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6
세상에 공짜가 어디 있어? (2)■유료전환
왜 그렇게 멍한 표정을 하고 그래? 내가 못할 말이라도 했나? 아니면 내가 기부천사라도 되는 줄 알았어?
생각해봐. 당신도 나 공짜로 운동 가르쳐준 것 아니잖아. 그렇다고 돈 받은 만큼 성심성의껏 신경 써준 것도 아니고.
이런 성황에서 공짜 숟가락을 얹겠다는 건 염치가 없는 거지.
그런데 얼떨결에 말하고 보니 이거 정말 괜찮은 아이디어인걸!
사실 다들 그렇게 하고 있다. MAN FC 경기나 UFC 경기를 보면 유니폼에 이런저런 상표를 잔뜩 새겨 넣고 나온다. 커다란 현수막을 광고판처럼 활용하며 케이지에 걸어놓기도 하고, 상호가 적힌 모자나 수건을 사용하기도 하고, 특정 음료수를 손에 쥐기도 한다.
그게 다 홍보비용 받아먹는 것 아니겠는가?
오! 갑자기 심장이 쿵쾅거리는데. 나라고 그런 돈 받지 말라는 법 없잖아.
실력 좋고 유명세만 얻으면 짧은 기간에 큰돈을 만질 수도 있겠다.
문제는 ‘주먹이 운다.’ 본선에서도 그게 가능한가이다. 지금까지는 주최측에서 제공하는 유니폼만 입었기 때문에 불가능했는데 과연 8강전부터는 가능할까?
순간 송민호에게 물어볼 뻔했다.
하지만 이런 때는 아는 게 힘이라고 했다. 내가 어리바리한 모습을 보이면 쉽게 보고 값을 후려치려 들 수 있으니까.
입을 무겁게 하자. 그래야 내가 계속 칼자루 쥐고 휘두를 수 있다.
다음날.
곧바로 ‘주먹이 운다.’ 주최측에 문의전화를 걸었다.
답은 아주 간단했다.
- 물론 가능합니다. 지금껏 그래왔고요.
오! 돈 들어오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오늘따라 아저씨 목소리가 왜 이렇게 예쁘게 들려?
“몇 개 업체나 가능한가요?”
- 그야 제한이 없죠. 다만 사용할 수 있는 수단만 제한을 둘 뿐입니다. 유니폼, 간이현수막, 모자, 마우스피스······.
상냥하기도 하셔라.
휴대폰에 귀를 바짝 붙이고 집중해서 들었다. 그게 전부 돈이 될 테니까.
메모지가 없는 게 아쉽네. 그래도 정령 아리안 덕분에 기억력이 좋아져서 이 정도 정보는 기억할 수 있다.
그런데 광고판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게 제법 많네.
됐어! 일단 이 문제는 해결되었고.
다음 문제는 배복성이다. 과연 조력자로 설 시간을 내줄 수 있을까?
퇴근하자마자 복성체육관으로 향했다.
채희라는 보이지 않았다. 하긴, 체육관에 있는 날보다는 없는 날이 훨씬 많았다.
문득 채희라와 배복성은 어떤 관계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이내 머릿속에서 지웠다. 채희라가 굳이 먼저 가르쳐준다면 모를까, 서유림이 호구조사 하듯 캐물어서 좋을 게 전혀 없을 것 같았다.
안다고 해도 괜히 기분만 찜찜해절 것만 같았다.
저쪽에서 학생에게 폼을 가르치던 배복성이 서유림을 반겼다.
“왔구나! 32강전에서도 이겼다며? 축하해. 재주도 좋아.”
“관장님 덕분이죠.”
“내가 해준 게 뭐가 있다고. 자네 운동신경이 좋아서 그런 거지. 크로스 카운터 타이밍을 그렇게 빠르게 익히는 사람은 처음이야.”
똑같은 사람인데 이렇게 차이가 나나? 누구는 있지도 않은 공헌을 내세우며 뜯어먹으려고 혈안인데, 누구는 추켜세워 줘도 겸손을 떠네.
겸손도 아니다. 정말로 자신은 해준 게 거의 없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그렇지 않아도 마음 끌리는 사람인데 더 끌리네.
그러고 보면 난 너무 감성적이란 말이야. 사람이 모진 구석도 있고 계산적인 구석도 있어야 하는데.
문제야 문제!
“그런데 관장님 주말에 많이 바쁘세요?”
“바쁘지. 왜?”
이런, 눈치 없기는. 내가 그걸 왜 묻는지 정말 몰라서 그러는 거야?
수고스럽더라도 내가 직접 옆구리 찔러줘야겠군.
“8강에 진출하면 조력자를 세워야 하는데, 해주실 수 있어요?”
“조력자? 세컨 봐달라는 거야?”
“예.”
