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미친 잠재력-154화 (154/196)

# 154

나한테 왜 그랬어요 (1)

어느 방법이 놈들에게 더욱 큰 타격을 줄 것인가가 관건이었다.

전자보다는 당연히 후자가 나을 것이다. 그래야 인생도 망치고 국민들과 지인들로부터 비난도 받을 테니까.

그러다가 만약 죗값을 제대로 치르지 않는 상황이 되면?

글쎄. 과연 그런 상황이 올 수 있을까? 이 정도 증거면 제아무리 대단한 권력을 동원한다고 해도 경찰을 짓누를 수는 없을 것 같은데.

그래도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땐 서유림의 방식으로 다시 처벌하면 되겠지.

서유림이 장성식과 육구봉, 황상규 등이 갇혀있는 지하실로 향했다.

<< 죄를 뉘우치고 있는가? >>

서유림의 물음에 다들 머리를 조아렸다.

“예. 잘못했습니다. 목숨만 살려주십시오.”

“살려주세요. 잘못했습니다.”

다들 목소리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닷새가 넘도록 고문을 당하다 보니 몸도 마음도 모두 만신창이가 된 상태였다.

<< 만약 살 기회를 준다면 자수하여 죗값을 달게 치르겠는가? >>

“살려만 주십시오.”

“그렇게 하겠습니다.”

진심으로 그러겠다는 마음은 없을 것이다. 다만 살고 싶다는 생각에 무조건 Yes만 외치는 것이겠지.

하지만 그렇게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안 그러면 죗값을 더욱 혹독하게 치러야 할 테니까.

이들도 이제는 그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 좋다. 경찰에 가서 모두 자백해라. 만약 제대로 처벌받지 않는다면 내가 너희를 다시 잡아와서 평생 폐인으로 살도록 만들 것이다.

그러면 어떻게 되는 지는 잘 알고 있겠지? >>

다들 두려움으로 몸을 떨었다. 서유림이 이들 앞에서 흑사파와 가디언스파 조직원 몇을 폐인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령들을 이용해서 몇 가지 능력들도 보여주었다. 인간의 능력으로는 이룰 수 없는 것들이었다.

서유림이 황상규, 장성식 등을 다시 승합차에 태웠다.

승합차는 곧장 서울지방경찰청으로 향했다. 경찰청 앞에서 황상규 등을 내려주고는 다시 빠르게 사라졌다.

황상규 등은 경찰청 앞에서 엉거주춤 움직이지 못했다. 저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될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돈도 빼앗기고, 휴대폰도 빼앗기고, 달아날 힘도 빼앗겼다. 게다가 어디에선가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달아나다가 걸리면 다시는 회생할 수 없을 것이다.

다들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터벅터벅 경찰청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담당의사가 병실로 들어왔다.

한상민이 고개만 돌려서 의사를 바라보았다.

“좀 어떠십니까?”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수술이 아주 잘 됐습니다. 경과도 좋고요.”

의사가 아주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었다.

한상민도 나름대로는 만족스러웠다. 예전 같은 몸으로 완치될 수는 없다고 하지만, 그래도 한두 달 정도면 정상적인 활동이 가능하다지 않는가?

이제 포기할 건 포기해야지.

“수고하셨습니다.”

의사가 몇 가지를 더 묻고 이야기한 후에 병실을 나갔다.

한상민의 표정이 다시 어두워졌다.

‘그런데 이놈들은 단체로 어디로 사라진 거야?’

비서 장성식도 69캐피탈의 육구봉도 어느 날 갑자기 종적을 감추었다. 그리고는 벌써 일주일이 넘게 소식이 없었다.

장성식이야 잠수를 탄다고 했으니 이해가 가지만 육구봉은 왜?

그게 자꾸만 마음에 걸렸다.

그런데 병실 문이 열리면서 기분 나쁜 목소리가 들려왔다.

“수술 잘 됐다면서요? 축하드립니다.”

