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미친 잠재력-159화 (159/196)

# 159

궁극적인 목표 (3)

[······P씨와 Y씨 등 7년 전 양평시 여고생 강간살인사건의 진범들이 모두 자수했습니다.

이들은 7년 전 3월 5일에 있었던 일······

경찰의 발표에 따르면 모든 피의자들의 진술이 정확히 일치하고······

이들은 사모회라는 이름의 모임을 갖고 있었는데, 그 이름도 사건 당일인 3월 5일을 따서 만들었다는······

하지만 사모회의 다른 회원들은 이후에 가입한 사람들로서 본 사건과는 관련성이 없는······

유일하게 자수하지 않은 윤 모씨는 현재 미국에서······.]

사모회 회원들의 자수 소식이 뉴스에 집중적으로 보도되었다.

사람들은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아야만 했다. 사건을 저지른 아홉 명 모두가 부와 명예, 권력의 중심에 있는 자들이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들은 속 시원하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저런 새끼들은 평생 콩밥 먹여야 한다니까.”

“그런데 별일이네. 갑자기 웬 자수야?”

“여고생 귀신이 나타났다잖아.”

“귀신?”

“그러니까 자네도 죄 짓고 살지 말어. 귀신한테 혼나는 수가 있어.”

다들 사모회 회원의 자수 이야기를 안주로 삼았다.

하지만 가장 후련하게 생각해야 할 도상국은 표정이 무거웠다. 자신의 손으로 복수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었다.

“딱 한 놈만이라도 나한테 걸렸으면······.”

아니, 오히려 그렇게 되지 않은 게 다행이다. 만약 그렇게 되었으면 도상국이 다른 범죄를 저지르게 되었을 테니까.

제아무리 억울하다고 해도 개인적은 복수는 엄연한 불법이니까.

물론 서유림처럼 쥐도 새도 모르게 할 자신이 있다면 모를까.

“어쨌건 누명 벗은 것 축하해.”

“감사합니다, 형님. 그런데 혹시 UFC 상하이 대회 소식 들으셨어요?”

“무슨 소식?”

“세르게이가 무서워서 샌더슨이 부상 핑계대고 빠졌잖아요. 그래서 경기 자체가 취소될 수도 있다고 하던데.”

샌더슨이? 무서워서 부상 핑계를 댔다고?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인가?

이번에 상하이에서 경기를 치르는 미들급의 샌더슨이라면 팀 샌더슨밖에 없다. 2년 전까지만 해도 미들급 챔피언으로 4차 방어에까지 성공했던 강자 중의 강자다.

게다가 나이도 아직 36세밖에 안 되었다. 조금 많은 나이이긴 하지만, 기량이 확 떨어질 정도로 노쇠한 나이는 아니었다.

그런데 상대 선수가 무서워서 도망치다니.

하지만 상대 선수가 세르게이라고 하니 한편으로는 이해도 되었다.

세르게이 이고노프.

혜성처럼 나타는 러시아 격투기의 신성이다. 나이는 겨우 스물네 살이고, 격투기 전적도 겨우 2년 밖에 안 되었는데, 격투기 전적이 벌써 10전 10KO승이다.

한 번도 진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모든 경기를 화끈한 KO로 끝내버린 것이다. 그것도 모두 2라운드가 끝나기 전에.

한마디로 압도적인 실력의 소유자라는 뜻이었다.

작년 중순에 UFC로 넘어왔는데, 그의 신화 같은 전적은 계속되었다. 두 번의 경기에서 상대방을 모두 압도적으로 제압했다.

웬만큼 압도적이면 그럴 수 있겠다고 할 텐데, 동영상을 보면 인간의 능력을 뛰어넘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기술은 물론이고 힘도 스피드도 엄청났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갑자기 눈이 번쩍 떠졌다.

‘혹시······ 마령의 계약자 아냐?’

그렇지 않아도 또 다른 마령의 계약자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분명 어딘가에는 있을 테니까.

하지만 이놈들이 갑자기 움직임을 멈추었다.

아니, 움직임을 멈춘 건 아니다. 오히려 전보다 더욱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누군가가 엄청난 힘으로 조폭들을 정리하고 다닌다는 소문이 있었다.

서유림이 광명회라는 이름으로 그랬던 것처럼.

서유림은 그것이 마령의 계약자가 꾸민 짓이라고 확신했다.

작전을 변경한 것이다. 정령의 계약자가 덫을 놓고 기다리고 있으니 그 덫으로 기어들어가지 않고, 오히려 정령의 계약자를 끌어들이는 덫을 놓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서유림이 움직임을 멈추었다.

물론 가서 공격하고 싶지만, 자제해야 한다. 아리아나의 말에 의하면 마령이 아닌 마왕이 와있을 수도 있으니까. 아니, 거의 확실했다. 정령의 계약자가 와있고, 열 마리나 되는 마령이 당했으니 마왕이 파견되는 것은 당연한 순서다.

어쩌면 하나가 아닌 둘에서 셋 이상의 마왕이 와있을 수도 있다.

과연 서유림이 마왕을 당해낼 수 있을까?

