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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자를 육성하는 능력자-139화 (139/215)

139화

마부의 가이드로 안내된 곳은 킹스 캐슬에서 가장 번화한 거리였다.

넓은 도로에 화려한 건물에 늘어서 있고 말끔한 포장도로에는 쓰레기 하나 보이지 않았다. 거리를 다니는 사람들도 모두 귀족과 그의 수행원으로 보이는 이들뿐이었다. 이른바 귀족 거리인 것이다.

농담이 아니고 실제로 빈민들이 이런 거리에 잘못 들어왔다가는 경비병들에게 쫓겨날 것이다. 실제로 한쪽 구석에서 그런 일행도 보였다.

“저리 가! 여기는 귀족과 관계자 외에는 출입 금지다.”

“아, 예. 알겠습니다.”

카일은 그 모습을 보고 피식 웃었다.

“왜 그러세요? 주인님.”

“아니, 그냥 나도 출세했다 싶어서 말이야. 예전에 내가 귀족 거리에 갔을 때는 화이트를 사기 위해서였는데 말이야.”

바이에른 출신의 모험가라면 카일이 키웠던 전설의 탐색견 화이트를 모르는 이가 없었다.

“화이트라……. 그립네요.”

“정말요. 강아지 시절부터 우리의 소중한 동료였죠.”

카일의 말에 아리시아와 발레리아도 아련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둘에게 카일이 말했다.

“누가 보면 죽은 줄 알겠다.”

“제가 보기에는 오늘내일하는 것 같아요.”

“저도 가끔 불안해요.”

둘이 이렇게 걱정하는 이유는 최근 화이트의 근황이 그만큼 걱정되기 때문이다.

카일의 성이 화이트로 결정될 정도로 화이트는 지금의 카일을 만드는 것에 큰 공을 세웠다. 공적치만 놓고 보면 거의 호크하고 간부들 사이 정도다.

그러다 보니 화이트는 개지만 그 위치가 카일의 영지에서도 꽤 높은 편이었고 극진한 대접을 받았다. 세끼 꼬박꼬박 고기를 먹고 마음에 드는 암컷을 잔뜩 거느리고, 넓은 집에서 자기 마음대로 활보하며 심지어 전속 하인도 붙여 주었다.

그 결과 화이트는…….

“요즘 보면 개인지 돼지인지 헷갈릴 정도예요.”

“나도요. 얼마 전에 부르니까 다섯 걸음 정도 걷다가 지쳐서 주저앉더라고요.”

“나한테도 그랬어요. 그리고 눈으로 ‘볼일 있으면 네가 와라.’라는 듯이 바라보는 거 있죠.”

그렇다. 화이트는 살쪘고, 그 정도가 몹시 심각한 고도비만견이 된 것이다.

이제 과거 던전에서 용감하게 오크에게 덤벼들고 트롤을 탐색하던 명견 화이트는 없고 극도로 게을러진 고도비만견만이 존재했다.

카일도 그 부분은 걱정이 되는지 진지하게 말했다.

“으으음……. 돌아가면 다이어트를 한번 시켜 봐야겠어.”

“진지하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렇게 화이트에 대한 걱정은 잠시 접어 두고 카일은 이 쇼핑 거리를 즐기기로 했다.

“우선은 뭐라도 사볼까?”

카일은 가장 가까이에 있는 의상 숍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십시오. 무엇을 찾으시나요?”

“이 둘을 꾸며 봐. 머리부터 발끝까지.”

“이 두 분을 말인가요? 어머… 너무 아름다우세요. 이렇게 아름다운 여성분들은 처음이에요!”

의상점의 점원인 이상 충분히 할 수 있는 립 서비스였지만 한편으로는 진심이기도 할 것이다. 그만큼 아리시아와 발레리아는 아름다웠다.

“주군, 저는 드레스 같은 건 그다지…….”

발레리아가 당황했지만 카일은 단호하게 말했다.

“그러지 말고 입어 봐. 재미있잖아?”

“재미없습니다. 제가 드레스 싫어하는 거 뻔히 아시면서…….”

“응. 그래서 (내가) 재미있어.”

발레리아는 투덜거렸지만 주군인 카일의 명령에 어쩔 수 없이 드레스 룸에 들어갔다.

흔히 말하기를 ‘옷이 날개다.’라고 말한다. 그만큼 의류라는 것은 인간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 많은 연구와 진화를 거쳐 왔다.

