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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미친 잠재력-30화 (30/196)

# 30

새로운 능력 (2)

서유림은 거침없이 내달렸다. 중간에 고블린 몇 마리가 나타나긴 했지만, 서유림의 발걸음을 늦추지는 못했다.

서유림은 곧장 요정의 샘물로 향했다.

샘물을 뜨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물론 샘물도 떠오긴 해야겠지만, 그보다는 레벨을 올리는 것이 더욱 큰 목적이었다.

‘제발 그대로 있어다오. 오, 있다!’

서유림의 얼굴에 흡족한 미소가 걸렸다. 요정의 샘물 인근에 뿔 고블린을 비롯한 고블린 무리가 그대로 있었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것만 어림잡아 20마리가 넘었다. 아마 인근 풀 속에는 훨씬 더 많은 고블린이 매복해있을 것이다.

설마 고블린 킹이 또 있진 않겠지?

상관없다. 이젠 어떻게 사냥해야 하는지 알 것 같으니까. 방심만 하지 않으면 안전하다고 확신했다.

어제처럼 놈들의 매복지 주변을 빙글빙글 돌면서 고블린을 사냥했다. 대나무창의 길이가 절반으로 줄었지만, 그만큼 능력치가 오르고 창 놀림도 빨라져서 사냥에는 전혀 어려움이 없었다.

그러면서도 감각을 바짝 세워서 혹시 있을지 모를 고블린 킹의 공격에 대비했다. 작은 파공음이라도 느껴지면 재빨리 몸을 날릴 것이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눈앞에서 섬광이 폭발했다.

파앗!

오! 드디어 레벨이 올랐다.

재빨리 뒤로 물러서며 얼른 스텟을 확인했다. 다른 스텟은 필요 없고 체력만 확인했다.

체력 : 230 (190)

생각만큼 많이 오르지 않았다. 대충 계산해보니 최대치 차이의 절반이 오르는 듯했다.

이제 최대치와의 차이는 40. 한 번 더 레벨업을 하면 20정도가 채워지겠지. 어쩌면 다시 40이 한 번에 채워질 수도 있고.

해보면 알겠지. 주변에 아직 사냥해야 할 고블린 천지다. 오늘 안에 체력을 가득 채운다는 사실만큼은 확실했다.

다시 대나무창을 휘둘렀다.

계속 주변을 살폈지만, 고블린 킹은 나타나지 않았다. 어제 사냥한 그놈이 유일한 고블린 킹이었던 모양이다.

사냥은 두 시간가량 계속되었다.

와! 고블린 숫자가 생각보다 훨씬 많았다. 뿔 고블린 약 7마리, 고블린 대장 약 50마리, 숲 고블린 약 200마리였다.

덕분에 요정의 숲에서만 레벨이 7이나 올랐다.

체력은 레벨업을 3번 했을 때 이미 가득 채워졌지만, 동굴을 갔다가 다시 와서 사냥하기엔 비효율적일 것 같아서 그 자리에서 고블린을 모조리 사냥했다.

그러면서 혹시 몰라서 마법창을 열어보았다. 정령계에서 마물을 사냥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좋은 일에 해당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정령소환력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1%에 머무르고 있었다.

‘역시 이건 아니로군.’

시간은 아직도 충분히 많이 남았다. 동굴을 찍고 요정의 샘물로 다시 돌오가기엔 조금 부족하겠지만, 동굴 인근을 돌면서 사냥할 수는 있을 것이다.

요정의 샘물과 먹을 것을 가지고 재빨리 동굴로 뛰어갔다.

“헉. 헉. 아리아나. 체력 가득 채워왔어요. 얼른 체력 나눠가져요.”

“그렇게 서두르지 않으셔도 되는데······.”

저 웃는 모습 좀 봐. 저 미소를 보고 어떻게 느긋할 수가 있겠어?

하지만 입맞춤만큼은 느긋하게 하고 싶었다. 아까는 경황이 없어서 입맞춤의 달콤함을 제대로 느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임도 보고 뽕도 따는 기분으로 입맞춤할 것이다.

서유림이 체력을 나눠주기 위해서 아리아나에게 입술을 가져갔다.

그러자 아리아나가 피식 웃으며 고개를 돌렸다.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돼요. 이렇게 손만 잡아도 체력은 얼마든지 나눠가질 수 있어요.”

어! 정말이네. 입술을 맞추지 않았는데도 체력이 빠져나가는 게 느껴진다.

“그럼 그때는 왜······?”

분명 인간계에서는 입맞춤을 통해서 체력을 가져갔다.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는데도 말이다.

