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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자를 육성하는 능력자-189화 (189/215)

189화

드리스는 깜짝 놀랐다.

비행 마법을 사용하고 있는 자신이 지면으로 수직 강하했기 때문이다.

콰아아앙!

그리고 무시무시한 굉음과 함께 드리스는 지면 깊숙하게 틀어박혀 버렸다.

“통했나?”

지면에 완전히 틀어박힌 적을 보고 카일이 말했다. 그리고 다음 순간…….

퍼어어엉!

드리스가 틀어박힌 것으로 추정되는 구덩이에서 무시무시한 화염의 기둥이 솟구쳤다. 그리고 그 화염 기둥 속에서 누군가가 서둘러서 탈출했다.

“후우우…….”

“괜찮나? 발레리아.”

“예, 아직 싸울 수 있습니다. 주군.”

발레리아는 약간 그을리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 멀쩡해 보였다. 다만…….

“이 새끼들이 진짜 보자 보자 하니까…….”

상대는 훨씬 더 멀쩡해 보인다는 게 문제였다.

유일하게 문제가 있어 보이는 게 있다면 혈압? 드리스의 표정만 봐도 제대로 빡쳤다는 것이 눈에 보였다.

빅토르와 그 측근을 상대할 때보다 훨씬 더 열받은 듯한 드리스의 모습에 카일이 말했다.

“아무래도 나도 나서야겠다.”

“주군.”

“주인님!”

카일의 말에 발레리아와 아리시아가 황급하게 나서서 말리려 했다. 하지만…….

화르르륵!

드리스의 등 뒤로 거대한 화염의 불기둥이 솟구치는 것을 보고 두 사람은 말을 이을 수 없었다.

하늘까지 닿는 그 거대한 불기둥은 점점 커지더니 이윽고 하나의 형체를 갖췄다. 뾰족한 부리와 거대한 날개를 갖춘 그 형상은 마치 전설 속의 피닉스 같았다.

그런 드리스를 보고 카일이 말했다.

“저걸 너희들만으로 상대하는 건 무리야.”

그렇게 말한 카일은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자신의 측근인 검은 바람을 불렀다.

“검은 바람.”

“예, 주인님.”

“너부터 한다. 준비는 됐나?”

“주인님이 원하신다면 언제든 써 주십시오.”

검은 바람의 대답을 들은 카일은 고개를 끄덕이며 검은 바람이 있는 곳으로 손을 뻗었다. 그리고 카일의 손이 검은 바람에게 닿는 순간…….

“크으윽…….”

강인한 전사인 검은 바람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카일은 검은 바람에게 말했다.

“견뎌라. 금방 끝난다.”

검은 바람은 전신에 식은땀을 흘리면서 고통을 감수했고, 카일은 그런 검은 바람의 내면 깊숙한 곳에 있는 초능력 코어에 자신의 능력을 집중시켰다.

각성 초기에 안정화를 위해서 수도 없이 컨트롤했던 검은 바람의 코어다. 카일은 그런 검은 바람의 코어에 자신의 의식을 접속시켰다.

“뭐 하냐? 이 새끼들아!”

그때 드리스가 손을 뻗어서 무수한 화염구를 카일에게 날렸다.

퍼퍼퍼퍼퍼퍼퍼퍼퍼펑!

드리스는 카일과 검은 바람이 있는 곳에 무시무시한 폭발을 일으켰고, 콧김을 뿜으며 말했다.

“이 새끼들이, 누굴 변신 합체 중에 기다려 주는 호구로 보냐?”

카일이 무언가를 하려고 한다는 것을 느낀 순간 드리스는 바로 무시무시한 공격을 퍼부었다. 이 정도 공격이면 상당한 대미지를 입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후우우우웅!

거대하고 육중한 것이 휘둘러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커다란 풍압과 함께 폭연과 함께 피어올랐던 먼지가 모두 흩어졌다.

그리고 거대화 능력으로 신체 사이즈를 크게 키운 카일이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 바람의 능력을 카일이 사용한 것이다.

“요즘 커지는 게 유행인가?”

드리스는 어이없다는 듯이 거대화한 카일을 바라봤다.

검은 바람이 한 번 거대화 능력을 보여주기는 했다. 처음에는 그게 새롭게 개발된 마법 술식이나 아티팩트인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 다시 보니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마법이라면 대마법사인 자신이 어떤 원리인지 대강은 알 수 있어야 했다. 그런데 이건 전혀 감이 안 왔다.

저 거대화는 마법이 아닌 다른 능력이라는 말이다.

