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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자를 육성하는 능력자-205화 (205/215)

205화

황궁 비고 앞에서 벌어진 전투가 끝났다.

승자는 검은 머리의 병약한 인상의 청년.

그리고 그에게 맞선 제국의 기사와 병사들은 모두 갈가리 찢어져서 누가 누구인지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잔인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런 참극의 현장에 이진영이 나타났다.

이진영의 옆에 동행하던 남자는 현장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금방 고개를 끄덕이더니…….

“과연 SS급이군. 부른 보람이 있어.”

이 참상을 만든 검은 장발의 청년.

그는 세계정부에서 다섯 명밖에 보유하고 있지 않은 SS급 능력자 중 한 명이었다.

보통 능력자들의 경우 이름이 아닌 기호와 번호로 불리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이름이나 코드 네임이 붙는 이들도 있었다.

혜정처럼 고위 인사의 눈에 들거나 혹은 이 남자처럼 자신의 능력으로 그 필요성을 입증한 이들이 그랬다.

분쇄의 처형인 피에르. 그가 바로 그런 케이스였다.

이진영은 충분한 에너지를 확보하자마자 바로 SS급 능력자를 두 명 불렀는데 그중 한 명이 피에르였고 다른 한 명은 바다의 재앙, 듀란이었다.

이 두 명을 부르는 것만으로도 황궁 비고에 있는 코어의 3분의 2를 소모했다.

강력한 능력자인 만큼 차원을 건너는 데 들어간 에너지도 더 많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위력은 확실했다.

SS급 능력자는 세계정부에서도 특별히 관리하는 이들이었다. 마음먹으면 지형지물조차 바꿔 버릴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파괴력을 보이는 그들은 인식 칩으로 감정을 자제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러니 평소에도 세심한 관리와 제어를 하고 있었는데 이진영이 부른 두 명은 SS급들 중에서는 그나마 다루기 쉬운 축에 들어가는 이들이었다.

물론 어디까지나 그나마다.

절대 고분고분하다는 얘기는 아니다.

예를 들어서 피에르의 경우…….

퍽… 퍽…….

그는 피에 젖은 손으로 자신이 잡은 상대의 머리를 직접 잡아 뜯고 있었다.

마지막까지 용맹하게 피에르와 맞서 싸웠던 7서클 대마도사 아르바제의 머리였다.

피에르는 그걸 집요하게 손으로 쑤시고 뜯고 잡아서 해체하고 있었다.

제정신이라면 잔인함과는 별개로 징그러워서라도 하지 않을 일이었지만 피에르는 사이코패스에 살인 중독자다.

적을 죽일 때면 일부러 염동력으로 찢어 죽이는 습관이 있었고 가끔 강적을 만나면 저렇게 직접 손으로 일일이 해체하는 습관이 있었다.

머리뼈에 달라붙을 살을 손으로 잡아 뜯고, 눈이나 혀 같은 부분이 나오면 파내서 물끄러미 바라보기도 했다.

그 소름 끼치는 광경을 보고 이진영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을 걸었다.

“피에르, 이제 그만 하고 이리 와라.”

“…….”

이진영의 부름에 피에르는 고개를 돌려서 무심한 표정으로 이진영을 바라봤다.

그 눈빛을 마주한 순간 이진영은 자신도 모르게 움찔했다.

신분은 분명 자신이 높고, 여차할 때를 대비해서 심장에 박아 놓은 제어 칩의 스위치도 가지고는 있다. 자신이 그 버튼을 누르면 심장에 강력한 전류가 흘러서 피에르를 고통스럽게 할 것이다. 하지만…….

“싫으면 좀 더 하든가?”

그 버튼을 누를 용기는 없었다.

“…….”

피에르는 다시 자기 손안에 있는 장난감에 집중했다.

그 광경을 보며 이진영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아… 미친놈.’

신분이 위라고 해도, 제어수단이 있다고 해도 저 사이코패스의 심기를 거스르는 것은 꽤 위험한 일이었다.

대신 그는 같이 있는 듀란에게 말했다.

“안쪽에서 남은 에너지로 세계정부의 지원 병력과 물자를 부르겠다. 듀란 너는 지원 병력을 이끌고 이 핵타비움을 완전히 점령해라.”

“알겠습니다.”

피에르와 달리 고분고분하게 대답하는 듀란. 그는 세계정부 안에서도 가장 성공적으로 관리에 성공한 SS급 능력자였다.

그는 명령에 착실하게 따르며 이상한 반항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진영 같은 이들이 임무를 위해서 배속받을 때 가장 배정받기를 원하는 능력자이기도 했다.

‘나머지 세 명은… 가능하면 부르지 말아야지.’

생각만 해도 한숨이 나오는 이들이었다.

