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미친 잠재력-185화 (185/196)

# 185

마지막 전투 (1)

“무리하지 마.”

채순실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만류했다. 서유림을 위하는 모양새가 꼭 남편이나 아들을 위하는 것 같았다.

서유림의 마인드컨트롤에 완전히 푹 빠진 상태였다.

“괜찮습니다. 입원할 정도는 아닙니다.”

“그럼 조심해.”

서유림이 병원을 나섰다.

채순실과 헤어지고 도봉구의 아파트로 향했다. 원래 집은 영등포구지만 어제 이후로 모든 가족이 도봉구의 아파트로 옮겨왔다.

물론 서유림의 것은 아니다. 서유림이 제아무리 능력이 좋아도 하루 만에 이런 큰집을 구할 수는 없으니까.

김영자 소유의 아파트였다. 서유림이 급한 김에 잠시 빌리기로 한 것이다.

현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부모님과 여동생들 모두 집에 있었다. 서유림이 들어오자마자 다들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다가왔다.

“유림아. 무슨 일이냐? 갑자기 왜······?”

여동생 서미연과 서미진은 불만이 가득했다.

“무슨 일인데? 속 시원히 얘기라도 해줘.”

당연히 걱정스럽고 혼란스럽겠지. 동생들의 불만도 이해했다. 어제 식당의 사건 이후로 다짜고짜 가족들에게 도봉구의 아파트로 피해있으라고 전화했으니까.

게다가 출근도 하지 말고 누구와 만나러 나가지도 말라고 했으니까.

이제 이유를 설명해줘야 하는데.

뭘 어떻게 설명해줘야 할까? 병원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동안 내내 그 생각만 했다.

그리고 적당히 둘러댈 핑계거리를 생각해냈다.

“혹시 황국회라고 아세요?”

“황국회?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구나.”

“그게 뭔데? 그게 우리하고 무슨 상관이라고?”

다들 모르는 게 당연했다. 서유림도 김영자를 만나기 전까지는 전혀 모르는 단체였으니까.

서유림이 황국회외 관련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제법 긴 이야기가 될 수밖에 없었다. 서유림과 엮이게 된 부분도 꾸며서 이야기해야 했으니까.

그제야 가족 모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세상에. 그런 조직이 있었다니.”

“천하에 나쁜 놈들이네. 조상이 그런 파렴치한 짓을 했으면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아야 할 것이지. 오히려 칠일매국노들보다 더한 놈들이잖아.”

서유림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그래서 여러 뜻 있는 사람들과 함께 황국회를 무너뜨리려고 작업하고 있어요. 그런데 일국회라고 황국회와 맞수인 단체가 또 있어요.”

역시 거짓말은 거짓말을 만드는 법이다. 이야기를 할수록 거짓말이 자꾸 커지는 느낌이다.

하지만 간밤에 앞뒤를 맞춰놓은 이야기라서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할 수 있었다.

가족 모두 심각한 표정을 했다.

“그럼 네가 황국회 사람인줄 알고 일국회에서 테러를 하려 한다는 거냐?”

“테러하려 하는 게 아니라 100% 그렇게 할 거예요. 저뿐만 아니라 아버지, 어머니, 동생들도요.”

“그래서 피해있으라고 했던 거구나. 이제야 알겠다.”

“그럼 우린 밖에도 못 나가고 갇혀 살아야 한다는 거야?”

서미연과 서미진이 울상을 했다. 당장 남자친구와 만날 수도 없다는 현실 때문이었다.

“답답해도 조금만 참아. 곧 해결될 거야. 꼭 나가야 할 일이 있으면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도록 모습을 잘 감추고 다니고. 연예인처럼 말이야.”

가족 일은 대충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사람이 집안에만 갇혀있는 게 얼마나 고역인데.

게다가 부모님도 동생들도 모두가 건강이 팔팔하지 않은가? 밖에 나가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기 힘들 것이다.

시간이 많지 않다. 빨리 도망친 마왕과 마령의 계약자들을 찾아서 잡아야 할 것이다.

방법은 이미 생각해두었다.

물론 통할지는 해봐야 알겠지만.

그러고 보니 내일 할 일이 많네. 권오산도 만나야 하고 광명회 집회도 열어야 하고.

일단 광명회 소집부터 하자.

서유림이 휴대폰을 열고 광명회 장로들과 핵심들을 수신자로 해서 소집문자를 보냈다.

다음날 오전.

서유림이 권오산에게 전화를 걸었다.

