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자를 육성하는 능력자-187화 (187/215)

187화

상대를 본 순간…….

“당신은… 누구요?”

빅토르는 본능이 맹렬하게 경고함을 느꼈다.

위험하다. 조심해라. 피해라.

본능의 경고 속에서 빅토르는 냉정하게 자신을 추스르기 위해서 정신을 집중해야 했다.

이런 느낌은 던전 공략의 마지막에 만났던 펜닐 이후 처음이었다.

그리고 원래 루마니스 제국 출신인 빅토르는 상대의 정체가 어렴풋하게 짐작이 갔다.

그랜드 마스터에 올라서 적수가 없다고 생각한 자신을 이렇게 위축시킬 수 있는 상대라면…….

“드리스 엔케모니아다.”

“역시…….”

‘이 남자밖에 없겠지.’

루마니스 제국의 살아 있는 전설.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마법사.

사실 전쟁을 시작하기 전부터 그의 존재를 꾸준하게 머리 한구석에 염두에 두고 있었다.

빅토르는 자신의 손에 들린 지휘관을 내버려 두고 드리스를 향해서 검을 세우고 예의를 차리며 말했다.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오냐.”

“…이 전쟁에 참여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나도 그랬어. 안 나가려고 했는데 말이야.”

“그럼 그러시죠.”

“그럴 수는 없지. 너한테 볼일이 있거든.”

드리스는 빅토르를 향해서 천천히 허공을 부유해서 다가갔다.

“저에게 말입니까?”

빅토르는 검에 힘을 주고 드리스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 너, 던전을 공략했다고?”

“예. 그렇습니다.”

“보상으로 뭐 받았냐?”

“그걸 왜 물어보시죠?”

“하긴, 물어보는 건 의미가 없지.”

드리스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빅토르를 향해서 한쪽 손을 내밀었다.

손바닥이 하늘로 향하는 그 상태로 손가락을 까딱까딱 하며 그가 말하기를…….

“다 내놔.”

“…….”

‘양아치냐?’

빅토르 입장에서는 지극히 합당한 감상이었다.

드리스 엔케모니아.

새삼 말할 것도 없는 전설 중의 전설이다.

하지만 빅토르는 그런 드리스의 존재를 사전에 염두에 두고 거기에 맞는 방책도 준비해 두었다.

그 방책은 바로…….

“와라.”

바로 자신이었다.

검을 잡고 자세를 취하는 빅토르의 모습에 드리스는 기가 찬다는 듯이 말했다

“와라? 이 새끼가 얻다 대고 반말이야? 내가 너보다 나이를 먹어도 최소 650살은 더 처먹었겠다. 이 썩을 새끼야?”

“전설치고는 품격이 모자라시군.”

“품격 같은 소리 하고 있네. 품격 있게 처맞고 싶냐?”

“…….”

‘이게 진짜 전설의 대마도사 맞나?’

하는 행동만 보면 대마도사라기보다는 대양아치 같았다. 하지만 빅토르의 본능은 눈앞의 존재를 주의하라고 계속 경고를 하고 있었다.

“후우우우…….”

호흡을 가다듬은 직후, 빅토르의 검이 사라졌다.

최고속으로 뻗어간 그의 참격이 드리스 엔케모니아의 목을 관통했다.

아니, 했다고 느꼈다.

“느려, 느려. 그래 가지고 나한테 맞히긴 하겠냐?”

드리스는 빅토르의 공격을 피했다.

마법으로 막아내거나 피한 게 아니라 그냥 목을 슬쩍 옆으로 틀어서 빅토르의 공격을 피한 것이다.

‘우, 우연인가?’

빅토르는 현실을 부정했다.

아무리 대마도사라도 해도 설마 자신의 검격을 그냥 순수하게 피해 버리다니? 그게 말이 되는가?

‘우연이다. 분명 우연이야.’

빅토르는 이 끔찍한 현실을 부정하기 위해서 다시 검을 움직였다.

연속으로 휘두르는 그의 검격은 상단 중단 하단으로 나뉘어 드리스를 썰어 버리기 위해서 날아갔다. 하지만…….

쉬쉬쉭!

그의 검격은 이번에도 허공을 가를 뿐이었다. 거기다 심지어…….

쩌어엉!

“오, 반사 신경 좋은데?”

공격이 끝난 후에는 드리스의 주먹이 빅토르의 안면을 노리고 날아왔다.

황급하게 검을 들어서 그걸 막기는 했지만 그 공격이 얼마나 강력한지 검을 잡고 있는 빅토르의 손목이 얼얼할 정도였다.

“당, 당신 마법사가 아니었소?”

“마법사 맞아. 근데 뭐? 마법사가 주먹 쓰면 안 된다고 누가 법이라도 정했어?”

“아니, 그…….”

“마지막으로 기회 준다. 던전에서 얻은 보상 다 내놔. 그리고 겸사겸사 애들 데리고 꺼져라.”

