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자를 육성하는 능력자-211화 (211/215)

211화

라이트닝 차지라는 마법이 있다. 6서클 고위 마법임에도 그 위력만큼은 7서클에 비견된다고 알려진 전격계의 상위 마법 중에 하나다.

다만, 이 마법을 사용하는 마법사는 거의 없다. 왜냐하면 이것은 사실상 자폭 마법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자신의 마나로 원소의 형질을 바꿔서 화염이나 냉기를 다루는 그런 마법이 아니다. 자연 상태의 뇌전을 자신에게 떨어트리는 마법이었다. 당연히 마법을 사용한 본인도 즉사해 버리는 마법이었다. 한마디로 이판사판의 상황에서 상대방을 끌어안고 같이 죽자고 물고 늘어질 때나 쓸 만한 마법이었다.

그런데 힘이 떨어지는 마법사가 상대를 붙잡고 늘어지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이고, 그 상태로 6서클 마법을 캐스팅하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이다. 결국, 이 라이트닝 차지라는 마법은 실전성이 거의 전무한 마법 중에 하나였다.

그런 마법을 빅토르가 어떻게 사용하느냐? 당연히 마법이 인챈트된 아티팩트를 사용하는 것이었다. 빅토르가 사용하는 검에 라이트닝 차지를 인챈트해서 사용하는 것이다.

원래 6서클 마법을 인챈트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돈과 실력 있는 마법사가 다수 필요하지만 빅토르의 경우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그 역시 일국의 왕이니 말이다.

진호가 아무리 빠르다고 해도 자신을 목표로 해서 하늘에서 떨어지는 뇌전을 피할 수는 없다. 빅토르가 노린 그림은 바로 그것이었다.

“나는 네메아의 가호가 있으니 뇌전에 버틸 수 있지. 하지만 너는 어떨까?”

“그 전에 네놈을 쥐어 터트려 주마.”

진호가 온 힘을 다해서 빅토르에게 압박을 가했다.

뚜두둑.

빅토르는 전신의 뼈가 으스러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역시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한 방 더 먹어라!”

그 말과 동시에 다시 한번 둘의 몸에 낙뢰가 떨어졌다.

“크아아악!”

진호는 낙뢰의 고통에 몸부림치면서도 빅토르를 풀어 주지는 않았다. 그 역시 아는 것이다. 지금 부상을 입은 몸으로 빅토르와 떨어지면 이제 싸워서 이길 수 없었다. 그러니 무조건 이 조르기 공격으로 끝을 봐야 했다.

“죽어라, 빅토르.”

“네놈이 먼저다!”

서로 먼저 힘이 다하는 쪽이 죽는다는 것을 깨달은 둘은 최선을 다해서 상대방을 공격했다. 과연 누가 먼저 힘이 다할까?

두 번, 세 번, 다섯 번, 열 번……. 수십 번의 낙뢰가 둘에게 떨어졌으나, 둘은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어떻게든 이번의 한 수로 승부를 보기 위해서 빅토르는 계속 낙뢰를 떨어트렸고 진호는 온 힘을 다해서 빅토르의 몸을 조르고 졸랐다. 그 결과…….

“쿨럭…….”

결국 끝이 왔다.

빅토르는 머리에 있는 모든 구멍에서 피를 흘렸다. 입에서 토해내는 피에는 내장 조각이 뒤섞여 있었다. 실로 막대한 대미지가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아슬아슬했군.”

그래도 승자는 빅토르였다.

바닥에 엎드려 피를 토하는 빅토르의 앞에는 쓰러져서 꿈쩍도 하지 못하는 진호가 있었다. 이제 아나콘다의 형질을 유지하지도 못하고 인간의 형태로 돌아온 진호의 몸은 새까맣게 타있었고 입에서는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괴물은 괴물이군. 라이트닝 차지의 위력은 7서클에 필적한다고 하는데 그걸 수십 발을 버티다니.”

빅토르를 감싸고 있는 네메아의 가호 역시 거의 다 소진될 정도로 강력한 공격을 진호는 맨몸으로 버텨냈던 것이다. 물론 끝내는 한계가 왔지만 무시무시할 정도로 터프한 내구력이었다. 그래도 아슬아슬하게 이긴 것은 빅토르였지만 말이다.

“끝을 봐야겠지.”

빅토르는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크으윽…….”

그 역시 온몸의 뼈가 으스러져서 성한 곳이 없었다. 그냥 몸을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격렬한 통증이 느껴졌다. 사실 빅토르라는 초인이 아니면 움직이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빅토르가 그렇게 힘겹게 몸을 일으켜서 진호에게 최후의 일격을 가하려고 하는 순간…….

“안 돼요!”

빅토르의 앞을 세이코가 가로막았다.

양팔을 벌리고 자신을 막아서는 세이코를 보고 빅토르가 말했다.

“비켜라.”

“안 돼요. 절대로 안 돼요.”

