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미친 잠재력-146화 (146/196)

# 146

광명회, 움직이다. (4)

회원들이 다들 나지막한 탄성을 내질렀다. 언제 봐도 놀라운 광경이었다.

서유림은 모른 체하고 김석균에서 침투시켰던 정령을 회수하고 체력도 바닥까지 빨아들였다.

물론 거기에 그치지 않았다. 숨통을 완전히 끊어놓지 않는 이상 체력은 언젠가 다시 회복될 테니까.

그러면 죗값을 치렀다고 하기에는 부족하지 않겠는가?

다시 포이즌 마법을 걸었다.

서유림이 손을 떼자 어느새 기절한 김석균이 풀썩 쓰러졌다.

이제 김석균은 서유림이 해독시켜주지 않는 한 다시는 힘을 쓰지 못할 것이다.

평생 비틀거리듯 살아가게 되겠지.

집회장에 모인 회원들이 나지막하게 신음소리를 흘렸다. 그 신음소리에 두려움이 잔뜩 섞여있었다.

<< 이제부터 너는 평생 죽은 듯이 살아라. 네가 약한 자들을 괴롭혔던 것처럼 다른 이들에게 괴롭힘 당하고 멸시당하고 천대받으며 살아라. >>

서유림이 김석균을 바라보며 이야기했다.

물론 김석균은 기절한 상태라서 이 말을 전혀 듣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광명회 회원들은 모두 뼈에 새겨들었겠지.

아마 오랫동안 각인되어 잊지 못할 것이다.

이제 하노이파의 놈들을 처리할 차례로군.

서유림이 고개를 오른 쪽으로 돌렸다.

먼저 잡아두었던 응우옌을 포함해서 모두 여섯 놈이었다. 단상 바로 아래쪽에 잡아두었는데, 손을 뒤로 묶고 입에 재갈도 물려놓았다.

하지만 눈도 귀도 모두 열어놓았기 때문이 지금까지의 과정을 모두 보고 들었겠지.

아쉽게도 놈들 중에 한국말을 하는 놈은 없었다.

서유림은 그걸 통해 이놈들의 출신성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국에서 노동자로 있다가 하노이파 조직원이 된 게 아니라, 처음부터 하노이파 조직원으로 한국에 왔다는 뜻이었다.

<< 저놈들을 가까이 데려와라. >>

장로들이 재빨리 움직였다.

“우욱!”

“우우욱!”

장로들이 손을 대자 놈들이 신음소리를 흘리기 시작했다. 다들 손목뼈니 다리뼈니 갈비뼈 같은 곳이 몇 개씩 부러진 상태라서 살짝만 건드려도 죽는 소리를 했다.

하지만 장로들도 인정사정없었다. 놈들을 짐짝 취급하며 거칠게 단상 위로 끌어올렸다.

장로들이 모두 내려갔다.

하지만 단상 위에 추가로 남아있는 두 사람이 있었다. 다들 광명회원처럼 복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베트남 노동자이자 어쩔 수 없이 하노이파에 잠깐 몸을 담았던 찌엣과 구엔이었다.

서유림을 위해서 통역을 해줄 것이다.

<< 긴 말 하지 않겠다. 너희 여섯 명 중에서 딱 한 명만 살려서 내 노예로 거두겠다. 나머지는 저 놈처럼 폐인이 되어 죽지도 못하고 살지도 못하는 놈이 될 것이다. >>

찌엣이 서유림의 말을 빠르게 통역해주었다. 여동생이 하노이파에 잡혀있다며 도움을 청했던 청년이었다.

다행히 이번 작전에서 여동생을 구출했다고 했다.

<< 딱 하루의 생각할 시간을 주겠다. 만약 나의 노예가 된다면 특별한 힘을 줄 것이다. 하지만······. >>

서유림은 다른 이들을 장로로 삼을 때와 똑같은 식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찌엣이 그 말을 통역해주었다.

그러자 한 놈이 절대 그럴 일은 없다는 듯 매서운 눈빛으로 노려보았다. 재갈이 물렸는데도 입에서 거친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욱! 우우욱!”

