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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미친 잠재력-142화 (142/196)

# 142

욕망의 계약자 (2)

이른 아침.

서유림이 관악산 별장으로 들어갔다.

임채모가 먼저 도착해서 기다리고 있었다. 서유림을 보자마자 얼른 손을 잡으며 반가워했다.

서유림도 임채모의 손을 맞잡아주었다.

“오늘도 이상한 놈들의 공격이 있었다면서요?”

“자네가 그걸 어떻게 알았나?”

“회주님께 들었습니다.”

“그랬군. 정말 큰일 날 뻔했네. 이번에는 무려 여섯 명이나 나타났어.”

임채모는 겁에 질려있는 듯했다.

서유림이 화들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여섯 명씩이나요? 설마 그 사람들이 전부 초인 같은 힘을 가졌던 것은 아니겠죠?”

“왜 아니겠나? 이들이 대체 나를 왜 노리는 건지 모르겠군.”

왜긴 왜겠어? 당신이 정령의 힘을 가지고 있으니까 그렇지.

그래서 강한 힘에는 그만한 책임감이 따르는 법이라고 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놈들은 계속해서 임채모를 노릴 것이다. 정령의 힘을 가진 자들 중에서 마령들에게 확실하게 노출된 사람은 현재까지 임채모 한 명뿐이니까.

게다가 무려 6명의 공격이 실패로 끝났으니 다음번 공격은 훨씬 더 매서워질 것이다. 서유림이 나선다고 해도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그렇다면 임채모도 그에 걸맞게 행동해야 한다.

한마디로 잠잠해질 때까지 숨어 지내야 한다는 뜻이지.

“당분간 방송활동을 중단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아무래도 그래야 할 것 같군. 내일 PD와 이야기를 해야겠어. 드라마에서 조기 하차하는 방법을 찾아봐야지.”

서유림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임채모가 시청자들과의 의리 어쩌고 하면서 방송활동을 강행하면 어쩌나 싶었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그리고 저는 내일부터 이틀간 일본에 다녀와야 합니다.”

“아! UFC 경기가 모레 예정되어있지? 미안하네. 나 때문에 경기에 집중도 못 하고.”

“아닙니다. 선생님 안전이 우선이죠.”

서유림은 임채모와 조금 더 시간을 보내다가 별장을 나왔다.

임채모는 당분간 별장에서 지낼 것이다.

사실 며칠 전부터 계속 이곳에서 지내왔다. 두리랜드 인근 집으로 가는 척하면서 마지막에 차를 돌려서 이곳으로 온 것이다.

적어도 이곳에 있는 동안에는 안전할 것이다.

하지만 서유림의 머릿속은 여전히 복잡했다.

‘아무래도 우리의 수가 너무 적어.’

마령의 수는 계속 늘어날 것이다.

하지만 이쪽의 수는 제한되어있다. 새롭게 확보한 정령으로 인원을 보충한다고 해도 겨우 20명에 불과할 것이다.

그나마도 서유림을 제외하면 다들 마령보다 개인적인 능력이 크게 떨어졌다. 마령은 계약자와 만나는 순간 육체능력을 크게 증폭하는 기술이라도 있는 듯했다.

아니면 그토록 강한 힘이 마령의 특징이거나.

‘빨리 장로의 숫자를 늘려야겠어. 그래야 조금이라도 더 강해질 시간을 가질 수 있겠지.’

다음날 일본 도쿄.

서유림의 UFC 데뷔전 계체행사가 열렸다.

후쿠다는 상당히 불만스러운 표정이었다. 상대가 쿵리에서 서유림으로 변경된 것에 대한 불만이었다.

그 말은 후쿠다가 UFC의 대체선수 제안을 처음에는 거절했다는 뜻이겠지. 하지만 UFC의 압력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수용한 것이고.

그래서인지 서유림을 향한 독설을 매섭게 했다.

“MAN FC라고 했나요? 그런 단체가 있기는 한 겁니까? 거기에서 무제한급 토너먼트 우승했다고요? 아무래도 서커스 단체에서 우승한 모양인데 UFC는 서커스가 아닙니다. 1라운드 만에 기절시켜서 들것에 실려 나가게 만들겠습니다. 그리고 이번 기회에······.”

후구다의 말이 그칠 줄 몰랐다. 혼자서 몇 분 째 떠드는 거야?

‘와, 말 정말 많네.’

그런데 진행자는 대체 뭐하고 있는 걸까? 상황이 이정도라면 적당한 수준에서 말을 잘라야 하는 것 아냐?

설마 이거 버라이어티 예능 찍는 건 아니겠지? 알아서 기회 잡고 토크 집어넣으라는 건 아닐 테고.

만약 그런 의도였다면, 서유림은 역할에 충실하지 못했다. 후쿠다가 뭐라고 떠들건 마치 귀머거리 벙어리라도 된 것처럼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으니까.

