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자를 육성하는 능력자-196화 (196/215)

196화

호크.

카일의 측근이라고 하면 보통 가장 유명한 것은 검은 바람과 발레리아다. 그리고 아리시아와 레이나, 그리고 아내인 클레어 정도가 그 뒤를 이으며 이름을 날리고 있다.

하지만 호크는 카일이 모험가에서 클랜을 만들기도 전, 파티 단위일 때 합류한 고참 중에 고참이다.

그 후에 카일의 곁에서 충실하게 자기 역할을 다하였고 그 결과 지금은 화이트 공국의 군사 총사령관이라는 자리에 올랐다.

카일 화이트의 직속 측근과 그들의 직속 명령 체계에 있는 정예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병사들에 대한 명령권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 호크를 두고 사람들은 그저 경력이 오래되어서 그 자리에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경력이 오래된 것이 사실이고 그로 인해서 인정받는 부분이 있는 것도 사실이긴 하다. 하지만 그것만이 이 남자의 진가는 아니다.

“특전대 1소대부터 10소대까지 전원 출전해. 제국의 기사단을 싹 쓸어 버려라.”

“옛!”

호크의 지시가 떨어지자마자 열 명의 남자들이 힘차게 대답하고 부하들을 이끌고 출전했다.

그들은 호크 직속의 정예 부하들 특전대였다.

호크의 지휘하에 있는 병사들 중에 카일의 은총을 받은 이는 3천 명. 규모만 놓고 보면 아리시아보다 훨씬 더 많다.

다만 질적으로 조금 떨어지긴 했는데 그렇다고 해서 모두 형편없는 것은 아니다.

3천의 능력자들 중에서 고르고 고른 인물들을 철저하게 훈련시켜서 20인을 팀으로 만들어서 한 개의 소대를 만들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특전대의 숫자는 총 10개 소대.

총인원은 200명이다.

초능력은 물론이고, 일반 전투력도 거의 일반 기사급에 필적할 정도로 가다듬은 이들이다.

그들을 이끄는 소대장은 과거 호크와 함께 카일의 부하가 된 동기들과 그 바로 밑의 2기생들로, 모두 경험을 쌓은 역전의 용사들이다.

이전엔 비천한 노예였지만 지금은 당당한 전사로서 제국의 기사단과 정면으로 격돌했다.

사납게 랜스를 휘두르며 화이트 공국의 병사들을 돌파하고 있던 기사 한 명이 갑자기 날아온 공격에 황급하게 방패를 들어서 막았다.

퍼어어엉!

“크으윽…….”

방패에 오러를 겹쳐서 막았음에도 불구하고 무시무시한 충격이 울려 퍼졌다.

간신히 낙마를 피한 기사는 이를 악물고 상대를 바라봤다.

“누구냐? 화이트 공국의 기사냐?”

“특전대 3소대의 부소대장 파베스다!”

“특전대? 부소대장?”

생소한 지휘 체계에 상대는 눈살을 찌푸렸지만 곧 랜스를 휘두르며 외쳤다.

“감히… 기사도 아닌 것이 감히 일기토를 하려고 하느냐? 썩 꺼져라.”

그 말에 파베스라는 병사가 피식 웃더니 손가락을 까딱하며 말했다.

“너 따위한테 우리 화이트 공국의 기사님들은 아깝지. 일반 병사인 나 정도면 딱 적당하다.”

뿌드득…….

일반 병사에게 모독을 당한 제국의 기사는 이를 갈며 외쳤다.

“건방지다!”

그리고 그는 오러를 잔뜩 두른 랜스를 앞세워 그대로 적을 꿰뚫어 버리려고 했다. 그런데…….

“헉?!”

제국의 기사는 경악했다.

눈앞에 있는 상대의 몸이 부르르 떨리더니 그대로 다섯 명으로 분산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직감적으로 느꼈다.

이건 마법이 아니다. 아마도…….

“카일 화이트의 능력이냐?”

“그렇다.”

“어디…….”

“한 번…….”

“죽어…….”

“봐라!”

