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자를 육성하는 능력자-170화 (170/215)

170화

전투가 끝난 후.

거대화를 푼 검은 바람이 레이븐에게 가서 말했다.

“살아 있나?”

“…간…신히…….”

레이븐은 힘겹게 대답했고 노 페이스는 몸을 작게 꿈틀거림으로써 자신의 생존을 대답했다.

그런 둘을 보고 검은 바람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수고했다. 결국은 임무를 완수하는군.”

레이븐은 힘겹게 미소 지으며 대답했다.

“당연하지.”

카일이 애당초 레이븐에게 내린 임무는 원 어스 클랜에 대한 조사였다. 그리고 그 임무라면 조금 전에 완벽하게 완수되었다.

노 페이스가 놈을 건드린 그 순간에 말이다.

* * *

화이트 공국.

검은 바람은 특수 부대원과 자신을 따라서 이주해 온 투란족 5만 명을 데리고 귀환했다.

카일은 그런 검은 바람을 직접 맞이해서 주면서 말했다.

“이제 좀 편하게 살 때도 되지 않았나?”

“저에게 주군의 곁보다 편한 곳은 없습니다.”

검은 바람의 말에 카일은 쓰게 웃으며 말했다.

“수고 많았다. 가서 쉬어라.”

“예. 주인님. 그리고…….”

검은 바람이 카일에게 작은 목소리로 뭔가를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카일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래. 수고들 많았다.”

“과분한 말씀 송구합니다.”

검은 바람과 몇 가지 실무적인 얘기를 더 한 후, 카일이 향한 곳은 레이나가 머물고 있는 신전이었다.

그 신전에 도착하니 레이나가 카일을 반갑게 맞이해 주었다.

“전하.”

“오랜만이야. 자주 못 찾아와서 미안해.”

카일은 레이나를 품에 안고 가볍게 키스해 주었다. 레이나는 그런 카일에게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어찌나 안 오시는지, 이제 저는 질려 버리신 줄 알았어요.”

“그럴 리가. 뭐 하면 오늘은 자고 갈까?”

“신전에서는 곤란하죠. 그보다 여기 오신 것은…….”

“음, 지하실에 볼일 좀 있어서 말이야.”

“안내해 드릴게요.”

레이나는 카일을 데리고 신전의 지하실로 향했다.

원래 신전의 운영 자금은 기부금으로 마련한다.

치료를 해 주고 대가로 받는 돈도 기부금이고, 신도들에게 정기적으로 걷어 들이는 돈도 기부금이다. 하지만 사실상 말이 기부금이지 거의 반강제로 걷어가는 돈이었다.

카일은 그걸 전면적으로 금지시켜 버렸다.

물론 카일도 신전에 돈이 필요하다는 현실은 알았다. 그래서 기부금을 걷는 대신 신전의 영리적인 활동을 허가해 주었다.

상업이 발달한 화이트 공국의 특성상 약간의 특혜와 지원을 해 주면 영리적인 활동으로 신전의 재정을 충당하는 게 충분히 가능했다.

레이나가 있는 신전의 주 수입은 와인과 치즈다.

신전 직영의 농장에서 재배한 와인과 목장에서 만들어진 치즈와 와인을 신전의 지하에서 숙성, 보관하다가 정기적으로 찾아오는 무역선을 통해서 조나라에 팔았다.

조나라에서 치즈와 와인은 상당히 비싼 가격으로 팔리는 상품이었기 때문에 좋은 수입원이 되었다.

카일은 가끔 사업의 상태를 살펴본다는 명목하에 신전의 지하로 가서 상품의 상태를 살폈다.

그리고 그 신전의 지하 보관실의 깊숙한 곳엔 카일 직속의 특수 부대원들의 은거지 중 하나가 있다.

카일과 자연스럽게 접선하기 위해서 여기저기에 만들어 놓은 장소 중에 하나인 것이다.

카일이 문을 열고 들어가자 거기에는…….

“오셨습니까? 주군.”

특수 부대원 세 명이 카일을 기다리고 있었다.

“임무를 완수했다고 들었다. 고생이 많았다고 들었는데, 수고했다.”

카일의 말에 레이븐은 담담하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당연히 할 일을 했을 뿐입니다.”

“그래. 노 페이스가 적의 지휘관을 카피했다고?”

“예. 아직 복사하지는 않았지만 적의 지휘관을 카피하는 것에 성공했습니다.”

