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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미친 잠재력-182화 (182/196)

# 182

마왕 잡는 무기는 따로 있지 (1)

“정령신의 후보들이 안전하게 도착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죠. 중간 중간에 있는 성들을 마계군단으로부터 구원하면 정령신의 후보들이 보다 안전하게 올 수 있을 겁니다.”

“아, 그거 아주 좋은 방법이에요.”

“우리도 힘껏 돕겠어요.”

당연히 도와야지.

아니, 원래는 당신들이 주도해야 할 일이고, 내가 도와야 하는 일이지. 잊었어? 이건 원래 나와는 관계없는 일이라고. 단지 아리아나를 위해서 돕고 있는 것뿐이라고.

“그럼 출발할까요? 움직일 수 있는 자는 움직이고, 휴식이 필요한 자는 다음번에 움직이도록 하죠.”

서유림이 앞장섰다.

곧 정벌대가 구성되었다. 정령신의 여덟 명과 요정군단 3만 명이었다.

2차 정벌대도 구성되었다. 이번 정벌대가 다녀오면 번갈아가듯 정벌을 나갈 것이다.

“출발!”

서유림이 선두에 서서 타마스 성으로 향했다. 대략 닷새 거리에 있는 성인데 요나스 성 다음으로 큰 성인데. 50만이 넘는 마계군단에 의해 고립된 상태였다.

* * *

권혁진이 사무실로 향했다.

그런데 사무실 안에서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왕의 능력 때문에 오감이 워낙 발달해서 문 밖에서 안의 이야기를 모두 들을 수 있었다.

“자기가 뭔데 오라가라야?”

“마왕의 계약자면 다야? 정령의 계약자 하나한테 꼼짝도 못하는 주제에.”

“그러게 말이야. 설마 무늬만 마왕의 계약자인 것 아냐? 나하고 싸워도 한 주먹감도 안 되는 것 아냐?”

“하여튼 마음에 안 든다니까.”

권혁진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하나부터 열까지 권혁진을 비난하는 이야기였다.

권혁진을 위한 말을 해주는 놈이 하나도 없었다.

물론 이해는 한다. 놈들의 말대로 정령의 계약자에게 패해서 쫓겨 온 몸이니까. 게다가 정령의 계약자 눈에 띄는 게 무서워서 숨어 지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니까.

하지만 그것은 자신이 약해서가 아니다. 정령의 계약자가 그만큼 강한 것을 어쩌란 말인가?

그런데 마령의 계약자들이 겁도 없이 함부로 나불대고 있었다.

‘뭐? 한 주먹감도 안 될 거라고?’

권혁진의 주먹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이놈들을 어떻게 혼내주지?’

방법은 간단하다. 이런 놈들에게는 매가 약이다. 비록 정령의 계약자에게는 패했지만, 그래도 마령의 계약자들과 비교해서는 차원이 다른 능력자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권혁진이 사무실 문을 거칠게 열었다.

마령의 계약자들이 깜짝 놀라서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존경의 눈빛을 보내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눈살을 찌푸리거나 콧방귀를 뀌는 놈들만 있었다.

마왕의 위신이 땅에 떨어진 것이다.

권혁진이 그중 한 놈을 지목했다. 소리가 들릴 정도로 콧방귀를 뀐 놈이었다.

이름이 이철주였던가?

그러고 보니 계약자의 신체조건이 특히 우월한 놈이었다. 나이도 40대 초반으로 비교적 젊었다.

싸움에 자신감을 가질만한 놈이었다.

“너, 지금 콧방귀를 뀌었나?”

“하여튼 귀는 밝다니까. 하하.”

이철주가 호탕하게 웃었다. 마왕이건 지랄이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식이었다.

“웃어? 누가 웃어도 좋다고 했지?”

“웃으면 안 된다고 한 사람도 없는 것 같은데.”

“그럼 명령하지. 내 허락 없이 웃지 마라!”

“웃기고 있네. 내 마음대로 웃지도 못해? 정령의 계약자 하나도 어쩌지 못하는 주제에 어디서 보스 노릇을 하려고 그래?”

권혁진이 성큼성큼 다가갔다. 그대로 이철주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이철주도 기다렸다는 듯 맞섰다. 아니, 맞서려고 했다. 하지만 1초도 못 돼서 깨달을 수 있었다.

마왕의 계약자와 마령의 계약자는 극복할 수 없는 수준의 실력 차가 존재했다. 몸과 몸으로 맞서보니 이철주 같은 자 열 명이 힘을 합친다고 해도 마왕의 계약자는 어쩔 수 없다.

게다가 이 엄청난 기세는 또 뭐란 말인가? 육체능력을 떠나서 마왕에게는 마령을 굴복시킬 수 있는 마기가 존재했다.

