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미친 잠재력-172화 (172/196)

# 172

당신의 수호천사 (2)

서유림의 마인드컨트롤을 동원한 잠재의식 투입은 10분가량 계속되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채순실의 체력을 거의 바닥 직전까지 빨아주었다.

채순실을 침대에 눕혀주었다. 그리고는 메모 하나를 남겨주었다.

[최소 사나흘 동안은 악령이 나타나지 않을 것입니다. 체력이 심하게 떨어져서 먼저 가보겠습니다.

당신의 수호천사, 서유림 드림]

마지막 수호천사 때문에 살짝 마음이 걸렸다.

너무 닭살 돋는 표현이잖아. 보통 사람이 본다면 재수 없다는 소리를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채순실에게는 효과가 좋을 것이다. 마인드컨트롤이 강하게 걸린 상태에서 메모를 보게 될 테니까.

이제 슬슬 다음 작전을 펼쳐볼까?

채순실의 오피스텔을 나온 서유림은 곧장 고영대에게 전화를 걸었다.

고영대가 재깍 전화를 받았다.

- 동생. 오늘 대모님 만났다며. 일은 잘 됐어?

“그렇지 않아도 그 일 때문에 전화 드렸습니다. 형님, 지금 만날 수 있을까요? 급합니다.”

서유림이 숨 넘어갈 듯 이야기했다.

고영대의 목소리도 덩달아 다급해졌다.

- 왜 그래? 무슨 일인데?

“전화로는 말씀드리기 곤란합니다. 혹시 도청이라도 당하면 저는 물론이고 형님도······. 아무튼 지금 만나고 싶습니다.”

- 알겠어. 내 오피스텔로 와. 나도 지금 오피스텔로 갈게.

서유림은 곧장 고영대의 오피스텔로 향했다.

서유림이 도착하고 약 5분쯤 지나자 고영대도 도착했다. 기사와 수행원을 모두 돌려보내고 다급히 서유림에게 달려왔다.

“무슨 일인데?”

“여기서는 말씀드리기가 좀······. 가장 은밀한 장소가 어디 있을까요? 형님 오피스텔은 안전합니까? 도창장치 같은 건 없겠죠?”

“물론이지. 올라가자고.”

함께 고영대의 오피스텔로 향했다.

고영대는 몇 번이고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하지만 서유림은 확실한 안전이 보장될 때까지 입을 다물었다.

그렇게 고영대의 오피스텔에 들어왔다.

그제야 서유림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것도 아주 작은 목소리로.

“대모님께서 형님을 의심하고 계십니다.”

“대모님께서 나를?”

“쉿!”

고영대의 목소리가 조금 큰 것 같자 서유림이 얼른 손가락을 세워 입술에 붙였다.

고영대도 덩달아 깜짝 놀라서 입을 합죽이처럼 다물었다. 그리고는 보이지도 않는 도청장치를 찾겠다는 듯 사방을 둘러보았다.

서유림이 아까보다 더욱 작은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혹시 모르니 조용히 말씀 나누죠. 대모님이 이곳에 도청장치를 심어놓으셨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형님도 저도 끝장입니다.”

고영대가 입을 합죽이처럼 다문 상태로 고개만 끄덕였다.

“형님 최근에 대모님께 잘못 보인 일 있습니까?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최근 일을 두고 무척이나 크게 실망하고 계셨습니다.”

고영대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고영대도 분위기를 느끼고 있었던 거다. 물론 상황이 이렇게까지 빠르게 심각하게 악화될 줄은 몰랐겠지.

“대모님께서 차승택으로 갈아타겠다는 말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차승택은 누구죠?”

“그런 놈이 있다. 내 다음 주자 정도로 생각하면 돼. 그런데 그놈이 깜빡이도 안 키고 나를 앞질러가게 생겼군.”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고영대는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하지만 결국 대답했다. 서유림의 마인드컨트롤에 완전히 빠진 상태라서 서유림과는 숨길 이야기가 없는 사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별일은 아냐. 지난번에도 이야기했었는데······ 내가 요즘 많이 피곤하잖아. 그래서 밤에 힘을 제대로 쓰질 못했고. 그것 때문에······.”

서유림은 하마터면 웃음을 흘릴 뻔했다. 웃음을 감추기 위해서 오히려 표정을 더욱 심각하게 했다. 고영대를 위해서 화를 내는 척까지 해주었다.

“겨우 그것 때문에요? 정말 너무하네요. 그래도 걱정하지 마세요. 형님은 우주의 기운이 보호하고 있습니다. 채순실과 찢어진다고 해도 내년 대선에서 반드시 승리하실 겁니다.”

“정말 그럴까?”

“우주의 기운이 그렇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제가 목숨 걸고 장담할 수 있습니다. 저만 믿으세요.”

