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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미친 잠재력-105화 (105/196)

# 105

내 눈엔 다 보여 (2)

문자를 보낸 서유림이 방긋 웃었다. 마태수의 기분이 어떨지 확인하지 않아도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게 왜 명령을 거역했어? 이건 걸 두고 인과응보라고 하는 거다.’

마태수는 10억 원을 준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언제 어디서건 고통이 가해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을 테니까.

서유림이 휴대폰의 전원을 끄고는 배낭 안에 집어넣었다.

이런 일을 위해서 얼마 전에 어렵게 구한 대포폰이었다. 이제부터 군대를 조직하는 일처럼 신분을 감출 필요가 있는 일을 처리할 때는 모두 이 대포폰을 활용할 것이다.

그나저나 마태수의 정령을 빨리 키워야 할 것 같다. 그래야 감시는 물론이고 마태수를 컨트롤하는 것도 쉬워질 테니까.

최소한 정령을 통한 의사소통 정도는 가능해야 할 것 같았다.

하다못해 서유림의 의지를 전달하는 것만이라도.

오늘부터라도 빡세게 굴리자.

* * *

서유림은 정령계로 들어오자마자 습관처럼 스텟부터 확인해보았다.

[레벨 337]

근력 : 999

순발력 : 999

체력 : 999

감각 : 999

마력 : 377

모든 스텟은 999를 찍었고, 마력 역시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었다.

물론 자연 상승은 아니다. 마굴에는 다양한 마물이 많았고, 마력의 서를 많이 구하다 보니 빠르게 오르는 것이다.

[잠재레벨 158]

잠재력 : 997

지속력 : 96

회복력 : 20.6

맷집 : 310

항마력 : 157

2차성장판도 코앞이었다. 잠재력을 딱 2만 더 올리면 정령계에서 손꼽히는 엄청난 능력자로 인정받게 되는 것이다.

사실 지금도 웬만한 요정보다는 실력이 월등히 뛰어났다.

아리아나도 육체능력에 있어서만큼은 서유림의 상대가 못 되었다. 다만 독 저항력이 약하고, 정령과 마법을 다루는 능력의 차이 때문에 사냥의 주도권은 여전히 아리아나에게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2차성장판만 열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다.

[마법]

체력흡수 : 377

정령소환 : 876%

정령소환력은 800%까지는 무척 빠르게 오르더니 그 후부터는 오르는 속도가 지지부진했다.

이것 역시 999%가 한계였다. 그 이상은 죽었다 깨어나도 오르지 않는다고 했다.

즉 정령 아리안이 거느릴 수 있는 하위정령의 수는 10마리가 최고라는 뜻이었다.

그런데 하위정령을 ‘마리’라고 표현해도 되나? 그렇다고 ‘명’이라고 하기도 그렇고 ‘개’라고 할 수도 없고.

그래서 아리아나 등에게 이야기할 때는 아예 그런 단위를 빼고 ‘여덟’, ‘열’ 등의 식으로만 표현했다.

그나저나 빨리 2차성장판이 열렸으면 좋겠군. 그러면 능력의 신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고 했는데.

“갈까요?”

“그러지.”

서유림이 하위정령들을 소환했다. 대장 워리를 포함한 여덟 마리였다.

워리는 레벨이 100이 넘으면서 온몸이 불덩이가 되었다. 하늘에 불새가 있다면 땅에는 불개 워리가 있다는 식으로.

게다가 덩치는 황소만 했다.

그래서인지 겉모습만큼은 모든 마물을 한입에 씹어 먹을 것처럼 위풍당당했다. 서유림이나 아리아나가 워리의 보호를 받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실제로 자잘한 마물은 워리의 주도 하에 정령펫들이 모두 처리하고 있었다.

“워리, 앞장서.”

워리가 위풍당당한 발걸음을 옮겼다.

마굴은 마물 천지였다. 마물을 피해 다니는 것은 어렵지만, 마물을 찾아다니는 것은 너무도 쉬운 일이었다.

얼마 가지 않아서 마물이 느껴졌다.

소리만 들어도 어떤 마물인지 알 것 같았다.