이철주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파랗게 질렸다.

“감히 나를 모욕하였으니 너는 벌을 받아 마땅하다.”

권혁진이 그때부터 이철주를 구타하기 시작했다. 가볍게 툭툭 치는대도 불구하고 5m씩 나가 떨어졌다.

사무실 집기들이 순식간에 난장판이 되었다.

“죄송합니다, 보스!. 잘못했습니다.”

이철주가 뒤늦게 손을 빌며 용서를 구했다.

하지만 권혁진은 폭력을 쉽게 멈추지 않았다. 쌓인 분노와 스트레스도 풀어야 했고, 또 시범케이스에게는 확실한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마음도 있었다.

그래야 다음부터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 테니까.

이철주가 울며불며 매달렸지만, 권혁진은 그러고도 20분을 더 구타했다. 분노와 스트레스를 마음껏 풀었다.

이철주는 거의 반 죽은 상태가 되었다. 마령이 치료해줄 테니 죽지는 않겠지만, 정상적인 몸으로 돌아가려면 최소한 일주일은 누워있어야 할 것이다.

권혁진이 다른 계약자들을 향해 눈을 돌렸다.

“또 내게 도전할 놈이 있나? 지금 나서라. 한꺼번에 나서도 좋다.”

그러자 다들 어깨를 움찔하며 시선을 피했다. 권혁진이 이정도로 무서운 자인 줄은 오늘 처음 알았다.

권혁진이 비로소 안정을 되찾았다.

“자리를 정리해라.”

계약자들이 빠르게 움직였다. 망가진 집기류는 모두 밖으로 내보내고, 난장판이 된 사무실은 순식간에 정돈되었다.

권혁진의 자리도 중앙에 떡하니 마련되었다.

권혁진이 자리에 앉았다.

다른 계약자들이 마치 왕을 배알하는 신하들처럼 그 앞에 두 줄로 나란히 섰다. 완전히 만신창이가 되어서 죽은 듯이 누워있는 이철주를 포함하여 모두 20명이나 되었다.

“하나씩 보고해라.”

권혁진의 명령에 앞에 있던 계약자부터 보고를 시작했다.

“이번에 부산에 있는 조폭 두 개를 접수했습니다. 제 산하에 있는······.”

“저는 광명회에 대해서 조사하고 있습니다. 요즘 집회가 전혀 열리지 않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우리의 움직임을 눈치 채고 알아서 ······.”

보고가 이어졌다.

하지만 마음에 드는 보고는 없었다. 권혁진이 가장 원하는 보고는 정령의 계약자가 누구인가에 대한 정보인데, 아무도 그것을 알아내지 못했다.

“임채모는 누가 감시하고 있나?”

“제가 하고 있습니다.”

“요즘 동태는 어떤가?”

“모든 방송활동을 접고 두리랜드에서 두문불출하고 있습니다. 이참에 임채모라도 잡아볼까요?”

권혁진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임채모는 아마 하위정령 중에서도 나약한 놈에 불과할 것이다. 놈은 그냥 미끼야. 그놈을 잡겠다고 우리가 또 희생을 치를 수는 없다. 대신 임채모의 움직임을 잘 살펴라. 누구를 만나는지. 그러면 우리가 상대해야 할 놈의 정체를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보스.”

“계속 보고해봐.”

권혁진이 나머지 계약자들로부터 보고를 받았다. 그런데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아버지 권오산이었다.

권혁진이 깜짝 놀라서 얼른 다른 사무실로 자리를 옮겼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아버지 권오산 만큼은 여전히 무서운 존재였다.

아버지 권오산은 나이가 80세가 훨씬 넘었는데도 아직도 기력이 쌩쌩했다. 집안의 모든 대소사는 물론이고 바깥일까지 모드 직접 챙겼다.

재산 관리도 마찬가지였다.

때문에 권오산에게 잘못 보이면 권혁진도 피곤할 수밖에 없었다.

“예, 아버지.”

- 어디에서 뭘 하고 지내는 거냐? 어찌 이리 얼굴 보기가 힘들어?

“여행을 좀 다니고 있습니다. 제가 몸이 약해서 가본 곳이 거의 없잖아요. 왜요? 집에 무슨 일 있습니까? 지금이라도 집으로 돌아갈까요?”

집으로 돌아갈 마음은 전혀 없었다. 그러다가 자칫 정령의 계약자 눈에 띄기라도 한다면 낭패니까.

다만 아버지 권오산의 대답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안심하고 물어본 것뿐이다.

- 아니다. 네가 즐겁다면 좀 더 여행해도 된다.

그럴 줄 알았다.

- 하지만 황국회 모임은 좀 나가봐야 할 것 같구나. 요즘 황국회 분위기가 이상한 것 같다.