그렇다면 원래 옷걸이 자체가 명품인 사람이 예쁜 옷을 입으면 어떻게 될까?

답은 정해져 있다.

“호오오…….”

카일은 자신도 모르게 감탄했다.

연한 초록색과 하얀색이 어우러진 드레스를 입은 아리시아와 옅은 보라색과 푸른색이 어우러진 드레스를 입은 발레리아. 두 사람의 미모에 익숙해진 카일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 다시 한 번 감탄했다.

‘아름다움+아름다움=완전 아름다움…이라는 건가?’

둘은 드레스 차림이 익숙하지 않은지 약간 어색하게 행동했지만 그런 모습조차도 사랑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아름다웠다.

“어떠신가요? 최근 킹스 캐슬에 유행하는 투 컬러 드레스인데. 자연스러운 그러데이션이 특징이죠.”

“구매하지. 지금 바로.”

“예. 감사합니다. 이 패턴에 어울리는 액세서리도 있는데 추천해 드려도 될까요?”

“얼마든지. 아! 예산은 신경 쓰지 말고.”

“감사합니다, 고객님.”

점원은 카일의 말에 미소 지으면서 다시 아리시아와 발레리아를 데리고 들어갔다.

“주인님. 액세서리는 괜찮은데…….”

“주군, 이 이상은 제발……. 저는 검에도 보석 안 박는 여자입니다.”

둘은 들어가면서 소소하게 반항했지만 카일은 매정하게 거절했다.

나는 ‘더 예쁜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싶다.’라는 개인적인 욕망을 위해서 두 사람이 드레스 룸에 들어가서 비싼 액세서리를 걸치도록 강요하는 것이다.

‘음, 내가 나쁜 놈이군.’

그래도 별로 상관은 없었다.

“주인님.”

“이건 좀…….”

덕분에 아리시아와 발레리아의 눈부시게 아름다운 모습을 눈에 새길 수 있었으니 말이다.

화려한 드레스와 반짝이는 액세서리까지 모두 착용하니 두 사람은 귀족가의 영애라고 해도 믿을 것처럼 아름다웠다.

“어떠신가요?”

점원은 뿌듯한 표정으로 자신의 결과물을 자랑했다. 그리고 카일은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

“다 구입하지.”

“감사합니다.”

카일은 그대로 드레스 차림의 두 사람을 데리고 귀족거리를 돌아보기로 했다. 발레리아는 이대로는 경호를 할 수 없다고 항의했지만 카일은 밀어붙였다.

“수도에서도 가장 치안이 좋은 귀족 거리잖아? 호위는 사실상 필요 없어.”

“하지만…….”

“그만. 결정했으니까 이제 가자.”

카일은 양쪽에 아리시아와 발레리아를 거느리고 드레스 숍을 나왔다.

“감사합니다. 또 오십시오.”

상당히 많은 돈을 써서일까? 나가는 길에 드레스 숍의 점원의 태도는 상당히 정중했다.

드레스를 입고 거리로 나가자 아리시아와 발레리아는 단번에 주목받았다. 원래도 미녀이긴 했지만 화려한 드레스를 입고 장신구를 착용하고 나온 두 사람의 모습은 누가 봐도 아름다운 귀족가의 영애 그 자체였다.

“어디서 저런 미녀들이…….”

“어느 가문이지?”

“저런 미녀들을 하나도 아니고 둘이나……. 도대체 누구야?”

남자들은 그녀들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고 양쪽에서 둘과 팔짱을 끼고 걸어가고 있는 카일을 보며 노골적으로 질투했다.

아리시아는 카일의 곁에서 걸으며 말했다.

“괜찮으세요? 주인님.”

“뭐가?”

“예전에는 이렇게 주목받는 것 꺼리셨잖아요?”

“아아……. 그랬었지.”

카일은 피식 웃었다. 확실히 예전의 카일은 주변에서 주목받는 것을 꺼리고 꼭 필요할 때가 아니면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했다.

그렇다고 해도 주머니에서 송곳이 빠져나오듯이 카일의 존재는 점점 두각을 드러냈지만 카일 스스로는 항상 본인의 언행을 주의했다.

“상황이 변했잖아?”

하지만 이제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다.

담담하게 말하는 카일에게 아리시아가 궁금하다는 시선을 보냈다. 카일은 그 시선에 피식 웃으면서 설명했다.

