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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미친 잠재력-163화 (163/196)

# 163

왠지 모르게 믿음이 가는 친구 (2)

게다가 이렇게 조심스럽고 겸손한 친구라니. 그래서 더욱 자신의 마음을 열어주고 싶었다.

“괜찮아. 넌 지금부터 내가 하라는 대로만 하면 돼. 알겠어?”

“예, 의원님.”

“어허, 형님이라고 부르라니까.”

“예, 형님.”

서유림이 마지못해 형님이라고 불렀다.

고영대는 그 ‘형님’이라는 소리가 너무도 듣기 좋았다. 괜히 입술에 피식피식 웃음이 머금어졌다.

“하하, 좋아 좋아. 아주 좋아. 그런데 임채모 선생님은 대체 어떻게 한 건가?”

“어떻게 하다니요?”

서유림이 취기 가득한 눈으로 고영대를 바라보며 물었다. 취기를 몰아내려고 연신 눈에 힘을 주는 척했다.

“오늘내일 하시던 분이 하루 만에 벌떡 일어나셨잖아. 그러면서 그 모든 게 동생 덕분이라고 하고.”

“아, 그것 말씀이십니까? 하하하.”

서유림이 활짝 웃으며 말을 아꼈다.

시간을 조금 끌자 고영대가 조급한 표정을 하며 재촉했다.

“정말 동생이 어떻게 한 거야?”

그러자 서유림이 잠시 말을 멈추고 고영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뭔가 진지한 말을 하기에 앞선 그런 그윽한 눈빛이었다.

술기운에 핏발이 가득 섰는데도 진지함이 느껴졌다.

서유림이 툭 던지듯 물었다.

“형님은 혹시 우주의 기운을 느껴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우주의 기운?”

고영대의 눈이 살짝 커졌다.

후훗, 많이 들어본 단어일 거다. 네가 신처럼 모시는 채순실이 하루가 멀다고 떠들어대는 단어가 바로 ‘우주의 기운’이니까.

게다가 너도 미신을 그렇게 깊이 믿는다며. 하루가 멀다고 점집 찾아가서 점을 보고.

그래서 작전을 좀 썼지.

“예, 우주의 기운. 그날 그걸 느꼈습니다. 그 기운이 저를 통해서 임채모 선생님께 흘러들어갔죠. 그러더니 갑자기 벌떡 일어나신 겁니다.”

고영대의 눈은 어느새 활짝 떠져있었다. 눈빛이 초롱초롱했다.

“안 믿어지시죠? 사실 저도 못 믿었습니다. 하지만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저는 지금도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우주의 기운을 불러올 수 있거든요.”

“그게······ 정말이야?”

“그렇다니까요. 그래서 임채모 선생님께 특별히 부탁해서 형님을 찾아뵌 겁니다. 형님께도 우주의 기운을 드리기 위해서요. 그러면 틀림없이 내년 대선에서 승리하실 수 있을 겁니다.”

고영대의 눈빛은 완전히 별빛 같았다.

“그 우주의 기운······ 지금도 불러올 수 있어? 나도 체험할 수 있어?”

“물론입니다. 아, 그런데 술이 취해서 잘 될지 모르겠습니다. 원래 이런 건 경건한 마음으로 해야 하는 건데. 그래도 가볍게는 불러올 수 있을 겁니다.”

“해줘봐. 보고 싶어.”

고영대가 안달했다. 빨리 우주의 기운을 체험하고 싶어서 조급증이 느껴지는 듯했다.

까짓 어려울 것 없다.

아니, 서유림도 빨리 시도하고 싶었다. 마인드컨트롤을 오랫동안 사용하니 체력이 쭉쭉 빠지는 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아직은 버틸 만했지만, 이쯤에서 체력 보충 좀 해줄 필요가 있었다.

“한번 해보죠. 죄송한데 손을 좀 잡아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고영대가 서유림의 손을 덥석 잡았다. 그린 포이즌을 살짝 투입하면서 체력을 적당량 빨아주었다.

