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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자를 육성하는 능력자-190화 (190/215)

190화

처음에는 약간 어지럽다 정도였다. 약한 뱃멀미 정도?

그래서 카일은 융합에 아직 익숙하지 못해서 그런 것이고 꾸준하게 연습을 하면 더 나아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해서 한 번 능력을 극한까지 사용해 본 적이 있었는데…….

그때 카일은 융합을 해제하자마자 쓰러졌다. 그리고 일주일 동안 일어나지 못했다. 레이나가 급하게 붙어서 꾸준하게 치료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나중에 의사의 진찰을 통해서 알게 된 사실이 있다면 카일의 뇌에 엄청난 대미지가 가해졌다는 것이었다. 마치 주먹으로 머리를 계속 두들겨 맞은 것처럼 말이다.

만약 조금만 더 한계를 넘었다면 카일이 뇌사 상태에 빠졌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그만큼 융합은 위험한 능력인 것이다.

“주인님, 물 가져왔어요.”

“그래.”

카일이 억지로 몸을 일으키려 하자 검은 바람이 서둘러서 부축했다.

카일은 비스듬하게 앉아서 아리시아가 떠온 물을 마시며 말했다.

“이제 괜찮으니 걱정하지 마라.”

“정말 괜찮으신 것 맞아요? 진짜죠?”

아리시아는 거의 울 것처럼, 아니, 실제로 눈물을 글썽거리며 카일을 걱정하고 있었다.

융합의 부작용이 어떤 것인지 알고 난 후 그녀는 카일이 이 능력을 사용해서 싸우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

카일은 그런 아리시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라. 충분히 조절해서 능력을 사용했으니 말이야.”

이건 진짜였다.

카일이 정말로 앞뒤 가리지 않고 드리스를 끝장내려고 했다면 아리시아까지 같이 융합해서 더 강한 공격으로 결판을 냈을 것이다.

하지만 마지막에 아리시아를 불러서 위협만 하고 실제 융합을 하지 않은 것은 이 이상 융합을 하고 싸우면 부작용이 심각해질 것 같아서였다.

‘그렇게 해서 끝장을 볼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면 모를까? 아닌 상황에서 무리를 할 수는 없지.’

차가운 물을 마시고 나서 한결 정신을 차린 카일이 말했다.

“드리스를 끝장내지 못한 건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대신 당초의 작전대로 간다. 아리시아 준비는 다 됐겠지?”

“완벽하게 됐어요. 주인님.”

“좋아, 그럼…….”

카일이 몸을 일으키며 말을 이었다.

“루마니스 제국을 끝장내 버리자.”

* * *

“드리스 님, 괜찮으십니까?”

“괜찮겠냐?”

후방으로 후퇴한 드리스는 엉망이 된 겉옷을 벗고 의자에 털썩 앉으며 말했다.

“맥주 한 잔 가져와라. 시원한 걸로.”

“예. 알겠습니다.”

드리스가 이름도 기억 못 하는 아무개 백작은 직접 움직여서 맥주를 가져왔다.

맥주를 받은 드리스는 그걸 마법으로 차갑게 하더니 시원하게 들이켰다. 그리고는…….

“하아아……. XX X 같네.”

“크흠, 크흠…….”

제국의 수호신의 입에서 나온 저렴한 단어를 아무개 백작은 애써 못 들은 척했다.

드리스는 턱을 괴고 생각에 잠겼다.

“야, …백작.”

이름은 진짜 생각 안 나는 모양이다.

“예. 부르셨습니까? 드리스 엔케모니아 님.”

“너 카일 화이트라는 놈 아냐?”

“예, 물론입니다.”

‘모르는 사람이 비정상입니다.’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애써 참아냈다.

“그놈에 관해서 아는 거 다 말해 봐라.”

“다 말입니까?”

“오래 걸리냐?”

“소설로 치면 164편 정도의 분량은 되는데 괜찮겠습니까?”

“해 봐. 맥주 추가로 가져오고. 안주도 같이.”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백작은 맥주와 안주를 대령하더니 자신이 알고 있는 카일 화이트에 대한 정보를 상세하게 말했다.

사실 그는 카일 화이트의 성공 스토리를 좋아하는 팬이었다. 비록 소속 국가는 다르지만 카일의 성공 신화는 남자라면 누구나 다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로 대단한 것이었다.

