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
새로운 능력 (1)
가물가물 눈이 떴다.
시커먼 동굴 천장이 보였다.
정령계로구나.
‘아, 맞다! 고블린 킹! 중독!’
문득 고블린 킹과의 싸움이 생각났다. 비몽사몽간에 아리아나가 있는 동굴까지 기어들어왔던 것도 생각났다.
하지만 기억은 거기에서 끊겨 있었다.
내 몸은 괜찮은 건가?
누운 채로 몸을 느껴보았다.
별다른 이상은 없다. 어! 오히려 가뿐하기만 하네. 언제 고블린 킹의 독에 중독되었었느냐고 하는 것처럼.
몸을 일으켜보았다. 역시 마찬가지였다. 독의 기운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데······.
“앗! 아리아나!”
아리아나가 옆에 쓰러져있다.
그래. 이건 누운 자세가 아니다. 비록 침대 위에 있긴 했지만, 허리가 옆으로 굽은 것으로 보아 쓰러진 자세가 분명했다.
게다가 얼굴이 창백했다. 핏기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입술도 마찬가지였다. 그토록 붉었던 입술이 지금은 하얗다 못해 파랗게까지 보였다.
보는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을 정도로 상태가 심각해보였다.
‘설마······?’
아! 다행이다. 아랫배와 가슴이 미약하게나마 주기적으로 들썩였다. 숨 쉬는 모습조차 힘이 하나도 없어 보이긴 했지만, 그래도 목숨이 붙어있다는 게 너무도 고마웠다.
그런데 도대체 왜? 무슨 일이 있었던 건데?
“아리아나. 정신 좀 차려 봐요. 아리아나!”
목소리만 요란했다. 아리아나가 어떻게 될까 무서워서 함부로 몸을 흔들지도 못하겠다.
단지 몸을 바로 눕히고 팔만 조심스럽게 흔들어볼 뿐이다.
그러다가 아리아나의 옆에 놓인 단검을 보았다. 그리고 아리아나의 손목에 나있는 상처도 보였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서유림의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아리아나! 정신 차리라니까요.”
그제야 아리아나가 가물가물 눈을 떴다.
눈빛에도 힘이 없다. 꺼져가는 촛불처럼.
“정신이 들어요? 무슨 일이에요? 갑자기 왜 그래요?”
“일어나셨군요. 다행이에요.”
아리아나가 힘없이 웃는다.
지금 웃을 때가 아니라니까.
“설마 저한테 아리아나의 피를 먹여준 건가요?”
“그 방법밖에 없었어요.”
어쩐지 그런 것 같더라니.
“대체 얼마나 먹인 거예요? 얼마나 먹였기에 아리아나가······?”
“희생 없이 얻을 수 있는 건 없어요.”
‘희생’이라는 단어까지 사용하는 걸 보니 어마무시한 양을 먹인 모양이다. 그러니 아리아나가 이 꼴이 된 거겠지.
그래, 다 좋아. 날 위해서 희생해준 것도 고맙고, 그렇게 해서 살려준 것도 고맙다 그거야.
그런데 설마 목숨을 희생한 건 아니겠지? 아리아나가 어떻게 되는 건 아니겠지? 회복은 할 수 있는 거겠지?
들릴락 말락 힘없는 목소리를 들을 때마다 가슴이 타들어가는 느낌이다.
“전 걱정하지 마세요. 단지 체력이 약해진 것뿐이니까.”
아! 다행이다! 그럼 생명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거잖아. 체력만 회복하면 된다는 거잖아.
가만. 체력?
그거라면 쉽게 회복할 방법이 있다. 인간계에서도 그렇게 했었잖아.
“제 체력을 가져가세요.”
서유림이 망설임 없이 아리아나의 입술을 덮쳤다.
키스가 목적이 아니었다. 맹세하건데 다른 마음은 요만큼도 없었다. 단지 체력을 나눠주기 위해서였다.
아리아나가 괜찮다는 듯 힘없이 고개를 돌렸다. 잠깐 포개졌던 입술이 미끄러지듯 엇나갔다.
“유림씨는 마물을 사냥해야 하잖아요.”
“조금만 가져가면 되죠. 제 체력이 200이 넘으니까 딱 100만 가져가세요. 그러면 서로 아무 문제없잖아요. 어서요.”
서유림이 다시 아리아나의 입술을 덮쳤다.
아리아나가 고개를 돌려 피하려고 했지만, 서유림이 두 손으로 아리아나의 얼굴을 잡고 고정시켰다.
“아리아나가 체력을 가져갈 때까지 계속 이러고 있을 거니까 알아서 하세요. 알죠? 내가 아리아나 좋아하는 것. 늦게 가져갈수록 난 좋아요.”