다섯 명이 동시에 말을 이어서 하더니 그들은 기사의 사방을 점하면서 검을 휘둘렀다.

“엇? 어어어…….”

처음에는 하나만 진짜고 나머지는 환영이겠지, 라는 고지식한 생각을 했지만 그건 큰 착각이었다.

사방에서 날아오는 다섯 개의 칼날이 모두 진짜라는 것을 깨달은 그는 어지러워졌다.

그냥 일반 병사 다섯 정도는 간에 기별도 안 가겠지만 이건 좀 다르다. 기량 자체가 병사하고는 차원이 달랐고 무엇보다…….

“핫!”

“하아압!”

서로 말 같은 걸 하지 않아도 합이 척하면 착 하고 맞아떨어졌다. 마치 다섯 명이 한 명인 것처럼 말이다.

분신체 간의 완벽한 의식의 공유. 그리고 거기다 더불어서…….

“큭!”

분신체 한 명이 적의 랜스를 몸으로 정면을 받았다. 배에 바람구멍이 나 버렸지만 그는 랜스의 손잡이를 꽉 잡고 버텼다.

“억… 이 미친놈이…….”

“크윽… 잘 가라.”

그 분신체는 입에서 피를 흘리면서도 승리의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동시에 제국의 기사의 좌우에서 두 명의 분신체가 동시에 롱소드를 휘둘렀고…….

스팟!

그대로 랜스를 회수하지 못한 기사의 목이 날아가 버렸다.

분신체 중 한 명이라도 살아 있으면 나머지 네 명이 모두 죽어도 다시 회복할 수 있는 능력 덕분에 취할 수 있는 전법이었다.

날고 기는 특전대에서 소대의 부대장까지 오르려면 이 정도 능력은 가지고 있어야 했다.

파베르는 그대로 적의 목을 높게 들어 올리며 외쳤다.

“3소대 파베스! 적 기사단의 목을 취했다!”

“부소대장에게 뒤처지지 마라!”

“가라아아!”

“우오오오!”

자신들의 부소대장이 당당하게 일대일로 기사의 목을 따는 광경을 보고 거기에 고무된 다른 소대원들도 제국의 기사들을 향해서 돌격했다.

그리고 여기저기서 제국의 기사들과 화이트 공국의 특전대가 격돌했다.

* * *

자고로 기사가 뭔가?

전쟁의 꽃이자 군의 핵심 전력이다.

기사단의 숫자와 질은 그 나라의 군사력을 측정할 수 있는 기준이기도 했다. 왜냐하면 기사는 기본적으로 같은 기사가 아니면 대항할 수 없다는 것이 보통의 상식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상식이 파괴되고 있다.

“특전 5소대! 강철 늑대 기사단장 격파!”

“특전 2소대! 테일러 기사단의 단장의 목을 땄다!”

“특전 7소대. 다른 소대에 뒤처지지 마라!”

“우오오오오오!”

화이트 공국의 특전대라고 불리는 이들이 기사단을 여기저기서 격파했다. 그것도 거의 일방적으로 말이다.

그동안 화이트 공국에 기사단이라고는 은장미 기사단 하나뿐이었다.

검은 바람이 이끄는 투란 전사단이 기사단에 거의 준하는 전력으로 평가받기는 했지만 대외적으로 화이트 공국의 육군 전력은 저평가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특전대라고 불리는 이들이 기사단을 아주 일방적으로 씹어 먹고 있었다.

그것도 대륙의 최강국인 루마니아 제국의 기사단들이 말이다.

“말…도 안 돼…….”

한 명의 기사가 특전대의 창에 복부가 꿰뚫리면서 허무하게 죽어갔다.

그리고 그 기사를 잡은 특전대는 다시 큰 목소리로 자신의 전공을 외치고 다음 목표를 향해서 달려갔다.

‘이대로는 위험하다.’

제국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기사단의 단장 볼고프 아르메니안 후작은 이를 악물었다.

사방에서 제국의 기사단이 궤멸되고 있다.

그리고 거기에 겁을 먹은 제국의 병사들이 위축되어서 발이 느려지고, 그런 병사들에게 계속해서 화이트 공국의 마법사들의 공격이 퍼부어졌다.