서유림이었다.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쁜 얼굴이었다. 아무래도 서유림은 입구에서 내쫓으라고 경호원한테 일러둬야 할 것 같다.

“왜 또 왔어? 꼴 보기 싫으니까 오지 말라고 했잖아.”

한상민이 문전박대하듯 쏘아붙였다.

하지만 서유림은 뭐가 좋은지 싱글벙글이었다.

이렇게 좋은 날 어떻게 안 찾아올 수 있겠는가? 오늘 아주 좋은 구경을 하게 될 텐데.

“복숭아 좀 사왔는데 드실래요? 와! 맛이 엄청 달아요.”

“됐어 인마. 가!”

물론 가야지. 하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다. 곧 좋은 구경거리가 생긴다니까.

아! 벌써 시작된 모양이다. 밖에서 조금은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병실로 들어가겠다는 경찰과 막아서는 경호원 사이의 작은 실랑이였다.

하지만 감히 누가 경찰을 막아서.

잠시 후 문이 열리면서 경찰 두 명이 함께 들어왔다.

한상민이 눈을 크게 떴다. 얼굴도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후훗, 자신을 잡으러 온 것임을 직감한 모양이군.

경찰이 한상민을 향해 신분증을 보여주었다.

“한상민씨. 마약 밀수입과 불법유통과 관련해서 몇 가지 여쭤볼 게 있어서 왔습니다. 이 정도만 말씀드려도 대충 어떤 상황인지는 아시겠죠?”

“그게 무슨······? 마약이라뇨?”

한상민이 나름대로 발뺌해보았다.

하지만 경찰의 얼굴에는 여유로운 웃음이 가득했다.

“하하, 이미 장성식씨, 황상규씨, 육구봉씨 등 관련 피의자들이 모두 자수하였습니다. 보이시죠?”

경찰이 사진을 보여주었다.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피의자들의 사진이었다.

한상민의 얼굴은 백짓장처럼 하얘졌다.

후훗, 꼴좋군! 내가 이 모습을 꼭 보고 싶었다니까.

“마약이라고요? 에이, 설마하니 우리 한상민 실장님이 그런 개 같은 짓을 했을까요? 그나저나 어떤 개새끼들이 자꾸 마약을 취급하는 거야? 그런 새끼들은 다 총살시켜버려야 한다니까.”

서유림이 한상민 들으라는 듯 이야기하며 병실을 나갔다.

한상민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눈을 감았다.

‘시발! X됐네.’

* * *

[대기업 총수의 아들이 태국에서 필로폰을 밀반입한 정황이 드러나 경찰에 수사 중입니다.

Y그룹 총수의 아들이자 Y그룹에서 중견급 간부로 근무하는 한 모씨는 주식회사 썬푸드라는 회사를 타인의 명의로 세우고 무려 10kg이나 되는 필로폰을 밀반입하여 국내에 유통했습니다.

이에 대하여 Y그룹은 아직 밝혀진 사실이 없다며 공식적인 발표를 자제한 채 경찰의 조사······]

서유림의 얼굴에 흐뭇한 미소가 지어졌다.

절대 빠져나갈 수 없을 것이다.

그래도 만약 빠져나간다면?

그러면 한상민은 슬퍼해야 할 것이다. 감옥에서보다 더욱 혹독한 처벌을 감옥 밖에서 받게 될 테니까.

이제 체육관에나 가볼까? 요즘 이런저런 일이 바쁘다 보니 체육관에서 운동할 시간도 부족했다.

서유림이 복성체육관으로 향했다.

복성체육관은 민들레 인근으로 확장 이전한 상태였다. 서유림도 복성체육관이 이전하자마자 강성체육관을 나와서 이곳을 다니고 있었다.

강종범이 제자들을 가르치다가 서유림을 발견하고는 손을 들어보였다.

“유림이 왔어?”

“예, 형님.”

복성체육관 이전으로 가장 큰 혜택을 본 사람이 바로 강종범이었다. 제자들을 가르치면서 드디어 그의 실력이 진가를 드러내고 있었다.