“우선, 그의 행적은 바이에른이라는 던전 도시에서 시작합니다. 거기서 그는…….”

설명이 이어지고 드리스는 차분하게 들었다.

던전에서 어떻게 활동했고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었으며 어떻게 성공했는지. 그리고 빅토르를 따라서 싱카라 연합 제국에 들어간 후에 성공적으로 나라를 발전시키는 과정까지 신이 나서 설명했다.

사실 귀족들은 모험가로서의 성공보다 공국을 건국할 정도로 훌륭하게 영지를 운영한 카일의 수완을 더 동경했다.

그리고 그 설명을 다 들은 드리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았다. 이제 나가 봐라. 그… 백작아.”

“예. 드리스 님. 그리고 제 이름은…….”

“나가라고.”

“…예.”

백작의 이름에는 관심이 1도 없는 드리스였다

그 대신 그는 깨달았다. 카일 화이트의 행적을 다 들어본 결과 깨달을 수밖에 없었다.

“이 새끼, 이계인이었네.”

그리고 그의 입꼬리가 서서히 올라가며 말을 이었다.

“드디어 찾았다.”

* * *

빅토르의 패배.

드리스 엔케모니아의 등장.

카일 화이트의 참전.

위의 세 가지 요소는 전쟁의 양상은 또다시 크게 변하게 했다.

빅토르의 선전을 보며 자신들도 참전할까 라는 생각을 하던 싱카라 연합 제국의 나머지 나라들은 엉덩이를 다시 무겁게 가라앉혔고, 드리스 엔케모니아의 등장은 루마니스 제국의 불안감을 진정시켰다.

그리고 카일 화이트.

사실 화이트 공국 자체가 고르시파 왕국에 소속되어 있는 나라이며 카일 화이트 본인은 빅토르 폰 고르시파의 사위다.

그러니 그의 참전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설마 그 카일 화이트가 드리스 엔케모니아를 패퇴시키는 게 가능할 줄은 그 누구도 예상 못 했다.

물론 드리스 엔케모니아가 물러났다고 해서 패배한 것은 아니다. 그저 물러났을 뿐.

전쟁의 승패를 가늠하는 저울은 아직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았다. 하지만 이 와중에 몇몇 눈치 빠른 이들은 이런 말을 했다.

‘카일 화이트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참전했을 리는 없어. 무언가 승산이 있으니까 참전했겠지.’라고 말이다.

이건 능력 이전에 신용이다.

카일 화이트라고 하면 전 대륙의 사람들이 성공 신화의 대명사라고 생각하고 있는 인물이다.

그런 카일이 전쟁에 참전했다.

그것도 바로 참전한 게 아니라 한참 있다가 참전했다.

그렇다면 어떠한 이유로 참전했을 것이다, 라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었고, 카일은 바로 그들의 예상이 맞았음을 증명했다.

우선 가장 먼저 움직인 것은 북방이었다.

“투란의 전사들이여. 위대한 칸 검은 바람의 이름으로 일어나라!”

“압제자들을 떨치고 전사의 긍지를 되찾자!”

“초원의 선조들이여, 우리를 굽어살피소서!”

“오오오오오오!”

북방의 대초원에 존재하던 투란족들이 군을 일으켜서 루마니스 제국의 영토를 침략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건 루마니스 제국이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있던 일이다.

원래 투란족은 강인한 전투력과 기마술로 인해서 대륙인들에게 있어서 공포의 대상이었다. 루마니스 제국이 건국되기 전에는 말이다.

루마니스 제국은 건국 이후, 투란족을 철저하게 공격해서 약체화시켰고 그 후에도 절대로 준동하지 못하도록 길들여 왔다.

우호적인 부족에게 식량과 무기를 공급하고 그 외의 부족들은 철저하게 공격해서 전사들을 사로잡아 남쪽의 노예로 팔아넘겼다.

누구에게는 당근을 주고 누구에게는 채찍을 휘두르며 투란족이 하나로 뭉치지 못 하게 했다.

투란족을 뿔뿔이 갈라서 제어하는 것은 루마니스 제국 역대 황제들이 공통으로 신경 쓴 국책의 일환이었다.

그렇게 수백 년의 시간이 흘렀고 지금의 투란족은 그냥 잘 싸우는 전투 노예족이라는 인상이 강했다. 무섭고 사나웠던 늑대가 잘 길들인 개가 된 것이다.

