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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미친 잠재력-10화 (10/196)

# 10

아리아나의 보답 (2)

이게 무슨 소리야?

올라오라고? 함께 자자고? 그 좁은 침대에서?

“괜찮아요. 조금 좁긴 하지만 서로 껴안고 자면 돼요.”

와! 저거 지금 나 유혹하는 거 맞지?

하긴, 그럴 수도 있다. 여자마다 좋아하는 취향이 있으니까.

서유림처럼 크고 곱상한 남자를 좋아하는 여자도 많다. 실제로 대학생 때까지는 여자들한테 제법 인기가 있었다.

그런데 요정이 저래도 되는 거야? 만난 지 하루도 안 지났는데.

하긴, 고블린 고기도 먹는다지 않는가? 기존의 상식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어쩌면 남자를 엄청 밝히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이거 흥분되네.

“이상한 생각은 하지 말고요.”

어떻게 이상한 생각을 안 해? 나도 남자인데.

봐! 벌써 남자의 본능이 꿈틀대기 시작하잖아. 이대로 끌어안고 자면 100% 무슨 일 일어난다니까.

아니, 일어나야 해. 이런 상황에서 손만 꼭 잡고 자면 내가 병신 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고.

그래. 이런 상황에서 망설이는 것도 남자가 아니다.

올라오라지 않는가? 그러면 올라가주면 돼지.

그 다음 상황은 나도 책임 못 지고.

물론 경고는 해줄 필요가 있다. 이건 내가 짐승이라서가 아니라 세상 모든 남자가 똑같은 거라고.

“참는 데까지는 참아보겠지만, 장담은 못해요. 그래도 괜찮아요?”

“풋!”

뭐야? 웃는 거야?

좋아서 웃는 거야? 아니면 비웃는 거야?

“무슨 걱정하시는지 알아요.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수면마법 걸어드릴게요.”

한마디로 자기 몸 지킬 자신은 있다 그거지?

에라 모르겠다. 수면마법이고 나발이고 난 분명히 경고했으니까. 무슨 일이 일어나더라도 그건 내 책임 아니라고.

“그럼 올라갑니다.”

아리아나 쪽에서 부스럭부스럭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서유림을 위해서 공간을 내어주는 듯하다.

서유림이 아리아나의 침대로 다가갔다.

그런데 너무 어둡다. 눈을 뜨나 감으나 똑같을 정도로. 정말이지 아무것도 안 보인다.

더듬. 더듬.

이런, 아리아나의 몸을 만지고 말았다. 그런데 불룩하면서도 탱글탱글한 느낌이다.

어딜 만졌는지 알 것 같아. 여자 친구 사귀었을 때 많이 만져봤거든.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느낌이 다르지?

하마터면 영화에서 보았던 대사를 흘릴 뻔했다.

쏴라있네!

깜짝 놀라서 얼른 손을 치웠다.

“앗, 죄송합니다.”

“괜찮아요.”

오! 괜찮다고 했어. 그렇다면······.

조금 더 과감하게 손을 더듬어가며 침대 위로 올라갔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아리아나의 몸을 몇 번 만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게 대수랴? 지금의 상황과 비교한다면 그깟 몸 더듬는 거는 아무것도 아니다.

서유림이 몸을 뉘였다. 그러자 아리아나가 서유림을 꼭 끌어안아주었다.

몸을 완전히 밀착시켰다.

가슴과 가슴을 맞대고.

허벅지와 허벅지를 맞대고.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사실 침대가 너무 좁아서 한 침대에서 자려면 이런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긴 하다.

하지만 그건 핑계일 뿐이다. 이럴 줄 알았다면 처음부터 한 침대에서 자자는 말을 하지 말았어야지.

이건 아리아나가 서유림을 유혹하는 게 분명하다. 100%. 아니 200%!

이런 건 남자가 리드해야 하는 건데.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빨리 남자의 박력을 보여주자!

그런데 어떻게 시작해야 하지?

키스부터 해줘야 하나?

등부터 부드럽게 쓰다듬어주어야 하나?

이런, 네가 먼저 나서면 안 되지.

남자의 본능이 자제력을 읽고 흉물스럽게 솟아올랐다. 엉덩이를 살짝 뺐지만, 몸이 너무 밀착되어서 아라이나에게 그대로 전달되는 중이다.

‘거 봐요. 장담 못 한다고 했잖아······ 응?’

뭐지? 갑자기 몸이 나른해진다. 하품이 나오고 눈꺼풀이 무거워진다. 수면제 한 통을 통째로 먹으면 이런 느낌일까?

자꾸만 졸음이 쏟아진다. 의지와 상관없이 정신이 아득해진다.

아, 놔! 이렇게 그냥 잠들면 안 되는······.

포근하다. 아늑하다.

얼마나 깊은 숙면을 취했는지 몸이 그렇게 개운할 수가 없다.

행복에 겨워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그런데 여기가 어디지?’

서유림이 살며시 눈을 떴다.