그리고는 다시 입술을 맞추었다. 아리아나가 체력을 가져가기 전까지는 절데 떨어질 수 없다는 듯 단단히.
마치 ‘이래도 체력 안 가져갈래?’ 하며 무력시위 하듯이.
결국 아리아나가 백기를 들었다. 잠깐 망설이는가 싶더니 어느 순간 온몸의 기운이 살며시 빠져나가는 게 느껴졌다.
그제야 아리아나가 입술을 움직였다.
“이젭 됩더욥.”
아직도 서유림의 입술이 포개져 있어서 막힌 발음이 새어나왔다.
그런데 체력을 그리 많이 가져간 것 같지가 않다. 피곤함이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스텟을 확인해보았다.
[레벨 25]
근력 : 232
순발력 : 235
체력 : 226 (150)
감각 : 249
마력 : 20
체력이 150으로 줄어 있었다.
이것은 몸을 혹사시켜서 체력이 떨어진 것과는 다른 개념이었다. 체력이라는 통의 크기 자체가 일시적으로 줄어든 것이다.
때문에 쉰다고 해서 빠르게 회복되지는 못한다. 가장 빠르게 회복하는 방법은 마물을 사냥해서 레벨업을 경험하는 것뿐이다.
그런데 이상한 게 있다.
서유림이 눈을 크게 뜨며 아리아나를 바라보았다.
“제 스텟에 마력이 왜 들어와 있죠?”
“요정의 피를 마시면 자연스럽게 만들어져요.”
그렇군. 왠지 아리아나의 희생 덕분에 엄청나게 큰 행운을 얻은 느낌이다.
좀 더 확실하게 확인해보고 싶다.
“마력이 만들어졌다는 건 마법도 익힐 수 있다는 뜻 아닌가요?”
“맞아요. 하지만 자격을 갖춘 것뿐이지 아직 마법을 익힐 능력을 갖춘 건 아니에요. 가장 기본적인 라이트 사이트(light sight)만 해도 마력이 40을 넘어야만 익힐 수 있어요.”
마력 40이라. 그럼 앞으로 20만 더 올리면 되잖아.
그리 대단한 수치로 보이지 않았다.
처음 정령계로 들어왔을 때 거의 모든 스텟들이 200을 넘지 못했다. 체력 같은 경우는 겨우 140정도에 불과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정령계에서 시간을 보낸 지 겨우 일주일 정도밖에 안 지났는데 체력이 226이나 된다. 무려 80이 훨씬 넘게 오른 것이다.
일주일에 80을 넘게 올렸는데, 그깟 20 올리는 게 어려울까?
“그럼 저도 며칠 후면 마법을 익힐 수 있겠군요.”
그런데 아리아나가 살며시 고개를 저었다.
“다른 스텟들과 달리 마력은 거의 오르지 않아요. 레벨을 300까지 올린다고 해도 레벨업만 의존해서는 라이트 사이트조차 익힐 수 없을 거예요.”
그런 게 있었어?
그러고 보니 스텟마다 오르는 속도가 천차만별이었다. 체력의 경우 80이 넘게 올랐지만, 감각의 경우 처음과 비교해서 5 정도밖에 오르지 않았다.
마력은 훨씬 더 느리게 오른단 말이지?
난감하네.
“그럼 방법이 없는 건가요?”
“강한 마물을 사냥하면 가끔 마력의 서를 구할 수 있어요. 그걸로 마력을 빠르게 올릴 수 있어요. 하지만 지금 능력으로는 역부족이에요.”
‘마력의 서’라.
몬스터를 사냥하면 아이템을 줍는 것과 비슷한 이치인 모양이다.
어쨌건 김새는 말이다.
“그럼 마력이 있어봤자 아무 쓸모도 없겠군요.”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마력의 크기와 상관없이 정령신의 허락으로만 익힐 수 있는 마법도 있으니까요. 마법창을 확인해보세요.”
마법창? 그런 게 있나?
시야를 움직여서 망막을 확인해보았다.
그러자 전에는 없었던 새로운 정보가 보였다. 초점을 맞추자 확대되면서 글자가 보였다.
[마법]
체력흡수 : 20
정령소환 : 1%
서유림의 눈이 번쩍 떠졌다.
“체력흡수? 이거 아리아나가 저한테 사용했던 그 마법 아닌가요?”
“조금 다르지만 비슷하긴 해요. 다른 사람의 체력을 흡수하는 건 같으니까요.”
입술이 쭉 찢어졌다. 아리아나에게는 체력흡수 마법이 어떤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서유림에게는 말 그대로 꿈의 마법이었다.