그러자 고영대가 이마에 주름을 만들면서 가벼운 신음소리를 흘렸다.

“······아!”

아마 지금쯤 짜릿한 환각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아주 조금 투입했으니 지속시간은 10초를 넘기지 않겠지.

서유림도 환각을 느끼는 척했다. 오히려 고영대보다 더욱 심하게.

“······으으!”

10초 정도 지나자 고영대가 먼저 환각에서 깨어났다. 아직 환각의 잔영이 남아있었지만, 그래도 상황을 살필 정신은 되었다.

서유림은 여전히 오만상을 찌푸리며 힘들어하고 있었다.

“동생. 괜찮아?”

고영대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서유림의 어깨를 잡고 흔들었다. 서유림에 대한 걱정보다는 자신에 대한 걱정이었다. 혹시 뭔가가 잘못된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

서유림은 조금 더 시간을 끌고 눈을 떴다.

고영대를 바라보았다.

“느끼셨습니까?”

“꼭 필로폰 맞은 것 같은 느낌 말하는 거야?”

필로폰을 맞아본 모양이군. 아니면 그냥 지레짐작하는 건가?

“네.”

“그거라면 느꼈어. 아주 잠깐이긴 하지만.”

그러자 서유림이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무척이나 힘겨운 듯한 미소였다.

“그럼 성공이군요. 다행입니다. 휴우.”

“그런데 왜 그렇게 힘들어하지?”

“죄송합니다. 우주의 기운을 사용하면 제 수명이 조금씩 줄어드는 느낌이거든요. 큰 보상을 얻기 위해서는 역시 그만한 희생이 뒤따르는 모양입니다.”

“이런······. 그럼 나를 위해서······?”

고영대가 걱정해주는 척했다.

“괜찮습니다. 제가 몇 년 더 사는 것보다는 형님 같으신 분께서 대통령이 되어서 이 나라를 잘 이끌어주시는 게 훨씬 큰일입니다. 그런데······ 형님은 피곤하지 않으세요? 임채모 선생님은 우주의 기운을 받고 처음에는 무척 피곤해 하셨는데.”

“사실 나도 지금 무척 피곤해. 그래서 혹시 뭐가 잘못된 건가 했지.”

당연히 그럴 것이다. 체력을 거의 60% 정도 흡수해줬으니까.

아마 며칠간은 여자 생각도 안 날걸.

서유림이 더욱 활짝 웃었다.

“그럼 확실하군요. 제가 간절히 기도했으니 우주의 기운이 틀림없이 내년 대선에 작용할 겁니다.”

“오오······.”

고영대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벌써 내년 대선에 승리해서 대통령이라도 된 사람 같았다.

“고마워 동생. 내가 동생의 마음은 절대 잊지 않을게. 내가 대통령이 되면 동생은 무조건 장관자리 하나 갖게 될 거야.”

“감사합니다. 이왕이면 문화체육 쪽으로 시켜주세요. 그쪽 분야에서 하고 싶은 일이 아주 많거든요. 시켜만 주신다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서유림이 욕심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그래야 고영대가 더욱 확실하게 믿어줄 테니까. ‘역시 뭔가 바라는 게 있어서 이토록 큰 희생을 하는 거구나.’ 하는 믿음 말이다.

그런데 정말로 피곤하네.

고영대와 벌써 세 시간이 넘도록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 긴 시간동안 계속 마인드컨트롤 마법을 사용하고 있으려니 체력이 자꾸만 고갈되었다.

이대로 서너 시간만 더 하면 완전히 녹초가 될 것 같다.

어디 적당한 놈 없나? 체력 보충 좀 더 해야 할 것 같은데.

“형님. 죄송합니다만 오늘은 너무 피곤해서 일찍 쉬어야 할 것 같습니다. 우주의 기운을 사용하고 나면 도저히 버티기가······.”