“그땐 유림씨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해야 했기 때문이에요. 체력을 너무 많이 가져가면 유림씨가 위험해질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 이유가 있었군. 몸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입맞춤이 꼭 필요한 것인 모양이다.

와! 그럼, 실망이네. 허무하다.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다.

그것만 생각하면서 힘든 줄도 모르고 뛰어왔는데.

그냥 모른 척하고 입술로 해주지. 야속하기도 해라.

그래도 아리아나가 체력을 회복해가는 모습을 보니 위안이 된다. 얼굴에도 입술에도 조금씩 생기가 느껴진다.

“기다리세요. 다시 체력 회복하고 올게요.”

서유림이 다시 동굴을 뛰쳐나갔다.

하지만 주변에 사냥할 마물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아무래도 서유림이 씨를 말려버린 듯했다.

겨우 레벨업 한 번 했을 뿐인데 벌써 사방이 캄캄해졌다.

그래도 먹을 것은 잔뜩 구해왔으니 체면치레는 한 셈이다. 안심하고 인간계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설마 인간계로 돌아갈 때도 입맞춤은 필요 없는 건가요?”

“사실 그래요.”

아리아나가 손으로 한쪽 얼굴을 살짝 가리며 웃었다.

어! 저거 수줍음 타는 모습 아닌가?

이것 봐라. 그럼 인간계를 오갈 때에는 굳이 그럴 필요도 없는데 입맞춤을 해줬다는 뜻이네.

“그런데 왜······?”

“유림씨가 그걸 너무 바라는 것 같아서요.”

아하! 그랬군!

역시 마음이 천사라니까.

알지? 한 번 해병대는 영원한 해병대고, 한 번 천사는 영원한 천사라는 것!

“정확하게 봤어요. 계속 그렇게 해줘요. 제가 다른 건 다 양보할 테니까 그거 하나는 계속 같은 방식으로 쭉 가요. 네?”

이거 왠지 앙탈 부리는 느낌이네. 막상 이야기하고 나니 괜히 얼굴이 화끈거린다.

아리아나도 다시 풋! 하고 웃었다.

아, 미치겠네! 그렇게 수줍음 타는 모습은 하지 말라니까. 그런 모습이 남자 마음을 얼마나 뒤흔드는 것인지 몰라서 그래?

“그럼 인간계로 돌아갈 때만 그렇게 해드릴게요. 이리 오세요.”

다행이다. 그래도 앙탈부린 값은 했다.

서유림이 얼른 아리아나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짧지만 황홀한 입맞춤을 경험했다.

* * *

서유림이 살며시 눈을 떴다.

하얀 벽지로 도배된 천정이 보인다. 서유림의 방이다.

아직은 약간 어두컴컴한 시각.

손을 뻗어서 휴대폰을 열어보았다.

정확히 다섯 시 정각이다. 알람을 맞춰놓은 것도 아닌데 매일 기상시간이 정확히 같다.

이것도 정령 아리안 덕분이겠지?

그 어느 때보다도 기분 좋은 아침이다.

그 예쁜 아리아나의 얼굴을 실컷 보고 왔으니까.

달콤한 키스도 하고 왔으니까.

게다가 몸도 이렇게 가뿐하니 얼마나 좋은가?

아리아나의 몸 상태가 조금 걱정이긴 하지만, 밤에 다시 정령계로 들어가서 돌봐주면 된다. 겨우 한나절 만에 무슨 일이 있으려고?

서유림이 힘껏 기지개를 켜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으드드득! 아, 잘 잤다······ 어?”

문득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어깨가 왜 이렇게 뻐근하지?’

마치 무리하게 운동하고 난 뒤의 느낌 같았다. 심하진 않지만, 약간의 불편함이 느껴진다.

정령과 계약한 후로 컨디션은 늘 최상이었다. 전날에 쓰러지기 직전까지 운동해도 아침에는 몸이 깃털처럼 가벼웠다.

그런데 갑자기 이런 뻐근함이라니.

‘아리안, 내 몸에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거야?’

> 아뇨. 전혀 문제없습니다. 단지 어깨가 너무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서 약간의 통증이 느껴질 수 있습니다.

‘어깨가 성장해?’

> 유림씨의 현재 어깨넓이는 376mm입니다. 몸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최소 430mm까지는 키워야 합니다.

오! 이거 희소식이네!

한마디로 내 어깨가 키에 비해서 너무 좁으니까 아리안이 넓혀주고 있다는 것 아닌가?

그것도 무척 빠르게.