하나도 힘들 것이다. 그런데 만약 둘이나 셋이 한꺼번에 덤빈다면?

그런 놈들에게 대책도 없이 뛰어든다는 건 자살행위다.

그래서 서유림도 조용히 웅크리고만 있는 것이다.

만약 놈들의 정체라도 알고 있다면 기습이라도 가하겠지만.

그런데 마령의 계약자 비슷한 자가 나타났다.

만약 세르게이가 마령의 계약자라면 이번에는 그를 쉽게 흡수하지 않을 것이다. 세르게이의 움직임을 뒤쫓으면 마령들의 근거지를 알 수 있을 테니까. 재수가 좋으면 마왕의 위치도 알 수 있겠지.

물론 아닐 수도 있다. 천부적인 능력자일 수도 있으니까.

하지만 마령의 계약자일 가능성도 제법 높았다. 강해도 너무 강했으니까. 한때 전설이라고 불릴 정도의 강자였던 팀 샌더슨이 무서워서 도망칠 정도로.

‘그래. 내가 직접 부딪쳐서 시험해보자.’

그런데 격투기 일정이 겨우 한 달도 안 남았다. 게다가 UFC에서의 경력이나 인지도도 많이 부족했다.

과연 UFC가 서유림의 제안을 받아들일지 의문이었다.

하루라도 빨리 제안해보는 게 최선이겠지.

서유림은 밤이 깊어지기를 기다렸다. 알렉스 윌리스는 LA에 살고 있기 때문에 이곳 시간으로 자정이 넘어야 막 일어날 시간이 될 것이다.

지금쯤이면 일어날 때가 되었겠군.

서유림이 알렉스 윌리스에게 전화를 걸었다. 서유림의 UFC 대리인 격이었다.

- 헬로우.

알렉스의 목소리에 졸음기가 가득했다. 한참 꿈나라에 있다가 서유림의 전화 때문에 깬 듯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잠을 깨운 모양이군요.”

- 아, 한국의 서유림씨. 괜찮습니다. 어차피 일어나려던 참이었어요. 그런데 무슨 일로······?

“세르게이와 붙고 싶습니다.”

서유림이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했다.

그러자 알렉스 윌리스가 헛웃음을 놓았다.

- 하하, 서유림씨도 참. 세르게이는 UFC에서 가장 핫한 선수 중 한 명이에요. 두세 번만 더 경기하고 챔피언벨트에 도전할 선수라고요. 그런데 서유림씨와의 경기가 성사될 것 같아요?

내가 그걸 모를까?

“하지만 상대선수가 없잖습니까? 이대로라면 상하이 경기 자체가 취소될 수도 있다면서요.”

- 그래도 유명선수를 무명선수와 대결시키는 일은 없습니다. 그건 못 들은 걸로 하죠.

알렉스 윌리스가 먼저 전화를 끊었다.

허무하네. UFC 대표에게 말도 전해보지 않고.

그래도 포기할 수 없다. 확인해보고 싶었다.

게다가 세르게이 같은 선수를 상대로 승리를 거둔다면 UFC에서 서유림의 입지는 더욱 탄탄해지겠지.

‘좋은 방법이 없을까?’

잠시 고민하던 서유림이 손가락을 튕겼다.

서유림이 다시 알렉스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번에도 단도직입적으로 용건부터 말했다.

“UFC의 데이먼 대표에게 이 말씀을 꼭 전달해주세요. 만약 이번 상하이 경기에서 저를 세르게이와 붙게 해준다면 어느 경기장을 선택하건 그 경기장을 관중으로 꽉 채워주겠습니다.”

- 예? 서유림씨가요? 무슨 능력으로······?

서유림이 가볍게 웃었다.

“제가 입장할 때 와이제이와이를 동행시키겠습니다. 그 사실을 사전에 홍보한다면 경기장이 몇 석이 되었건 무조건 만원이 될 것입니다.”

- 아! 와이제이와이. 나도 알아요. 중국은 물론이고 아시아 전체에서 아주 핫한 스타죠. 그 분들과 친분이 있으신가요?

소식이 많이 어둡군. YJY의 재기를 성공시킨 게 누군데.

“조금 친분이 있습니다.”

- 알겠습니다. 오늘 안으로 연락드리겠습니다. 아, 한국은 자정이 넘었겠군요. 이따 오후에 전화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음날 아침.

미국의 알렉스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 데이먼 대표에게 서유림씨 이야기를 전해드렸습니다. 아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계시더군요.

당연하겠지. UFC가 중국 시장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그래서 수년 전부터 중국 시장을 계속 노크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계속 실패였다. 일본과 한국의 격투기단체는 대회 때마다 흥행에 성공하는데 유독 UFC만큼은 중국에서 인기가 없었다.

그러니 이런 황금 같은 기회를 포기할 이유가 없겠지.

게다가 서유림은 이미 아시아 격투기시장에서 핫한 아이콘이었다. 비록 권이슬과의 경기에서 1패를 기록하긴 했지만, 그 경기를 제외하면 세르게이 못지않은 임팩트를 보여주었다.

