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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미친 잠재력-43화 (43/196)

# 43

요정무술은 OOO이다. (1)

그런데 이걸 어떻게 취하는 거지? 칼로 피부를 도려내야 하나?

“찾긴 찾았는데 어떻게 해야 하지?”

“그 부분만 칼로 도려내보세요.”

시키는 대로 칼을 사용해서 피부를 도려냈다.

그러자 아리아나가 다가와서 나머지를 도와주었다.

아주 간단했다. 물의 정령을 불러서 잘라진 피부를 물로 깨끗이 씻어냈다.

“이제 잡아보세요.”

서유림이 깨끗해진 피부를 손으로 잡았다.

그러자 마법진이 갑자기 살아있는 것처럼 움직이면서 서유림의 손으로 옮겨왔다. 순간 손끝에서 정전기 같은 자극이 느껴졌다.

손만 대면 저절로 흡수되는 모양이구나.

서유림이 마법진의 움직임을 살폈다.

사실 굳이 눈으로 보지 않아도 움직임을 느낄 수 있었다. 마법진이 움직일 때마다 정전기가 움직이는 것이 함께 느껴졌기 때문이다.

마법진은 손끝에서 손등, 팔을 거쳐서 어깨까지 옮겨왔다. 그리고는 느낌이 사라졌다.

서유림이 가죽옷을 열어서 어깨를 살펴보았다.

다크트롤의 겨드랑이 안쪽에 있던 마법진이 그대로 어깨에 옮겨와 있었다. 동전 정도의 크기인데 꼭 문신을 새긴 것 같았다.

제법 모양도 멋지고. 좋군! 그런데 마력은 얼마나 올랐을까?

얼른 스텟 창을 확인해보았다.

[레벨 145]

근력 : 597

순발력 : 565

체력 : 627

감각 : 358

마력 : 28

다른 것은 눈에 보이지도 않았다. 오직 마력의 변화만 보였다.

그런데 이게 뭐야?

“3 올랐네.”

하마터면 ‘겨우’ 라는 단어를 사용할 뻔했다.

하지만 ‘겨우’라니. 그동안 죽어라고 사냥하고 레벨업해서 올린 수치가 5인데 딱 한 마리 사냥하고 3이 올랐다. 이 얼마나 엄청난 일인가?

단지 기대가 너무 커서 3이라는 수치가 갑자기 작아보인 것뿐이다.

게다가 아리아나가 서유림을 위해서 목숨 걸고 사냥해준 건데 그런 실망스러운 단어를 내뱉어서야 되겠는가?

그런데 아리아나가 그 단어를 대신 사용해주었다.

“겨우 3짜리밖에 안 되었어요? 확실히 제 상태가 정상은 아닌가 봐요. 다크트롤 중에서 약한 놈이었던 것 같은데. 죄송해요.”

“그게 무슨 소리야? 3이라도 오른 게 얼만데? 이거 올리려면 레벨을 최소 50은 올려야 할 거야. 난 만족해.”

서유림이 아리아나를 응원했다.

아리아나는 그저 가볍게 웃어주기만 했다.

“그런데 아까 그건 뭐야?”

“아까 그거라뇨?”

“칼은 전혀 사용하지 않고 다크트롤의 몸에 달라붙어서 싸우던데.”

“보셔서 아시겠지만, 다크트롤은 재생력이 무척 뛰어나요. 마족과 무척 닮은 마물이거든요. 칼로 상대하려다가는 제가 먼저 당해요.”

그럴 거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다.

그런데 마족과 닮은 놈이라고. 갑자기 관심이 폭발한다.

“약점도 마족과 비슷해요. 급소가 많고 관절 꺾기에 약하죠. 피부나 살의 상처는 빠르게 회복하지만, 관절의 부상은 회복속도가 느려요.”

그래서였군. 나중에 마족을 상대할 일이 생기면 참고하면 좋겠다. 물론 점액질의 독성 때문에 아리아나처럼 싸울 수는 없겠지만.

“그런데 그런 동작들은 본능적으로 한 거야?”

“그럴 리가요. 요정은 누구나 어렸을 때부터 요정무술을 배워요. 저도 그렇게 배웠고요.”