잘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시범케이스로 삼을 놈이 하나 더 필요했었거든.

멀쩡한 놈을 골로 보내면 별 효과가 없을 것 같아서 ‘어떤 놈을 어떤 타이밍에 혼내줄까?’ 노리고 있었는데.

서유림이 그놈을 향해 손을 뻗었다.

‘다크 핸드!’

그러자 그놈의 머리도 김석균의 것처럼 서유림의 손을 향해 힘껏 빨려 들어갔다. 무려 2m나 되는 거리를 날아가듯 한 것이다.

그러자 나머지 하노이파 놈들의 눈이 공포심으로 물들었다.

서유림은 놈이 죽지 않을 만큼만 체력을 빨아주었다. 그러면서 조금 강한 포이즌 마법을 구현했다.

놈은 어느새 기절해서 몸을 늘어뜨리고 있었다. 서유림이 다크 핸드 마법을 풀지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졌다.

<< 또 대들 놈은 지금 말해라. 난 어차피 한 놈만 필요하다. >>

찌엣의 통역에 놈들이 얼른 고개를 숙였다. 몇 놈은 몸을 바람 맞은 사시나무처럼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효과 죽이는군!

이 정도면 충분하다. 나머지 대화는 내일 밤에 하면 되겠지. 하루 정도면 놈들도 충분히 심사숙고할 것이다.

<< 이놈들을 가둬두어라. >>

장로들이 또다시 나섰다. 순식간에 하노이파 조직원들을 밖으로 끌고 나갔다.

찌엣과 구엔도 단상 아래로 내려갔다. 아니, 내려가려고 했다. 그런데 찌엣이 머뭇머뭇하더니 다시 쪼르르 올라와서 서유림 앞에 무릎을 꿇었다.

“나 시켜줘요. 노예 할게요. 충성할게요.”

이건 또 무슨 상황이야? 너한테는 안 물어봤거든.

갑자기 계산 밖의 일이 생기니 난감해지네.

서유림이 하노이파 조직원 중 하나에게 힘을 주려는 이유는 그놈을 통해서 하노이파를 말끔하게 소탕하기 위해서다.

그러자면 하노이파 정보도 많이 알아야 하고, 그 안에서 웬만큼 위치도 확보된 놈이어야 한다.

하지만 찌엣은 그런 상황이 못 되잖아. 한마디로 의욕만 앞설 뿐이지 서유림에게 별다른 도움 안 될 것이다.

잠깐 생각을 마친 서유림이 고개를 흔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인정으로 처리할 일이 아니었다.

<< 너는 하노이파에 대해서 아는 게 없다. 장로로 삼아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광명회원이 되겠다면 받아줄 수 있지만, 힘을 주진 않을 것이다. >>

집회는 그렇게 끝나는가 싶었다.

하지만 서유림은 이제부터가 겨우 시작이었다. 한국에 들어와 있는 외국계 조폭이 하노이파만은 아니니까.

늦은 밤이 되자 다시 광명회원들과 함께 움직이기 시작했다.

오늘의 첫 번째 사냥대상은 흑사파였다.

흑사파도 하노이파처럼 점조직 형태로 운영되었다. 하지만 김영자를 통해서 핵심들이 많이 모여 있는 조직의 위치를 알아두었다.

<< 광명회원이 되었건 흑사파가 되었건 죽는 사람이 나와서는 안 된다. 그 점만 명심하면 된다.

가서 놈들을 깨끗하게 쓸어버린다. >>

서유림이 선두에 서서 움직였다.

이홉 명의 장로들이 서유림을 뒤따랐다. 주군의 실력에 대한 믿음 때문인지, 아니면 강해진 육체능력에 대한 믿음 때문인지 장로들의 걸음걸이가 위풍당당했다.

새롭게 합류한 신참 장로 여섯 명조차도 그랬다.

그런데 이게 무슨 일이지? 흑사파 본거지를 향해 움직이자 흑사파 놈들이 오히려 이쪽을 향해 역습을 가했다.