- 웬일인가.

권오산의 목소리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팔딱팔딱 뛰어다니던 아들이 하루아침에 폐인이 되었으니 힘이 날 리가 없겠지.

게다가 서유림을 향해서도 마음이 곱지 못할 것이다. 서유림은 자기 때문이 아니라고 했지만, 그래도 서유림과 함께 있는 동안에 그 꼴이 되었으니까.

서유림의 전화를 반긴다면 오히려 그게 더 이상한 일이겠지.

상관없다. 서유림이 그 생각을 바꿔줄 테니까.

“드디어 이유를 알았습니다.”

- 이유라니.

권오산의 목소리는 여전히 죽어있었다. 서유림의 말에 전혀 관심이 없는 듯했다.

하지만 서유림의 이어지는 말에는 폭풍처럼 반응할 수밖에 없었다.

“어르신의 아드님께서 갑자기 쓰러지신 이유를 말입니다.”

- 뭐라고? 그 이유가 뭔가?

“전화로 말씀드릴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만나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래야 마인드컨트롤을 사용할 수 있을 테니까.

- 알겠네. 난 지금 집에 있네.

서유림이 초인종을 눌렀다.

권오산이 기다렸다는 듯 다급히 문을 열어주었다. 서유림의 인사를 받을 새도 없이 다짜고짜 물었다.

“뭔가? 그 이유라는 게?”

“죄송하지만 어르신과 단둘이서 나눠야 할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알겠네. 따라 들어오게.”

권오산이 앞장섰다. 자신의 개인서재였다.

문을 잠그고 의자에 앉았다.

“이제 말해보게.”

“이것 때문입니다.”

서유림이 가방을 열어서 사진 한 장을 보여주었다.

권오산이 얼른 사진을 펼쳐보았다. 그리고는 눈을 화등잔만 하게 떴다. 사진을 든 손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민경도가 벽에 붙은 권혁진의 사진을 향해 송곳과 칼 등으로 난도질을 하고 있는 사진이니까.

“이걸······ 어디에서 구했나?”

“누군가게 제 이메일로 사진과 동영상을 보내왔습니다. 하지만 그게 누구인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동영상도 있는가?”

“예. USB에 담아왔습니다.”

서유림이 USB를 꺼내주었다. 권오산이 빼앗듯이 받아서 컴퓨터에 꽂았다. 나이도 많은 노인이 컴퓨터를 제법 다뤘다.

물론 서유림이 옆에서 조금 도와주었다.

곧바로 컴퓨터가 작동되고 동영상이 플레이되었다.

서유림이 민경도의 집에서 촬영한 동영상이었다. 권혁진의 사진을 벽에 붙여놓고 민경도가 칼과 송곳으로 난도질하는 바로 그 동영상이었다.

물론 앞뒤가 모두 잘려있었다. 민경도가 난도질하는 장면만 남아있었다.

그거면 충분하니까.

권오산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당장 민경도를 죽이러 가고 싶은 심경인 듯했다.

서유림이 그런 권오산을 만류했다.

“어르신께서 나선다고 해결될 일이 아닙니다. 지금 상태에서 복수를 해봤자 악령에게 먹잇감 주는 것밖에 안 됩니다. 제게 맡겨주십시오.”

“방법이 있는가?”

“있습니다. 다만 시간이 조금 걸립니다. 저를 믿고 기다려주십시오. 아무런 내색도 하지 마시고요.”

권오산이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역시 자식과 관련된 일이 엮여있으니 마인드컨트롤이 아주 쉽게 걸렸다.

서유림을 바라보는 권오산의 눈빛에 신뢰가 가득했다.

“알겠네. 자네만 믿겠네.”

‘됐다. 이 정도면 충분할까? 해보면 알겠지.’

“그럼 먼저 가벼운 의식부터 진행해보겠습니다. 어르신께 우주의 기운이 있어야만 아드님의 목숨을 지켜드릴 수 있습니다.”

“내가 어찌하면 되겠는가?”

“그냥 제가 하는 대로만 따라주시면 됩니다. 단, 저를 오롯이 믿어주셔야 합니다. 작은 의심도 있어서는 안 됩니다.”

“알겠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서유림이 권오산의 머리를 마치 농구공 잡듯 두 손으로 잡았다. 그와 동시에 환각작용을 일으키는 블랙 포이즌을 강하게 주입시켰다.

권오산의 몸이 의자 뒤로 쓰러졌다. 눈빛은 환각에 의해 몽롱하게 취해있었다.