아! 그게 요정무술이라는 거였구나.

그런데 정말 멋졌다. 레슬링과 유도, 주짓스를 혼합한 것 같은데, 움직임이 훨씬 부드러웠고, 위협적이기까지 했다.

그래서 보는 내내 욕심이 났었다.

사실 부산의 백호체육관에서 최영만에게 그래플링으로 당한 후로 머릿속에서 그 생각이 떠나지를 않았다.

[서브미션 기술을 익히지 않으면 한계가 있다. 서브미션 기술은 반드시 익혀야 한다.]

문제는 방법이다. 어떻게 익힐 것인가? 돈을 들여서 서브미션 코치에게 직접 배워볼까 생각도 했었다.

그런데 아리아나가 마물의 몸에 붙어서 싸우는 모습을 보니 눈앞이 환해지는 느낌이었다.

요정무술을 내 것으로 만들 수만 있다면 굳이 따로 서브미션 기술을 연습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았다.

서유림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그거······ 나도 배울 수 있을까?”

“물론이죠. 배우고 싶다면 제가 가르쳐드릴 수도 있어요.”

아리아나가 너무도 흔쾌히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역시 아리아나는 천사라니까.

“당연히 배우고 싶지. 어차피 조금 있으면 어두워질 테니까 오늘부터 당장 시작하면 어떨까?”

아리아나가 가볍게 웃었다.

“그럼 조금만 쉬었다가 시작해요.”

하긴, 마물과 싸우느라 많이 지쳤을 것이다. 쉴 시간은 주어야지. 온몸에 묻은 다크트롤의 점액질도 씻어내야 할 테고.

“아리아나는 여기에서 쉬고 있어. 내가 밤을 보낼 자리를 찾아볼게.”

“그럼 전 목욕 좀 하고 있을게요. 30분 정도만 시간을 주세요.”

“알겠어.”

서둘러서 주변을 살폈다.

저기가 좋겠군!

커다란 나무 아래다. 굵기가 적당한 나무를 잘라서 뼈대를 만들고 잔가지와 나뭇잎, 풀잎 등으로 바닥과 벽을 보강했다.

순식간에 임시숙소가 만들어졌다.

이 정도면 30분은 훨씬 넘게 지났겠지?

다시 아리아나에게로 돌아갔다. 목욕을 마치고 나니 다시 눈부시게 아름다운 본모습으로 돌아갔다.

“다 만들었어요?”

“이쪽으로 와봐.”

아리아나를 데려와서 임시숙소를 보여주었다.

“너무 좁은 것 아니에요?”

내가 봐도 조금 좁은 느낌은 있다. 하지만 굳이 클 필요 있나? 일부러라도 작게 만들고 싶은 판에.

“바짝 붙어서 자면 괜찮아.”

어! 아리아나! 그 웃음의 의미는 뭐야? 설마 내가 일부러 좁게 만든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그럼 이제 시작할까요?”

“좋지! 난 언제든지 준비되어있어.”

“요정무술에는 검술이나 창술도 있지만, 마법과 함께 사용하는 거라서 지금은 가르쳐드릴 수 없고, 맨손 무술부터 시작해요.”

서유림도 맨손 무술이 탐났다. 검술과 창술은 인간계에서 사용할 일이 거의 없을 테니까.

“요정무술이 만들어진 이유는 마족으로부터 몸을 지키기 위해서예요.”

아리아나가 요정무술의 기원부터 설명했다.

“마족이 요정을 사냥하는 이유는 딱 하나에요. 그게 뭔지 아세요?”

이제 보니 아리아나가 고등학교 때 역사 선생님을 조금 닮았다. 그냥 쭉 설명하면 될 것을 꼭 중간에 질문을 넣어요.

그래놓고 ‘오늘 23일인가? 13번 대답해봐.’ 이런 식으로 부담을 주곤 했지. 그거 무척 안 좋은 습관인데.

“나야 모르지. 묻지 말고 그냥 쭉 설명해줘.”

아! 속이 다 시원하다. 사실 이 말을 그때 역사 선생님한테 해주고 싶었었거든.

