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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자를 육성하는 능력자-204화 (204/215)

204화

혜정은 모르겠지만 이진영 정도의 위치가 되면 여러 가지 정보를 알고 있다.

예를 들어서 초능력자들에게 혁명의 상징처럼 자리한 KA―98746의 능력 같은 것들 말이다.

카일 화이트의 능력이 KA―98746과 같은 능력이라는 사실이 이진영의 입장에서는 꽤 불길했다.

“그간 황제의 곁에서 들은 정보에 의하면 카일 화이트는 결코 우리에게 협조하거나 길들일 수 있는 인물이 아닙니다. 그는 자수성가한 인물로 스스로의 능력에 자신이 있으며 지극히 용의주도한 인물입니다.”

―그래서 네가 하고 싶은 말은 뭐냐? 제국을 도와서 본격적으로 전쟁에 참전하기라도 하라는 말이냐?

이진영의 말을 들은 혜정은 속으로 주먹을 불끈 쥐며 쾌재를 불렀다.

‘드디어 의견을 물어보는구나.’

혜정이 먼저 제 의견을 말해 봐야, 이진영의 자존심을 건드릴 뿐이다.

1급 시민인 이진영과 인간 취급조차 받지 못하는 도구 신분의 혜정 사이에는 그만한 신분의 차이가 있었다.

그래서 혜정은 답답한 상황을 설명하면서 이진영이 먼저 의견을 물어보기만 기다렸던 것이다.

“저같이 쓸모없는 계집이 함부로 의견을 말하는 것은 조심스러우나 감히 허락해 주신다니 한 가지 의견을 내겠습니다”

―닥치고 빨리 말하기나 해라.

“사실, 제가 루마니스 제국의 황제의 총애를 받으면서 몇 가지 정보를 얻었습니다. 그중에 한 가지는 루마니스 제국의 황실 비고의 위치입니다.”

―이 상황에서 보물이나 문화제 따위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나?

“황실 비고에는 여러 가지 보물도 있지만 막대한 양의 코어 역시 저장되어 있다고 합니다.”

―뭐? 그게 정말이냐?

“예. 황실에서 대외에는 알리지 않고 조금씩 몇 대에 거쳐서 수입해 왔다고 합니다.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해서 황금이나 은을 챙겨 놓는 것과 같은 의미로 비자금으로 챙겨 놓았다고 합니다.”

―몇 대에 걸쳐서 모아 놨다면 그 양이 상당하겠군.

“예. 그렇습니다. 그 정도의 양이 있다면… 계획을 단숨에 진행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황실의 비고라.

이진영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위치는 정확하게 알고 있나?

“예. 황제를 졸라서 그 안으로 들어가 봤습니다. 보안이 철저하다는 것이 문제이긴 하지만 황제가 직접 친정을 나가서 근위 기사단까지 황실을 나간 지금이라면…….”

―충분히 가능하겠군. 시도해 볼 만하겠어.

“바로 그렇습니다.”

그렇게 이진영은 계획을 수정했다.

루마니스 제국의 황실 비고를 털어서 에너지 코어를 확보한 후 바로 게이트를 열겠다고 말이다.

그날 밤, 황실 비고를 지키는 정문 앞에 한 무리의 인간들이 나타났다. 세계정부에서 부리는 초능력 부대였다.

“정지! 누구냐?”

“더 이상 다가오면 베겠다!”

평소 황실 비고를 지키는 기사들은 근위 기사단이었지만 그들은 지금 황제를 따라서 전장에 나갔다. 그래서 그들 대신 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은 아직 수습 신분인 예비 근위 기사단이었다.

중요한 자리에 수습이 경비를 담당할 정도로 지금 제국의 전황이 나쁘다는 반증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런 수습 근위 기사단들로서는 지금 눈앞에 나타난 자들을 절대 막을 수 없었다.

“모두 죽여라.”

지시가 떨어지자 능력자 중 한 명이 염동력으로 두 명의 근위 기사단을 구속했다.

“적… 커헉…….”

“끄으으윽…….”

그들은 보이지 않는 손에 목이 잡힌 것처럼 숨이 턱 하고 막혔다. 그리고 허공에 들렸다.

버둥거려 봤자 그들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결국…….

뚜두둑.

그대로 목뼈가 부러진 둘은 시체가 되어서 바닥에 떨어졌다. 그리고 이진영이 말했다.

“혜정, 문을 열 수 있나?”

“문을 여는 것은 오직 황제만이 가능했습니다. 하지만, 부수는 것이라면 얘기는 다르죠.”

“그렇군. 어차피 조용히 처리하기는 글렀어.”

이진영은 그렇게 말하며 뒤편에 있는 초능력자에게 눈짓했다. 그리고…….

퍼어어엉!

무시무시한 염동파가 황실 비고의 문을 통째로 날려 버렸다.

그러자 당연하다는 듯이 사방에서 경계경보가 울렸다. 아마도 설치된 마법이 경보를 울리고 있는 것이리라.

“미개한 놈들이 별짓을 다 해 놨군.”

이진영은 투덜거리면서 말했다.