“그렇군.”

카일은 조금 생각하다가 말했다.

“노 페이스와 나만 남기고 모두 나가라. 그리고 내가 허락하기 전에는 그 누구도 돌아오지 마라.”

“예, 주군.”

곧 밀실에는 카일과 노 페이스 단둘만이 남았다.

카일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가 말을 꺼냈다.

“해라.”

카일의 짧은 명령과 동시에 노 페이스의 모습이 변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이전에 검은 바람과 격렬한 전투를 벌였던 원 어스 클랜의 지휘관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카일이 말했다.

“네 이름은?”

그리고 돌아온 대답은…….

“AP―55248.”

카일의 입에서 욕이 저절로 나오게 했다.

“빌어먹을.”

초능력을 능숙하게 사용하는 전투 능력과 식별 번호로 개체명이 분류되는 인간. 카일은 초능력자를 이런 식으로 취급하는 단체를 알고 있다.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카일 스스로도 KA―98746이라고 불리던 시절이 있었으니 말이다.

‘세계정부. 어떻게 놈들이 이 세계에…….’

처음에 의심했던 것은 클랜의 이름 때문이었다.

원 어스(One Earth).

이것은 세계정부가 전 세계에 강요하는 질서 그 자체를 의미하는 말이었다.

국가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고, 민족의 차이도 인정하지 않으며, 종교, 사상 등등. 그 어떠한 차이도 인정하지 않는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서 지구상에 다시는 전쟁이 벌어지지 않게 하겠다는 것이 세계정부의 주장이었다.

그 주장을 나타내기 위해서 하루에도 백번 가까이 오만가지 매체에서 보여주는 문구가 원 어스(One Earth였다.

실상은 그렇게 하나의 질서를 주장하는 세계정부에서 그 누구보다 많은 차별을 만들어 내고 있었지만 말이다.

초능력자들을 도구 취급 하는 건 기본이었고 일반인들 역시 세계정부에게 협조적인 지역과 그렇지 못한 지역을 차별해서 대우했다.

처음에 세계정부를 만들었던 이들은 진심으로 평등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꿈꾸며 그런 주장을 펼쳤는지 모르겠지만…….

‘다 개소리지.’

카일이 알고 있는 세계정부의 모습은 자신들에게 저항하는 모든 존재를 부정하고 말살하는 집단이었다.

실제로 그들에게 반대하는 레지스탕스나 혁명 세력 등과의 전투가 끊어지지 않았다.

전쟁을 없애겠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그 누구보다 열심히 전쟁을 수행했던 것이다.

그 전쟁의 선두에 초능력자들이 투입된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오랜만에 정말 더러운 기분이 떠오르는군.”

카일은 진심으로 살기를 품었다.

눈앞의 상대가 세계정부의 요원이 아닌 자신의 부하인 노 페이스라는 것을 머리로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허리에 있는 검에 손이 가려고 했다.

“후우우우우.”

카일은 깊게 심호흡하며 마음을 진정시킨 후 말했다.

“너는 세계정부의 초능력자인가?”

“그렇습니다.”

“너처럼 이 세계로 넘어온 세계정부의 인간들이 많은가?”

“많습니다.”

“자세한 숫자는 얼마나 되지?”

“자세한 것은 모르지만 제가 알고 있는 숫자만 해도 1천 명 이상으로 알고 있습니다.”

“1천…….”

애매한 숫자였다.

능력자의 수준을 봐야 알겠지만 그 정도 숫자라면 지금 카일의 힘으로 묻어 버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너희들은 어떻게 넘어온 거지?”

“Dr.피터가 만든 전송 장치를 이용해서 넘어왔습니다.”

“뭐? 전송 장치? 우연히 사고에 휘말려서 넘어오는 게 아니었단 말이냐? 트럭에 치인다거나…….”

“아닙니다.”

그 말에 카일은 손으로 이마를 짚으면서 말했다.

“에이라 녀석 말은 믿을 게 못 돼.”

다시 본론으로 넘어가서 카일은 심문을 계속했다.

“너희들이 이 세계에 넘어온 경위와 목적을 자세하게 설명해라.”

“예. 시작은 Dr.피터가 다른 세계의 존재를 탐지해 내고 그곳으로 넘어가는 전송 장치를 만들어 내는 것에 성공하면서 부터입니다.”

서기 2290년.