또 황국회 이야기다. 지금까지는 권혁진의 건강 때문에 권오산이 늙은 몸을 이끌고 참여했지만, 이제는 권혁진이 직접 챙겨야 할 때라는 것이다.

지금부터 얼굴을 내밀고 카리스마를 분출해야 황국회에서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황국회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건 무슨 이야기일까?

“분위기가 왜요?”

- 이상한 놈이 하나 끼어들었어. 우주의 기운이 어쩌고 하면서 횡국회 회원들의 혼을 쏙 빼놓았단 말이다.

“우주의 기운이라고요? 회원들의 혼을 어떻게 빼놨는데요?”

- 서유림이라는 놈인데 아무래도 사기꾼 같다. 회원들을 어떻게 구워삶았는지 그놈 일이라면 사족을 못 쓰고 지원해주고 있어.

서유림?

이름은 들어보았다. 유명한 격투기 선수가 아닌가?

그런데 사기꾼 같다고?

아버지 권오산은 눈썰미가 좋으신 분이다. 뭔가 이상한 낌새가 있으면 누구보다도 먼저 눈치를 채신다.

그러니 분명 뭔가 이상한 구석이 있는 게 분명하다.

아무래도 전화로 나누기에는 이야기가 길 것 같았다.

잠깐은 괜찮을 것이다. 정령의 계약자가 설마하니 집 부근에 매복해서 감시하고 있지는 않을 테니까.

“제가 지금 집으로 가겠습니다.”

- 그게 좋겠구나.

권혁진은 한참 동안 듣기만 했다.

민경도는 할 이야기가 많았다. 넋두리라고 해야 할까? 권혁진을 앞에 앉혀놓고 있는 말 없는 말 모두 털어놓았다.

그러면서 이따금은 원망스런 눈빛을 하기도 했다. 이 모든 원인이 권혁진의 액운이 자신의 손자에게 옮아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서다.

“그럼 석주가 아프기 시작한 게 딱 그 때부터란 말씀이십니까?”

“그렇다네. 그 튼튼하던 아이가 어쩌다가······ 에효.”

민경도가 고개를 끄덕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주름살 가득한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권혁진의 눈빛은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아버지 권오산과 이야기를 마치자마자 채순실을 만났다. 그리고 다시 민경도를 찾아와서 자초지종을 모두 들었다.

모든 이야기를 종합해보니 결론은 오직 한 가지만을 향해 있었다.

‘서유림이 정령의 계약자다!’

물론 100%는 아니다.

하지만 가능성은 충분했다. 인간의 능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절대 아니었다. 특히 대접에 담긴 물을 사람 모양으로 만들고 춤을 추게 한 것은 정령의 힘을 이용한 것이 분명했다.

‘시험해보면 알겠지.’

방법은 간단하다.

권혁진이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민경도를 바라보았다.

“다음 횡국회 모임이 언제입니까?”

“사흘 후로 예정되어있네.”

“장소는요?”

“물론 아직 미정일세. 하루 전날에 발표하고 그때부터 주변을 감시하는 게 우리들의 방식 아니던가?”

“그럼 이번 모임 장소는 제가 정해도 되겠습니까?”

“그렇게 하게. 그런데 그게 우리 손자와 무슨 상관이라도 있는 건가?”

“아마 상관이 있을 겁니다. 제가 하자는 대로만 하시면 석주의 병을 한방에 낫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민경도의 눈빛도 순식간에 초롱초롱해졌다. 서유림을 향한 믿음도 강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권혁진에 대한 믿음도 강했다. 권혁진은 황국회의 핵심 중에서도 핵심인 권오산의 아들이니까.

영원히 한 배를 타고 가야 할 운명이었다.

“그러면 당연히 자네에게 맡겨야지. 말해보게. 내가 뭘 어떻게 도우면 되겠는가?”

집으로 돌아온 권혁진이 눈을 감았다.

그러자 권혁진과 계약된 마왕이 마신과의 교감을 위해 노력했다.

한참의 노력 끝에 마신의 응답이 들려왔다.

>> 무슨 일인가?

> 마신이시여. 정령의 계약자를 찾아냈습니다. 이번이야말로 잡을 아주 좋은 기회입니다. 마왕의 파견을 서둘러주십시오.

>> 알겠다. 정령계로 보낼 마왕을 곧바로 인간계로 보내겠다. 대신 이번 기회에 반드시 정령의 힘을 흡수해야 한다.

> 감사합니다. 마신이시여.

마왕이 교감을 마치자 권혁진도 눈을 떴다. 권혁진의 얼굴에는 어느새 미소가 가득했다.

‘마왕 둘에 마령 스물. 과연 네놈이 그 덫을 피해서 달아날 수 있을까? 그렇다면 내가 인정해주마. 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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