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내 미친 잠재력-106화 (106/196)

# 106

내 눈엔 다 보여 (3)

아리아나도 깜짝 놀라서 이쪽으로 다가왔다.

바닥에는 멋들어진 검 한 자루가 떨어져 있었다. 기하학적 무늬의 가죽이 변해서 만들어진 검이었다.

서유림이 잡아서 눈앞에 세워보았다.

손잡이는 30cm쯤 되었고 검날은 1.5m쯤 되었다. 검날이 제법 두꺼운데도 불구하고 그다지 무겁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검날을 자세히 보니 뭔가 글자가 적혀있었다.

서유림은 읽을 수 없는 글자였다.

“여기에 뭐가 적혀있는 거지?”

아리아나가 가까이 와서 글자를 읽었다.

“정령검사 카리스? 어머! 카리스님의 정령검이에요!”

“카리스? 아는 요정이야?”

“요정이 아니에요. 유림씨처럼 다른 차원에서 온 계약자였어요. 전설적이 능력을 바탕으로 정령계에서 신화가 된 분이죠.”

카리스는 3천 년 전의 인물이다. 지금의 정령신이 후보 시절에 힘을 얻는 과정에서 정령계의 암흑기를 지켜주었다.

카리스 덕분에 정령계는 무사히 안정을 되찾았다.

하지만 카리스는 그 과정에서 마물에 의해 온몸이 갈기갈기 찢겨 죽고 말았다. 마물의 먹이가 된 것이다.

그런데 카리스의 전설과 관련해서 조금은 뜻밖의 내용이 있었다.

카리스가 정령신의 후보를 지키기 위해서 다른 차원에 있는 본신의 능력까지 모두 정령계로 가져왔다는 것이다.

“가만, 그게 가능한 일이야?”

“2차성장판을 열고 차원이동마법을 익히면 가능해요. 이곳의 힘을 다른 차원으로 가져갈 수도 있고, 다른 차원의 힘을 이곳으로 가져올 수도 있고요.”

문득 아리아나의 차원이동마법이 생각났다. 잠을 잘 때 정신만 정령계를 오가는 서유림과 달리 아리아나는 육체 자체가 인간계와 정령계를 오갔었다.

서유림도 그런 차원이동이 가능하다는 이야기였다.

오, 그럼 정령계의 물건을 인간계로 가져갈 수도 있다는 거야? 이 카리스의 정령검도? 이거 대박인걸!

“하지만 유림씨는 그러지 마세요. 암흑기가 오면 더는 정령계로 들어오지도 마세요. 불러드리지도 않을 거예요.”

“그건 그때 가서 결정할 일이고. 카리스의 정령검이라. 좋은 건가?”

서유림이 멋들어진 정령검을 다시금 살펴보았다.

그런데 아리아나가 이상한 말을 했다.

“비록 부러진 상태이긴 하지만, 그래도 큰 힘이 되어줄 거예요. 정령의 힘이 담겨있을 테니까요. 제가 만들어드린 칼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좋아요.”

“부러진 상태라고? 내가 보기엔 멀쩡한데.”

서유림이 카리스의 정령검을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하지만 아무리 둘러봐도 부러진 곳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유림씨의 눈에는 보이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정령신의 후보인 제 눈에는 보여요. 이 검은 원래는 훨씬 더 크고 길었어요. 하지만 검이 부러지면서 길이가 30cm 이상 줄었죠.”

신기하군. 어떻게 이렇게 완벽한 형태로 부러질 수가 있지.

하지만 아리아나가 그렇다고 하니 믿는 수밖에.

“아쉬워요. 부러진 검을 이어붙일 수만 있다면 훨씬 더 강력한 검이 될 텐데.”

이건 또 무슨 말이야? 검을 이어붙일 수 있다고?

“부러진 파편이 없는 것 같은데? 이어붙일 게 있어야 붙이지.”

아리아나가 가볍게 웃어주었다.