서유림이 조용한 목소리로 물었다.

“인감도장은 어디 있습니까?”

“그건······ 왜······?”

서유림이 고개를 갸웃했다.

‘뭐지? 왜 안 걸려들지? 마인드컨트롤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네.’

다시 물었다.

“인감도장은 어디 있습니까?”

하지만 이번에도 마찬가지였다. 권오산은 대답 대신 반문했다. 완전한 환각상태에서도 재산을 지키겠다는 의지가 강력하게 작용하고 있는 듯했다.

서유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지독한 노인네! 아직도 믿음이 부족하군!’

어쩔 수 없다. 시간과 공을 더 들이는 수밖에. 그러면 언젠가는 서유림이 원하는 정보를 나불나불 불 날이 올 것이다.

오늘은 이쯤에서 끝내자. 괜히 체력 낭비할 필요 없다.

잠시 후, 권오산이 환각에서 깨어났다.

물론 환각상태에서의 일은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서유림이 고개를 숙였다.

“수고하셨습니다. 아드님의 목숨은 당분간 무사하실 겁니다. 제가 주기적으로 찾아와서 우주의 기운을 넣어드리겠습니다.”

“고맙네.”

권오산이 서유림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그날 저녁.

서유림이 복면을 쓰고 집회장으로 향했다.

집회장에는 소집을 받은 장로들과 핵심 회원들이 모여있었다.

장로 11명에 핵심 회원 19명이었다. 적어도 이들이라면 서유림이 믿고 지시를 내려도 정보가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을 것이다.

<< 오늘 너희를 모이라 한 것은 마지막 싸움을 벌이기 위해서다.

지금부터 흑마회를 섬멸할 것이다. >>

“오, 흑마회!”

“드디어!”

“역시 우리 주군이시구나!”

장로들과 회원들이 조금은 어수선한 모습을 보였다. 서로를 바라보며 작은 목소리로 중얼중얼 이야기를 나누었다.

‘흑미회’이라는 단어가 그만큼 무겁게 들렸던 거겠지.

하긴, 얼마 전까지는 ‘광명회’라는 이름이 뒷골목을 벌벌 떨게 만들었었는데 지금은 흑마회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으니까.

광명회조차도 흑마회의 위세에 눌려서 잔뜩 웅크린 모양새였다.

그래서 사실 불만이 많았다. 광명회 정도라면 한 번 정도는 흑마회와 맞서서 우열을 가려도 될 것 같은데, 변변한 싸움 한 번 없이 숨어버린 느낌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 흑마회의 본진을 알아내라. 알아내는 즉시 나와 함께 가서 놈들을 일거에 소탕할 것이다. 질문 있나? >>

“없습니다!”

장로들과 회원들의 목소리에 힘이 넘쳤다. 드디어 웅크림을 벗고 다시 기지개를 편다는 사실에 무척 흥분한 듯했다.

<< 이 일은 비밀스럽게 진행되어야 한다. 만약 놈들이 우리의 움직임을 알고 숨어버리기라도 한다면 다시 기회를 잡기기 어려울 것이다. >>

“옛, 주군!”

서유림이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오랜만에 열린 집회는 10분도 되지 않아서 끝났다.

하지만 장로들도 회원들도 집회장을 나서는 발걸음이 무척이나 힘찼다.

서유림은 김영자에게도 같은 부탁을 했다.

그리고 다시 채희라에게도 전화를 걸었다.

- 어머, 오빠. 요즘 왜 이렇게 얼굴 보기가 힘들어?

그러고 보니 채희라와 만난 지도 꽤 되었다. 정령계에서 발할라 의식을 진행한 후로는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다.

의도적으로 피한 것은 아니었다. 그만큼 사건사고도 많았고 바빴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이제 채희라와의 관계를 끝낼 때도 된 것 같았다. 아직 아리아나를 찾은 것은 아니지만, 아리아나가 인간계에 있는 것만큼은 분명하잖아.

물론 100%는 아니다. 하지만 서유림은 100%라고 믿었다.

그런 상황에서 채희라와 계속 관계를 갖는다는 건 왠지 내키지 않았다.

아무리 그래도 전화상으로 통보하는 건 너무 성의가 없겠지? 앞으로 영영 안 볼 사이도 아니고. 그렇다고 채희라가 바짓단을 붙잡고 늘어질 여자도 아니고.

“만날까? 언제 시간 돼?”

- 나야 에브리타임 에브리웨어지. 지금 만날까? 나 지금 민들레 옥탑방인데.