특히 이번에는 더 심했다.

보아하니 저 카일이라는 놈이 검은 바람이라는 전사와 합체를 한 것 같은데, 이런 건 마법으로 할 수 없는 것이었다.

드리스가 심각한 표정으로 카일에게 말했다.

“너 정체가 뭐냐?”

“그걸 알아서 뭐 하게?”

카일은 그렇게 말하며 그대로 드리스를 향해서 달려들며 거대한 대검을 휘둘렀다.

콰앙! 콰아아앙!

카일의 공격은 대지를 쪼개고 산을 팰 정도로 강력했다. 하지만…….

“너, 아까 그놈보다 훨씬 약하군.”

드리스는 카일의 공격을 여유 있게 피하고 막아 내며 조롱했다.

“이럴 거면 합체는 왜 했냐? 미스터 X탄하고 합체한 손X공이냐고?”

그는 여유 있게 카일의 공격을 피했다.

확실히 카일의 검 실력은 마스터인 검은 바람에 비하면 너무 약했다. 당연히 총체적인 전투력 역시 검은 거대화한 상태로 싸우는 검은 바람보다 약할 수밖에 없었다.

카일이 각성 다음 단계로 눈을 뜬 능력 융합의 약점이었다. 다만… 이건 카일이 검은 바람 한 명과 융합했을 때의 결과다.

“발레리아.”

“예, 주군!”

카일이 외치자 발레리아가 기꺼이 거대화한 카일에게 다가갔다. 그러고는…….

“크으윽…….”

카일의 능력이 그녀의 코어에 접속하고 이윽고 그녀의 존재 자체가 카일의 안으로 녹아 들어가기 시작했다

“어… 어어. 설마?”

발레리아가 카일의 안으로 완전히 녹아든 동시에 카일이 외쳤다.

“중력 마이너스 열 배!”

그러자 거인으로 거대화한 카일의 몸이 허공으로 붕 떠올랐다. 그러고는…….

“중력 백 배!”

그대로 카일이 지면으로 떨어지며 중력을 배가시켰다.

“미친, 앱솔루트 실드!”

드리스는 욕을 하면서 혼신의 방어를 펼쳤다.

콰아아아아아앙!

“말도 안 돼.”

“저 무슨… 하하하…….”

충분하게 멀리 떨어져서 후퇴했다고 생각한 빅토르의 부하들은 카일의 일격으로 인해서 생긴 충격의 여파에 입을 쩍 벌렸다.

일대에 지진이 일어난 것 같은 진동과 굉음이 울리더니 그다음에는 하늘까지 닿을 것 같은 거대한 버섯 형태의 구름이 피어올랐다.

순수하게 물리력으로 발생한 충격이라는 것이다.

거대화와 중력 강화라는 능력을 충분히 활용해서 만들어 낸 일격에 실려 있는 물리적 에너지가 핵폭탄급의 파괴력을 만들어 냈다.

“카일 하이트 대공이… 저렇게 싸울 수도 있었습니까?”

“개인의 전투력은 별것 아닌 줄 알았는데.”

빅토르의 심복인 챈들러와 파울로는 입을 다물지 못하며 경탄했다.

사실 대외적인 평가는 이들의 말대로다.

희대의 모험가이자 화이트 공국의 명 군주로 이름을 날리는 카일 화이트의 장점은 주변 사람들을 강화하는 능력과 그 개인의 수완으로 알려져 있었다.

개인의 전투력은 평범한 기사보다 약간 나은 정도라는 게 대외적인 평가였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 보니 터무니없는 오산이었다.

무슨 수를 썼는지 모르겠지만 카일의 전투력은 검은 바람이나 발레리아 보다 훨씬 더 위였다.

그런 둘에게 빅토르가 말했다.

“내 사위가 비장의 수단을 쓴 모양이군.”

“전하는 알고 계셨습니까?”

“한 번 보여주더군.”

빅토르의 말에 파울로가 말했다.

“그렇다면 후퇴하지 않고 우리도…….”

“그건 안 돼.”

빅토르는 단호하게 파울로의 제안을 잘랐다. 그리고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저 능력은 약점이 있거든.”

“제길…….”

드리스는 너덜너덜해진 몸을 추스르며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일어서는 과정에서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아서 억지로 마법으로 몸을 공중에 띄워야 했다.

‘양쪽 다리가 부러졌군. 그거 말고도 내장도 좀 상한 것 같고…….’

드리스는 자기 입에 퍼지는 피 맛을 느끼며 냉소했다.