“인간계의 개념으로 생각하시면 안 돼요. 카리스의 정령검은 물질이 아닌 정령의 힘으로 만들어진 검이에요. 부러진 검날은 그 안에 담겨있어요.”

뭐가 뭔지 모르겠다. 아무튼 방법만 찾으면 이어붙일 수 있다는 것 아냐?

“그럼 어떻게 해야 검을 이어붙일 수 있지?”

“그건 거의 불가능할 거예요. 각기 다른 색깔을 가진 일곱 명의 정령신 후보들이 모여서 각각의 정령력을 모두 동원해줘야만 가능한 일이거든요.”

정령신의 후보가 일곱 명이나 동원되어야 한다고?

게다가 그들 모두가 각기 다른 색깔을 가져야 한다고?

그럼 정령신의 후보 100명이 모인다고 해도 한 가지 색깔이 빠지면 불가능하다는 얘기잖아?

정말 어려운 일이로군. 부러진 검날을 이어 붙인다는 것은 꿈도 꾸지 말아야 할 것 같다.

그래도 이게 어디야? 아리아나가 만들어준 칼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강력한 무기잖아.

“정령의 힘이라. 빨리 사용해보고 싶어. 다시 가보자.”

“그래요.”

완전히 녹다운이 된 워리는 역소환해서 쉬게 해주었다. 지금 상태로는 도움이 전혀 안 될 테니까.

얼마 걷지 않아서 스톤오크가 나타났다. 암흑오거보다는 약한 마물이지만, 그래도 쉽게 상대할 수 있는 놈은 아니었다.

아리아나가 정령의 힘을 불러내서 스톤오크의 다리를 붙잡았다.

하지만 아리아나가 많이 지친 모양이다. 스톤오크가 아리아나의 방해를 가볍게 뚫고 서유림에게 달려들었다.

서유림이 다시 잠재력을 끌어내 민첩에 투자했다. 거센 바람이 일 정도로 빠르게 움직이며 스톤오크를 향해 카리스의 정령검을 휘둘렀다.

그런데 카리스의 정령검이 스톤오크의 몸에 닿는 순간 차가운 냉기와 함께 쩌저적!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스톤오크의 몸 일부분이 얼어붙는 소리였다.

그 덕분에 스톤오크의 움직임이 느려졌다. 냉기에 의한 타격도 제법 큰 듯했다.

서유림의 눈이 커졌다.

‘오! 이거 좋은걸!’

냉기는 5초 이상 지속되었고, 스톤오크는 움직임이 현격하게 느려졌다.

그러다 보니 서유림의 밥이었다. 카리스의 정령검을 휘두르며 스톤오크를 마음껏 유린했다.

불과 20초도 지나지 않아서 스톤오크의 머리를 잘라냈다.

서유림이 환하게 웃으며 아리아나를 바라보았다.

“이거 굉장한 검인데!”

“그러네요. 큰 힘이 되겠어요.”

아리아나가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런데 어딘가 모르게 표정이 석연치 않았다.

“왜 그래? 어디 안 좋아?”

“아뇨. 마굴의 분위기가 너무 안 좋아서요. 스톤오크가 제 정령의 힘을 가볍게 무너뜨렸어요.”

아까의 상황 때문에 그렇구나. 카리스의 정령검에만 신경 쓰느라 다른 것은 생각하지 못했다.

생각해보니 확실히 마물들의 능력이 달라지긴 했다.

“아무래도 안 되겠어요. 지상 가까운 곳으로 옮겨서 안전하게 사냥하는 게 낫겠어요.”

“그러지. 움직일까?”

아리아나와 함께 마굴 위층으로 이동했다.

아리아나는 이동하면서 서유림에게도 따로 당부했다.

“혹시 모르니 인간계에서도 능력을 충분히 올려놓으시는 게 좋겠어요.”