“가능하면 힘없는 여자는 죽이고 싶지 않다. 하지만 계속 내 앞을 막는다면 어쩔 수 없지.”

빅토르는 검을 들어 올렸다. 전쟁터에서 한 번의 경고를 했으면 동정으로는 차고 넘쳤다. 비키지 않는다면 이대로 세이코와 진호를 같이 베어 버리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 안 돼애애!”

유약해 보이는 세이코의 겉모습에 빅토르가 착각하고 있는 게 있었다.

세이코는 진호와 같은 SS급 능력자였다. 그리고…….

“커허억…….”

상황을 대인전으로 한정하면 세이코는 진호보다 훨씬 더 강했다.

세이코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보랏빛 입자가 빅토르를 공격한 순간 빅토르는 그대로 뒤로 날아가 버렸다. 그리고 간신히 몸을 일으키면서 경악했다.

“이럴 수가. 단 일 격에…….”

빅토르의 몸을 감싸고 있던 네메아의 가호가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아무리 진호와의 싸움에서 가호의 힘을 많이 소모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한 방에 사라져 버릴 줄은 몰랐다.

‘가호가 없었다면 한 방에 절명했겠군.’

그제야 빅토르의 시선에 보이는 세이코의 모습이 달라졌다. 겁 많고 연약한 여성이 아니라 건드리기만 해도 독을 뿜어낼 수 있는 몹시 위험한 무언가의 모습으로 말이다. 거기다…….

“당신… 절대 용서하지 않겠어요.”

이제 세이코는 빅토르를 명백하게 적대시하고 있었다.

그녀의 감정에 호응하는 걸까? 보랏빛 입자는 더욱더 짙어지더니 이윽고 하늘을 가릴 정도로 자욱하게 피어올랐다.

‘돌겠군.’

그 광경을 보고 빅토르는 실소가 나왔다.

눈물 콧물을 다 흘리는 그녀의 표정은 결코 전사의 것이라고는 할 수 없었지만 그 대신 다른 것이 보였다. 자신이 지켜야 할 새끼를 건드린 적을 대적하는 어미의 모습이었다.

야생에서는 종종 있는 일이었다. 연약한 초식 동물이 새끼를 지키기 위해 평소라면 결코 이길 수 없는 맹수를 상대로 몸을 사리지 않고 싸워 이겨 버리는 경우가 말이다. 어떤 의미로는 이러한 상대야말로 이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존재였다.

‘몸도 엉망이고 준비해 둔 비장의 수단 같은 것도 없고 전투의 여파를 피하기 위해서 부하들은 저 멀리 있고……. 다 틀렸군.’

아무리 생각해도 승산이 보이지 않았다. 빅토르는 자신의 죽음을 예감했다.

이윽고 보랏빛 입자가 해일처럼 빅토르를 덮쳤다. 그 광경을 보고 빅토르는 지그시 눈을 감았다.

죽음을 예감한 빅토르. 하지만 이상했다. 적의 공격이 자신의 몸을 덮치고도 남을 만큼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아무 일도 생기지 않았다.

‘뭐지?’

눈을 떠서 다시 정면을 바라본 빅토르의 눈에 보인 것은 누군가의 등이었다. 그는 빅토르의 앞에 서서 반투명한 방어 막으로 세이코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다.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그 등의 주인공이 고개를 반쯤 돌려서 말했다.

“괜찮으십니까, 장인어른.”

“…카일?”

거기에는 카일 화이트가 서있었다.

어째서? 아니, 어떻게?

갑작스러운 카일의 등장에 빅토르는 어안이 벙벙했다. 심지어 이 자리에 나타난 것은 카일 혼자도 아니었다.

“주군, 후방에서 대기 중인 세계 정부의 군대를 발견했습니다.”

“저희 투란 전사단에 맡겨 주시면 바로 쓸어버리겠습니다.”

카일의 곁에는 익숙한 얼굴들이 잔뜩 있었다. 검은 바람, 발레리아, 아리시아, 시드, 심지어 제국의 대마도사 드리스 엔케모니아도 있었다. 그날 세계 정부의 핵 공격으로 인해서 모두 사라졌음이 확실한 이들이 다시 나타난 것이다.

카일은 빅토르를 향해서 시선을 주며 말했다.

“할 말이 많으시겠지만 일단… 눈앞의 상황부터 정리해야겠습니다.”

이어 카일은 빅토르의 앞으로 나섰다.

“검은 바람, 발레리아, 너희들은 후방에서 대기 중인 세계 정부의 군대를 쓸어버려라. 드리스 당신은 혹시 모르니 대기해 주시오.”

“예, 주군.”

“알겠습니다, 주인님.”

“뒷방 늙은이 취급도 아니고…….”

드리스는 투덜투덜거리면서도 순순히 카일이 시키는 대로 했다. 그리고 카일은…….

“한 번에 끝장내 주겠다.”