최악의 악순환.

이걸 타파하기 위해서는 파격적인 승리가 필요했다.

“푸른 독수리 기사단은 나를 따르라! 적진을 일점 돌파한다.”

그는 자신의 검을 높게 들어 올리며 외쳤다. 이 시점에서 갑작스러운 일점 돌파를 외친 것이다.

그냥 호기로 이러는 것이 아니다.

그에게는 나름의 승산이 있었다.

그 승산은 바로 그 자신의 실력이었다.

높이 들어 올린 그의 검에는 마스터의 상징인 오러 블레이드가 선명하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오오오.”

“아르메니안 후작님을 따르라!”

제국의 기사 중에서도 마스터인 그가 나서서 직접 돌파를 하며 분위기를 고무시키자 인근 병사와 기사들의 사기도 올랐다.

그리고 아르메니안 후작은 가까운 곳에서 아군 병사들을 학살하다시피 날뛰고 있는 특전대원을 목표로 삼았다.

“멈춰라!”

그는 크게 외치며 특전대에 달려들며 크게 휘둘러 오러 블레이드를 휘둘렀다.

콰콰콰!

마스터의 상징인 오러 블레이드가 부채꼴로 크게 퍼져나갔고, 특전대 대원들은 뒤로 크게 밀려났다.

“큭…….”

“젠장, 깜짝 놀랐잖아.”

“모두 주의하라. 마스터다.”

날뛰던 특전대원들은 바짝 긴장했다.

하지만 정작 공격을 한 아르메니안 후작은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한 놈도 쓰러지지 않다니…….’

일격에 반 이상은 정리해 버릴 생각으로 휘두른 공격이었다. 그런데 약간의 부상을 입은 놈은 보였지만 쓰러진 놈은 하나도 없었다.

더구나 놈들은 자신이 마스터라는 것을 알면서도 전혀 위축되지 않았다.

보통의 병사들이 마스터를 상대로 이렇게 담대한 모습을 보이는 것을 불가능하다.

그런 특전대의 모습에 제국의 소드 마스터 아르메니안 후작은 한 가지 결론을 내렸다.

“치졸한 것들. 기사라는 놈들이 일반 병사로 위장하고 있다니? 명예도 모르느냐?”

그렇게 말이다.

졸지에 기사로 오해받은 특전대원들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이, 우리 중에 기사 있냐?”

“아니, 없지.”

“그런데 저 아저씨는 왜 헛소리 하는 걸까?”

“몰라 뭐 잘못 먹었나 봐.”

특전대원들이 빈정거리는 소리에 아르메니안 후작은 분노하며 달려들었다.

“닥쳐라!”

마스터인 아르메니안 후작이 특전대 일개 소대를 상대로 달려들자 아르메니안 후작을 따르는 후위 기사단들 역시 같이 달려들었다.

거기에 맞서는 것은 특전대 3소대. 그리고…….

“3소대 쪽에 지원을 보내라.”

“가까이 있는 애들 누구야? 빨리 튀어 가!”

“8소대 갑니다.”

“10소대도 간다!”

마스터를 상대하는 3소대를 지원하기 위해서 다른 특전대도 달라붙었다.

평소 검은 바람이나 발레리아에게 쥐어짜이듯이 단련된 이들은 마스터가 방심해서는 안 될 상대라는 것을 잘 알았다. 그리고 자신들이 힘을 합쳐서 대항하면 아주 상대 못 할 적이 아니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세 개 소대의 60인의 특전대원 중 대장, 부대장을 포함한 정예 10인이 마스터를 상대로 달라붙었고 다른 이들은 나머지 기사단을 상대했다.

아르메니안 후작은 열 명의 특전대원을 상대로 마스터의 무용을 드러내며 최대한 날뛰었지만 상대방의 능력은 그의 상식에서 너무 벗어나 있었다.

갑자기 신체의 일부가 단단해지거나 커지는 능력자도 있었고, 그림자처럼 지면에 몸을 숨기기도, 중간 거리에서 강력한 염동력으로 그의 몸을 구속하기도 했다.