위이잉-

파리 날리는 소리였다.

“윙맨이로군.”

윙맨은 마물이라고 하기도 그렇고 마물들이라고 하기도 그렇다. 콩알보다도 작은 파리 수십만 마리가 사람의 형태로 뭉쳐있는 마물이기 때문이다.

타격으로는 윙맨을 처리하기기 쉽지 않다. 순식간에 수십만 마리의 파리 떼로 흩어졌다가 다시 순식간에 하나의 몸체로 모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지금 서유림의 능력이라면 혼자서는 죽었다 깨어나 처치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리 강한 마물은 아니었다. 윙맨을 해치우는 간단한 방법이 있으니까.

“워리! 태워버려!”

워리가 기다렸다는 듯 앞을 향해 돌진했다. 불의 정령인 워리가 힘을 쓰자 어마어마한 불길에 치솟았다.

아리아나도 불의 정령을 소환해서 워리와 합세했다.

윙맨이 빠지직- 소리를 내며 타들어갔다. 모였다 흩어지기를 반복하는 모습이 어찌할 바를 모르는 듯했다.

그런데 조금 이상하다.

윙맨의 파리 떼는 원래 불길에 살짝만 닿아도 그대로 죽어서 바닥에 떨어진다.

그런데 이번 윙맨은 워리의 불꽃에 제법 버티는 느낌이다.

아리아나도 고개를 갸웃했다.

“이상해요. 쉽게 죽지 않네요.”

워리도 아리아나도 불꽃을 더욱 강하게 내뿜었다.

사실 훨씬 더 강한 불꽃도 가능하긴 하다. 하지만 그러면 에너지가 그만큼 빨리 소모되기 때문에 자제할 뿐이다.

불꽃이 강해지고 나서야 윙맨이 예전처럼 후두두두 땅바닥에 떨어졌다.

윙맨 사냥하는 데 5분 정도는 걸린 것 같다. 힘을 더 썼는데도 평소보다 오래 걸렸다.

하지만 소득은 전혀 없었다. 작은 파리를 수십만 마리 사냥한 것과 같기 때문에 마력의 서는커녕 경험치 조차 전혀 얻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윙맨을 만나면 괜히 재수가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냐. 뭐든 생각하기 나름이다. 액땜했다고 생각하자.’

다시 걸음을 옮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시 마물이 나타났다.

이번에는 다크트롤이었다.

이제 다크트롤 정도는 껌이었다. 어떻게 상대해야 하는지 알기 때문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회복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상처를 입히면 된다. 아니면 단 한 방에 회복될 수 없는 상처를 입히던가.

서유림이 주변을 살펴보았다. 주변에 수박만한 바위가 많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제멋대로 떨어지고 깨진 것들이라서 모서리가 거칠고 날카로웠다.

서유림이 바위를 집어서 다크트롤을 향해 사정없이 집어던졌다. 999나 되는 완력을 사용했기 때문에 바위는 엄청난 위력으로 날아갔다.

다크트롤은 바위에 맞을 때마다 살점이 크게 떨어져나갔다. 빠르게 재생되긴 했지만, 상처가 너무 커서 시간이 걸렸다.

역시 다크트롤은 칼보다는 이런 둔탁한 무기가 훨씬 효과적이다.

그런데 다크트롤도 평소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다.

“어라! 제법 버티네!”

벌써 열 개가 넘는 바위를 던졌다. 평소 같으면 이 정도면 온몸이 만산창이가 되어서 간단하게 마무리지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 다크트롤은 아직도 당당하게 버티고 서서 저항하고 있었다.

이제 더는 던질 바위도 없는데.

그러자 아리아나가 나섰다.

겨우 다크트롤 상대하는데 아리아나까지 나서게 하다니.

아리아나가 나서자 상황이 쉽게 정리되었다.

아리아나는 요정무술의 극치를 보여주듯 부드럽게 움직이며 순식간에 다크트롤의 뒤를 점하고 목을 조였다.

이제 서유림 차례였다.