“그걸 왜 나한테 부탁해? 8강 진출하면 여기저기에서 서로 세컨 봐주겠다고 달려들 텐데.”
어라! 잘 아네! 그런데 아저씨는 왜 안 달려드느냐고? 순진한 거야? 아니면 욕심이 없는 거야?
“관장님이 저하고 잘 통할 것 같아서요.”
“하하, 나야 고맙지. 그거 홍보효과가 얼마나 좋은데. 정말로 나 세컨으로 세워줄 거야?”
욕심은 나는 모양이군.
그러면 얘기 끝났네.
그런데 왜 이렇게 허무하지?
송민호처럼 ‘제발 조력자 시켜주세요.’ 하고 달라붙어야 ‘홍보비 주세요.’ 하는 식으로 협상이라도 벌일 텐데, 이건 뭐 ‘해주면 좋고, 아니면 말고’ 하는 식이니 차마 먼저 돈 이야기를 꺼낼 수가 없다.
아니지. 돈이라는 게 많을수록 좋은 거라고는 하지만, 세상 사는데 돈이 전부는 또 아니잖아.
사실 그깟 돈 받아봤자 얼마나 되겠어? 배복성의 분위기를 보니 협상을 아무리 잘해도 몇 백만 원 받기도 힘들 것 같다.
그렇다면 인간관계가 훨씬 중요하지.
게다가 배복성은 지금껏 공짜로 운동을 가르쳐줬다. 채희라와 어떤 거래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앞에서 돈 이야기를 꺼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러니 돈이 아닌 인정으로 끌릴 수밖에.
그래. 그냥 마음 끌리는 대로 가자.
막말로 광고비야 다른 곳에서도 받아낼 수 있을 것이고, 설령 그거 아니어도 먹고 사는 데는 전혀 지장 없잖아?
“일단 조력자 후보에 넣어드릴게요.”
“말만 들어도 고맙네.”
다시 강성체육관으로 향했다.
미리 전화를 걸어놓았기 때문에 송민호 관장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서유림이 들어오자 기다렸다는 듯 얼른 다가왔다.
평소에는 눈길 한 번 안 주더니.
“아, 서유림씨. 어떻게 됐나요?”
“조력자는 어렵겠습니다. 다른 지인께서 자신이 꼭 하고 싶다고 해서요. 무려 1억 원이나 주시겠다고.”
“예에? 1억 원이나요?”
깜짝이야. 순간 송민호의 눈알이 튀어나오는 줄 알았다.
내가 너무 세게 불렀나?
뭐 어때? 확인할 것도 아닌데. 막 불러도 상관없잖아? 그럴듯한 핑계 하나 만들면 되지 뭐.
“대신 조건이 붙었어요. 제가 우승할 경우에만 1억 원 받는 걸로요.”
“그럼 우승 못하면······?”
“당연히 한 푼도 못 받죠. 다른 계약도 그런 식으로 하려고요. 단가를 좀 세게 하는 대신에 우승 못하면 안 받는 식으로.”
어제 밤새 운동하면서 생각해낸 아이디어다.
어차피 우승할 거잖아.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지.
그래서일까? 송민호 관장도 혼란스러운 표정이다. 서유림에게 질문을 던지는데 말투가 무척이나 조심스럽다.
“그럼 강성체육관 이름 집어넣는데 얼마를 드려야 할지······?”
“3천만 원요.”
협상이 시작되었다. 에누리를 생각해서 일단은 좀 세게 불렀다. 송민호 관장이야 어차피 내가 우승하지 못할 것으로 확신하고 있을 것이니 터무니없는 금액만 아니면 웬만하면 계약할 것이다.
“3천만 원씩이나요? 그건 좀······.”
왜? 너무 많은 액수 같아?
잘 생각해보면 그리 큰돈도 아니야. 내가 우승한다는 조건이 붙었잖아. 내가 우승하지 않으면 한 푼도 안 줘도 된다고.
반대로 내가 우승할 경우를 생각해봐. 그러면 그 홍보효과가 3천만 원도 안 되겠어? ‘주먹이 운다.’우승자가 다녔던 체육관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벌떼처럼 몰려들 수도 있는데?
협상이라는 것이 누가 칼자루를 쥐고 주도하느냐가 중요하다. 상대방에게 질질 끌려 다니면 절대 좋은 조건의 협상을 만들어낼 수 없다.
칼자루는 확실하게 내 손에 있다. 이럴 때는 강하게 나가도 된다. 아니, 강하게 나가야만 한다.
난 강성체육관과 결별해도 전혀 손해 볼 것 없다니까.
“어차피 시간 많으니까 천천히 생각하세요. 저도 다른 체육관 알아볼 시간은 필요하니까.”
대충 그렇게 이야기 끝냈다.