아, 한 가지 반응은 있었다. 후쿠다가 주절주절 떠들 때마다 그냥 피식피식 웃어주기만 했다.

그 모습이 더욱 약이 올랐던 모양이다. 후쿠다가 참지 못하고 서유림을 향해 삿대질했다.

“왜 그렇게 조용한 거지? 벌써 겁먹은 건가? 그렇게 웃는다고 내가 동정심이라도 베풀 거라고 생각했나?”

드디어 내 차례가 온 건가?

서유림이 마이크 가까이 입을 댔다.

“도대체 말을 할 기회를 줘야 말을 하죠. 이제 말해도 되는 거죠?”

서유림의 입에서 유창한 영어가 튀어나왔다. 그동안 갈고닦은 덕분에 발음이 원어민과 거의 다르지 않았다.

“예. 말씀하세요.”

사회자가 비로소 끼어들었다.

긴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그건 서유림의 스타일이 아니니까.

“미리 안내말씀 드리겠습니다. 제 경기가 시작되면 절대 화장실 가지 마세요. 갖다 올 동안이 이미 경기는 끝나있을 테니까요.”

후쿠다도 영어 좀 하는 모양이다. 서유림이 말을 대 끝내기도 전에 얼른 끼어들며 대립각을 세웠다.

“당연하지. 화장실 다녀오기 전에 너는 이미 들것에 들려 내려가 있을 거다.”

자식, 예의 없게 중간에 끼어들고 그래?

“누가 되었건 반드시 그렇게 되겠죠. 하하.”

관중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이곳이 일본이기 때문이다.

당연히 모든 관중들이 후쿠다를 응원했다. 비록 랭킹이 그리 높은 편은 아니지만, 일본에서의 인기는 엄청날 정도로 좋은 선수니까.

내일 경기가 끝난 후에도 그 인기가 유지될지는 모르겠지만.

‘근데 설마 후쿠다도 마령의 계약자인 건 아니겠지?’

다음날.

드디어 서유림의 UFC 데뷔전이 시작되었다.

서유림의 입장곡은 당연히 YJY의 노래였다. 늘 그랬던 것처럼 조력자들과 함께 모두 같은 퓨전 하회탈을 쓰고 입장했다.

서유림이 모습을 보이자마자 관객들이 ‘와!’ 하고 함성을 질러댔다. 특히 젊은 여성들의 함성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퓨전 하회탈 가면을 보자마자 YJY를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빨리 하회탈을 벗고 얼굴을 보여 달라는 듯 함성소리는 더욱 커졌다.

하지만 서유림은 케이지 아래 도착할 때까지 하회탈을 벗지 않았다. 마지막에 모두가 가면을 벗었을 때에도 YJY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여기저기에서 안타까움의 한숨소리가 들려왔다.

서유림은 가볍게 웃어주었다.

사실 이곳에서 YJY가 나타나주기를 바란다는 것은 관객들의 지나친 욕심이었다. 요즘 YJY의 몸값이 얼마나 비싼데.

정말로 YJY가 이곳에 왔다면 입장료가 두 배는 비싸야 정상일 것이다.

이어서 후쿠다가 입장했다.

하지만 서유림의 입장이 워낙 시끄러웠기 때문에 후쿠다의 입장은 상대적으로 조용하게 느껴졌다. 이곳이 서유림의 홈인지 후쿠다의 홈인지 구분이 안 갈 정도였다.

잠시 후 경기가 시작되었다.

서유림은 먼저 탐색전부터 시작했다.

후쿠다의 실력을 알아보는 탐색전이 아니다. 단지 후쿠다가 마령의 계약자인지를 알아보는 탐색전일 뿐이었다.

반면 후쿠다는 지나치게 흥분해있었다. UFC 전적만 20전이 넘는 베테랑인데도 어딘지 모르게 서두르는 느낌이었다.

아니, 그런 척만 했다. 그런 식으로 약점을 노출해서 서유림의 공격을 이끌어내려는 수작이었다.

서유림이 속아주는 척했다. 약점으로 펀치를 집어넣자 후쿠다가 기다렸다는 듯 크로스 카운터를 시도했다.

하지만 빤히 아는 공격에 당할까?

그러다가 서유림의 공격이 제대로 적중했다.

그 한 번의 공격으로 결론이 섰다.

후쿠다는 마령의 계약자가 확실하게 아니었다. 서유림의 가벼운 펀치를 턱에 맞고는 크게 휘청거렸기 때문이다.

‘오래 끌 경기가 아니군.’

서유림은 타이밍을 놓치지 않았다. 경기가 시작되고 겨우 1분여가 지났을 뿐이지만, 이런 기회를 놓친다면 그게 더 이상하겠지.

서유림이 타이밍을 잡고 돌진했다.

후쿠다가 어떻게든 정신을 차려보려고 거의 도망가듯이 자리를 피했다.