당연히 그렇게 할 것이다. 지금도 그러고 있고.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유다. 아리아나가 저런 이야기를 꺼낸 것은 처음이다. 뭔가 다른 이유가 있을 것 같았다.

“왜?”

“어쩌면······ 마계의 힘이 인간계까지 미칠 수도 있거든요. 물론 아닐 수도 있고요.”

생각해보니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마계는 정령계와 동전의 양면처럼 공존하는 세계니까.

서유림을 통해서 정령계의 힘이 인간계의 영향을 미치고 있으니, 마계도 비슷한 방법으로 인간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아니면 이미 미치고 있거나.

‘정신 바짝 차려야 하겠군.’

* * *

조금은 늦은 오후.

채희라와 함께 데이트를 즐겼다.

영화도 보고, 맛난 음식도 먹고, 맥주도 마셨다.

채희라는 무척 즐겁고 행복한 표정이었다. 서유림과 함께 있는 내니 얼굴에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하지만 서유림은 그리 즐겁지만은 못했다.

반성이 된다고 해야 할까?

사람은 역시 간사한 동물이다. 명진식품에 출근할 때는 없는 시간을 쪼개서 운동하고, 그 사이사이에 어학공부도 하고 교양서적도 읽었다.

그런데 명진식품으로부터 완전한 자유를 얻고 시간이 남아돌게 되자 오히려 운동과 공부에 소홀해지고 있었다.

오늘만 해도 낮부터 채희라와 노닥거리고 있지 않은가?

이런 식으로 시간을 허비하다 보면 언젠가 크게 후회할 것 같았다. 만약 마계의 힘이 인간계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면, 그것을 막을 힘이 없지 않은가?

아리아나는 그럴 가능성이 크지는 않다고 했지만, 그래도 불안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차라리 들려주지나 말지.

힘을 키워야 했다.

그러자면 일단 나태함부터 벗어야 한다.

‘예전처럼 나를 일정한 틀 안에 가둬놓자. 내일부터 다시 명진식품에 출근하는 거다.’

그러면 명진식품이라는 틀에 맞게 내 몸을 혹사시킬 수밖에 없겠지.

“무슨 생각 해?”

채희라가 덕분에 상념에서 벗어났다.

굳이 마음을 숨기고 싶지 않았다. 마음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된다고 채희라에게마저 숨기겠는가?

“요즘 너무 나태해졌다는 생각. 내일부터 다시 열심히 운동해야지. 그런 것도 다 때가 있는 거잖아.”

“미안해 오빠. 내가 요즘 너무 자주 불러내지?”

역시 눈치가 빠르다니까.

사실 그 이유가 가장 크다. 전에는 2주에 한 번씩 만나는 정도였는데 요즘에는 일주일에 두세 번씩 만날 정도니까.

그러다 보니 채희라와의 관계도 조금 애매해지는 느낌이다. 단지 서로 즐기자는 차원에서 시작한 만남인데, 이제는 애인 같은 느낌도 들었다.

채희라를 평생 책임지지 않을 이상에는 태도를 확실하게 하는 게 좋겠다. 그래야 더 큰 아픔을 예방할 수 있을 테니까.

“네가 미안할 게 뭐가 있어? 내가 좋아서 만나는 건데. 단지 생활이 너무 나태해진 것 같아서 반성하는 것뿐이야.”

채희라는 아무 말도 없었다. 서유림의 마음을 읽고 있기라도 하는 것처럼.

그러다가 분위기가 무거워졌다고 생각했는지 슬쩍 다른 방향으로 화제를 바꾸었다.

“그런데 불사파 일은 잘 끝난 거야? 난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어.”

모르는 게 당연하지. 그건 정령의 힘을 사용하는 일이라서 가능한 한 아무도 몰라야 하는 일이니까.

“아직 마무리된 건 아냐. 하지만 조만간 잘 마무리될 거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오빠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다시 대화가 중단되었다. 어색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그때 서유림의 휴대폰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권진아였다.

이 시각에 어쩐 일이지?