마음에 안 드는 놈이 있으면 체력흡수 마법 하나만 가지고도 얼마든지 골탕 먹일 수 있으니까.
벌써부터 체력흡수 마법을 어떤 놈에게 어떻게 써먹을지가 마구 상상되었다.
게다가 또 다른 마법도 있었다. 마법의 이름도 체력흡수 못지않게 서유림의 눈길을 끌었다.
“정령소환? 이건 또 뭐죠?”
“그것은 엄밀히 말하면 유림씨의 능력은 아니에요. 유림씨의 정령인 아리안의 능력이죠. 이제 아리안도 하위정령을 소환할 수 있어요.”
뭔가 엄청나게 좋은 마법인 것 같다. 하지만 알아들을 것 같으면서도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많다.
아리아나가 추가적으로 설명해주었다.
정령은 단계로 하급, 중급, 상급, 정령왕, 정령신으로 나뉜다.
당연히 각 단계별로 능력의 차이가 있는데, 중급 이상의 정령에게는 공통적으로 주어지는 능력이 하나 있다.
바로 정령소환이다.
“그럼 정령소환이라는 것이 아리안을 소환하는 게 아니라 다른 정령을 소환한다는 뜻이네요.”
“맞아요. 소환력이 100%가 넘으면 정령 하나를, 200%가 넘으면 정령 둘을 소환할 수 있어요.”
놀라웠다. 정령을 소환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도 놀라웠지만, 아리안이 벌써 중급 이상의 정령이 되었다는 점도 놀라웠다.
아리안과 만난 지 며칠이나 되었다고 벌써 최하급에서 중급으로 성장했단 말인가?
아무래도 간밤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게 분명하다.
그런데 가만. 아리아나가 했던 말을 곱씹어보니 놀라운 이야기가 숨어있었다.
[정령신의 허락으로만 익힐 수 있는 마법도 있으니까요.]
그 말은 정령신이 직접 허락했다는 뜻 아닌가?
그러고 보니 전에도 오직 정령신만이 마법과 마력을 허락할 수 있다고 했다.
그럼 이게 무슨 상황이야? 좋은 소식인가?
“혹시 아리아나가 정령신이 된 건가요?”
서유림의 물음에 아리아나가 피식 웃었다.
“그럴 리가요. 제가 정령신이 되었다면 예전 기억을 모두 잊고 유림씨도 전혀 알아보지 못했겠죠.”
“그럼 어떻게······?”
“제 예상이 맞았어요. 정령신께서 유림씨를 특별한 분으로 여기고 계속 지켜보고 계셨어요. 그래서 제가 기도를 드리자 곧바로 응답해주셨어요. 금단의 치료법까지 허락해주셨고요. 아마 유림씨도 모르는 사이에 많은 시험이 있었을 거예요.”
서유림의 눈이 커졌다. 정령신이 지켜보고 있었다는 이야기를 듣는 순간 떠오르는 존재가 하나 있었다.
“그럼 아리안이······헙!”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리다가 깜짝 놀라서 얼른 입을 다물었다. 하마터면 비밀을 이야기할 뻔했다.
“아리안이 왜요?”
그건 말할 수 없지. 아리안과의 약속을 어기면 끔찍한 일을 당하게 되어있거든.
그 약속은 아직도 유효할 것이다.
‘그런 거지, 아리안? 계속 비밀로 해야 하는 거지?’
> 물론이죠. 약속은 지켜져야 하는 거니까요. 계속 비밀로 하셔야 합니다.
그것 봐.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잖아.
그러니까 묻지 말라고. 나도 모르게 발설할 수도 있으니까.
“아뇨. 저를 치료해준 존재가 아리안인 줄 알았어요.”
얼렁뚱땅 얼버무렸다. 그리고는 얼른 화제를 바꾸었다.
“그런데 금단의 치료법은 뭔가요?”
“요정의 피, 그것도 정령신 후보의 피를 치료제로 사용하는 것은 금지된 일이에요.”
아, 맞다. 당연히 그거였겠지. 빤한 걸 질문했네.
그래도 화제를 돌리는 데는 성공했다.
“저와 유림씨 사이의 소통이 막혔던 것도 그 때문이었어요. 정령신이 직접 개입한 이상 아리안은 더는 저의 정령이 아닌 정령신의 정령이 되는 것이니까요.”
그랬군.
그럼 정령의 이름도 바꿔줘야 하나? 아리안에서 ‘정령시니’정도로?
그건 그냥 놔두자.
아리아나가 말을 계속 이어갔다.
“그러니 아리안의 모든 것은 정령신의 뜻으로 생각하시면 돼요. 그 말씀에 무조건 따라주세요. 만약 저를 죽이라 명하시면 죽이시고, 저를 취하라 명하시면 취하세요. 그게 제가 존재하는 이유니까.”