“금방 갈게.”

서유림이 곧장 민들레로 향했다.

옥탑방 벨을 누르자 채희라가 얼른 문을 열어주었다. 그리고는 오랫동안 참았다는 듯 서유림을 보자마자 팔로 목을 휘감아왔다.

“잠깐, 먼저 할 이야기가 있어.”

“응? 뭔데?”

채희라가 팔로 목을 휘감은 채 물었다. 서유림의 이야기가 끝나자마자 다시 입술로 돌진할 태세였다.

어차피 닥칠 일이다. 채희라의 마음을 살펴준다고 빙빙 돌려 이야기해봤자 효과는 없을 것이다.

채희라가 무덤덤하게 받아주기만을 바랄 뿐이다.

“나 사랑하는 여자 생겼다.”

순간 채희라가 움찔했다. 팔을 시작으로 온몸으로 달라붙은 상태라서 그 움찔거림이 서유림에게 그대로 전달되었다.

“미안해. 하지만 말하는 게 맞는 것 같아서.”

그러자 채희라가 슬그머니 팔을 풀면서 활짝 웃었다.

“괜찮아. 원래 그렇게 하기로 했잖아. 축하해.”

괜지 모르게 슬픔이 느껴지는 웃음이었다.

채희라는 어쩔 줄 몰라 하는 것 같았다. 서유림을 위해서 반으로 줄여버린 옥탑방 여기저기를 헤매다가 냉장고로 향했다.

“주스 좀 줄까?”

“고마워.”

채희라가 따라주는 주스를 함께 마셨다.

한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서유림도 채희라도 마땅히 할 말이 없었다. 채희라는 이따금 서유림과 눈을 마주칠 때마다 ‘난 괜찮아.’ 라고 말하듯 애써 활짝 웃어 보였다.

왠지 죄책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그렇다고 숨기고 양다리를 걸칠 수는 없잖아. 그렇다고 아리아나를 포기할 수도 없고.

“그래도 오빠 동생 사이로는 남을 수 있지?”

채희라가 한참 만에 꺼낸 이야기였다.

비로소 서유림도 환한 웃음을 보여줄 수 있었다.

“물론이지.”

그런데 채희라가 갑자기 다시 다가왔다. 팔로 서유림의 목을 휘감으며 다시 도발해왔다.

“그럼 내일부터 프랜드 관계로 지내고 오늘까지는 엔조이 관계로 지내는 게 어때? 나한테도 마음 정리할 기회는 줘야지.”

도저히 거절 못 하겠다.

그래. 무슨 일이건 방점은 찍어줘야지.

그대로 채희라와 한데 엉켰다. 그리고 내일 지구가 무너질 듯 밤새 서로의 몸을 탐했다.

며칠 후 오전.

광명회의 대장로 김석균이 다른 장로 다섯 명과 함께 당구장으로 올라갔다. 다들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진 상태였다.

김석균이 문을 열고 당구장 안을 살펴보았다. 한쪽 구석에서 여덟 명 쯤 되는 중년인들이 당구를 즐기고 있었다.

‘저 놈들이 맞나?’

정보에 의하면 흑마회 핵심들이 분명했다. 하지만 얼굴에 ‘나는 흑마회다.’라고 써 붙이고 있는 게 아니니 확인하기 어려웠다.

‘그냥 시키는 대로 하는 수밖에.’

김석균이 장로들과 함께 손님들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갔다.

그러자 손님들이 당장에 경계했다. 시커먼 복면을 쓴 놈들이 다짜고짜 걸어오니 경계하지 않으면 그게 이상하겠지.

“뭐 하는 새끼야?”

“너희 뭐야?”

김석균은 서유림이 시킨 대로 이야기했다.

“흑마회 잡으러 온 저승사자들이다.”

그러자 손님들이 움찔하며 서로의 눈치를 살폈다. 그리고는 다짜고짜 김석균을 비롯한 장로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죽여!”

“개새끼들. 여기가 어디라고.”

김석균을 비롯한 장로들은 모두가 정령의 힘을 가진 자들이었다. 제아무리 싸움을 잘하는 놈이라고 해도 일반인들이 상대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당연히 일방적으로 김석균을 비롯한 장로들이 우세했다.

아니, 그런 줄로만 알았다. 그런데 갑자기 전세가 역전되었다. 뒤쪽에서 분위기만 살피던 손님 두 명이 합류하는데 상상을 초월한 실력자였다.