아! 태국 여행을 다녀온다고 했었지? 어제가 귀국이었던가?

채희라가 옆에 있건 말건 상관없었다. 만약 누군가와 사귀게 된다면 그 사실을 채희라에게 가장 먼저 알릴 테니까.

채희라도 그런 것을 따질 여자가 아니고.

“잘 지내고 있어? 태국 여행은 잘 다녀왔고?”

- 예. 어제 도착했어요. 대리님 덕분이에요. 대리님 드리려고 선물 사왔는데······. 이왕이면 직접 뵙고 드리는 게 나을 것 같아서······.

권진아와는 가까운 것 같으면서도 늘 일정한 거리감이 느껴졌다. 다가가기 힘든 벽 같은 게 존재한다고 해야 할까?

아마도 저 ‘대리님’이라는 호칭 때문인 것 같았다. 그 호칭이 권진아와의 사이에 확실한 선을 그어주는 느낌이었다.

만약 ‘오빠’라는 호칭으로 불러줬다면 권진아는 아마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이었겠지.

물론 서유림도 그 벽을 허물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지만.

어쨌건 생각이 기특하다. 잊지 않고 선물까지 챙겨주네.

그런데 무슨 선물이려나? 비싸지 않은 거였으면 좋겠다.

“내일이건 모래건 시간 되면 저녁이나 함께 먹자.”

- 알겠어요. 그런데 8강전이 얼마 안 남았죠? 준비는 잘 되고 계세요?

“그냥저냥. 안 맞아죽을 만큼은 하고 있어. 하하.”

- 어떻게 해요. 이번 상대는 우승후보라는 말도 있던데. 게다가 성격도 무척 난폭한 것 같던데.

“격투기선수 중에 난폭하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어? 그래도 권진아씨가 걱정해주니 기분은 좋네. 고마워. 하하.”

- 그래도 조심하세요. 대리님 다치는 거 싫어요.

뭐지? 관심 보이는 건가?

아냐. 오해하지 말자. 남자는 이래서 문제라니까. 조금만 살가운 말을 해줘도 너무 쉽게 오해해.

“고마워. 감찰실 분위기는 좋고?”

- 나쁘진 않아요. 그런데 조금 이상한 게 있어요.

“뭐가?”

- 오늘 사무실 출근했는데, 장성식 부장님이 며칠째 안 보이시네요. 제가 태국으로 출발하기 전부터 안 보이셨는데.

그럼 거의 일주일 째 안 보인다는 얘기잖아.

한상민의 그림자가 갑자기 어쩐 일일까?

“어디 아픈 건 아니고?”

- 그런 건 아닌 것 같아요. 그냥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어요.

정말 조금 이상하긴 하네.

하지만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 세상이 이상한 일 천지겠지.

“고마워. 내일 보자고.”

권진아와 통화를 마쳤다.

그러자 채희라가 툭 던지듯 물었다.

“애인이야?”

“아니, 직장 동료.”

“그러고 보니 오빠도 결혼 준비할 때네. 애인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해. 괜히 분위기 이상하게 만들지 말고. 나 구질구질한 게 제일 질색이야. 대신 그전까지는 재미있게 놀고.”

서유림이 피식 웃었다. 채희라가 알아서 관계를 확실하게 정리해주네.

“오케이.”

다음날 저녁.

“대리님 드리려고 사온 선물이에요.”

권진아가 예쁘게 포장된 것을 내밀었다.

부피가 조금 컸다. 뭔가 싶어서 잡아보았더니 안에서 과자봉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쿤나라고 코코넛과자에요. 너무 맛있더라고요.”

순간 피식 웃음이 나왔다.

사실 조금 걱정했었다. 너무 무리한 선물을 사오면 어쩌나 했거든.

그런데 이렇게 약속하게 사오니 오히려 기분이 좋다. 권진아가 귀엽게 느껴지기도 하고.