“이제 더 이상 숨기고 몸을 사릴 필요는 없어.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거든.”

“그런가요?”

“그래. 이제는 나 자신을 지킬 힘과 세력이 있어. 그리고 계속 숨기는 것도 무리고 말이야.”

영지를 만들고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이미 카일의 이름은 유명해졌다. 정보에 민감한 사람들은 카일의 부하들이 특수한 능력을 사용하는 것도 알고는 있을 것이다.

만약 일개 모험가 시절의 카일이었다면 정보가 새어나간 시점에서 모든 것을 버리고 도망갔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반을 지킬 힘이 있는데 왜 도망가겠는가?

카일은 문득 주변을 돌아봤다. 상당수의 남자들이 자신을 질투심 섞인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음이 적나라하게 느껴졌다.

“나쁘지 않네.”

“뭐가요?”

“자신을 당당하게 드러낼 수 있는 자신감이라는 것 말이야. 상쾌한 기분이군.”

카일의 말에 아리시아는 몸을 더 밀착시키며 말했다.

“주인님이 좋으시다면 저도 좋아요.”

“크흐음……. 저 역시 그렇습니다.”

발레리아 역시 쑥스러운지 헛기침을 하며 카일에게 더 바싹 밀착했다.

‘하아아……. 미치겠군.’

‘저런 천벌 받을 놈을 봤나.’

‘하늘에서 메테오나 떨어져라.’

그런 셋을 바라보는 주변 사람들은 자조 섞인 한숨만을 내쉬었다.

* * *

쇼핑 거리를 좀 더 둘러본 카일은 근처에 있는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세 사람, 전망 좋은 자리로 안내해 줘.”

“예. 알겠습니다.”

카일은 딱히 고급 레스토랑을 즐기지는 않는다. 영지가 발전하면서 그런 가게들이 꽤 생기기는 했지만 카일은 집에서 편하게 먹는 걸 즐기지 굳이 나가서 먹지는 않는다. 에이라가 직접 심사를 거쳐서 고른 요리사가 해주는 음식이 카일의 입에 훨씬 더 잘 맞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은 두 사람과 데이트 분위기를 더하기 위해서 레스토랑에 들어왔다. 고급스런 분위기를 즐기고 수도의 식문화가 어느 정도인지 체험도 할 겸 해서 말이다.

자리로 안내받은 카일에게 웨이트리스가 다가와서 말했다.

“주문하시겠습니까?”

“처음 오는 레스토랑이니 잘 모르겠군. 추천하는 메뉴는?”

“어린 양고기를 메인으로 한 5품 코스 요리가 오늘 셰프의 추천 메뉴입니다.”

“그럼 그걸로 3인분.”

“음료는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레드 와인, 종류는 추천에 맡기지.”

“알겠습니다.”

주문을 받은 웨이트리스가 물러가고 잠시 후 요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전체, 샐러드, 수프, 메인, 디저트까지 이어지는 코스 메뉴는 꽤 괜찮은 편이었다.

“나쁘지 않네.”

“그러게요. 양고기의 상태가 좋아요.”

“그런데, 어딘지 모르게 좀 익숙한 느낌이 들지 않나요?”

“흠, 그러고 보니…….”

세 사람은 맛있게 먹으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 세 사람의 의문은 웨이트리스가 디저트를 가져다주면서 하는 말에 풀렸다.

“음식은 마음에 드셨나요?”

“음, 충분히 즐겼어. 어린 양고기가 특히 맛있었고 말이야.”

“감사합니다. 셰프께서 말하기를 화이트 영지에서 키우는 최고급 양의 어린 고기를 구해서 올렸다고 합니다.”

“…하하.”

순간 카일은 실소가 나왔고 아리시아와 발레리아도 웃어버렸다.

‘어째 익숙한 느낌이더라니…….’

마치 해외여행을 가서 음식을 먹었는데 국산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먹은 느낌이었다.

어쨌든 카일은 기분이 좋았다. 자신의 영지에서 키운 양고기가 귀족 거리의 레스토랑에서 일급품으로 취급된다는 것은 그만큼 좋은 일이었다.

카일은 웨이트리스에게 팁을 주며 말했다.

“셰프에게 아주 만족스러웠다고 전해 주게.”

“감사합니다.”

웨이트리스는 팁을 받고 예의 바른 태도를 유지하며 돌아갔다.