힘이 워낙 좋아졌고, 칼 쓰는 솜씨마져 좋아져서 단칼에 다크트롤의 목을 깔끔하게 벨 수 있었다.

그런데 이런!

다크트롤의 피가 서유림의 얼굴에 살짝 튀었다.

“아악!”

다크트롤은 피부의 끈적끈적한 점액질은 물론이고 피도 독성이 무척 강했다. 그래서인지 피가 튀자마자 극심한 통증이 느껴졌다.

하지만 큰 문제는 아니었다. 이런 경험을 여러 차례 한 덕분에 서유림도 다크트롤의 독에 어느 정도 내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물론 처음 다크트롤의 독에 중독되었을 때는 죽을 고비를 넘겼었지만.

서유림이 오만상을 찌푸렸다.

“으으. 난 다크트롤이 제일 싫더라.”

아리아나가 배시시 웃었다.

“그래도 자꾸 견디셔야 해요. 그래야 면역력이 강해져요.”

“그건 그렇긴 해.”

“그런데 이상해요. 마물들의 힘이 하루가 다르게 강해지는 것 같아요.”

“아리아나도 느꼈군!”

한 달쯤 전부터인 것 같다. 똑같은 마물을 사냥하는데 점점 더 힘이 들고 시간도 오래 걸렸다. 사냥할수록 능력도 세지고 기술도 좋아져서 사냥이 쉽고 빨라져야 하는데 오히려 그 반대가 된 것이다.

그리고 오늘 그런 현상이 더욱 심해졌다. 어제의 마물과 오늘의 마물이 완전히 달라진 것이다.

마물이 강해지는 속도를 그래프로 나타낸다면 이건 마치 2차원 곡선을 그리는 것처럼 계속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암흑기가 곧 찾아올 것 같아요.”

“암흑기?”

“지금의 정령신이 소멸하면 새로운 정령신이 힘을 얻을 때까지 정령계는 마물의 세상이 돼요. 그걸 정령계의 암흑기라고 해요.”

정령신의 소멸 이야기는 여러 차례 들었다. 대략 3천 년마다 한 번씩 찾아온다고 했다.

서유림은 조금 암담한 느낌이 들었다. 정령계에 암흑기가 찾아온다는 것은 아리아나와 작별해야 한다는 뜻이 되니까.

왜 그렇게 단정 짓느냐고?

아리아나는 정령신의 후보니까.

정령신의 후보에게는 딱 두 가지 운명만이 정해져있다. 정령신이 되거나, 다른 정령신 후보의 희생양이 되거나.

그러니 무조건 서유림과 헤어져야 할 수밖에.

그때가 되면 서유림은 죽을 것이다. 아리아나를 위해서.

서유림은 정령계에서 죽어도 인간계에서는 죽지 않기 때문에 이 한 몸 기꺼이 바칠 수 있다. 아리아나를 위해서 마지막을 멋지게 산화하는 것이다.

물론 두렵긴 하다. 죽음은 그 자체만으로도 공포심을 느끼게 하는 단어니까.

하지만 그러고 싶었다. 아리아나를 위한 마지막 선물이랄까?

더욱 멋진 선물이 되기 위해서는 능력을 더욱 키워야 할 것이다. 어떻게든 2차성장판을 열어서 아리아나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서두르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어쩌면 몇 달 후가 될 수도 있고, 어쩌면 며칠 수가 될 수도 있다.

“그럼 다시 움직일까?”

“그래요.”

그런데 서유림과 아리아나가 움직이기도 전에 앞쪽에서 쿵! 쿵! 하는 묵직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아리아나의 눈이 커졌다.

“암흑오거에요.”

서유림도 바짝 긴장했다.

암흑오거!

얼마 전에 한번 사냥해본 적이 있다. 간신히 사냥에 성공하긴 했지만, 죽다 살아날 정도로 위험했다.

게다가 마물은 하루가 다르게 강해지고 있었다. 암흑오거 역시 그때보다 훨씬 강해져있을 것이다.

그래서 웬만하면 마주치고 싶지 않은 존재이기도 했다.