아리아나가 알겠다는 듯 한 번에 쭉 설명해졌다.

“마족이 요정을 사냥하는 이유는 겁탈하기 위해서예요. 다른 목적은 전혀 없어요.”

마족이 요정을 겁탈하면 쾌락은 물론이고 요정의 힘도 덤으로 빼앗을 수 있다. 비록 정령신의 후보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적은 힘이지만, 그래도 요정이 탐나는 먹잇감임에는 분명했다.

그래서 마족은 요정을 사냥할 때는 무기를 사용하지 않는다. 자칫 요정의 몸이 상하거나 죽기라도 하면 애써 사냥한 보람이 없어지니까.

때문에 요정은 마족으로부터 자신을 지켜낼 방법을 찾아야 했고, 그렇게 해서 만들진 것이 요정무술이다.

“마족은 요정보다 완력이 월등히 강하기 때문에 요정무술의 핵심은 적은 힘으로 큰 힘을 상대하는 거예요. 그러자면 온몸의 급소를 파악하는 게 먼저죠.”

이어서 아리아나가 급소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요정이나 마족이나 인간이나 급소는 모두 똑같다고 했다.

심지어 사타구니까지.

마족도 최대 급소는 사타구니라고 했다.

그런데 사람의 몸에 급소가 이렇게 많았나? ‘여기, 여기’ 하면서 짚어주는데 50군데도 넘는 것 같았다.

“여긴 이렇게 살짝만 눌러줘도 아프고······.”

“악!”

와! 정말 살짝 누른 것 같은데 머리카락이 곤두설 정도로 아프다.

“여긴 이렇게 살짝만 때려줘도 일시적으로 힘을 못 쓰게 할 수 있고······.”

정말이네. 아리아나가 주먹으로 톡 치니까 팔이 축 늘어질 정도로 힘이 빠진다.

“여긴 이렇게 꺾으면 관절을 부러뜨릴 수 있고······.”

아리아나의 설명이 끝도 없이 이어진다. 정령 아리안의 도움으로 기억력이 엄청나게 좋아졌는데도, 눈이 팽글팽글 돌아갈 정도다.

아리아나의 설명은 저녁을 먹은 후에도 이어졌다. 모닥불을 활활 피워놓으니 굳이 마법을 사용하지 않아도 요정무술 수업이 가능했다.

그런데 수업이 계속될수록 분위기가 자꾸만 이상해져간다. 아리아나가 서유림을 눕게 하더니 하나로 포개지듯 몸 위로 엎어졌다.

그것도 모자라서 가랑이 사이로 다리를 쑥 집어넣었다.

으앗! 깜짝이야! 예고도 없이 그렇게 훅 들어오면 어떻게 해?

아리아나의 옷은 조금 야한 편이었다. 활동성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인지 노출된 곳이 무척 많았다.

대표적인 곳이 치마였다. 가만히 서있을 때도 허벅지가 훤히 드러날 정도로 짧았다.

그런데도 신기한 것은 보이지 말아야 할 곳은 절대 드러나지 않았다. 마치 풀잎처럼 생긴 요정의 옷이 살아 움직이며 가려주는 듯했다.

하지만 노출된 곳까지 가려줄 수는 없다. 허벅지 사이로 아리아나의 다리가 쑥 들어오니 맨살이 그대로 느껴지는 듯하다.

“빠져나와보세요.”

빠져나가기 싫다. 그냥 이렇게 계속 있고 싶다.

하지만 정신 차려야 한다. ‘주먹이 운다.’ 예선이 겨우 보름도 남지 않았다. 그 전에 서브미션 기술을 완벽하게 익혀야 한다.

헛생각으로 낭비할 시간이 없다.

애써 냉정을 유지하며 몸을 버둥거렸다. 아리아나의 몸이 워낙 가벼워서 조금만 힘을 쓰면 빠져나올 수 있을 것 같았다.

어! 그런데 안 되네.

내가 몸을 버둥거릴 때마다 아리아나가 그 움직임에 맞추어서 자신도 함께 움직였다. 무게중심을 무너뜨릴 수가 없었다.