“제트.”

“예. 대위님.”

“입구를 철저하게 막아라. 일을 마칠 때까지 그 누구도 들어오지 못 하게 해라.”

“예. 알겠습니다.”

“케이, 너는 전송 장치를 가지고 나를 따라와라.”

“예. 지시대로 하겠습니다.”

그렇게 이진영은 제이와 혜정을 데리고 황실 비고 안으로 들어갔다.

루마니스 제국의 황실 비고에는 하나만 슬쩍해도 평생 먹고살 수 있는 보물이 가득했다.

이것들 하나하나가 엄청난 예술품이거나 역사적 가치가 대단한 문화제들이었지만 그건 지금 중요하지 않았다.

이진영은 그런 보물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혜정을 따라서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그리고 가장 안쪽의 방에는 순수한 금과 은으로 만든 괴가 가득 들어 있었는데, 그중에 묵직한 사이즈의 상자가 가득한 선반이 있었다.

“이 상자들입니다.”

“그렇군. 열어봐라.”

“예. 이진영 대위님.”

혜정은 낑낑대면서 그 상자의 무거운 뚜껑을 열었다. 그러자 그 안에는…….

“빙고군.”

이진영을 미소 짓게 할 정도로 막대한 양의 코어가 가득 들어 있었다.

다 큰 성인 한 명이 들어갈 정도로 커다란 상자에 던전에서 채취한 코어가 가득 들어 있었다.

심지어 그런 상자가 한둘이 아니었다.

한쪽 벽면 가득했는데 척 봐도 50개는 넘어 보였다.

“좋군. 계획을 진행시키기에 충분한 숫자다. 케이!”

“예. 대위님.”

“지금 당장 전송 장치를 설치하라. 그리고 에너지를 주입해서 게이트를 열어라.”

“예. 알겠습니다.”

그리고 케이는 부산스럽게 움직이면서 장치를 설치하기 시작했다.

* * *

“어떤 미친놈이 황실의 비고를 습격한 거야.”

“제길, 살다 보니 별의별…….”

황실의 경비를 담당하고 있는 기사와 병사, 그리고 상주 중인 마법사들까지 모두 비고로 달려갔다.

세계정부의 초능력자들은 그들을 막아섰다.

“막아라! 한 놈도 통과시키지 마라.”

지휘를 맡은 제트가 명령을 했고 감정을 빼앗긴 초능력자들은 그 명령을 충실하게 따라서 적을 막아섰다.

“공격하라. 감히 황실을 공격한 대역죄인이다.”

“옛!”

황실에 남아 있는 근위 기사단과 정예 근위병들이 그런 초능력자들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시작된 전투는 꽤 격렬했다.

세계정부의 초능력자들은 적은 수였지만 굉장히 강력했다.

그들은 각양각색의 능력으로 제국의 정예 병력을 막아섰고, 제국의 기사와 병사들, 마법사들은 그들의 공격에 당황했다.

하지만 이내 마법사들이 증원되어서 싸우자 초능력자들도 피해를 입기 시작했다.

다만, 아무리 피해를 입는다고 해도 능력자들은 물러나지 않았다. 비명도 지르지 않았다.

자신이 죽어도, 옆에서 동료가 죽어도 비명 하나 지르지 않고 그저 묵묵하게 자기에게 내려진 명령을 완수할 뿐이었다.

고위 능력자가 아닌 이상 감정조차 허락받지 못한 그들의 서글픈 운명이었다.

“이놈들… 카일 화이트의 개들이냐?”

초능력자의 전투를 보고 제국의 기사 한 명이 오해했지만 그들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 무언을 긍정으로 받아들인 그들은 더욱더 분개해서 싸웠다.

“감히 제국의 심처를 노리다니. 대가를 치르게 해 주겠다. 화이트 공국의 개들아!”

“가라! 제국의 힘을 보여주어라!”

“우오오오오오!”

기세가 올라간 루마니스 제국의 기사와 근위병들은 한층 더 용맹하게 적을 공격했다.

“놀고들 있네.”

유일하게 이 광경을 보고 감정을 표현한 것은 지휘관인 제트뿐이었다.

하지만 심드렁한 말과 달리 그는 자기 손톱을 물어뜯으며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 여기서 능력자들이 당하면 자신도 죽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안에 들어간 이진영은 텔레포트 능력이 가능한 부하들을 대동하고 들어갔다. 하지만 자신에게는 그런 능력자가 배치되지 않았다.

제트의 입장에서는 무조건 계획이 잘 진행되어야 했다.

“트리플 체인 라이트닝!”

그때 제국군의 뒤편에서 6서클 고위 공격 마법이 작렬했다.

무수하게 퍼지는 뇌전의 그물은 정확하게 세계정부의 초능력자들만을 적중시켰고 거기에 적중된 능력자들은 강력한 전격에 전신이 타 버리며 쓰러졌다.

“오오오, 아르바제 님!”

“아르바제 님이 오셨다.”

거의 모든 전력이 황제를 따라 전장으로 갔지만 황실에 남아 있는 주요 전력도 한 명 있기는 했다. 그게 바로 황실의 궁정 마법사인 더스트 아르바제라는 남자였다.