마스터의 압도적인 신체 능력과 오러 블레이드의 파괴력이 아니었다면 1분도 버티기 힘들 정도로 끔찍한 전투였다.

“제길, 이 비겁한 놈들! 기사답게 한 명씩 와라!”

아르메니안 후작의 말에 특전대원 한 명이 외쳤다.

“우리 기사 아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다구리는 정당하다는 말은 굳이 하지 않았다. 하지만 암묵적으로 모두 동의하는 바이긴 했다.

세상에 어떤 병사들이 기사를 상대로 일대일을 고집한단 말인가?

물론 아르메니안 후작은 후작대로 억울했다.

“네놈들, 기사 맞잖아?”

고작 열 명이서 마스터인 자신을 상대로 대등하게 전투를 진행하고 있는 이들이 일반 병사라는 말을 누가 믿겠는가?

아르메니안 후작은 진심으로 억울했다.

그리고 그가 흐트러진 틈을 놓치지 않고 한 명의 능력자가 그의 발을 잡았다. 말 그대로 지면에서 손이 불쑥 튀어나오더니 그대로 아르메니안 후작의 발을 잡은 것이다.

아주 잠깐이긴 하지만 그로 인해서 후작의 움직임이 멈췄고 그때를 놓치지 않고 사방에서 초능력을 이용한 공격이 날아왔다.

“지금이다!”

“쳐!”

“죽여 버려!”

콰지직! 퍼펑!

집채만큼 거대화된 워 해머가 떨어지고 전력을 다한 염동파가 사방에서 그를 공격했다.

그리고 한 명의 능력자가 양팔을 벌려서 아르메니안 후작을 끌어안더니…….

“죽어라!”

그를 중심으로 막대한 뇌전이 방전되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아악!”

어마어마한 뇌전.

특전 9소대의 소대장의 능력인 뇌전이었다.

근거리에서 적과 함께 최대치로 전격 에너지를 발전시키는 게 다였지만 그 위력 하나만큼은 특전대 안에서도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공격이다. 정밀한 컨트롤이 불가능한 게 단점이긴 하지만.

그게 어느 정도냐 하면…….

“커허어억…….”

천하의 소드 마스터조차 노릇노릇하게 튀겨낼 정도였다.

입에서 새까만 연기를 뿜어낸 아르메니안 후작은 그대로 쓰러져 버렸다.

“후우우우… 해 냈다.”

“마스터를 잡은 거죠?”

“그래. 잡았다.”

“하하하…….”

특전대원이 목청을 크게 높여 외쳤다.

“제국의 소드 마스터 볼코프 아르메이안 후작을 잡았다!”

이것은 이제까지 있었던 다른 기사들의 사망 소식과는 차원이 다른 파급을 가져왔다.

“아르메니안 후작님을?”

“설마… 어떻게?”

“이럴 수가.”

마스터인 아르메이안 후작의 죽음은 병사들뿐만 아니라 기사들의 사기마저 떨어트렸다.

그리고 그걸 놓치지 않고 화이트 공국의 전 병력이 강하게 적을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가라! 제국군을 물리쳐라!”

“화이트 공국 만세!”

“우오오오오!”

그렇게 화이트 공국이 본격적으로 진군을 시작했다. 그 광경 속에서 특전대원 쓰러진 아르메니안 후작을 보고 말했다.

“억울할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진짜 기사 아니다. 진짜 기사는…….”

그렇게 말하는 특전대원의 눈이 하늘에 닿았다.

그곳에는 한 무리의 그리폰을 타고 전쟁터의 하늘을 가르고 날아가는 은장미 기사단이 있었다.

“진짜 기사분들은 저기 있지. 물론 우리하고 비교도 안 되는 강자들이고 말이야.”

발레리아가 이끄는 장미 기사단과 동시에 검은 바람이 이끄는 투란 전사단도 좌우에 날개를 펼치듯 우회 돌격을 시작했다.

카일이 이 전투를 완벽하게 끝내고자 숨겨둔 최강의 카드를 꺼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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