어쨌든 상관없다. SS급 능력자 두 명이라면 이런 미개한 문명 수준의 제국 하나 정도는 충분히 장악하고도 남을 테니 말이다.

뒤를 이어서 게이트를 통해서 후속 병력이 들어왔고 세계정부는 빠르게 루마니스 제국의 수도 핵타비움을 장악했다.

* * *

핵타비움의 성벽 위에서 펄럭거리는 세계정부의 깃발.

카일은 그걸 바라보며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결국 이렇게 되었군.”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서 무리하게 전쟁까지 일으키며 여기까지 왔다. 하지만 결과는 결국 이렇게 되고 말았다.

가능하면 마주치고 싶지 않은 악몽과 마주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눈앞에 있었다.

그런 카일의 옆에서 드리스가 다가와서 말했다.

“표정 관리 해라.”

“무슨…….”

카일은 말을 하려다가 자신에게 집중되어 있는 이목을 느끼고 말을 멈췄다.

그리고 드리스가 말하기를…….

“세계정부라는 잡것들이 얼마나 강하기에 네가 그렇게 죽을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지휘관이라는 놈이 싸우기도 전에 약한 모습을 보이면 어떻게 하냐?”

드리스의 말에 카일은 정신을 차렸다.

그의 말이 맞았다. 최선을 다해서 싸워도 어려울 것 같은 싸움에 지휘관인 자신이 약한 모습을 보이면 승산이 더 적어질 뿐이다.

“고맙소. 그저 나이만 먹은 건 아니군.”

“당연하지.”

“그런데… 나는 그렇다 쳐도 쟤는 저래도 됩니까?”

여기서 카일이 말하는 인물이 누구냐 하면…….

“이럴 수가… 어떻게 이런 일이……. 정말이었단 말인가? 정말 혜정, 그대가 나를 배신했다고?”

머리를 감싸고 괴로워하는 루마니스 제국의 황제였다.

사실 정예 병력을 추려서 이동할 때 황제는 내버려 두고 오려고 했지만 본인이 반드시 와야겠다고 빠득빠득 우겨서 데리고 온 것이다.

예상했다시피 도움은 안 되고 있었지만 말이다.

드리스는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쟤는 포기했다.”

“으음…….”

제국의 수호신의 입에서 황제를 포기했다는 말이 나오다니. 그래도 되는가 싶기도 했다.

“그래서 어쩔 거냐? 이대로 붙을 거냐? 아니면 뒤에 후속 병력이 합류하기를 기다렸다가 공격할 거냐?”

드리스의 말에 카일은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이 바로 대답했다.

“당연히 지금 당장 공격해야 하오.”

이건 일고할 가치도 없는 문제였다.

원군이 온다고 해도 그들 중에 진짜 전력이 될 수 있는 이는 1할이 되지 않는다. 그리고 시간을 끌면 적들 역시 차원의 벽을 넘어서 계속 지원군을 부를 가능성이 컸다.

전투는 지금 당장 해야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차하면 시드가 있다.’

카일에게는 믿는 구석이 있었다.

설사, 패배를 한다 해도 시드의 능력을 사용해 시간을 돌려서 다시 싸우면 된다.

오히려 세계정부가 지금 어느 정도의 전력을 여기에 불렀는지 파악할 수 있는 기회인 만큼 전투는 무조건 하는 게 좋았다.

“생각보다 화끈하군. 좋다. 믿고 따르도록 하지.”

드리스는 거기에 동의했고 카일은 즉시 군에 명령을 내렸다.

“목표는 황도 핵타비움을 점령한 이계의 침략자들이다. 전력을 다해서 적을 물리쳐라!”

“옛!”

카일의 명령이 떨어지자 은장미 기사단과 투란 전사단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한목소리로 대답했다.

카일의 명령이 떨어진다면 상대가 누구든 일절 망설이지 않고 돌격할 수 있다.

이들은 그런 이들이었다.

드리스는 그 광경을 멍하니 보고 있는 황제에게 가서 말했다.

“뭐 하냐? 계속 멍 때리고 있을 거냐?”

“그건…….”

당황해하는 황제를 보고 드리스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너 진짜 카를로스의 자손이 맞는 거냐?”

“…….”

황제의 얼굴이 수치심으로 붉어졌다. 그리고 드리스는 그런 황제에게 말했다.

“뒤를 봐라.”

황제가 시키는 대로 뒤를 돌아보니 거기에는 구스타프 공작과 그를 따라서 함께 온 황실의 근위 기사단이 함께 있었다.

카일을 따르는 은장미 기사단이나 투란 전사단처럼 특수한 능력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들은 제국의 많고 많은 기사들 중에서도 치열한 경쟁을 이겨 낸 강자들이다.