50대 후반에 7서클 마스터에 오른 그는 상당히 높은 확률로 8서클에 발을 들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기대 받고 있는 대마도사였다.

다만, 지금 황제의 곁에는 그와 비교도 되지 않는 대마도사가 곁을 지키고 있기에 그는 황제를 따라가지 않고 황실에 남아 있었던 것이다.

비록 드리스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하지만 그 역시 충분한 강자였다.

“이 미친놈들! 한 놈도 살려두지 않겠다!”

그는 노성을 터트리곤 허공에 룬어를 그리며 마법을 전개했다.

“라이트닝 스피어! 멀티 샷!”

그의 특기는 전격계 마법.

특히 공격력이 높은 5~6서클의 공격 마법 여러 발을 동시에 날리는 멀티 캐스팅이 특기였다.

라이트닝 스피어 자체는 5서클의 마법이었지만 그는 이걸 20발 이상 소환해서 공격했다.

그렇게 날아간 뇌전의 창은 비고의 문을 지키는 능력자들을 단번에 노릇노릇하게 구워 버렸다.

“어… 어어어…….”

그 압도적인 광경에 제트는 크게 당황했다. 아무리 그래도 이런 미개한 인간들에게 세계정부의 초능력자들이 단번에 당해 버릴지는 몰랐다.

당황한 그는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쳐서 도망치려고 했지만…….

“네놈이 지휘자렸다.”

어느새 제트의 뒤에 나타난 대마도사 아르바제의 목소리에 기겁을 했다.

“이놈이…….”

제트는 품속에 있는 핸드 건을 뽑아서 쏘려고 했지만 경험이 풍부한 아르바제는 그런 제트의 몸이 움직이기도 전에 가볍게 제압했다.

“스턴!”

“끄아아아아악!”

전신에 흐르는 짜릿한 전류에 비명을 지르는 제트를 보고 아르바제는 코웃음을 쳤다.

“엄살은…….”

아르바제는 제압만 하기 위해 저서클 전격 마법을 사용했다. 그러고는 놈을 기사에게 인계했다.

“이놈을 구속하게. 그리고 안에 들어가서 남은 적들도 마저 제압하지.”

“예. 알겠습니다.”

내부로 돌입하는 제국의 기사들을 보며 아르바제가 안도하며 말했다.

“그래도 잘 막아 냈군.”

약간의 소란은 있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원만하게 상황을 수습한 셈이다.

이제 적을 잡아서 심문하고 목적이 뭔지 캐묻는 것에만 집중하면 될 듯했다.

그렇게 생각하는 그때…….

“끄아아아악!”

어마어마한 고통에 몸부림치는 듯한 비명 소리와 함께 황궁 비고의 안쪽에서 무언가가 날아왔다.

“읏…….”

“우욱…….”

피범벅이 되어서 날아온 그것을 본 제국의 기사와 병사들은 자신도 모르게 혐오감과 공포감에 숨을 삼켰다.

그것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인편(人片). 사람의 조각이라고 표현하는 게 가장 정확할 것이다.

팔, 다리, 머리, 몸통. 인간을 조각조각 내놓은 고깃덩어리가 날아온 것이다.

그 절단면은 결코 예리함과는 거리가 멀고 너덜너덜했다. 마치 빵 조각을 찢어 놓은 것처럼 말이다.

“아직 강적이 있었나?”

아르바제가 다시 긴장하며 황궁 비고의 정문을 바라봤다. 그리고 거기에서는…….

“너희들이 적인가?”

거기에서 나온 것은 창백할 정도로 하얀 피부에 검은 머리를 길게 기른 비쩍 마른 인상의 남자였다.

광대뼈가 툭 튀어나올 정도로 삐쩍 마른 그 남자를 본 순간 아르바제는 깨달았다.

‘저놈이다.’

저놈이 이 끔찍한 만행의 원흉이라는 것을 깨달은 아르바제는 그 즉시 자신이 영창할 수 있는 최강의 마법을 캐스팅했다.

그의 발밑에 몇 겹의 마법진이 다중으로 겹치고 그의 입에서 고속으로 룬어가 영창되었다. 그러고는…….

“길티 스워드!”

적의 머리 위에서 거인이 사용할 법한 거대한 전격의 검이 소환되었다.

아르바제의 오리지널 공격 마법이자 7서클 마법 중에서도 공격 마법으로서는 그 파괴력이 수위에 달하는 공격 마법이 전개되었다.

제대로 사용하면 1만 군대도 순식간에 증발시켜 버릴 수 있는 최강의 공격.

황궁이 반파되는 것도 각오하고 날린 공격이었다.

그리고 상대는 하늘에서 떨어지는 그 검을 보고 작게 중얼거렸다.

“S급 정도는 되겠군.”

콰콰콰콰콰콰쾅!

그리고 하늘에서 심판의 검이 떨어졌다.

하지만 그 심판의 검을 맞이하는 죄인은 오히려 미소 짓고 있었다.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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