강종범도 체육관 코치 일에 적성이 맞는 듯했다.

서유림이 체육관을 눈으로만 한 바퀴 둘러보았다. 넓은 체육관이 꽉 찰 정도로 관원들이 많았다.

그런데 도상국이 안 보이네. 벌써 오후 두 시나 되었는데.

서유림이 강종범에게 다가가서 슬쩍 물었다.

“상국이는 아직 안 나왔습니까?”

“상국이? 아침 일찍 보육원으로 간다고 들었는데. 오늘 참사랑 보육원에서 체육행사 있잖아.”

그런 게 있었나? 서유림은 금시초문이었다.

그런데 가만, 참사랑 보육원이라고? 거긴 지금 가면 안 되는데.

서유림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사모회가 아직도 도상국을 찾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있을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도상국이 다닐만한 곳을 감시하고 있을 것이다. 재수 없이 걸리면 위험해진다.

이놈이 간덩이가 부었네. 그렇게 죽다 살아났으면 알아서 조심해야지.

서유림이 얼른 조용한 곳으로 가서 도상국에게 전화를 걸었다.

다행히 금방 받았다.

- 네, 형님.

“보육원에 갔다고?”

- 네. 오늘 여기 체육행사 하거든요.

“그렇다고 거길 가면 어떻게 해? 네가 지금 어떤 상황인지 잊은 거야? 그러다가 사······ 아니, 놈들 눈에 띄기라도 하면 어쩌려고?”

하마터면 사모회 이름을 이야기할 뻔했다.

아직은 도상국에게 밝혀서는 안 될 이름이었다. 그러면 이성을 잃고 달려들 게 빤하니까.

괜히 일만 어렵게 꼬일 뿐이다.

- 모자도 쓰고 마스크도 쓰고 있습니다. 조심하고 있어요. 거의 다 끝나가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도상국은 여유가 넘쳤다. 죽음 따위는 전혀 두렵지 않은 듯했다.

답답하군.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다. 그저 운이 나쁘지 않기를 바라는 수밖에.

“알겠어. 절대 조심해야 해.”

통화를 마쳤다.

그나저나 김영자는 왜 이렇게 소식이 늦지? 사모회 관련 정보를 구해달라고 부탁한 게 언제인데.

그런데 내가 이런 불만을 가질 자격이나 있는 건가? 주는 것도 없이 받기만 하는 주제에.

역시 사람은 간사한 동물이 맞는군. 나도 모르는 사이에 김영자가 정보를 알아봐주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었어.

지금까지 도와준 것만으로도 고맙게 생각해야 하는 일인데.

도움을 받을 때 받더라도 그걸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아무튼 지금 정도에서 통화 한 번 해보는 것도 좋겠다. 그동안 도와준 것에 대해 감사인사도 할 겸.

서유림이 김영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영자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서유림을 반겨주었다.

- 어머, 유림씨. 목소리 들으니 반가워요. 전화 좀 자주 주시지.

“매일 부탁만 드리는 놈을 반겨주셔서 감사합니다. 언제 보답하는 차원에서 식사라도 한 번 대접해야 하는데.”

- 어머나. 말만 들어도 벌써 배가 불러요. 그런데 저는 그런 약속 절대로 거절 안 하는데 어쩌지?

“하하, 이야기 나온 김에 날짜 잡으시죠. 뭐 좋아하세요?”

- 호호호. 농담이에요. 저녁은 제가 살게요. 언제든지 희라와 함께 시간 내세요. 그런데 어쩐 일이에요. 그냥 안부인사 하려고 전화하지는 않으셨을 테고.

“혹시 사모회 관련해서 뭐 좀 나온 게 있나요?”

- 대충 자료는 나왔어요. 하지만 아직 만족스러운 수준이 아니라서 유림씨한테 연락 안 하고 있었어요. 왜요? 자료가 급해요?