확고한 실력과 흔들림 없는 황실을 향한 충성심으로 무장한 그들이 흔들림 없는 눈빛으로 황제의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의 시선에 황제의 가슴이 뜨거워질 무렵 드리스가 말했다.

“져도 되고 실패해도 된다. 그런데 쪽팔리지는 마라. 너 황제잖아.”

그 말에 황제는 완전히 정신을 차렸다.

“구스타프 공작.”

“예. 폐하.”

“제국의 수도가 사특한 이들에게 점거당했다. 되찾아 올 수 있겠나?”

“폐하의 명령만 있으시다면 언제라도 가능합니다.”

“좋다. 가라. 가서 제국의 위엄을 보여주어라.”

“예. 폐하!”

구스타프 공작 이하 황실의 근위 기사단 150인. 그들 역시 출격했다.

자신들의 황제의 명령을 따르기 위해서…….

* * *

은장미 기사단 200.

투란 전사단 300.

루마니스 제국의 근위 기사단 150.

특전대 전사 200.

다 합쳐서 850명밖에 되지 않는 병력이었다.

이걸로 제국의 수도를 함락시키라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나 다름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건 평범한 상황일 때의 일이고,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우선 제국의 수도 핵타비움을 굳건하게 감싸고 있는 외성벽.

높이 20미터에 두께 7미터의 커다란 성벽.

거기다 이 성벽에는 8서클 방어 마법진이 새겨져 있기 때문에 어지간한 공격으로는 무너지지도 않는다.

다만…….

“해제.”

드리스가 허공에 수식을 맺고 몇 번의 기호를 그리자 외성벽에 새겨져 있는 마법진이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마법진을 해제한 드리스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제길, 옛날에 개 노가다하면서 새겼던 건데.”

그렇다. 제국의 수도에 새겨진 방어 마법진은 먼 과거 드리스가 일일이 새겨 넣었던 것이었다.

그렇기에 외성벽에 새겨진 마법진을 해제하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었다.

그리고 마법진이 해제된 이상 저 성벽은 그저 좀 견고한 돌벽에 불과했다.

“비켜라!”

거대화한 검은 바람은 성벽을 넘어설 정도로 거대한 거인이 되었다. 그리고 거검을 들어서 거기에 오러를 불어 넣더니…….

“우어어어어!”

그대로 크게 휘둘렀다.

드리스는 눈을 질끈 감으며 외쳤다.

“야, 살살 부셔!”

그게 될 리가 있는가?

콰콰콰쾅!

화려하게 파괴되는 성벽을 보며 드리스는 하늘을 보고 한탄했다.

“하아아아… 나의 10년짜리 개노가다의 결정체가…….”

수도 전체를 감싸고 있는 외성벽에 빈틈없이 빼곡하게 새겨 넣는 데 걸린 시간이 무려 10년이었다.

그렇게 만든 성벽이 저렇게 날아가는 모습을 보니 한숨이 저절로 나왔다.

어쨌든 성벽이 파괴되고 성안으로 진입할 길은 열렸다. 그리고…….

“돌격하라!”

“우와아아아아!”

연합군의 주력 병력이 일제히 핵타비움의 안으로 돌입했다.

그런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쏴라!”

투투투투투투투.

왕성으로 가는 대로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대기 중인 중화기 병력이었다.

“크윽…….”

“으아악!”

갑자기 쏟아지는 중화기의 공격에 선두에서 돌입하고 있던 병력 일부가 피해를 입었다.

여기에 있는 이들 전원은 익스퍼트급의 강자들이었지만, 미처 생각하지 못한 국면에 중화기의 집중포화를 받으니 뚫릴 수밖에 없었다.

“방패 앞으로! 방어를 굳혀라!”

그래도 이 중에서 중화기를 상대해 본 적이 있는 발레리아가 가장 먼저 대응 명령을 내렸다.

‘총이라고 했지? 속도가 제법 빠르긴 하지만 익스퍼트가 방심만 하지 않으면 충분히 대응할 수 있었다.’

그녀의 지시를 받은 은장미 기사단은 선두에 나서서 타워 실드를 전면에 세우고 방패에 오러를 불어 넣었다.

그러자 집중해서 쏟아지는 총탄도 그 방패의 벽에 막혀서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그러자 적들은 다음 수를 꺼냈다.

“발사!”

슈우우우… 콰앙!

“크으윽…….”

총탄보다 느리지만 작은 무언가가 날아와서 은장미 기사단의 방패를 때렸다. 그 파괴력이 상당해서 방패를 들고 전진하던 그녀들이 휘청거릴 정도였다.

“제길, 저건 또 뭐야?”

“로켓 런처라는 거지. 가슴 큰 여기사여.”

“누가 가슴… 당신은?”

발레리아의 옆에는 어느새 다가온 드리스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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