김석균을 비롯한 장로들이 당해낼 수 없을 정도로.

순간 김석균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주군을 능가하는 실력자다! 어떻게 이렇게 강할 수가!’

하지만 당구장 출입문을 지키고 섰던 서유림은 미소를 지었다.

‘후훗! 이곳에 두 명이나 있었군!’

더 확인해볼 필요도 없었다. 몸을 번개처럼 날리며 순식간에 거리를 좁혔다. 그리고는 실력자 두 명을 단숨에 주먹으로 쓰러뜨렸다.

<< 이놈을 잡아라! >>

광명회 장로들이 우르르 달려들어서 한 놈을 제압했다.

그러는 사이 서유림이 다른 한 놈의 이마에 손을 댔다.

순식간에 마령의 힘과 체력을 흡수해주었다. 이어서 다른 한 놈의 마령과 체력도 흡수했다.

<< 됐다. 다음 장소로 이동한다. >>

* * *

“뭐라고? 또 당했어?”

강세중이 안절부절못했다. 마령의 계약자가 열두 명 남았었는데 겨우 보름 사이에 다섯 명이나 당했다.

이제 겨우 일곱 명 남았다.

그나마도 언제 당할지 모른다. 이놈들이 마령의 계약자들이 있는 곳을 기가 막히게 찾아내서 공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체 어떻게 찾아내는 거야? 돌아버리겠네.”

* * *

서유림의 휴대폰이 울렸다.

채희라였다.

서유림이 얼른 전화를 받았다.

- 찾았어, 오빠. 목동 장미 모텔 509호.

“고마워.”

채희라의 정보라면 거의 80%는 확실하다.

왜냐고? 텐프로가 몸으로 느낀 거니까. 정상인이라고 하기에는 정력이 지나치게 좋은 사람들.

물론 약을 사용해서 그렇게 만드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래서 허탕을 친 적도 있었고.

그래도 이번에는 확실하겠지.

서유림이 오토바이를 타고 목동 장미모텔로 향했다.

509호 앞에서 문을 두드렸다.

“누구세요?”

“총각. 계산이 잘못 됐어.”

서유림의 입에서 중년 여인의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카운터에 있는 아주머니를 보고 목소리를 비슷하게 흉내 낸 것이다.

안에 있던 중년인이 아무 의심 없이 문을 열어주었다. 그리고는 깜짝 놀라서 눈을 화등잔만 하게 떴다.

문 앞에 있는 사람이 아주머니가 아닌 웬 복면인이었기 때문이다.

서유림이 그대로 손을 뻗어서 목을 움켜쥐었다.

그러자 중년인이 깜짝 놀라서 반항했다.

순간 서유림의 입술이 씰룩 말려 올라갔다. 중년인의 힘만 느껴 봐도 일반인인지 마령의 계약자인지 쉽게 알아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후훗, 마령의 계약자로군!’

그렇다면 시간을 끌 필요 없다. 그대로 넘어뜨려서 짓누른 채 마령의 힘과 체력을 동시에 흡수해주었다.

* * *

강세중은 미칠 것만 같았다. 마치 마령들의 계약자에게 추적 장치라도 붙은 것만 같았다.

대체 어떻게 알고 쏙쏙 찾아내서 공격하는 것일까?

어쨌건 이대로는 너무 위험하다.

“아무래도 안 되겠어. 일단 서울을 뜬다. 그런데 어디로 가지?”

일단은 가장 만만한 곳이 고향인 대전이었다.

돈이야 걱정 없다. 막강한 힘이 있으니 아무 놈이나 붙잡고 빼앗으면 될 것이다.

남은 여섯 명의 마령들에게 휴대폰으로 문자를 보냈다.

[모두 대전으로 내려간다.

만날 장소와 시각은 다시 연락 주겠다.]

그리고 강세중도 대충 짐을 챙겼다.

‘젠장. 마왕과 계약하면 무소불위의 능력자가 되는 줄 알았는데. 이 꼴이 대체 뭐야? 에이, 씨발.’

강세중이 욕을 해댔지만, 마왕은 찍소리도 하지 못했다. 자신이 상대할 수 없는 능력자가 나타난 걸 어쩌란 말인가?

게다가 마신도 인간계에는 더는 손을 쓰지 못했다. 정령계로 마왕을 투입하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 조금만 기다려봐. 조만간 동료가 올 것이다.

‘웃기고 있군. 그 조금만이 대체 언제인데? 그러다 늙어죽겠다.’

> 끄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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