서유림이 눈에 힘을 주며 고영대를 바라보았다.

고영대는 서유림의 말을 찰떡같이 믿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서유림의 마인드컨트롤이 고영대의 정신을 이미 완전히 제압한 상태였기 때문이다.

“내가 어떻게 해야 할까?”

“간단합니다. 돈 관리만 잘하면 됩니다. 채순실이 그렇게 큰힘을 쓸 수 있는 것도 어차피 돈 때문이잖아요. 일단 모든 재산을 정리해서 채순실이 모르는 곳에 숨겨두죠.”

“어디에?”

“제가 믿을만한 사람 하나를 내세워서 유령회사를 만들겠습니다. 그곳에 모두 숨겨놓으면 될 겁니다. 물론 회사의 자금관리는 형님이 다 하시게 될 겁니다.”

“오, 그러면 되겠군.”

고영대의 눈빛이 초롱초롱 빛났다.

“그런 다음 채순실과 완전히 갈라서세요. 어정쩡하게 숙이는 것보다는 아예 고개를 빳빳이 들고 대드는 게 낫습니다. 형님 정도 위치면 그럴 힘이 충분합니다. 채순실도 감히 어쩌지 못해요.”

“정말 그럴까?”

고영대는 자신이 없어보였다. 채순실에 의해 키워졌고, 지금도 채순실의 그늘 아래서만 자라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그늘을 벗어나서 홀로 설 생각을 하니 두려울 수밖에.

하지만 그 두려움보다 강한 힘이 바로 마인드컨트롤이었다.

“우주의 기운이 형님을 보호하고 있다니까요. 저만 믿으세요. 일단 재산부터 다 정리하세요. 제가 일주일 안에 돈 입금하실 통장 만들어드리겠습니다.”

“그래. 내일 당장 부동산 다 내놓고, 동산도 정리할게.”

고영대는 빠르게 움직였다. 다음날 바로 부동산 사무실을 찾아가서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을 모두 급매로 내놓았다. 자신이 거주하고 있는 오피스텔도 내놓았다.

고영대의 재산이 생각보다 많았다. 급매물로 내놓았는데도 무려 400억 원어치가 넘었다.

동산까지 합하면 450억 원가량이었다.

서유림이 김영자에게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

“여사님. 부동산 나왔습니다.”

- 나도 확인했어요. 모두 사들일게요.

고영대가 내놓은 부동산은 모두 김영자가 사들였다. 물론 차명으로 사들였기 때문에 몇몇 사람을 제외하고는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전혀 없었다.

그러는 사이 서유림도 통장을 준비했다. 유령회사는 이미 만들어진 상태였기 때문에 사실 준비할 것도 없었다.

다시 고영대를 찾아갔다.

“이 통장에 넣으시면 됩니다. 통장은 형님께서 관리하시고요. 여기에 공인인증서 담겨있습니다.”

“고마워, 동생.”

고영대가 통장과 USB 등을 건네받으며 서유림의 손을 꼭 쥐었다.

서유림도 그런 고영대의 손을 힘 있게 잡아주었다.

“이제 시작입니다. 잊지 마세요. 형님은 우주의 기운을 받고 있습니다. 절대 지지 않아요. 용기를 내세요.”

“그래. 난 동생만 믿을게.”

서유림도 고영대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그리고는 고영대의 오피스텔을 나섰다.

이제 마지막 단계로군.

고영대의 오피스텔을 나온 서유림은 곧장 채순실에게 전화를 걸었다.

“대모님. 악령과 관련해서 말씀드릴 일이 있습니다. 아주 중요한 일입니다. 언제쯤 만나 뵐 수 있을까요?”

- 그런 일이라면 당장 만나야지. 지금 내 사무실로 와요.

“그렇지 않아도 대모님 사무실로 가는 중입니다.”

- 현관에 이야기해놓을게. 곧장 올라와요.

“예, 대모님.”

20분 정도 후에 채순실의 사무실에 도착했다.

서유림이 도착하자 채순실이 얼른 손을 잡고 자신의 방으로 이끌었다.

“무슨 일이야?”

하여튼 제 마음대로라니까. 존댓말 썼다가, 반말 썼다가. 그냥 쭉 반말만 하던가.

“드디어 대모님께 저주를 퍼부은 자가 누구인지 알아냈습니다.”

채순실의 눈이 화들짝 커졌다.

“그래? 그 새끼가 누군데?”

“대모님 혹시······ 고영대 의원님과 최근에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습니까?”

“고영대?”

뜻밖의 이름이 튀어나오자 채순실의 눈이 더욱 커졌다.

하지만 이내 알겠다는 듯 눈초리를 가늘게 하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고영대가 그랬다고? 겨우 그 일로?”