“오, 그래. 쉬어야지. 우리 자주 만나세, 동생.”

당연히 그래야지. 그래야 체력도 자주 빨아주고 마인드컨트롤도 더욱 자주 사용해주지.

“아시겠지만 우주의 기운을 받으면 그때부터는 몸과 마음을 정갈하게 하셔야 합니다.”

“알겠어. 고마워 동생. 내가 집까지 태워다줄까?”

“아닙니다. 대중교통 이용하겠습니다.”

서유림이 고영대와 헤어졌다.

곧장 집으로 향하지는 않았다.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진 체력을 보충해야 하니까.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다. 채희라는 물론이고 장로들을 통해서 조폭들의 근거지를 많이 알아두었으니까.

마침 근처에 크지 않은 조직도 하나 있었다. 사실 조직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할 정도의 규모였다. 동네 앙야치 수준이랄까?

하지만 질은 좋지 않았다. 인근의 중학생, 고등학생 들 중에서 싸움 좀 한다는 놈들을 똘마니로 만들고 학생들의 돈을 뜯게 하는 게 이놈들의 주특기였다.

나중에는 그 똘마니 학생들 중에서 가려 뽑아 조직원으로 삼으면서 성장하려 하겠지.

그런 놈들은 시작부터 뿌리를 뽑아줘야 한다.

어느새 자정에 가까운 시각.

놈들의 아지트는 당구장이었다. 당구장도 조직 소유였다.

서유림이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당구장 계단을 올랐다. 당구장 내부를 살폈다.

저기 있군.

기억력이 워낙 좋아져서 얼굴이 모두 기억났다.

조직원 여섯 명이 두 팀으로 나누어 당구를 치고 있었다.

서유림이 뚜벅뚜벅 다가갔다. 코앞까지 다가가서 느닷없이 두 놈의 뒷목을 움켜쥐었다.

“억! 뭐······?”

뒷목이 잡힌 놈들은 순식간에 체력이 빨려서 바닥으로 쓰러졌다. 그러자 나머지 놈들이 큐대를 거꾸로 들고 몽둥이처럼 휘둘렀다.

“너 뭐 하는 새끼야?”

“저 새끼 잡아.”

하지만 서유림의 움직임을 멈추게 하지는 못했다. 이리저리 움직이며 순식간에 여섯 놈의 체력을 모두 빨아주었다.

근처에 있던 다른 손님들은 다들 두려워서 구석으로 피해있었다.

“누······ 누구야?”

사장이 큐대를 들고 뛰어오려다가 조직원들 모두가 순식간에 제압당하자 멈칫거렸다.

서유림이 이번에는 사장에게 다가갔다. 그대로 멱살을 움켜쥐었다.

“경고하는데 다시는 학생들을 상대로 이상한 짓거리 하지 마라. 한 번만 더 그러면 그땐 영원히 깨어나지 못하게 해줄 테니까. 알겠나?”

사장은 어느새 겁에 질려있었다. 서유림의 압도적인 힘을 느끼고 반항은 꿈도 꾸지 못했다.

“그래도 지금까지의 죗값은 치러야지.”

서유림이 사장의 체력도 힘껏 빨아주었다.

사장도 순식간에 시체처럼 바닥에 쓰러졌다.

‘휴우, 이제 좀 살 것 같군.’

체력이 다시 가득 차오른 게 느껴졌다.

이놈들은 이삼일 뒷면 깨어날 것이다. 한 달 정도 고생하면 다시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겠지.

만약 그때에도 계속 나쁜 짓을 하고 다닌다는 소문이 들리면 다시 찾아올 것이다.

그러고 보니 체력 소모하는 문제는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전국에 이런 놈들이 널려있으니까. 한마디로 어딜 가나 체력 충전소가 상시 비치되어있다는 뜻이다.

조금은 씁쓸한 현실이었다.