오히려 세르게이를 능가했다. 무려 무제한급 토너먼트에 출전해서 모든 선수를 1라운드만에 KO시키고 우승을 거머쥐지 않았는가?

어쩌면 세르게이와 서유림의 경기 자체만으로도 큰 흥행요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을 제시하셨습니다.

“어떤 의문인가요?”

- 서유림씨가 정말로 YJY를 입장시킬 수 있나요? YJY가 동반입장을 거절할 수도 있는 일 아닙니까?

물론 그럴 수 있지.

- 그래서 말씀인데, 먼저 YJY의 약속부터 받아야겠습니다. 그러면 대결을 성사시켜드리죠.

역시 확실한 걸 좋아하는군.

당연한 일이다. 나라도 그렇게 했을 테니까.

하지만 걱정할 것 없다. YJY의 동반입장은 100% 가능하니까.

요즘도 YJY의 영웅제중과 하루가 멀다고 통화하고 있다. 그럴 때마다 영웅제중이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은혜 갚아야 하는데.’라는 말이었다.

설마하니 그냥 립서비스로 한 말은 아니겠지?

그래도 혹시 모르니 확인은 해봐야겠다.

“알겠습니다. 다시 연락드리죠.”

통화를 마치고 마루 엔터테인먼트에 전화를 넣었다.

관련 내용을 이야기하자 두말할 필요도 없이 OK를 외쳐주었다.

- UFC라. 잘됐군요. 그렇지 않아도 YJY가 이번에 신곡을 냈습니다. 입장곡으로 신곡을 발표하는 것도 좋을 것 같군요. 잘하면 미국 시장에도 진출할 수 있을 것 같고.

“감사합니다. 이왕이면 저와의 의리를 지키는 멋진 사나이들이라는 식으로 홍보하면 더 좋겠군요.”

- 오, 그것 참 좋은 아이디어입니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다 하셨어요?

겨우 그 정도를 아이디어라고 할 수 있나?

연예인은 이미지로 먹고 사는 존재다. 이런 기회에 ‘의리의 사나이’라는 이미지를 확고히 한다면 인기도 그만큼 확고해지겠지.

게다가 이번 기회에 YJY의 사연을 해외에 소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연이 먹혀들면 YJY의 인기도 함께 상승하겠지.

한마디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 될 것이다.

“UFC에서 확실한 약속을 원하고 있습니다. 계약서 같은 게 있으면 좋겠는데.”

- 문제없습니다. 곧 만들어서 보내드리겠습니다.

통화를 마치고 다시 알렉스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니, 전화를 걸려고 했다. 그러다가 어딘가 모르게 찜찜한 느낌이 들어서 다시 휴대폰을 내려놓았다.

이거 왠지 손해 보는 느낌이잖아.

사실 서유림이 손해 볼 것은 없다. 세르게이의 정체도 확인하고, UFC에서의 인지도도 높일 수 있으니 이득만 가득하지.

문제는 YJY다.

물론 일이 계획대로만 풀린다면 YJY도 미국이나 유럽 진출이라는 엄청난 성과를 이룰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가능성이 낮은 이야기고, 또한 그만한 투자에 대한 결실을 얻는 것에 불과하다.

그런데 UFC는 뭐야? 돈 한 푼 안 내고 YJY 같은 대스타를 공짜로 활용하는 거잖아.

이건 아니지. 왜 UFC에게만 공짜 이득을 챙겨줘야 하는데?

게다가 UFC가 아쉬울 게 하나 없는 상황도 아니다. 중국이라는 엄청나게 매력적인 시장이 눈앞에 있잖아.

그 시장을 갖느냐 못 갖느냐의 문제다.

그렇게 따지면 오히려 칼자루는 서유림과 YJY가 쥐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쪽에서 배짱을 부릴 이유는 충분하다는 거지.

막말로 서유림이 상하이 경기 못 뛴다고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니고.

누가 얻고 잃는 게 큰지 비교해보면 UFC가 수백 배는 클 것이다.

그래. 이대로는 안 돼. 거래라는 게 공평해야지.

서유림이 다시 고민을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괜찮은 방법이 떠올랐다. 하여튼 잔머리는 기가 막히게 좋아졌다니까.

서유림이 비로소 알렉스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

알렉스가 기다렸다는 듯 얼른 받았다.

- 아, 서유림씨. 어떻게 되었습니까?

“이야기 잘 되었습니다. 즉시 계약서 만들어서 보내주겠답니다.”

- 오, 그렇군요. 정말 잘 되었습니다.

알렉스의 목소리에서 희열이 느껴졌다. 엄청난 성과를 이루었다고 자축하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아직 샴페인을 터뜨리기엔 이르단다. 한국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하는 거거든.

“말 나온 김에 말씀드리자면 이번 대회에서 얻는 수익금 전액을 유니세프에 기부하기로 했습니다. 저는 대전료 전액을, YJY는 출연료 전액을요.”

- 예? 출연료라뇨? 저희 UFC에서는 YJY에게 출연료를 주기로 한 적이 없는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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