겨우 이런 것을 직접 전해주겠다고 회사 앞까지 찾아와준 정성도 고마웠다.

“잘 먹을게.”

함께 식사를 하고 간단하게 맥주도 마셨다.

채희라와 함께 있을 때와는 느낌이 달랐다. 채희라에게서는 이제 편안함과 푸근함이 느껴지는데, 권진아에게서는 어딘가 모르게 설렘이 느껴졌다.

특히 눈을 마주치고 배시시 웃을 때 더욱 그랬다.

오늘도 권진아를 집 앞까지 바래다주었다. 걷는 내내 권진아가 살짝 팔짱을 끼워주었다.

그 부분이 유독 따뜻하게 느껴졌다.

어느새 권진아의 집 앞에 도착했다.

원래 이렇게 거리가 짧았나?

“고마워요, 대리님. 조심히 들어가세요. 8강전도 파이팅하시고요. 절대 다치면 안 돼요.”

“그래. 고마워. 갈게.”

혼자 털레털레 집으로 향했다.

토요일.

중국 상해인민체육관.

내일 무제한급 토너먼트 8강전을 앞두고 계체행사가 치러졌다.

몸무게 제한이 없는 체급이라서 불필요할 것도 같지만, 팬들의 흥미를 위해서는 필요한 행사였다.

몸무게를 통해서 승패도 예상해볼 수 있고, 선수들이 사전에 만나서 으르렁대는 모습도 하나의 흥미요소니까.

선수들이 차례로 나와서 서로를 향해 힘껏 도발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오이르꺼러는 확실히 대중의 관심을 끄는 법을 아는 선수였다.

계체를 위해서 서유림과 마주서자마자 인상을 험악하게 만들며 제멋대로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물론 중국말로.

하지만 서유림은 대부분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다. 틈틈이 중국어공부를 해왔고, 특히 오이르꺼러의 말은 대부분의 욕설이었기 때문이다.

“더러운 약쟁이 새끼. 그렇게 약을 사용해서 이기고도 창피하지 않아? 중국인은 그런 더러운 짓은 하지 않아.”

서유림의 스피드와 파워, 반사신경이 스테로이드 같은 약물의 힘으로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그러고 보니 지금껏 경기하면서 도핑테스트 같은 것은 받아본 적이 없다.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미들급 새끼가 어디서 감히 무제한급을 넘봐? 오늘 무제한급의 위력을 보여줄 테니까 다음부터는 까불지 마.”

그런데 이놈 정말 싸가지 없네.

오이르꺼러의 나이는 겨우 22살. 그래서 다들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칭찬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보니 무궁무진하게 발전할 게 실력이 아닌 ‘싸가지’일 것 같았다.

중국은 원래 이렇게 연장자에 대한 배려가 없는 건가?

아니면 오이르꺼러만 그런 건가?

아무래도 오늘 그걸 확실히 가르쳐줘야 할 것 같다.

그런데 그 전에 짚고 넘어가야 할 게 하나 있었다.

오이르꺼러가 서유림의 약물 사용을 의심한다면 서유림 역시 오이르꺼러의 약물 사용을 의심할 수 있다.

게다가 생각해보니 오이르꺼러가 저런 비대한 몸집에도 불구하고 그토록 날렵하고 활기차게 움직이는 게 조금 의심스럽기도 했다.

서유림이 오이르꺼러에게 당당하게 제안했다.

물론 중국말로.

아직 완벽한 중국말은 아니지만, 적어도 의사전달이 가능할 정도는 되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우리 둘 다 도핑테스트에 응해보는 게 어때?”

그러자 오이르꺼러가 순간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멈칫 하면서 흔들리는 눈동자로 서유림을 바라보았다.

‘이놈! 딱 걸렸어!’

서유림은 순간 확신했다. 얼른 옆으로 고개를 돌려서 한상민 대표에게 다시 제안했다.

“우리 두 사람. 함께 도핑테스트 진행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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