“큭, 돌겠군. 내가 피 보는 게 얼마 만이지?”

“돌겠는 건 나다. 설마 그걸 막아 낼 줄이야.”

카일은 여전히 거대화한 상태로 드리스를 보고 말했다.

“…….”

“…….”

드리스와 카일의 눈이 서로 마주했다. 그리고 카일이 먼저 말했다.

“두 번은 없다. 이제 끝을 보자.”

그러면서 검을 들어 올리는 카일을 보고 드리스가 말했다.

“똑같은 수가 통할 것 같냐?‘

“안 통하겠지. 그러니… 아리시아!”

“예, 주인님.”

카일이 아리시아를 부르자 그녀가 카일의 어깨까지 뛰어올랐다.

그 광경에 드리스가 입을 꾹 다물었다.

‘거대화에 중력 조작, 그리고 저 하프 엘프의 능력을 아마도 스피드…….’

아리시아의 능력은 스피드가 아니라 시간 가속이었지만 그걸 알 수는 없는 드리스는 재빠르게 계산했다.

지금의 카일이 아리시아의 능력까지 더해져서 싸운다면 도저히 이길 자신이 없었다.

그러자 그는 빠르게 결단을 내렸다.

“너… 나중에 다시 한번 보자.”

“도망가는 거냐?”

“…….”

카일의 도발에 드리스는 움찔했지만 대답하지 않고 허공에 공간을 열더니 그 안으로 몸을 피했다.

자신이 여유가 있을 때는 상대를 도발하고 조롱하며 전투를 이어 가지만 여유가 사라진 그는 지극히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인물이었다.

변명 한 마디 하지 않고 도망가는 드리스의 행동에 카일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걸 못 이기다니…….”

카일은 거대화된 자신의 신체를 해제시켰다. 그리고 융합 능력까지 모두 해제하자 카일의 안에서 검은 바람과 발레리아가 다시 나왔다.

“주군.”

“괜찮으십…….”

“쉿.”

카일은 걱정하려는 둘을 보고 재빠르게 입을 막았다. 그리고…….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가자.”

“예, 주인님.”

그 물음에 아리시아가 누구보다 빠르게 카일을 업고 달려갔다.

카일의 새로운 능력 융합.

이건 엄밀히 말해서 완전히 새로운 능력은 아니다. 전생에 세계정부에 소속되어 있을 무렵에 한 번 각성했던 능력이었다.

하지만 이 능력에 관해서는 카일 자신도 많은 것을 알지 못했다. 왜냐하면 이 능력을 각성하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아서 세계정부에게 숙청당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시 한번 이 능력을 각성하고 나서 카일은 왜 자신이 세계정부에 숙청당했는지 깨달았다.

융합.

이 능력은 너무나 강했다.

상대방의 능력을 흡수해서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라니, 이건 사기나 다름없었다.

다만, 몇 가지 실험을 해 보고 나서 깨달은 것이 있었는데 그렇게까지 만능의 능력은 아니었다.

우선 이 능력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카일을 믿고 협조해야 한다. 즉, 적 능력자와 융합을 해서 그 능력을 강탈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능력자와 융합하고 나서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다. 개인차가 있었는데 가장 길게 융합할 수 있는 아리시아와의 시간도 12분 32초가 한계였다.

당연히 다수와 합체하면 할수록 그 시간은 점점 줄어들었고 말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세 번째.

이게 가장 치명적인 약점이었는데…….

“아리시아. 이제 됐다. 내려 줘.”

“예, 주인님.”

아무도 없는 곳에 도착한 카일은 아리시아가 내려 주자마자 그대로 지면에 쓰러져 버렸다.

“후우우……. 죽을 것 같군.”

“주인님. 괜찮으세요? 뭐… 뭐라도 제가 할 수 있는 게 있다면…….”

“물 좀 떠다 줘.”

“예, 알겠습니다. 주인님. 잠시만 기다리세요.”

그리고 아리시아는 그대로 물을 찾기 위해서 가속 능력을 이용해 사라졌다.

그리고 조금 뒤늦게 도착한 검은 바람과 발레리아가 카일에게 다가와서 걱정스럽게 말했다.

“주군, 괜찮으십니까?”

“설마 이전과 같은 부작용은…….”

걱정하는 둘에게 카일이 애써 웃어 보이며 말했다

“그때 정도는 아니야. 융합 시간은 짧았으니까.”

이게 이 능력의 치명적인 부작용이다.

융합 능력을 사용하는 카일에게 너무나 큰 부작용을 준다. 그것도 주로 뇌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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