“큭… 헛소리!”

빅토르는 크게 외치면서 드리스를 향해서 뛰어갔다.

그런 빅토르를 향해서 드리스가 말했다.

“그래. 어디 오늘 몸 좀 풀어보자.”

그리고 두 살아 있는 전설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 * *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말이 있듯이… 세간의 기대감이 현실에 항상 부응하는 건 아니다.

메이웨더와 파퀴아오의 드림 매치가 노벨 의학상 감의 수면제였던 것처럼 말이다.

루마니스 제국의 수호신이자 인류 최초의 9서클 마스터 대마도사 드리스 엔케모니아.

던전 공략자이자 그랜드 마스터의 경지에 이른 빅토르 폰 고르시파.

이 둘의 매치업은 생각만 해도 밤새도록 술잔을 꺾을 수 있을 만큼 세상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화제다.

그런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일방적이었다.

그것도 너무나 참혹할 정도로 말이다.

“큭… 크으윽…….”

“바디, 안면, 바디, 똑바로 못 따라오지? 엉?”

“크아아아압!”

“그게 맞겠냐고?”

“커어억!”

드리스는 빅토르를 완벽하게 압도하고 있었다.

그것도 그냥 압도하는 게 아니다. 맨손의 격투술만으로 빅토르를 압도하고 있었다.

빅토르 입장에서는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이건, 이건 꿈이야.’

무슨 마법사가 그랜드 마스터인 자신의 검을 다 피하고 막는단 말인가? 거기다 주먹과 발차기가 어찌 이렇게 매섭단 말인가?

손발에 오러를 두르고 있는 건 아니다.

그냥 맨주먹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대씩 맞을 때마다 생각했다. 자신이 아니었다면 분명 한 방에 죽었을 거라고 말이다.

“멍 때릴 여유가 있지?”

“…커어억!”

드리스의 니킥이 빅토르의 바디에 정확하게 들어갔다.

그 순간 빅토르의 숨이 턱 하니 막히면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그런 빅토르를 보고 드리스가 손을 풀며 말했다.

“맷집은 좋네. 안 죽인다고 힘 조절하기는 했지만 말이야.”

“후우우… 후우……. 이건 말도 안 돼. 어떻게 마법사인 당신이 나를 신체 능력에서 압도한단 말이오? 마법도 안 쓰고 어떻게?”

“응. 마법 썼는데?”

“무슨… 마법을 썼단 말이오?”

“헤이스트, 스트랭스, 스트라이킹, 그리고 부분 아스트랄도 걸었지.”

“…….”

신체의 속도를 빠르게 하는 마법, 근력을 높여주는 마법. 타점의 파괴력을 높여주는 마법. 그리고 신체의 경도를 올려주는 마법.

모두 유명한 마법이다.

3서클 정도 되는 마법사들이 자기 보호를 목적으로 사용하는 호신술용 마법이니 말이다.

“어, 어떻게 그런 마법으로 이런 효과를 낸단 말이오? 헤이스트를 써 봤자 이렇게 빠르게 움직일 리가 없소.”

“야, 내가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냐?”

“…….”

그 말에 빅토르는 할 말을 잃었다.

“같은 검이라도 누가 휘두르냐에 따라 다르듯이 같은 마법도 사용하는 사람이 다르면 위력도 다른 거야. 그런 상식도 알려줘야 하냐?”

“하… 하하.”

어이가 없다는 말이 지금 이 상황보다 잘 어울리는 경우가 또 있을까?

“당신이 상식을 입에 담습니까? 비상식의 덩어리 같은 사람이?”

“그건 네 입장이고.”

드리스는 뒷머리를 긁적긁적 긁으면서 말했다.

“그리고 사실 이런 싸움은 내가 너무 유리해. 옛날에 내가 카를로스 놈하고 이런 드잡이질을 몇 번이나 했는 줄 알기는 해?”

“초대 황제…….”

“그래. 사실 너 그랜드 마스터라고 하기에는 퀄리티가 좀 딸리네. 카를로스를 10이라고 보면 너는 한 3정도 되나? 어쨌든 한참 멀었어.”

“하, 하하하…….”

빅토르는 어이가 없었다.

내심 그랜드 마스터에 오르고 나서 자신의 적은 없다고 생각했다.

설사 제국에서 드리스 엔케모니아가 나선다고 해도 자신이라면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상대는 마법다운 마법을 사용하지도 않았다.

그런 상대에게 일방적으로 얻어터지고 나니 마음속에 있던 교만함이 싹 사라졌다.

“난 아직 멀었군.”

“그래. 좋은 거 알았으니 잘됐네. 이제 다 내놔. 그리고 애들도 물리고.”

드리스의 말에 빅토르는 힘겹게 일어나며 말했다.

“그럴 수는 없소.”