눈앞에 누군가가 있다. 서로의 숨결이 느껴질 만큼 가까운 거리에.

‘헉! 아리아나다!’

여전히 아리아나와 껴안고 있다. 밤새 이러고 있었나 보다.

자신 있게 침대 위로 올라오라고 하더니, 역시 확실하게 믿는 구석이 있었다.

그런데 아리아나는 아직도 자고 있나?

깼네!

서유림이 몸을 살짝 꿈틀하자 아리아나가 눈을 떴다.

“일어나셨어요?”

“아, 예.”

“저 목이 말라요.”

“아, 알겠습니다.”

아쉽다. 조금만 더 이렇게 있고 싶었는데.

어쩌면 목마르다는 게 서유림을 침대에서 쫓아내기 위한 핑계인지도 모르겠다.

서유림이 황급히 일어섰다.

그러고 보니 요정의 망토를 이불 삼아 덥고 있었다. 그것 때문에 그토록 포근하고 따뜻했던 모양이다.

아리아나를 일으켜주고는 어제 떠온 요정의 샘물을 건네주었다.

샘물을 마신 아리아나는 어제처럼 마법으로 남은 가일크랩을 익혔다. 남은 과일과 함께 먹으니 제법 든든하다.

아리아나는 물을 제법 많이 마셨다. 어제 2리터 가득 떠왔는데, 식사를 마치고 나니 벌써 20%는 줄어있는 것 같다.

하긴, 하루에 최소 1리터는 마셔야겠지.

그럼 물주머니 하나로는 모자라지 않을까?

아리아나가 뭔가를 서유림에게 슬쩍 밀어준다.

거무튀튀한 색깔의 가죽주머니다.

“어제 잡았던 동굴고블린 가죽을 벗겨서 만들었어요.”

그렇구나. 어쩐지 색깔이 눈에 익더라니.

그런데 이걸 언제 만들었대? 가죽 벗기기도 힘들었을 테고, 바느질 할 여건도 못 될 텐데.

“도구도 없을 텐데 솜씨가 좋으시네요.”

“마법을 사용하면 어렵지 않아요.”

맞다. 아리아나는 마법을 사용하지.

“그럼 고블린 사체는······.”

“손대지 않으면 한 시간 안에 땅의 정령이 흡수해요.”

그것 참 편하군. 사체 치우는 고생은 하지 않아도 되겠어.

서유림이 가죽주머니를 집어 들었다.

“여기에 요정의 샘물을 더 담아오면 되는 거죠?”

“자꾸 부탁해서 죄송해요.”

별 수 있나? 아리아나가 빨리 회복해야 서유림도 몸을 회복하고 인간계로 되돌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걸 떠나서 개인적으로도 욕심이 있었다.

레벨을 올리고 싶은 욕심. 그래서 잠재력을 키우고 싶은 욕심.

그러자면 잠시도 쉬지 않고 미친 듯이 사냥해야 할 것이다.

가만, 그런데 조금 위험하지 않을까?

문득 궁금한 게 생겼다.

“만약 제가 여기에서 죽으면 어떻게 되는 거죠? 인간계의 육체도 함께 죽는 건가요?”

“아뇨. 인간계의 육체에는 별 지장이 없어요. 그냥 잠에서 깨어난다고 생각하시면 돼요. 다만 다시는 정령계로 들어올 수 없어요. 그러면 정령과의 계약은 물론이고, 저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한 이유로 정령신의 저주를 받게 되겠죠.”

“정령신의 저주가 인간계에까지 미쳐요?”

“물론이죠.”

뭐야? 그럼 패널티가 엄청나게 큰 거잖아. 정령신의 저주라니.

게다가 단 한 번의 죽음으로 잠재력의 성장이 멈춘다는 이야기 아닌가?

절대 그럴 수 없다. 어떻게 얻은 기회인데 그렇게 허무하게 날려 보낸단 말인가?

어쨌건 방향은 정해졌다.

최대한 적극적으로 사냥해서 레벨을 올린다. 하지만 지나친 모험은 하지 않는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혹시 모르니 이것도 가져가세요.”

아리아나가 망토와 함께 요정의 칼을 건네주었다.

저 작은 단검을 쓸 일이 있을까?

하지만 없는 것보다는 낫겠지. 아리아나의 말대로 혹시 모르니까.

“감사합니다.”

동굴을 나왔다.

이른 새벽이다. 약간 쌀쌀한 맛도 있지만, 그보다는 청량함과 상쾌함이 훨씬 크다.

이런 때에는 심호흡 한번 해줘야지.

후으읍! 하아~.

차가운 공기가 폐부를 상큼하게 훑고 지나간다. 졸음기가 남아있던 정신이 말끔해진다.

그럼 출발할까?

설마 내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한 마물이 나타나진 않겠지?

그냥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고블린만 잔뜩 나왔으면 좋겠다.

서유림이 요정의 샘물이 있는 방향을 잡고 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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