 닿지 않아 덩굴이 길을 막고 있는 깊숙한 곳이었다. 소니아의 말과 다른 상황에 이게 맞나 싶으면서도. 등에서 느껴지는 소니아의 시선에 뭐라 말하기 어려워 길을 뚫고 있다.

"그, 여기가 맞아?"

"조금만~ 다 왔어~ 조금만 가면 보여~"

"어, 어…."

처음 다 왔다는 말을 들은 지 10분은 지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조금 짜증이 났다. 덩굴은 워낙 질겨서 힘을 주지 않으면 오히려 검을 튕겨낼 정도였기에 팔이 빠질 것 같았다.

힘들어서 팔을 멈추면 소니아가 다가와 어깨를 두드리며 "조금만 더 힘내!"라며 응원했다. 조금 습한 기온에 땀을 흘린 소니아는 오히려 싫은 땀 냄새보다. 이성을 자극하는 성숙한 여인의 향기가 났다.

미녀와 단둘이 이런 으슥한 숲에 있다는 것이 나쁜 상황은 아니었기에 묵묵히 질긴 덩굴들을 검으로 베어냈다. 개방적인 소니아라면 고생했다며 저번처럼 입으로 해주지 않을까 하는 음흉한 계산도 깔렸었다.

"다 왔어~!! 저기야!"

소니아가 나무 위의 덩굴을 가리켰다.

`저런 곳에 적구슬이 있다고? 청구슬도 아니고 나무 위의 덩굴에 적 구슬이 있을 리가 없는 데?`

혹시 소니아가 일부러 자신을 견제하기 위해. 적구슬을 못 찾게 하려는 거 아닐까 하는 의심이든 김성현이 조금 경계 섞인 얼굴로 소니아를 돌아보자.

소니아가 자신의 주머니에서 적구슬 하나를 꺼내 김성현에게 내밀었다.

"사실 지나가는 길에 적구슬은 이미 찾았어!"

"어? 진작 말하지…."

괜히 힘들게 길을 뚫었나 싶어. 허탈한 감정에 조금 원망 섞인 표정으로 소니아를 바라보자 표정을 읽었는지. 씨익 웃으며 다가와 김성현의 배에 손을 올렸다.

소니아의 손길에 당황한 김성현의 귀에 가까이 다가온 소니아가. 평소와 다른 야릇한 목소리로 말했다.

"구슬은 다 찾았으니까…. 남는 시간에 저번에 못다 한 거나 하면 어떨까?"

"못…. 다한 거?"

대답 대신 슬쩍 김성현의 고간에 손을 얹으며 소니아가 해맑은 미소를 지었다.

"어때?"

자신의 음흉한 계산이 맞아떨어지자 김성현은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혹시나 해서 참았던 것이 정말 잘한 선택이라고 스스로 칭찬했다.

배를 쓰다듬는 부드러운 손길에 힘차게 고개를 끄덕인 김성현은 소니아를 따라 무작정 나무 위로 올라갔다.

"어제 이 덩굴에서 잤는데~ 침대 같아서 엄청나게 편하더라고~"

부드러우면서도 질긴 우루퉁덩굴만의 특징 때문인지 뜻밖에 안전했나 보다. 소니아는 거미줄처럼 넓게 꼬아져 있는 덩굴 위로 몸을 던졌다.

"올라와 성현아!"

덩굴 위에서 편안한 모습으로 자신을 부르자. 김성현도 조심스레 덩굴 위로 몸을 던졌다. 사람 두 명의 무게를 견딜 수 있을까?

김성현의 의심을 부정하듯. 부드럽게 몸을 감싸는 매트리스 위에 올라온 듯한 착각을 느낄 정도로 꽤 괜찮은 감각이었다. 길을 뚫느라 팔이 피곤했기에 몸을 축 늘어트렸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낮잠을 자기에 딱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성현아~"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본능적으로 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린 김성현은. 자신의 코앞까지 다가와 있는 소니아의 모습에 당황했다.

뜨거운 숨결이 느껴질 정도로 가까운 상황에서 김성현은 어제 일이 떠올랐다.

신아린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고백하던 어제. 키스하는 분위기인가 싶어서 지금처럼 가까이 얼굴을 다가갔을 때.

신아린에게 뺨을 맞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 뒤에 잘 풀렸다 해도 첫 키스에 대한 작은 트라우마가 남은 김성현은 자신도 모르게 긴장해 눈을 감았다.