팔이나 다리로 땅을 지탱하며 일어서려고 하면 손으로 살짝 건드려서 무너뜨리곤 했다.

와! 대단하다. 그다지 힘도 쓰지 않는 것 같은데, 게다가 아리아나의 몸이 이렇게 가벼운데 어떻게 꼼짝도 못할 수가 있지?

요정무술 멋진걸!

1분 정도를 더 버둥거리다가 포기했다.

“안 되네.”

“기술이 없어서 그래요. 제가 빠져나오는 방법을 가르쳐드릴게요. 유림씨가 제 위로 올라와보세요.”

아리아나가 어서 올라오라는 듯 바닥에 누웠다.

내가? 그 위로? 정말······ 올라가도 될까?

아냐, 이상한 생각 하지 말자!

그래. 이건 수업이다. 아리아나는 남자다! 그냥 예쁜 남자일 뿐이야.

아리아나의 몸 위에 엎드리듯 누웠다.

“최대한 유리하게 자세를 잡아보세요. 제가 빠져나올 수 없도록.”

이렇게 하면 될까?

서유림도 아리아나가 했던 것처럼 가랑이 사이에 한쪽 다리를 집어넣었다. 다른 쪽 다리는 최대한 넓게 벌려서 땅을 지탱했다.

그리고는 몸을 바짝 밀착시켜서 아리아나를 온몸으로 짓눌렀다.

미치겠다. 아무리 무덤덤해지려고 해도 이놈이 자꾸만 본성을 드러낸다. 채희라와 함께 실컷 욕정을 풀었던 기억은 완전히 지워진 듯하다.

그러지 마! 아리아나는 남자다! 남자다! 남자다!

아무리 마음속으로 최면을 걸어도 이놈이 속지 않는다. 내가 얼마나 건강한 놈인지 증명하겠다는 듯 자꾸만 고개를 바짝바짝 쳐든다.

정력이 너무 좋은 것도 문제네. 그렇게 해소시켜줬으면 적어도 몇 시간 정도는 얌전히 있어줘야지.

아! 정령계 시간으로는 이미 한참 지났구나.

어쨌건 아리아나가 느낄 것만 같다.

아니, 벌써 느꼈을 거다. 상황이 이지경인데 못 느꼈다는 건 말도 안 돼. 단지 모른 체하는 것뿐이다.

“됐어요?”

그래. 정신 차리자. 서브미션을 배우는 거라니까. 이놈이 껄떡대건 말건 신경 쓰지 않는 거다. 요정무술 배울 때만큼은 이놈은 내 몸이 아니라고 생각하자.

“됐어!”

아리아나가 빠져나오기 위해서 몸을 꿈틀대기 시작했다.

어림없지! 나도 남자인데······ 어!

“아악!”

“팔을 그렇게 하고 있으니까 이렇게 꺾이는 거예요.”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렇게 아프게 꺾으면 어떻게 해? 너무 아파서 흥분이 다 가라앉을 정도다.

그런데 이건 기무라와 비슷했다. 원리는 조금 달랐지만, 꺾이는 방향은 똑같았다.

정말 대단하다. 이런 자세에서 기무라 공격이 가능하다니.

“다시 자세 잡아보세요.”

좋아. 이번에는 방심 안 해······ 어!

갑자기 아리아나의 한쪽 다리가 쑤욱 올라온다. 한손으로 서유림의 팔을 붙잡으면서 다리로 목을 휘감으려고 한다.

안 돼!

다리를 피하기 위해서 몸을 살짝 비틀었다.

그러자 아리아나가 그 힘을 반동으로 삼듯 몸을 튕겼다.

와! 무게중심을 이렇게 쉽게 무너뜨리다니. 재빨리 몸을 움직여보았지만, 한번 무너진 중심을 다시 잡을 수는 없었다.

게다가 아리아나가 다시 팔을 잡아서 뒤로 꺾으려 했다.

안 꺾이려다 보니 몸이 그쪽 방향으로 돌아갔고, 아리아나는 그 틈을 이용해서 순식간에 몸 위로 올라왔다.

“와! 멋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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