머릿수가 무려 100명은 되는 듯했다. 놈들이 떼를 지어서 우르르 달려들고 있었다. 손에는 쇠파이프 같은 흉기들이 단단히 쥐어져 있었다.

딱 봐도 분위기를 알 것 같았다.

‘놈들이 함정을 파놓고 기다리고 있었군!’

설마 내부의 누군가가 정보를 흘리기라도 한 것일까?

그럴 가능성은 0%다.

왜냐고? 서유림 외에는 그 누구도 오늘 흑사파를 공격한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으니까.

흑사파 본거지에 도착하기 약 5분 전. 그러니까 조금 전에서야 ‘이번 공격대상은 흑사파다.’ 라고 가르쳐주었다.

그럼 어떻게?

답이 간단하게 나왔다.

흑사파와 하노이파는 공항파 사건 이후로 서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었다. 한마디로 상대방 진영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는 뜻이지.

그래서 어제 하노이파의 주요 거점이 작살나는 것을 누구보다 빠르게 인지했을 것이다.

그걸 보고 다음 차례는 흑사파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대비를 해놓은 거겠지. 물론 아닐 수도 있고.

어쨌건 그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놈들이 서유림의 수고를 덜어주었다는 점이다. 이렇게 다들 한곳에 모여주면 서유림이 점조직들을 일일이 찾아다닐 필요가 없어지잖아.

‘후훗, 고맙군!’

서유림은 삼단봉을 펼치지 않았다. 대신 두 손을 모두 사용해서 이곳저곳에 슬립다운 마법을 펼쳤다.

다른 여러 마법들도 있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역시 슬립다운이 가장 효율적이었다.

선두에서 달려오던 놈들이 주르르 미끄러져 넘어졌다. 뒤따라 달려오던 놈들에게는 느닷없이 발생한 장애물이었다.

미처 피할 틈도 없이 동료의 몸에 걸려 넘어지는 놈, 재빨리 점프하며 피했지만, 오히려 동료의 몸통을 밟듯 착지해서 넘어지는 놈.

놈들의 진형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그런 와중에도 넘어지지 않고 서유림에게까지 다가오는 놈들이 있었다.

실수로 못 넘어뜨린 놈들이 아니다. 서유림이 체력보충제로 사용하려고 남겨둔 놈들이었다.

서유림이 흑사파 조직원들을 양 손으로 덥석 움켜쥐었다. 체력을 힘껏 빨아주었다.

이젠 체력흡수력도 999고, 기술도 좋아져서 체력을 최대치로 흡수하는데 불과 2초도 걸리지 않았다.

다시 슬립다운 마법을 걸고, 또 체력을 흡수하고.

그러는 사이 광명회의 장로들이 서유림을 대신해서 흑사파 조직원들에게 달려들었다.

머릿수에서는 이쪽이 절대적으로 열세였지만, 상황은 이쪽이 압도적이었다. 일방적인 폭행 수준이었다.

100여명의 흑사파를 정리하는데 불과 5분도 걸리지 않았다. 넘어지고 자빠진 놈들을 흠씬 두들겨 패서 제대로 일어설 수 있는 놈이 없었다.

서유림은 그대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5층짜리 낡은 건물이었다.

건물 안에도 흑사파 조직원이 제법 있었다.

서유림의 입술이 흐뭇하게 말려 올라갔다. 사진에서 보았던 핵심 조직원들의 얼굴이 건물 안에 모두 모여 있었다.

김영자가 구해준 정보이니 확실하겠지.

말이 필요 없었다. 그대로 성큼성큼 다가갔다. 핵심들이 칼을 빼들고 대항하려 했지만, 마치 어린아이 다루듯 쉽게 제압했다.

그렇게 흑사파 핵심 조직원들은 광명회원의 손에 넘겨져 승합차로 향했다.

나머지 일은 장로들이 주도했다.

“뒤져라.”

“모두 찾아내.”