그렇게 기분 좋게 식사를 하고 나가려고 하는데…….

“크흠, 실례합니다.”

말끔한 집사복을 입은 남자가 카일에게 말을 걸었다. 어딘가의 귀족가의 고용인으로 보이는 그의 말에 카일이 말했다.

“무슨 일인가?”

“저는 바르롯사 자작가를 섬기는 인물입니다.”

“그렇군. 그래서?”

“혹시 괜찮으시다면 저희 주인님과 함께 자리를 하시지 않겠습니까?”

집사가 가리키는 곳을 보니 그곳에는 양쪽 머리를 돌돌 말아 올린 헤어스타일에 풍채가 두둑한 남자 한 명이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그는 카일의 옆에 있는 아리시아와 발레리아를 바라보고 있었다.

‘뭐, 흔한 일이지.’

카일은 조금 불쾌했지만 크게 개의치 않았다.

아리시아와 발레리아는 아름답고 향기가 나는 꽃이다. 벌레가 어느 정도 꼬이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거절하지. 우리는 식사를 마치고 이제 일어나는 중이네.”

카일의 말에 집사는 살짝 당황했지만 다시 말했다.

“식사가 아니라도 괜찮습니다. 마침 유글레니아산 와인 30년산을 시켰으니 잠시라도 시간을 내주실 수 있겠습니까?”

“거절하지.”

카일은 딱 잘라서 거절하고 밖으로 나갔다.

뒤에서 집사로 보이는 남자가 거칠게 꾸짖음 당하는 소리가 들렸으나.

‘뭐 내 알 바는 아니지.’

밖으로 나온 카일은 식사 후에는 바로 돌아가기는 좀 그래서 마차를 모는 마부를 불러서 물어봤다.

“누구에게 방해받지 않고 적당하게 술을 마실 수 있는 가게가 있나?”

그러자 마부가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테라스가 딸린 프라이빗 룸에서 개인별로 서비스를 하는 바가 있습니다. 조용하게 시간을 보내고 싶어 하는 귀족분들께 인기지요.”

“그럼 거기로 안내해 주게.”

“예. 이랴!”

카일은 마부가 모는 마차를 타고 이동했다.

* * *

마부의 추천을 받아 도착한 바는 마음에 쏙 드는 곳이었다.

손님별로 완벽하게 개인실을 분류해서 주변을 신경 쓰지 않고 술을 즐길 수 있게 했고 방에는 전망이 좋은 테라스가 딸려 있었다.

“주문이 있으시다면 이 벨을 울려 주십시오.”

안내된 점원의 말에 카일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뭔가 가벼운 안주와 술은 추천하는 게 있나?”

“율리우스 왕국 산의 화이트 와인과 베르나도 왕국에서 들여온 남방대륙 산지의 곡주(穀酒)가 있습니다.”

“남방대륙의 술로 부탁하지.”

“예. 알겠습니다.”

점원은 그렇게 주문을 받고 나갔다.

카일은 두 사람을 대동하고 테라스로 나가 봤다.

“호오오, 좋은걸?”

왜 이 바가 귀족들에게 인기가 있다고 했는지 알 것 같았다.

“정말요. 밤바람이 기분이 좋아요.”

“저는 주인님하고 함께라면 어디든 좋아요.”

발레리아와 아리시아도 내심 감탄한 것 같았다.

시원한 밤바람이 뺨을 스치고 멀찍이 보이는 상쾌한 도시의 야경이 로맨틱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이렇게 분위기가 좋으면 젊은 남녀들의 데이트 코스로 딱 좋을 것이다.

“나쁘지 않군. 우리 영지에도……. 어?”

말을 하던 카일은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에 순간 말을 멈췄다.

“아아아… 아, 아아……. 좋아. 거기 더 세게…….”

“후후후. 부인에게 이렇게 앙큼한 면이 있는 줄 몰랐군요. 주군께서 알면 뭐라고 할까요?”

“아이… 몰라. 그이 얘기는 나중에 하고……. 응?”

옆에서 들려오는 남녀의 대화에 카일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

“…….”

“…….”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고 세 사람은 아무 말 없이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테라스의 문을 굳게 닫은 후 카일은 말했다.

“생각해 보니 우리 영지에 만들기는 좀 그렇군.”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동의합니다.”

셋은 붉어진 얼굴로 앞에 있는 물만 홀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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