하지만 뒷걸음질하는 사람이 앞걸음으로 뛰는 사람을 따돌릴 수 있을까?

타이밍을 잡고 뻗은 서유림의 주먹이 다시 후쿠다의 턱을 가격했다.

후쿠다는 그대로 무릎을 꿇었고, 이어지는 펀치에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충격이 무척 컸던 모양이다. 의사들이 케이지로 들어와서 난리법석을 떨었는데도 후쿠다가 제대로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결국 들것이 들어와서 후쿠다를 병원으로 이송했다.

메인이벤트이다 보니 당연히 인터뷰가 이뤄졌다.

서유림은 인터뷰도 짧게 했다.

“데뷔전을 빨리 치르게 해준 후쿠다 선수에게 감사드립니다. 딱히 드릴 말씀이 없고, 빨리 타이틀매치 치러서 벨트 차지하고, 라이트헤비급에 도전하고 싶군요.”

“우우-.”

일본 관중들의 야유소리가 들려왔다.

서유림이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어주었다.

“아리가토 고자이마스!”

* * *

“어머, 신수가 훤하다 얘. 너 유진그룹 감찰실에 있다며?”

권진아는 그냥 가볍게 웃어주었다.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어.”

“어머, 대단하다 얘.”

다들 권진아를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한 명만 빼고.

“그래봤자 월급쟁이잖아. 얘가 돈 보고 거기 들어갔겠니? 거기 감찰실장이 유진그룹 아들이잖아.”

천소영이었다.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나이가 제법 많은 중소기업 사장과 결혼을 했는데, 그 회사가 무척 잘나가는 모양이다.

덕분에 고등학교 때는 ‘진아야. 진아야.’ 하며 쫓아다니던 천소영이 어느새 귀부인 행세를 하고 있었다. 권진아를 아래로 둬야 자신이 높아지기라도 하는 것처럼.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엔 먼저 올라간다더니. 하여튼 재주도 좋다 얘. 그런데 조심해. 그런 사람들인 단물만 쪽 빨고 버리는 게 특기거든. 나처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건들어야지.”

권진아는 속으로 오늘 동창회에 괜히 나왔다 싶었다.

사실 이런 동창회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그냥 마음 맞았던 몇몇 친구들과 따로 만나는 것만 좋아했다.

하지만 단짝 심은진 때문에 억지로 나왔다. 한동안 보지 못했던 심은진이 나온다고 해서 그녀를 보러 온 것뿐이다.

그래도 심은진을 다시 만나게 되서 다행이긴 하다.

대충 이야기를 마무리 짓고 다시 심은진과 대화를 나누었다.

그런데 심은진이 TV를 보더니 갑자기 환호성을 내질렀다.

“와! 나온다!”

“응? 뭐가?”

“UFC 도쿄 경기. 서유림 선수가 메인이벤트로 출격하잖아.”

‘아! 그게 오늘이었나?’

권진아도 서유림 소식은 듣고 있었다. 서유림과 한동안 통화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늘 관심은 두고 있었다.

“너 서유림 선수 팬이니?”

“당연하지. 얼마나 멋진데. 얼굴도 잘생기고, 의리도 있고, 게다가 실력도 얼마나 좋은데. 너무 좋아.”

심은진이 생각만 해도 좋아 죽겠다는 듯 손을 가슴에 모으고는 몸을 떨었다.

그러는 사이 경기가 시작되었다.

경기는 싱겁게 끝났다. 1분이 조금 넘자마자 서유림의 펀치에 후쿠다가 완전히 뻗어버렸다.

“꺄악! 내가 그럴 줄 알았다니까. 나 저사람 너무 좋아.”

권진아가 피식 웃었다.

“그렇게 좋아? 그럼 내가 사인이라도 하나 받아줄까?”

“정말? 너 서유림씨하고 아는 사이야?”

“당연하지.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했었거든. 친해.”

그러자 천소영이 건수를 잡았다는 듯 재빨리 물고 늘어졌다.

“정말? 그럼 다음 모임에 저 사람 데리고 나올 수 있어?”

“응? 다음 모임에?”

권진아가 깜짝 놀라서 천소영을 바라보았다. 사인 받아주는 것과 데리고 나오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 아닌가?

하지만 천소영은 작정을 한 것처럼 권진아를 몰아붙였다.

“기집애. 놀라기는. 너 솔직히 거짓말이지? 서유림 선수가 유진그룹 후원 받고 있으니까 어떻게 다리 하나 걸친 것뿐이지?”

대꾸하고 싶지 않았다. 어떻게 생각한들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하지만 심은진은 달랐다. 권진아 못지않게 천소영을 고깝게 생각했다.

심은진이 권진아에게 귓속말로 부탁했다.

“한번 데리고 나올 수는 없겠니? 그러면 소영이 코 한 번 납작하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권진아가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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