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자를 육성하는 능력자-137화 (137/215)

137화

2년 후, 대륙력 530년.

카일이 영주로 취임한 지도 벌써 3년 차, 그의 나이도 벌써 24세가 되었다.

그동안 카일의 영지인 화이트 영지도 많은 것이 변했다.

원래 인구 400명 정도의 조촐한 어촌 마을이었던 리온 마을은 이제 없다. 인구 3만의 리온 항구 도시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대형 범선을 백 척 넘게 정박시킬 수 있을 정도로 훌륭하게 정비된 항구와 어마어마한 규모의 물류 창고. 그 항구를 중심으로 해서 부채꼴 모양으로 퍼져 나간 방사형 주도로 사이를 이어 주는 거미줄 같은 소도로가 정비된 완벽한 계획도시. 그게 지금 항구 도시 리온의 모습이었다.

카일이 영주로 부임하고 나서 불과 3년 만에 만들어 낸 결과물이었다.

리온만이 발전한 것이 아니었다. 그레이 마을은 카일의 명령으로 석회석 채굴을 메인으로 한 광산 마을로 변화했다.

철근 콘크리트 공법의 도입으로 인해서 호황을 누린 석회석 채굴장은 많은 이득을 남겼고, 인구가 300명이던 그레이 마을은 인구 5천의 산업 도시가 되었다.

거기다 도시 안의 소음 때문에 환영받지 못하는 대장간 시설을 도시로 옮기면서 산업도시 형태로 발달하며 많은 일자리를 창출했다.

카일이 직접 소와 양을 구입해 주며 목축업으로 전환하기를 명령했던 일메나우 마을과 플라우엔 마을은 이제 없다. 그 마을들은 양쪽 마을의 촌장의 자식들이 결혼한 것을 계기로 해서 하나로 합쳐졌다.

세피터라고 명명된 이 마을은 카일의 영지 안에서 가장 넓은 지역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 지역의 안에서 목축과 농경에 주력한 일을 주로 했다.

인구도 2천으로 늘었지만 그보다 더 늘어난 것은 가축의 숫자였다.

소 5천 마리, 양 2만 마리, 말 2천 마리. 그 외에 돼지와 닭은 숫자도 셀 수 없었다.

소에서 나오는 우유로 치즈를 만들고, 양에서 나오는 털로 방직물을 만들었다. 그 밖에도 닭고기와 달걀을 훈제로 처리해서 판매했는데, 이것은 방직물과 함께 고르시파 왕국의 전역에 판매되면서 큰돈을 벌어들이고 있었다. 이는 사실 카일이 마법사들을 갈아 넣어서 만들어 낸 방직기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

의식주. 인간이 살아가기 위한 반드시 필요한 세 가지 중에 두 가지에 관련된 상품을 만들어서 판매하는 이 도시는 앞으로 어지간한 큰일이 아닌 이상 불황을 겪지 않을 것이다.

국제 무역을 고려한 항구 도시의 리온.

석회석 채굴과 대장장이 기술자들을 중점으로 발달시킨 산업도시 그레이.

목축업과 식품 가공을 동시에 진행하는 농경 지역 세피터.

이 세 개의 도시를 중점으로 카일의 화이트 영지는 눈부시게 발전했다. 총인구는 4만 5천을 넘겼고 지금의 성장세를 봐서는 2년 안에 인구 10만은 거뜬하게 넘길 것 같았다.

군사력은 클랜 시절의 시스템을 그대로 받아들여서 꾸준하게 신입을 받았고, 이제는 7기생까지 인원을 늘렸고, 병사의 총원은 2,000명이 넘었다.

인구가 5만에 가까운 영지에 병사 2,000이라는 숫자가 너무 적은 게 아닌가 싶었지만 그 2,000의 병사들은 평범한 병사들이 아니었다.

다른 영지의 병사들은 90% 이상이 평소에는 농사를 짓거나 자신의 생업에 종사하다가 전시에만 동원되는 징집병이다. 하지만 카일의 영지병 2,000은 엄정한 군기와 서열 속에서 철저하게 훈련하여 완벽한 장비를 지급해서 무장시킨 정예병이었다.

하루 종일 훈련받고 갈리는 정예병은 같은 조건에서 열 배의 징집병도 갈아버릴 수 있는 위력이 있었다. 거기다 특수 병력도 증강해서 검은 바람이 이끄는 투란 전사대는 200명이 넘었고 발레리아가 이끄는 장미 기사단도 100명을 넘겼다. 그들 전원이 능력자임은 말할 것도 없었다.

지금 카일의 전력은 과거 바이에른에서 클랜으로 활동하던 시기와 비교하면 열 배 이상 늘었다.