“아, 왜에에? 말해 두겠는데 나 많이 봐줬다. 진짜 제대로 한 따까리 했으면 너는 물론이고 이 새끼들도 모두 뒤졌어.”

“그래. 그러고도 남겠지.”

빅토르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하지만 당신만 비장의 수단을 숨겨두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응?”

빅토르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누군가가 드리스의 뒤편에서 날카롭게 달려들었다.

드리스가 그쪽을 바라보자 날아온 것은…….

촤아아악!

사나운 기세로 달려드는 짐승의 발톱이었다. 강철도 종잇장처럼 찢어발기는 그 공격은 드리스에게 맞지는 않았지만 지면에 커다란 발톱 자국의 상흔을 남겼다.

“웨어 울프족?”

드리스는 자신을 발견한 인물을 보고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인간의 두 배가 넘는 거대한 체구에 빛을 반사하는 은빛 털과 늑대의 머리와 짐승의 발톱을 가지고 있는 그는 틀림없이 웨어 울프족이었다.

하지만 몬스터인 웨어 울프와 달리 이 존재는 명백하게 이성을 가지고 있었다.

“제길, 이걸 피하다니…….”

아쉬워하는 상대를 보고 드리스가 말했다.

“수인족은 다 전멸했을 텐데?”

“그는 수인족이 아니오. 내가 던전에서 얻은 보물을 가지고 무장을 한 인물이지.”

“호오오, 그래?”

“그렇소. 아티팩트 펜닐의 권속을 장착한 상태의 수인 전사요.”

빅토르의 설명을 들은 드리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펜닐의 권속……. 펜닐, 펜닐이라. 하나 물어보겠는데 혹시 그 존재가 스스로를 북유…….”

콰아아앙!

드리스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하늘에서 강력한 광선이 떨어져서 그를 공격했다.

그 공격 역시 드리스가 막아내기는 했지만 드리스는 무척 짜증이 난 듯했다.

“말 좀 하자! 이 XX놈들아!”

“그냥 죽어!”

드리스의 질문에 답한 인물은 하늘에서 떠 있는 건장한 체격의 남자였는데 굉장히 특이한 전신 갑주를 입고 있었다.

전신을 빈틈없이 감싸고 있는 갑주의 등 뒤에는 강철의 날개가 달려 있었고 그가 뻗은 양손에는 은은한 빛이 맺혀 있었다.

그리고 그 손에서는…….

“하아압!”

퍼퍼펑!

푸른 빛의 광선이 뿜어져 나왔다.

드리스는 이를 꽉 깨물고 피하면서 말했다.

“아이X맨이냐?”

지상에 일방적으로 쏟아지는 광선의 폭격을 드레스는 요리조리 잘도 피했다.

그리고 공중에서 일방적으로 공격하던 남자는 그 상태로 빅토르에게 외쳤다.

“전하, 함께 싸워야 합니다.”

“…….”

빅토르는 망설였다.

지금 드리스를 공격하고 있는 둘은 빅토르의 숨겨진 한수로 비장의 전력이었다.

둘 다 원래 소드 마스터 급의 실력자였으며 오랜 시간 동안 빅토르를 보필했던 인물들이다.

던전 공략의 과정에서 큰 공을 세운 인물들이기도 하기에 그들에게 던전에서 나온 전투형 아티팩트를 하사했었다.

그런 둘의 전투력은 사실 그랜드 마스터인 빅토르 못지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저 괴물을 이길 수 있을까?’

빅토르는 확신을 서지 않았다.

자신이 직접 싸워 본 드리스 엔케모니아는 그 바닥이 보이지 않았다.

저런 괴물이 상대인 줄 알았다면 빅토르도 ‘그것’을 가지고 왔을 것이다.

결국 빅토르는 결정했다.

“전군 후퇴하라!”

저 괴물을 상대로 이 자리에서 승부를 보기에는 확신이 들지 않았다.

아끼는 심복 둘이 드리스의 발목을 잡아두고 있는 지금이 찬스라고 생각한 빅토르는 후퇴를 명령했다.

그러자 안달이 난 것은 오히려 드리스였다.

“뭐, 이 새끼들이, 어디서 간만 보고 튀려고 그래?”

드리스의 몸에서 눈으로 보일 정도로 막대한 마나가 일렁거리며 피어올랐다.

“흡?”

“으음…….”

합공으로 드리스의 발목을 잡고 있던 빅토르의 두 심복은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한 발 뒤로 물러났다. 그리고…….

“못 가!”

그 말과 동시에 그의 뒤에서 파이어 랜스가 생성되었다. 4서클 공격 마법인 파이어 랜스 그 자체는 놀라운 게 아니었지만…….

“헉?”

“말, 말도 안…….”

파이어 랜스 수백 발이 동시에 생성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자, 본격적으로 상대해 주마. 애송이들.”

진짜 대마도사 드리스 엔케모니아의 진가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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