하지만 피하긴 늦었다. 달아날 수도 없고. 암흑오거가 민첩성은 떨어지지만 달리기만큼은 서유림이나 아리아나보다 뛰어나니까. 한번 가속도가 붙으면 무시무시한 속력으로 달릴 수 있다.

그렇다고 숨을 수도 없다. 암흑오거는 마법저항력도 강해서 요정망토도 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유림과 아리아나가 잔뜩 긴장하며 공격자세를 취했다. 정령들도 서유림의 마음을 느끼고는 바짝 웅크린 채 때를 기다렸다.

암흑오거의 모습이 드디어 시야에 들어왔다. 서유림과 아리아나의 존재를 느끼고 이쪽을 향해 빠르게 다가오고 있었다.

아리아나가 먼저 손을 뻗었다.

그러자 바위가 쩍 갈라지면서 암흑오거의 발을 집어삼켰다.

마법저항은 강하지만 정령의 힘에는 저항력이 없었다.

하지만 그다지 큰 효과는 없었다. 워낙에 완력이 센 놈이라서 꾸오오! 하며 힘을 한 번 쓰자 발을 집어삼킨 바위가 그대로 깨져나갔다.

하지만 그 짧은 시간이면 충분했다.

서유림이 모든 잠재력을 끌어올려서 민첩을 높이며 전력을 다해 암흑오거에게 달려들었다.

암흑오거가 서유림을 향해 손을 휘둘렀지만, 민첩이 극에 달한 서유림은 암흑오거의 손 사이사이를 피하며 칼을 휘둘렀다.

순식간에 암흑오거의 온몸에 상처가 생겼다. 가죽이 워낙 두꺼워서 치명상은 못 되었다.

아리아나가 다시 손을 움직였다.

거대한 불덩이가 암흑오거의 눈을 향해 쏘아졌다. 이어서 서유림의 정령펫들도 차례로 암흑오거에게 달려들었다.

물론 그런 공격으로는 암흑오거를 상하게 할 수 없었다. 오히려 정령펫들이 암흑오거의 희생양이 되었다. 모두 암흑오거가 휘두르는 팔에 맞아서 그대로 죽어나갔다.

오직 워리만이 불꽃이 약해진 상태로 숨을 헐떡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 정도만으로도 서유림에게 시간을 벌어주기에는 충분했다.

서유림의 칼이 암흑오거의 목과 겨드랑이 등을 찌르고 베었다. 상처는 빠르게 아물었지만, 서유림의 칼이 워낙 빠르게 움직이셔 상처는 자꾸만 많아졌다.

그리고 결국 암흑오거의 목을 완전히 베어내는데 성공했다.

암흑오거가 쿵! 소리를 내며 바닥으로 쓰러졌다.

서유림도 아리아나도 지친 한숨을 내쉬었다.

“휴우. 징그럽게 강하네.”

그런데 이렇게 강한 놈은 사냥에 대한 보상도 그만큼 커야 하는 것 아닌가? 달랑 마력의 서만 구한다면 왠지 억울할 것 같다.

이곳이 게임 속이라면 아주 멋진 아이템을 주울 수 있었을 텐데.

서유림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암흑오거의 몸을 살폈다. 마력의 서를 취하기 위해서였다.

“여기 있군.”

목덜미 부근이었다. 칼로 오려내고 손을 뻗어서 취했다.

[마력 +11]

“나쁘지 않군.”

서유림이 흐뭇하게 웃었다. 이로서 마력이 388이 되었다.

그런데 암흑오거의 등에 이상한 게 있었다. 뭔가 기하학적인 모양이긴 한데 마력의 서 같지는 않았다.

“이게 뭐지?”

“왜요? 뭐가 또 있어요?”

“등에 무슨 그림이 있어.”

서유림이 칼로 등의 기하학적 무늬를 오려냈다. 등가죽은 목부근의 가죽보다 훨씬 질겨서 오려내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서유림의 근력도 999이기 때문에 3분 정도 만에 무늬를 완전히 오려낼 수 있었다.

그러자 갑자기 무늬가 다른 물건으로 변해서 바닥에 툭 떨어졌다.

챙그랑!

맑은 금속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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