뭐야? 그렇게 말하니까 아리아나가 너무 불쌍해 보이잖아.
그리고 내가 미쳤어? 죽이란다고 죽이고 취하란다고 취하게. 아리아나는 정령신의 똘마니가 맞을지 몰라도 난 아니라고.
그리고 아리아나를 취하라는 말은 없었어. 단지 그럴 수 있는 기회를 준다고 했을 뿐이지.
판단은 내 몫이야. 그리고 난 아리아나가 그런 불쌍한 존재가 되는 것을 원하지 않아.
아니, 그런 이야기나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싫다. 아리아나가 불행해지는 것도 싫다.
다시 화제를 돌렸다.
아! 그걸 물어보면 좋겠다.
“하위정령은 어떻게 소환하는 거죠?”
“소환력을 100%로 올리셔야 해요. 그러면 정령이 유림씨의 의지대로 소환되고 움직여줄 거예요.”
스무고개 하지 말고 그냥 한 번에 다 이야기해주라니까.
자꾸 질문거리를 만드네.
“소환력은 어떻게 올리는 건데요?”
“모든 정령은 밝은 마음을 먹고 성장해요. 이를테면 기쁨, 사랑, 행복 같은. 유림씨의 정령 아리안에게 밝은 마음을 먹여주세요. 그러면 정령의 소환력이 올라갈 거예요.”
아직도 감이 잘 잡히지 않는다. 궁금한 게 여전히 많다.
“제가 밝은 마음을 가지면 되는 건가요?”
“본인도 중요하겠지만, 그것을 주변에 실천해야 하겠죠. 정령계에서건 인간계에서건. 아······! 죄송해요. 너무 피곤해서······. 조금만 쉬었다가······.”
아리아나가 예쁜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그러고 보니 아리아나의 상태는 정상이 아니었다. 서유림의 체력을 가져갔다고는 하지만, 아주 적은 양이었다.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시켜서는 안 되는 건데.
그래도 대충의 상황은 알 것 같다.
밝은 마음의 실천. 한마디로 좋은 일을 하라는 것 아닌가?
해보면 알겠지. 이런저런 행동을 하면서 소환력의 변화를 살펴보면 올리는 방법도 알 수 있겠지.
그보다는 아리아나의 상태가 걱정이다. 대체 얼마나 많은 피를 먹인 거야?
“제 체력을 좀 더 가져가세요. 전 레벨업 하면 빠르게 회복할 수 있어요.”
서유림이 다시 아리아나의 얼굴을 손으로 살짝 감싸 안았다. 그리고는 입술을 향해 돌진했다.
아리아나가 고개를 돌렸다. 체력을 어느 정도 회복했는지 서유림의 손길도 밀어냈다.
“그러지 마요. 레벨업 해서 체력 회복하고 오시면 그때 나눠가질게요.”
하긴, 체력이 너무 없으면 사냥이 어려울 테니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
이번에는 아리아나의 판단이 옳다. 인정!
대신 최대한 빨리 체력을 회복하고 돌아와서 다시 체력을 나눠줘야지.
“독 저항력이 생겼다고 해서 안심하면 안 돼요. 그렇다고 여전히 독은 위험한 거니까요.”
“독 저항력?”
갑자기 어디에서 튀어나온 이야기지?
“아, 아직 특수능력 창은 모르시겠구나. 시야를 움직이면 새로운 정보창이 하나 만들어져있을 거예요.”
새로운 정보창? 아, 저걸 말하는 거구나.
[특수능력]
독 저항력 : 고블린 킹(25%)
뭔지 알겠다. 고블린 킹의 독에 저항력이 생겼다는 뜻이다. 25%는 저항력의 수준이겠지.
사실 이 숲에 더는 고블린 킹이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있다고 해도 상관없다. 독 저항력도 생겼겠다, 고블린 킹에 대한 경험도 있겠다. 이제는 고블린 킹과도 맞서 싸울 자신감이 생겼다.
한마디로 이 부근에서 나는 무적이라는 뜻!
뭐든 나와라. 이 경험치들아!
“얼른 다녀올게요. 조금만 참고 기다려요.”
서유림이 씩씩하게 동굴을 나섰다.
아리아나가 서유림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아리아나의 입술에는 가벼운 미소가 걸려있었다.
‘사실 유림씨가 가진 능력은 그것뿐이 아니에요. 하지만 그건 지금 얘기하지 않을 게요. 그걸 알게 되면 참지 못할 테니까. 조금 더 나중에 아는 게 유림씨에게도 제게도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