급할 것 까진 없다. 하지만 너무 늦어지면 자칫 시기를 놓칠 수 있다. 저쪽이 도상국을 찾아내서 다시 뭔 짓을 꾸미기 전에 이쪽이 선수 치는 게 나을 테니까.

“지금까지 조사된 것만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그래요, 그럼. 얼굴도 볼 겸 식사나 함께 할까요? 언제 시간 되세요?

“언제든 좋습니다.”

그날 저녁.

서유림이 채희라와 함께 서울시 외곽의 식당으로 향했다.

10분 쯤 먼저 도착해서 기다리자 잠시 후 김영자가 개인비서와 함께 들어왔다.

“제가 좀 늦었네요.”

“아닙니다. 일부러 조금 일찍 와서 기다렸습니다.”

“안 그래도 되는데. 그런데 이런 곳 좋아하나 모르겠어요.”

물론 난 좋아한다.

하지만 김영자나 채희라도 이런 곳을 좋아하는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아니, 이런 메뉴는 혐오식품이라며 저주할 줄 알았는데.

“저야 없어서 못 먹죠. 그런데 여사님도 보신탕 좋아하세요?”

“예전에 많이 아팠어요. 그때 이거 먹고 효과 많이 봤죠.”

이런저런 담소를 나누는 사이 전골이 나왔다.

테이블마다 방이 따로 마련되어있어서 한적하게 이야기를 나누기에는 최적의 장소였다.

“자료 가져왔어요. 김 비서님.”

“예.”

비서가 서류봉투를 건네주었다.

전골이 끓는 사이 슬쩍 봉투 안의 내용을 살펴보았다. 그런데 비서 앞에서 이런 이야기를 나눠도 될까?

하지만 김영자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비서를 완전한 자신의 사람으로 생각하는 듯했다.

“유림씨 예상이 맞았어요. 사모회가 결성된 게 대략 7년쯤 전인 것 같아요. 그땐 인원이 그렇게까지 많진 않았는데 시간이 갈수록 조직이 커진 거고요.”

서류를 완전히 꺼내서 회원들의 정보를 대충 훑어보았다.

유진그룹 회장의 아들 한태민, 경찰청장의 아들이자 현직 경감인 윤경식, 그리고 민웅기, 고상윤 등등의 인물이 있었다.

각 인물의 특이할만한 점도 조사되어 있었다.

서유림은 그중에서도 고상윤의 특징이 눈에 들어왔다.

“미신을 많이 믿는다고요?”

“아, 고상윤 말씀이군요. 독특한 사람이에요. 젊은 사람이 어쩜 그렇게 점이나 사주팔자 보는 걸 좋아하고, 미신을 무서워하는지. 교회까지 다닌다는 사람이 말이에요. 호호.”

정말 독특한 사람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은 꼭 점집을 찾아가고, 용한 무당이 있다는 소문을 들으면 비행기 타고 인도까지라도 날아가는 사람이란다.

“정말 재미있는 사람이네요.”

자주 모이는 장소도 있었다. 사모회의 아지트 정도라고 할까?

“보물섬?”

“우리 민들레에서 관리하는 업소에요. 조사하고 보니까 사모회 회원들이 우리 민들레 아가씨도 무척 많이 찾던걸요.”

“그럼 아가씨들 통해서 정보다 많이 얻을 수 있겠네요.”

“그건 아니에요. 은밀한 이야기 나눌 때에는 아가씨 모두 내보내고, 이야기 끝나고 아가씨들 들어오면 그냥 놀기만 해요. 어떻게 보면 철두철미한 사람들이죠. 오늘도 밤에도 모임이 예약되어있던 것 같은데. 맞지?”

김영자의 물음에 채희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아홉 시에 보물섬에 예약되어있어요. 민들레 아가씨도 다섯 명이나 불렀어요.”

그렇다면 곧 보물섬으로 모여들겠군. 잘 됐다. 굳이 날을 따로 잡을 필요 없이 오늘 뭔가 작업을 걸면 되겠다.

“다 익은 것 같습니다. 먼저 드시죠.”

“고마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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