서유림이 임채모와 관련한 인터넷 기사를 검색했다. 고영대를 공식적으로 지지한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그런데 여론이 생각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다. 기사의 댓글 반응을 보니 좋은 이야기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 역시 돈과 권력 앞에서는 정의도 인품도 없군.

> 임채모 실망이다. 사람이 변했어.

> 두리랜드는 이미지관리용이었던 건가?

> 조만간 임채모 의원님이라고 불러야 할지도 모르겠군.

하나같이 임채모의 고영대 지지를 비난하는 여론이었다.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다. 작금의 대한민국은 진보와 보수로 나뉘어 있으니까.

보수 쪽에서는 오히려 임채모의 고영대 지지선언을 환영했다.

하지만 진보진영의 반대가 워낙 거세서 인터넷 댓글이 진보의 반발로만 뒤덥힌 것이다.

임채모도 당연히 이런 분위기를 알고 있겠지. 기사와 댓글도 많이 봤을 테고.

마음고생이 좀 심하겠다. 전화로라도 위로 좀 드려야 할 것 같다.

서유림이 임채모의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임채모의 반응이 뜻밖이었다. 서유림이 댓글 분위기와 관련해서 힘내라고 응원하다 큰 목소리로 껄껄 웃었다.

- 하하하. 그것 때문에 전화한 거로구먼. 내가 풀이 죽어있을까 봐. 이 사람아, 왜 쓸데없는 걱정을 하고 있어? 나는 오히려 반대의 상황이 올까봐 걱정했다네. 반응이 이렇게 나와서 정말 다행이야. 하하하.

서유림이 걱정할까 봐 꾸며낸 이야기는 아닌 것 같았다. 그러기엔 목소리가 너무도 밝았다.

연기파 명배우라서 감정을 완벽하게 숨기는 건가?

그런데 그것도 아닌 듯했다.

- 다행이야. 정말 다행이야. 자네 말이 맞았어. 내가 나서서 지지한다고 여론이 크게 바뀌지는 않아. 하하하.

진심이로군. 인터넷 댓글이 온통 비난의 말로 가득 찬 것을 너무도 기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렇다면 서유림도 다행이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선생님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이번 일 반드시 성사시키겠습니다.”

- 그래야지. 난 자네만 믿네.

흐뭇한 마음으로 통화를 마쳤다.

다른 기사들도 검색했다.

한상민과 관련한 기사도 있었다.

[유진그룹 회장의 장남이자 전 유진그룹 감찰실장인 H모씨. 마약관련 범죄행위 일체 인정. 유진그룹 충격의 도가니에 빠지다.]

며칠간 버티더니 기어이 인정했군.

기사 내용을 보니 그룹 차원에서 대대적인 인사가 단행되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룹의 핵심을 이루던 감찰실장 한상민과 기획실장 한태민이 모두 범죄행위로 구속되었으니까.

감찰실장은 이미 한참 전에 한경민으로 바뀌었고, 기획실장은 아예 기획실 내부에서 승진인사 처리되었다.

아직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었다.

사실 모든 원흉은 회장 한유진이었다. 친일파의 자손으로서 황국회의 회원 중 한 명이니까.

겉으로 드러나는 악행은 없었지만, 한유진이 황국회에 매년 가져다 바치는 돈이 어마어마하다고 했다.

물론 그 돈은 모두 불법적인 요소로 벌어들인 것이다. 기업 활동을 성공통한 수익이라고 하지만, 그런 성공 자체가 대통령 영부인이 뒤에서 압력을 가해준 덕분이니까.

빨리 황국회를 뿌리 뽑아야 하는데.

서유림이 혼자 생각하고 있는데 휴대폰이 울렸다.

‘어! 권진아가 어쩐 일이야?’

그러고 보니 참 오랜만이다. 마지막으로 목소리를 들은 게 언제인지 가물가물할 정도다.

얼른 전화를 받았다.

“오랜만이네. 잘 지내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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