그랬는데… 그런 투란족이 뭉쳐서 일어났다.

그 규모는 무려 10만.

심지어 점점 더 늘어나고 있었다.

루마니스 제국의 입장에서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아닐 수 없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냐? 어째서 투란족들이 들고 일어난 거야?”

루마니스 제국의 황제는 옥좌의 손잡이를 내려치며 크게 소리쳤다.

드리스 엔케모니아라는 카드를 꺼냈음에도 불구하고 완벽한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그 상황에서 일어난 투란족의 준동은 진짜 심각한 위기였다.

“모두들 입에 꿀이라도 발랐느냐? 왜 대답하는 이가 한 명도 없느냐?”

황제의 호통에 신하 중 한 명이 말했다.

“투란들이 검은 바람이라는 대 칸을 내세워서 뭉치고 있다고 합니다. 아마도 카일 화이트가 놈들에게 물자와 무기를 제공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합니다.”

“카일 화이트, 그 치졸한 놈. 감히 대륙의 패권을 다투는 전쟁에서 북방의 야만인들을 끌어들이다니. 수치도 모르는 놈 같으니라고.”

황제는 카일을 욕했지만 그러면서 머릿속으로는 생각했다.

‘실로 절묘한 한 수다. 제길, 왜 이걸 경계하지 못했을까?’

당하는 입장에서 이만큼 짜증이 난다는 것은 그만큼 훌륭한 계책이라는 증거였다.

이 한 수로 인해서 루마니스 제국은 남쪽의 3국 연합과 북쪽의 투란족을 동시에 상대하게 되었다. 제국이라고 해도 남북으로 넓게 펼쳐진 두 개의 전선을 모두 감당하는 것은 부담일 수밖에 없었다.

‘후우우… 냉정해지자.’

황제는 머리를 차갑게 식히며 생각했다.

드리스가 내려간 이상, 남부 전선은 어떻게든 될 것이다.

한 번 물러났다고 하지만 빅토르와 카일 화이트를 동시에 상대할 수 있는 인물은 제국을 다 뒤져봐도 드리스 한 명뿐이었다.

그렇다면 북부에는 누가 가야 할까?

“안토니스 후작.”

“예, 폐하.”

황제의 부름에 대답한 것은 아직 30대 중반 정도로 보이는 젊은 귀족이었다.

그의 이름은 캄잣트 안토니스.

그의 가문인 안토니스 후작가는 수백 년의 전통을 지닌 기사 가문이다.

안토니스 가문의 기사단은 루마니스 제국 안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전력으로 평가받는 기사단이었고 그 가문의 중장보병은 강철의 방패라는 별칭을 지니고 있을 정도로 훌륭한 정예병이었다.

“그대에게 중앙군 5만을 주고 북부에 동원력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을 주겠다. 북부의 이민족들을 틀어막아라.”

“폐하의 어명을 반드시 완수하겠습니다.”

원래 안토니스 가문은 북부에 영지를 두고 있었기에 투란족들을 많이 상대해 봤다. 본인에게 실전 경험이 없다는 것이 좀 아쉬웠지만 황제는 이 젊은 후작을 한 번 믿어 보기로 했다.

‘중앙군 5만에 지방의 영주들에게 병력을 징발하면 20만까지는 모을 수 있을 거다. 야만족들을 추적해서 섬멸하는 게 아니라 막는 것뿐이라면 가능할 것이다. 괜찮아. 아직 제국은 여력이 충분하다.’

황제가 그렇게 결론을 내리고 일어나서 말했다.

“모두들 명심해라. 아무리 힘든 위기가 온다고 해도 우리 제국은 무너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크, 큰일입니다.”

황제가 결심을 굳히고 연설로 신하들을 고무시키려고 하는 그 찰나, 전령 한 명이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대전 안으로 들이닥쳤다.

“무슨 일이냐?”

황제가 눈살을 찌푸리며 물어보자 전령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제국의 서쪽 해안선에서 대규모 선단이 출몰해서 제국의 해안선을 공격하고 있습니다.”

“뭐라고?”

“함대의 깃발로 분류하건대 화이트 공국과 레드 로즈 공국의 깃발이 모두 보였습니다. 아마도 연합을 해서…….”

“카일 화이트으으으으!”

분노에 가득 찬 황제의 노성이 대전 안에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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