가만있어보자. 또 어디와 계약해야 하나?
그러고 보니 일일이 찾아다니며 스폰서 구하는 것도 귀찮네. 아르바이트 하나 써야겠다.
적당한 놈이 하나 있지. 빠릿빠릿하고, 말솜씨 좋고, 게다가 낯짝까지 두꺼운 사람.
마침 여름방학이라서 시간이 남아돌 테니까.
휴대폰을 꺼내서 전화를 걸었다. 상대가 얼른 전화를 받았다.
- 왜, 오빠?
“우리 예쁜 동생 미진이 아르바이트 하나 해볼래?”
- 뭐야, 징그럽게? 무슨 수작이야?
“에헤~이. 오빠한테 수작이라니. 너 용돈벌이 해주려고 하는 거지. 그것도 아주 짭짤하게.”
- 좋은 건수라도 있어?
“일단 만나서 얘기하자.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금요일.
원투 스트레이트! 어퍼컷! 훅!
서유림이 다양한 각도로 주먹을 뻗었다.
주먹의 속도는 느렸다. 30kg짜리 덤벨을 각각 한 손에 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쯤이면 무게에 적응이 될 때도 되었는데 도무지 적응이 안 된다.
성장이 멈추었기 때문이다. 정령계에서 성장이 멈추자 인간계에서도 어느 정도까지만 고속으로 성장하다가 브레이크가 밟혔다.
‘아리안. 현재 스텟 좀 가르쳐줘.’
> 어제와 비교해서 거의 변하지 않았습니다. 근력은 472, 순발력은 463, 체력은 489, 감각은 316입니다.
아리안의 말대로 변화가 거의 없다. 오직 감각만 정상적인 속도로 오르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운동을 멈출 수는 없다. 능력이라는 것이 오르기만 하는 게 아니니까. 운동을 멈추면 능력이 다시 하락할 것이다.
능력이 클수록 하락폭이 큰 것은 당연한 이치겠지.
그리고 능력의 변화가 없다고 해서 발전이 없는 것은 아니다.
능력이란 그 자체의 힘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컨트롤할 수 있는 능력도 중요하다.
늘 강한 것만이 능사는 아니니까.
때로는 강하게, 때로는 부드럽게. 상황에 맞게 능력을 조절해야만 비로소 그것을 완전한 내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악어가 그 강한 턱으로 새끼들을 조금도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물어 나르는 것처럼 말이다.
말하자면 내실화라고 해야 할까?
그것을 떠나서라도 운동을 멈추고 싶지 않다. 이젠 운동 중독이 되어서 운동을 멈추면 오히려 몸이 괴로워지니까.
“훅! 훅! 훅!”
한참을 운동하다 보니 어느새 퇴근시간이 되었다.
그러고 보니 내일 16강전이 치러진다.
본선 경기가 치러지는 간격은 일주일. 즉, 32강전이 치러지고 일주일 후에 16강전, 다시 일주일 후에 8강전이 치러지는 식이다.
일주일이라는 길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직접 경기를 치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짧아도 너무 짧았다. 지옥 같은 일정으로 보일 정도로.
특히 부상을 당한 사람에게는 더욱 그랬다. 살이 살짝 찢어지는 정도의 부상도 일주일 만에 완쾌되지 못한다.
부상이 조금 더 크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일주일 만에 치료될 수 없으니 경기력은 시작부터 바닥일 수밖에 없으니까.
그러다 보니 이따금 돌발 상황이 발생하곤 했다.
서유림이 퇴근을 앞두고 사무실로 들어왔다. 그런데 ‘주먹이 운다.’ 주최측에서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어왔다.
- 서유림씨의 16강전 상대가 손가락 골절상이 심해서 경기를 포기했습니다. 서유림씨는 부전승으로 8강에 진출했으니 내일 경기장에 나오시지 않아도 됩니다.
“예에? 부전승이라고요?”
아쉽다!
지금은 한 번이라도 더 케이지에 올라서 TV에 얼굴을 내비춰야 할 때다. 연예인이 되기 위해서는 인상적인 경기를 보여서 대중들로부터 인지도를 높여야만 하니까.
그런데 부전승이라니. 아까운 기회가 허공으로 날아가 버렸다.
하지만 그런 서유림보다 몇 배 더 아쉬워하는 사람이 있었다. 아니, 아쉬움을 넘어서 통탄할 일로 생각하는 듯했다.
당연히 한동민이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부전승이라니? 씨발, 무슨 그런 개 같은 경우가 다 있어?”
한동민 때문에 시끄러워서 통화도 못 하겠다. 저렇게 매너가 없어?
“죄송합니다. 잘 못 들었습니다.”
- 조력자는 어떻게 하겠느냐고요.
“아! 그건 개인 조력자를 붙이겠습니다. 복성체육관의 배복성 관장님이십니다.”