혹시 또 뺨을 맞는 거 아닌가 긴장한 김성현은. 자신의 이마에 무언가 촉촉하면서도 보드라운 것이 닿자 놀라 눈을 떴다.

"헤헤."

부끄러운 듯 얼굴을 붉히는 소니아의 모습에 김성현은 참지 못하고. 충동적으로 소니아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갖다 댔다.

첫 키스였다.

♥♡♥

계획대로다.

동정을 다루는 것처럼 쉬운 건 없다. 잘 웃어주고. 부끄럽다는 듯이 굴면 성욕을 참지 못하고 좋다고 달려드는 게 동정이니까.

어젯밤은 우연히 만난 김시온이라는 C반의 동정남을 따먹었다. 동정 특유의 냄새를 `동정 사냥꾼` 이 소니아가 놔둘 리가 없으니까.

아침이 되고 휴대폰으로 김시온과 몇 명 관리 중인 남자들에게 김성현을 찾으라는 명령을 내렸다.

한 번 자신과 몸을 섞은 남자들이라면 내 부탁을 거절하지 못한다. 섹스까지 해준 미녀의 부탁을 거절하는 건 죄책감이 심한 일이니까.

심지어 성욕에 갓 눈뜬 청소년이라면 더욱더 내 보상을 기대하고 눈에 불을 켜고 찾을 것이다.

편하게 남자들이 덩굴로 만든 천연 해먹에 누워. 나를 위해 구슬을 찾아준 몇 명과 보상으로 섹스를 해줬다.

자신의 힘을 빼앗기는지도 모르고. 멍청하게 짐승 같은 신음을 내며 안달 난 표정을 짓는 남자를 볼 때가. 가장 오르가즘을 느낄 때다. 몸만이 아니라 뇌까지 달아오르는 느낌.

김성현을 발견했다는 연락에 우연을 가장해 만났다. 그리고 자신의 거미줄이 설치된 곳으로 끌어들였다. 몇 명의 남자와 뒹군 곳인지도 모르고 좋다고 멍청한 얼굴로 편히 누워있는 김성현의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자신이 거미줄에 걸린 먹이인 줄도 모르고 편안한 모습이. 유두를 딱딱하게 세울 정도로 정복감을 들게 했다.

슬쩍 몸을 가까이 붙인 뒤. 김성현에게 닿을 정도로 가까이 얼굴을 붙였다. 동정남을 공략하기에는 적극적인 스킨쉽만큼 쉬운 방법이 없다. 동정은 거절하는 방법을 몰랐고 리드할 줄도 몰랐으니까.

"성현아~"

일부러 애교 섞인 목소리로 속삭이듯 작게 이름을 불렀다. 내 부름에 고개를 돌려 눈이 마주치자 당황한 표정으로 못 봤다는 듯. 눈을 감는 모습에 심장이 거칠게 뛰었다. 이 순수한 반응이 귀엽게 보였다.

동정들이란. 어찌 이리도 순수할까? 몸은 성인인데 속은 아직도 어리다.

나이가 들어 털이 숭숭 나고 음흉한 속내를 감추는 놈들보다. 순수하게 아다를 떼고 싶다는 열망 섞인 눈을 보이며. 빳빳하게 발기해 튀어나온 자지와는 다르게. 부끄러워하는 얼굴이. 나에게는 커다란 정복욕이 든다.

아무것도 모르는 상대를 절벽으로 끌고 가 떨어트리는 것만큼 흥분되는 일이었다.

긴장한 게 눈에 보일 정도로 팔에 힘이 들어가 있는 김성현의 모습에 입꼬리가 올라갔다.

키스할까? 딱딱하게 선 자지를 만져줄까? 어떤 식으로 시작할지 행복한 고민이 들었다.

시작은 가볍게. 너무 자극적이지 않게 하자.

입술에 힘을 풀고 부드러운 입술을 그대로 김성현의 이마에 갖다 대자.

평소보다 커진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모습에 당장 자지를 꺼내 넣어버리고 싶은 충동이 들었지만.

동정은 인생에서 한 번뿐이다. 한 남자에게서 딱 한 번만 얻을 수 있는 동정을 성급한 충동으로 한순간에 잃긴 싫었다. 맛있는 것일수록 천천히 아이스크림 녹이듯 음미해야 하는 법.