“그 일이라뇨?”

“사실······.”

채순실이 자초지종을 이야기했다.

서유림이 빤히 아는 이야기였다. 그런 상황이 되도록 만든 사람이 바로 서유림이었으니까.

핵심은 간단했다. 서유림에게 체력을 빨린 고영대가 밤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그 일로 채순실이 몇 번 면박을 준 것이다.

‘이제 버릴 때가 된 건가?’ 하는 식으로 말이다.

서유림이 깜짝 놀란 듯 물었다.

“버리겠다는 말씀까지 하셨습니까?”

“그냥 농담으로 이야기한 거지. 애써 키워놓은 사람인데 그렇게 쉽게 버릴 수야 있겠어? 하지만······.”

채순실이 뒷말을 삼켰다.

하지만 서유림은 그 뒷말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고영대가 먼저 자신을 배신했으니 더는 고영대를 안고 갈 이유가 없다는 이야기겠지.

이제 다 끝난 일이다. 서유림이 살짝만 부추겨주면 그 즉시 실행에 옮길 것이다.

“그랬군요. 악령을 불러오는 저주 의식이 고영대 의원의 오피스텔에서 이루어졌습니다.”

“확실해?”

“우주의 기운이 그곳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아마 지금도 저주 의식에 사용되었던 물건들이 보관되어있을 겁니다.”

채순실이 어금니를 깨물었다. 눈매도 독사처럼 날카로워졌다.

더는 참을 수 없다는 듯 벌떡 일어서서 인터폰을 집어 들었다.

“경호팀 준비시켜. 고영대의 오피스텔로 갈 거야.”

인터폰을 내려놓은 채순실이 서유림을 바라보았다.

“너도 같이 가.”

그건 곤란하다. 서유림이 눈앞에 있으면 고영대가 서유림을 배신자로 지목할 수도 있거다. 그리고 분노와 실망이 너무 크면 마인드컨트롤이 깨질 수도 있다.

위험한 상황은 가능한 한 만들어지지 않게 하는 게 가장 현명한 방법일 것이다.

“죄송합니다. 제가 정말 좋아하던 형님입니다. 차마 그곳으로는 못 갈 것 같습니다. 이해해주십시오.”

채순실 역시 서유림의 마인드컨트롤 아래 사로잡혀있었다. 웬만해서는 서유림의 말을 거부할 수 없었다.

“알겠어. 그럼 경호팀과 함께 가도록 하지.”

채순실이 그대로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그날 조금 늦은 밤.

채순실로부터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서유림은 조금은 긴장되었다. 고영대가 서유림과 관련한 이야기를 채순실에게 폭로했을 수도 있으니까.

그러면 채순실이 마인드컨트롤에 걸린 와중에도 서유림을 의심할 수 있다.

하지만 첫 마디를 들어보니 괜한 걱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고마워요, 유림씨. 유림씨 덕분에 오늘부터 두 다리 쭉 펴고 잘 수 있을 것 같아요.

“다행입니다. 그런데 고영대 의원님은······?”

- 그래도 차기 대권후보까지 되는 사람인데 함부로 할 수는 없지. 그냥 손발을 다 자르고 천천히 말려 죽이기로 했어요. 그런데 이놈이 정말 앙큼하네. 이미 내 손에서 벗어날 준비를 하고 있더라고. 오피스텔까지 모두 처분하고 말이야.

“역시 그랬군요.”

- 그것 때문에 전화한 건 아니고, 고영대를 버렸으니 누군가가 그 자리를 대신해야 하지 않겠어요? 내가 우리 모임에 유림씨를 추천할까 하는데 어때? 관심 있어?

우리 모임?

그거 황국회잖아.

당연히 관심이 있지. 지금까지 그것만을 바라보며 달려왔는데.

“고영대 형님께는 죄송하지만, 대모님께서 기회만 주신다면 최선을 다해서 보필하겠습니다.”

- 유림씨는 나 배신하지 않을 거지?

“대모님께는 우주의 기운이 강하게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와 대모님 사이에는 상생의 기운이 흐르고 있고요. 대모님과 함께 해야만 제가 쭉쭉 성장할 수 있다는 뜻이죠. 그런데 배신이라뇨.”

- 오호호. 좋아요. 나흘 후에 모임이 있을 예정이에요. 그때 초대할 테니까 시간 비워두도록 해요.

“감사합니다, 대모님.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통화를 마친 서유림이 자신도 모르게 팔을 쭉 뻗었다.

“만세!”

아무래도 오늘은 잠이 잘 올 것 같다. 아직은 조금 이른 시간이지만, 이렇게 홀가분할 때 푹 자둬야지.

서유림이 이불을 깔고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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