세계정부의 연구단지에 소속된 한 명의 천재 과학자가 뜻밖의 발견을 해 낸다. 초능력의 근원과 세계의 구조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다른 차원을 존재를 파악하게 된 것이다.

그것은 실로 거대한 혁신이었다.

사람들이 망상 속에서 상상만 하던 이세계의 존재를 현실로 파악하고 증명까지 해 낸 것이다.

그의 이름은 Dr.피터.

세계정부 소속의 과학자 중에서도 최고의 천재였다.

그는 세계정부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에 연구를 계속했고, 마침내 차원이 벽을 넘어서 다른 차원으로 넘어갈 수 있는 전송 장치를 만들어 내는 것에 성공했다.

그것은 대변혁의 신호탄이었다.

인류의 역사를 돌이켜 보면 항상 시대의 개념 자체를 바꾸는 큰 발견이나 발명이 있어 왔다.

증기기관이 산업의 시대를 열었고, 신대륙의 발견이 대항해 시대를 열었던 것처럼 말이다.

이세계의 발견과 차원이 벽을 넘을 수 있는 전송 장치는 그 두 가지 모두를 해 낸 것이나 다름없었다.

무엇보다 당시 지구의 상황에서 새로운 세계라는 것은 너무나 간절한 것이었다. 당시 지구는 점점 더 인간이 살기 힘들어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핵전쟁의 여파로 인해서 해수면이 대폭 올라가서 인간이 살 수 있는 땅이 크게 줄어들었다.

식량, 물자, 에너지 등등. 모든 것이 점점 부족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세계라는 신천지의 발견은 너무나 큰 유혹이었다.

세계정부는 당장이라도 군을 꾸려서 이세계로 보내려고 했다.

하지만 여기서도 문제가 있었다. 차원의 벽을 넘기 위해서 만들어 낸 전송 장치를 가동시키기 위해서는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지구의 남은 에너지를 싹싹 긁어모은다고 해도 인간을 1만 명 정도 이주시키는 게 고작이라는 계산 결과가 나왔다.

세계정부는 고심했다.

1만은 너무 적었다.

거기다 순수한 인간만이 아니라 병기와 물자까지 포함한다면 그 숫자는 더더욱 줄어들 것이다.

거기서 Dr.피터는 우선 이세계로 선발대를 보내서 그들에게 이세계의 자원을 탐사해 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을 했다.

마냥 손을 놓고 있을 수 없는 세계 정보는 정예 병력을 구성해서 이세계에 선발대를 보냈다.

에너지원의 탐사와 확보를 목적으로 한 그들은 사방으로 흩어져서 이세계를 탐사했고, 그 결과 가장 순도가 높으면서 가장 효율이 높은 에너지원을 찾을 수 있었다.

그것이 바로 던전에서 나오는 몬스터의 코어였다.

몬스터를 잡고 나오는 코어의 에너지의 추출량은 석유나 전기보다 훨씬 더 고효율을 자랑했으며 무엇보다 차원을 넘어가기에 적합했다. 마치 처음부터 그렇게 쓰라고 만들어진 것처럼 말이다.

그 사실을 파악한 세계정부는 방침을 정했다.

우선 선발대를 보내서 이세계에서 몬스터의 코어를 확보한다. 그 확보된 코어를 다시 지구로 보내고 지구에서는 그 코어의 에너지를 활용해서 더 많은 병력을 이세계로 보낸다.

그러기를 반복하면 어느 시점부터 이세계를 점령하기에 충분할 정도의 전력을 보낼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한 것이다.

다행히 이세계에는 모험가라는 직업이 존재했다. 그리고 세계정부에서는 초능력자라고 하는 초인 전력이 있었고 말이다.

그 초능력자들을 보내서 모험가로 활동하게 하며 던전에서 코어를 확보하게 하는 것이 가능했다.

마침 딱 좋게도 루마니스 제국이라는 강대국이 모험가를 크게 우대하기 시작했다.

세계정부는 루마니스 제국의 중추에 있는 귀족 몇몇과 접선해서 왕국과 은밀하게 끊을 만들었고, 자신들이 만든 클랜이 루마니스 제국 안의 던전을 마음껏 공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덕분에 원 어스 클랜을 만들 수 있었고, 그들은 루마니스 제국의 전역에 흩어져서 던전을 공략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해서 확보된 던전 코어는 다시 지구로 보내졌고, 그 에너지를 이용해서 세계정부는 야금야금 더 많은 사람을 이세계로 밀어 넣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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