카일의 몸이 신속하게 사라졌다. 그리고 그가 다시 나타났을 때는…….

퍼어어엉!

“꺄아아악!”

어느새 세이코의 앞에서 무시무시한 충격파를 발사해 그녀를 날려 버리고 난 후였다. 세이코의 전신은 치명적인 위력을 지니고 있는 보랏빛 입자로 감싸져 있었지만 카일은 그런 입자를 무시하고 세이코를 날려버린 것이었다.

“오……. 오오오…….”

빅토르는 그 광경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카일이 어째서 여기에 나타났을까? 그건 아직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그가 이전보다 훨씬 더 강해져서 나타났다는 것이었다.

세이코를 간단하게 제압한 카일은 옆에 쓰러져 있는 진호를 보고 빅토르에게 물었다.

“이 녀석들 모두 세계 정부의 능력자들입니까?”

“그렇다네. 둘 다 SS급 능력자라고 하더군.”

“그렇다면 일단 능력을 구속해 두는 게 좋겠군요.”

그리고 카일은 세이코와 진호의 가슴에 손을 올려서 무언가를 하더니…….

“이제 괜찮습니다. 구속하도록 하죠.”

“잠깐, 괜찮다니. 뭐가 말인가?”

“둘의 초능력의 근간이 되는 코어를 정지시켰습니다. 제가 다시 활성화해 주기 전에는 다시 초능력을 사용할 수 없을 겁니다.”

“자네 그런 것도 할 수 있었나?”

빅토르의 말에 카일은 깊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제 할 수 있게 됐습니다. 꽤 오래 걸렸지만요.”

카일의 귀환. 그것은 곧 세계 정부를 향한 반격의 신호탄이었다.

* * *

“여보…….”

“아…빠?”

돌아온 카일을 누구보다 가장 먼저 반겨준 것은 아내인 클레어와 아빠의 얼굴이 낯선 딸 아이리스였다.

카일은 둘을 품에 안고 가족의 온기를 가슴으로 느끼면서 말했다.

“보고 싶었어. 정말 오랫동안 보고 싶었어.”

“여보……. 흐읍…….”

“…….”

억지로 눈물을 참는 아내와 아빠의 품에 안겨서 얼떨떨해하는 딸의 모습에 카일은 만감이 교차했다.

그런 카일에게 빅토르가 말을 걸었다.

“크흠……. 가능하면 가족 간의 해후를 충분히 만끽하게 해주고 싶지만, 일단 대화부터 하겠나?”

카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해야 할 말이 많습니다. 우선… 제가 사라지고 나서 얼마의 시간이 흐른 겁니까?”

“대략 2년 정도네.”

“고작 2년……. 하… 하하하…….”

카일은 허탈한 웃음을 터트렸다. 그런 카일에게 빅토르가 되물었다.

“왜 그러나?”

“아닙니다. 그저, 2년이라는 시간이 참……. 한편으로는 다행이지만 그래도 허탈하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군요.”

그리고 카일은 지난 세월 동안 자신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설명했다.

* * *

그날. 카일은 눈앞의 핵폭탄을 마주하고 빠르게 시드의 능력을 사용했다. 시간을 최대치로 돌려서 핵폭탄이 터지기 전으로 돌아가야 했다.

하지만 돌릴 수 있는 시간은 2~3분이 고작이었다. 그 전의 전투에서 너무 많은 초능력을 사용해서 어쩔 수가 없었다.

‘어떻게 하지?’

카일은 머리가 깨질 것 같은 두통을 참으면서도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법을 생각했다.

도주? 무리다. 핵폭탄의 반경이 어느 정도인지도 모르고, 도주하다가 실패하면 그때는 진짜 끝이었다.

그럼 핵폭발을 막을까? 그 역시 무리였다. 부하들이 전력을 다하면 폭발 순간의 파괴력에는 어찌어찌 버틸 수 있을지 몰라도 그 후에 방사능 피폭은 피할 수 없었다. 핵폭발의 폭심에서 뒤집어쓰게 될 방사능의 피해는 결국 죽음으로 이어질 것이었다.

‘안 되는 건가? 어떻게 해도 안 되나?’

카일이 막 절망하는 그 순간…….

“전부 내 옆으로 모여!”

카일의 옆에서 드리스가 외쳤다.

“드리스? 뭘 하려는 거요?”

“설명할 시간이 없다. 빨리 모여. 구스타프, 황제 멱살 잡아도 되니까 빨리 데리고 와. 나머지 놈들도 모두 내 곁으로 모여!”

드리스가 뭘 하려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는 그가 유일한 희망일 수도 있었다.

카일과 그 부하들, 그리고 제국의 황제와 기사들까지 모두 한자리에 모인 순간 드리스가 캐스팅하고 있던 마법을 발동시켰다.

“디멘션 게이트.”

마법이 발동되고 난 직후 바로 핵폭탄이 터졌다. 하지만 드리스와 그 곁에 있던 수백의 동료들은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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