그것이 내 지론이었다.

부끄러워하는 소녀를 연기해볼까? 일부러 숨을 참고 가슴에 힘을 주자 금방 얼굴이 빨개졌다. 남이 보기에는 부끄러워서 얼굴이 빨개진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는 연기.

수백 번은 해본 연기이기에. 동정을 속이는 건 이리도 쉽다. 성욕이 이성을 마비시키는 것은. 내 행동에 의문 감을 갖지 못하게 한다.

내 연기에 속아. 흥분한 김성현이 다짜고짜 서툴게 입술을 들이박는 것이 내 주장을 뒷받침해준다.

동정남의 특징답게 입술에 힘을 빼고 부드럽게 키스하는 것이 아닌. 입술에 힘을 줘. 쭉 내밀어 갖다 대는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슬쩍 입을 벌려 혀를 내밀어 김성현의 윗입술을 핥자. 몸을 크게 움찔거리며 당황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던 김성현이 내 시선에 다시 눈을 감았다. 내 혀의 움직임을 따라 입을 벌리고 혀를 섞기 시작했다.

눈을 감은 채 혀의 감각에 집중하는 김성현을 지켜보는 것이 오싹오싹할 정도로 기분 좋았다.

처음이지 이런 경험? 서로 타액을 주고받으며. 매끄러운 혀의 감촉을 느끼는 거?

이미 빳빳하게 서 있는 김성현의 자지를 실수인 척 바지 위로 스치듯 살짝 만져주자. 김성현이 본능적으로 허리를 내 몸에 붙여왔다.

눈을 감고 혀를 얽히는 데에만 집중하고 있는 김성현의 바지 지퍼를 내렸다. 계속 혀를 굴려 키스를 하면서도 바쁘게 손을 움직여 김성현의 팬티 안으로 손을 넣자.

뜨거울 정도로 달아오른 자지가 손에 잡혔다. 자지의 앞은 쿠퍼액으로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단순히 키스만으로도 이렇게 젖어있다니. 이 얼마나 음탕한 동정일까?

손가락 사이를 매끄럽게 만드는 쿠퍼액이 만족스러웠다. 칭찬해줄 겸 요도 부분을 쓰윽 부드럽게 긁어주자 사정하듯 쿠퍼액이 더 나왔다. 내 손길을 피하려는 듯 김성현의 허리가 뒤로 빠졌다.

아, 동정한테는 자극이 너무 셌나?

부드럽게 손으로 자지를 잡고 위아래로 흔들어주자 얕은 신음이 들렸다. 손을 더 깊숙이 넣어 고환을 만져주자 김성현의 손이 내 가슴으로 올라왔다.

눈 뜨기는 부끄러운지 눈을 감고 키스하면서도 조심스럽게 가슴에 손을 얹기만 하는 김성현의 모습에 성욕이 들끓었다. 팬티 안이 축축하게 젖은 것이 느껴졌다.

자지에서 손을 떼고 슬쩍 김성현의 가슴을 손으로 밀자. 그제야 내 가슴에 어정쩡하게 얹기만 한 손을 내렸다.

눈을 뜬 김성현은 욕망 섞인 시선으로 나를 바라봤다. 달아오른 성욕에 얼굴이 빨개진 김성현의 모습에 애가 탔다.

얼른 먹고 싶다는 충동감과. 조금 더 달궈야 맛있을 거라는 가학심이 내부에서 충돌한다.

또 키스하고 싶은 것인지 몸을 더욱더 밀착하는 김성현의 모습에 결정타를 날리기로 했다.

백이면 백. 모든 동정이 이성을 잃고 본성에 굴복한 방법. 체육복을 벗고 안에 있던 옷을 조금 내려 가슴골을 보여줬다.

노브라였기에 얇은 면티 아래로 딱딱해진 유두가 적나라하게 보였다. 김성현의 시선이 노골적으로 내 유두에 닿아있는 것에 만족감이 들었다.

김성현의 양손을 잡아내 가슴으로 손을 끌어당겼다. 당황하던 얼굴이 손에서 느껴지는 감촉에 흥분으로 바뀌는 걸 보며 쾌감을 느꼈다.

"가슴 만질래?"

거부할 수 없는 제안에.

김성현이 이성이 무너지는 것이 보였다.

짜릿했다.

* *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