- 알겠습니다. 그리고 8강전부터는 유니폼을 직접 제작하여 입으셔도 됩니다. 관련 규정은 이메일로 보내드렸습니다. 규정에 어긋나면 저희가 제공하는 유니폼을 입으셔야 하니까 주의하시고요.
“알겠습니다.”
비로소 통화를 마쳤다.
한동민이 불을 뿜는 눈빛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씨발, 그게 무슨 소리야?”
후훗, 생돈 5천만 원이 또 날아갈 것 같아서 똥줄이 타는 모양이지? 그렇게 노심초사할 것 없단다. 결론은 이미 정해져 있거든.
“제 16강전 상대가 골절상으로 경기를 포기했답니다.”
“참 내. 별 거지 같은······. 하여튼 저 인간은 운도 좋다니까.”
요즘 한동민 보면 불쌍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매일같이 체력을 너무 많이 빨려서 중병을 앓는 환자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영양제에 보약을 입에 달고 살았고, 툭하면 출장 핑계대로 사우나를 다녀왔다. 그런데도 사무실만 들어오면 의자에 드러눕거나 책상 위에 엎어지기 일쑤였다.
가끔은 이유도 없이 코피를 주르르 흘리기도 했다.
그러니 어찌 불쌍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지금 보니 걱정할 필요가 전혀 없겠다. 주둥이가 저렇게 쌩쌩하게 살아있다는 것은 나름대로 버틸 만하다는 증거니까.
오늘도 퇴근할 때 안마 좀 살짝 해줘야 하겠군.
그런데 잠시 후, 한동민이 모니터를 뚫어지라 바라보다가 갑자기 짝! 소리가 나도록 박수를 치며 좋아했다.
“하핫! 좋았어! 됐어!”
뭐가 됐다는 거지?
퇴근을 준비하던 서유림이 한동민 곁으로 다가갔다. 함께 모니터를 확인했다.
‘주먹이 운다.’ 홈페이지인데, 대진표를 화면에 띄워놓고 있었다.
“하핫! 드디어 제대로 된 실력자와 붙게 되었구나. 그것도 극강의 전문 그래플러야.”
아! 그것 때문에 좋아한 거였어?
한동민의 말대로 8강전 상대는 전문 그래플러 강승찬이었다. 한국체육대학교에서 레슬링을 전공했고, 졸업하자마자 격투기 세계에 발을 들여서 벌써 3년이 넘게 MMA 격투기를 훈련해온 사람이었다.
주특기는 서브미션인데 타격실력도 무척 뛰어난 것으로 평가되고 있었다.
이번 ‘주먹이 운다.’의 미들급에서 강력한 우승후보는 총 세 명인데, 그중 첫째가 바로 이 강승찬이었다.
물론 서유림과의 대결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강승찬이 내일 있을 16강전에서 승리해야만 확정되는 것이다.
하지만 대결 상대가 워낙 무명인데다가 32강전에서 별다른 임팩트를 보이지 못했다. 승부는 보나마나일 것 같았다.
그래서인지 한동민의 얼굴에 오랜만에 웃음꽃이 가득 피었다.
“우리 서유림씨, 드디어 밑천 드러나겠네. 그래도 결승전까지 진출하기를 바랐는데, 이렇게 떨어지면 아쉬워서 어떻게 해?”
아! 그러셨어요?
역시! 괜한 걱정이었어.
한동민이 그렇게 쉽게 쓰러질 놈이 아니라니까. 이렇게 팔팔한데.
서유림이 한동민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그러자 한동민이 본능적으로 움찔했다.
드디어 나와의 스킨십에 거부감을 느끼기 시작한 건가?
겁먹을 것 없어. 이 정도로 죽지는 않을 테니까. 어차피 넌 체력 남아봤자 국가경제발전에 도움이 안 될 것 아냐?
서유림이 한동민의 반응을 무시한 채 어깨를 주물러주었다. 그러면서 살짝 도발했다.
“그럼 추가로 5천만 원 내기할래요? 난 이번 8강전 통과할 자신 있는데.”
한동민이 다시 움찔했다.
후훗, 왜? 자신 없어? 천하의 한동민이 겨우 5천만 원에 꼬랑지 내리는 거야?
몸이 약해지면 마음도 약해지는 모양이다. 한동민이 살짝 고민하는가 싶더니 바로 꼬리를 내린다.
“에이, 무슨 내기를 또 해?”
사실 나도 기대하고 물어본 건 아니다. 이쯤 되면 한동민도 나의 승리 행진이 ‘운이 아니라 실력’이라는 걸 대충은 눈치 챘을 테니까.
서유림이 한동민의 어깨에서 손을 뗐다.
“에이, 재미없네. 전 그만 퇴근하겠습니다. 다들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