광명회원들이 건물을 빠르게 수색했다. 그렇게 현금, 패물, 장부 등을 커다란 가방 다섯 개에 나누어담았다.

“여기에도 마약이 있습니다.”

“경찰에 신고해. 우리는 그만 복귀한다.”

장로의 명령에 광명회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처음 이곳에 도착했을 때부터 시작해서 불과 30분도 걸리지 않았다.

광명회원이 빠져나간 자리에는 흑사파 조직원들의 신음소리만 가득했다. 몇몇은 엉금엉금 기듯 현장을 빠져나가기도 했다.

그렇게 5분 정도가 지나자 경찰차가 경고음을 울리며 한 대 두 대씩 도착하기 시작했다.

경찰들은 모두 기겁을 하듯 입을 떡 벌렸다.

“우와! 이 새끼들 뭐야? 뭐가 이렇게 많아?”

“여긴 흑사파 놈들 본거지로 알려진 곳 아냐?”

“마약은 어디 있지?”

“건물 안쪽을 찾아보자고.”

“우리끼리 들어갔다가 봉변이라도 당하면 어쩌려고? 지원군이 올 때까지 기다려. 빠져나가는 놈이 없게만 지키자고.”

잠시 후 다른 경찰차들도 몰려왔다.

그제야 경찰들이 흑사파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경위님. 찾았습니다. 필로폰입니다.”

경찰의 입술이 씰룩 말려 올라갔다.

마약이라는 물증도 있겠다. 밖에 있는 놈들 대부분은 불법체류자일 테고. 이보다 완벽한 조건이 어디 있단 말인가?

저런 쓰레기들을 자신의 손으로 정리할 생각을 하니 속이 다 후련해지는 것 같았다.

“개새끼들. 지원요청 잔뜩 해서 밖에 있는 놈들까지 다 잡아 쳐 넣어.”

그러는 사이 서유림은 다른 곳을 향해 빠르게 달리고 있었다.

이번에는 가디언스파의 본거지였다.

흑사파를 정리할 때와 마찬가지였다. 처음 도착해서 조직원들을 때려눕히고, 핵심을 찾아내고, 사무실을 뒤져서 돈이 될 법한 물건을 찾아 사라지는데 30분이면 충분했다.

그리고 약 5분 뒤에 경찰차들이 도착하기 시작했다.

서유림은 이어서 태국 사람들로 구성된 깽야이파와 방글라데시 사람들로 구성된 군다파까지 하룻밤 만에 모두 쓸어버렸다.

그렇게 한 바퀴 크게 돌고 계명산의 근거지에 도착하니 새벽 여명이 천천히 밝아오기 시작했다. 서유림이 생각해도 숨 가쁠 정도로 바쁘게 돌아다닌 하루였다.

그것은 경찰들도 마찬가지였다.

“뭐? 또 신고가 들어와? 이번에는 어디야?”

“위치를 보니 깽야이파 본거지인 것 같습니다.”

“서장님! 군다파 본거지로 파악된 곳에서도 마약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어쩌죠?”

“젠장, 지원 잔뜩 요청해. 서울에 있는 경찰들 다 불러 모으라고 해.”

그러는 사이 광명회 장로들은 계양산 은거지에서 오늘의 수확을 정리했다.

4개 조직을 정리하면서 20명의 핵심들을 납치하고 현금과 금품은 대략 15억 원가량을 챙겨왔다. 생각보다는 적은 액수였지만, 놈들이 소유한 부동산까지 처분한다면 수입은 훨씬 크게 늘겠지.

물론 부동산은 처분하는 데 시간이 조금 걸리겠지만.

<< 전리품은 대장로가 맡아서 처분하고, 저놈들은 밤에 철마산 집회소로 옮기도록 해라. >>

“예, 주군.”

서유림은 어느새 샤워도 마치고 옷도 체육복으로 깔끔하게 갈아입은 상태였다.

오토바이를 타고 신사동 민들레로 향했다. 그리고는 채희라가 몸으로 불러주는 자장가(?)를 들으며 휴식을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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