그런데 적정 넓이보다 무려 54mm나 부족하다니. 몸이 부실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정도로 심했을 줄이야.

언제쯤 되면 적정 넓이만큼 성장할 수 있을까?

‘얼마나 빨리 키우고 있기에 어깨가 다 아픈 거지?’

> 공급받는 영양소가 부족해서 하루 평균 4mm정도 키우고 있습니다.

하루 4mm라면 열흘이면 4cm 아닌가? 그러면 적정 넓이까지 되는 데 보름도 안 걸릴 것이다.

게다가 영양소가 부족해서 성장이 느리다지 않는가?

그러면 영양소를 충분히 공급해줘야지. 이왕이면 더욱 빠르게 성장할 방법도 찾아보고.

‘어떻게 해야 성장이 빠르지?’

> 운동을 많이 하면 자극이 되는 부분의 성장을 더욱 빠르게 할 수 있습니다.

‘얼마나 키울 수 있지?’

> 530mm 이상 커지면 불균형이 올 수도 있습니다.

입이 떡 벌어졌다. 무려 15cm이상을 키울 수 있다는 뜻 아닌가?

와! 그러면 나도 어깨깡패 소리 들으며 살 수 있는 거야?

이참에 내 몸에 대해서 좀 알아볼까?

‘내 다른 신체사이즈도 측정해줄 수 있어?’

> 키 183.4cm, 몸무게 59kg, 가슴둘레 78cm, 허리둘레······.

요정 아리안이 상세한 신체지수를 적나라하게 나열했다.

‘그런데 가만, 몸무게가 59kg이나 된다고? 얼마 전에 쟀을 때 56kg이었었는데. 설마 그토록 안 늘던 몸무게가 그 사이에 3kg이나 는 거야?’

> 저를 처음 만났을 때와 비교해서 정확히 3.2kg 늘었습니다. 키는 굽었던 허리가 펴지면서 0.4cm 커졌고, 완전하게 펴질 경우 예상되는 키는 187.4cm입니다.

희소식이다. 깡마른 몸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몸무게 증가는 서유림의 꿈이기도 했다.

그 꿈이 실현되는 중이 아닌가?

문득 몸의 변화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싶었다.

가족들이 깨지 않도록 조용히 화장실로 들어갔다.

딸칵!

불을 켜고 거울에 벗은 몸을 비춰보았다.

아직은 바뀐 게 없었다.

이게 사람 몸이냐? 그냥 뼈다귀지.

어깨도 너무 좁았다. 마치 겁에 질려서 잔뜩 움츠린 것 같은 모습이었다.

하긴, 며칠이나 지났다고.

눈에 띌 정도로 변하려면 최소 한두 달은 지나야 하겠지. 그러면 어깨는 태평양처럼 넓어지고, 온몸에는 잔근육이 멋지게 붙겠지?

‘어깨깡패에 몸짱이라. 후훗.’

생각만 해도 흐뭇했다. 그런 몸을 빨리 갖고 싶었다. 조급증이 느껴질 정도로.

이럴 때마다 낮에 사무실에서 죽치고 앉아있는 시간이 너무 아까웠다. 그 시간에 몸을 혹사시킬 수만 있다면 몸을 두세 배는 빠르게 성장시킬 수 있을 텐데.

차라리 몸을 쓰는 직장으로 옮겨버려?

아서라. 그런 건 조급하게 생각할 일이 아니다. 더 좋은 직장이 보이면 그때 고민해도 늦지 않는다.

그럼 출근해볼까? 오늘도 즐거운 하루를 보내야지.

그나저나 우리 오 주임은 라벨지 수정 잘 해놨나 모르겠네. 그게 보통 눈 돌아가는 일이 아닌데. 후훗.

마법도 빨리 사용해보고 싶었다. 지금의 마력 수준으로는 사람의 생명에 전혀 지장을 주지 않는다고 했으니 마음껏 사용해도 될 것이다.

‘가만있어보자. 누구한테 먼저 사용해볼까?’

생각나는 사람이 있었다.

아니, 한 사람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격투기를 배워서 그런지 쓸데없이 체력만 좋은 놈.

그 좋은 체력을 국가경제발전에 사용하지 않고, 이 여자한테 찝쩍대고 저 여자한테 껄떡대는 데만 사용하는 놈.

아니, 하나 더 추가하자. 나처럼 허약한(아니, 허약했던) 사람들 힘으로 깔아뭉개는 데만 사용하는 놈.

그놈은 체력을 조금 덜어줄 필요가 있다. 당장 오늘부터.

빨리 출근하고 싶어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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