작위는 자작이지만 아마 카일의 세력은 고르시파 왕국 내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들어갈 것이다. 스톰 클랜 출신이 아닌 이들을 제외하면 가장 독보적이고 말이다.

* * *

오늘, 카일 스스로도 커다란 변화를 만들어 내는 것에 성공했다.

“후우우우우…….”

“좋습니다, 주인님. 그 상태를 유지하는 것에 정신을 집중하십시오.”

카일은 자신의 개인 연무장에서 수련을 하고 있었다. 이건 항상 있는 일이었지만 중요한 것은 그런 카일의 검 끝에 푸르스름한 오러가 서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윽고 그 오러는 카일의 검을 전부 감싸며 푸른 불꽃처럼 일렁거렸다.

“드디어 해냈군.”

“축하드립니다. 주인님.”

카일 화이트 26세. 드디어 익스퍼트의 경지에 이른 것이다.

검은 바람의 축하를 받은 카일은 조심스럽게 오러를 거두며 말했다.

“꽤 오래 걸렸군. 역시 난 재능 있는 천재는 아닌가 봐.”

“그렇지 않습니다. 주인님이 본격적으로 수련을 시작한 게 16세인 걸 감안하면 충분히 빠른 편입니다. 10년도 걸리지 않았지 않습니까?”

“뭐, 주변을 갈아 넣은 결과지.”

카일은 꾸준하게 자신의 수련을 하면서 대련 상대로 검은 바람과 발레리아, 그리고 장미 기사단과 투란 전사들 같은 강자들을 계속 투입했다. 사실 이 정도면 상당히 사치스러운 훈련 환경이긴 했다.

검은 바람에게 가르침을 받으면서 그렇게 훌륭한 스파링 파트너를 갈아 넣었다. 그 결과 카일은 드디어 자신의 검에 오러를 피워내는 것에 성공했다.

‘꽤 길었군. 그래도 해냈어.’

카일의 힘은 강한 부하들을 육성하는 능력과 영지를 발전시키는 안목에 있다. 하지만 카일은 이 세계의 야만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고 자신의 무력을 갈고 닦는 것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가장 위험한 순간 마지막의 마지막에 도움이 되는 것은 결국 자기 일신(一身)의 강함이다.

노력을 거듭해서 몸에 새겨진 힘은 절대로 자신을 배신하지 않았다. 그래서 카일은 아무리 바쁜 일이 있어도 꾸준하게 개인 수련을 했고, 그 덕분에 이렇게 익스퍼트라는 경지에 이른 것이다.

익스퍼트라는 경지는 이 세계에서 누구나 인정하는 강자의 분류로 들어갈 수 있는 하나의 기준이자 자격이다.

카일은 이전에도 마음먹으면 익스퍼트급의 강자와 싸워도 이길 수 있었다. 염동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와이어와 단검을 이용한 무기를 사용한다면 말이다.

그런 카일이 스스로 익스퍼트의 경지에 이르렀다는 말은 이제 전투 시에 선택지가 훨씬 더 늘어났다는 말이다. 이제 막 익스퍼트가 된 카일이지만 마음만 먹으면 중급, 허를 찌른다면 상급까지 이길 수 있을지도 몰랐다.

카일은 검을 거두며 말했다.

“검은 바람 너는 어때?”

“저는 아직입니다. 아무래도 노력 이상의 재능이 필요한 벽이니까요.”

“그렇군.”

검은 바람 역시 익스퍼트 최상급의 강자다. 즉, 마스터를 목전에 두고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마스터라는 지고의 경지로 들어가는 문은 좀처럼 검은 바람에게 열리지 않고 있었다. 반대로 그 문을 열고 마스터의 경지에 입성한 것은 발레리아였다.

그녀는 몇 달 전에 마스터의 경지를 성취하는 것에 성공했고 그때 카일은 진심으로 그녀를 축하해 주었다.

다만 그러면서도 발레리아의 경쟁자였던 검은 바람의 심경에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했었지만…….

“괜찮습니다. 발레리아가 문을 열었다면 저 역시 열 수 있습니다. 조금 시간이 더 필요할 뿐이죠.”

검은 바람은 질투도 번민도 하지 않았다. 발레리아를 동료이자 좋은 경쟁자로 여기기에 나올 수 있는 반응이었다.

‘확실히 나는 부하 복이 좋아.’

카일이 익스퍼트에 오른 날. 그 소식을 들은 다른 부하들도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축하드립니다. 주군.”

“축하해요. 주인님.”

“축하드려요. 이건 별것 아니지만 제 선물이에요.”

발레리아와 레이나, 아리시아의 축하를 받으며 카일은 진심으로 기뻐했다. 익스퍼트의 경지에 오른 것보다 그런 자신을 축하해 주는 부하들의 마음이 더 기뻤다.

어쩐지 이대로 있으면 눈물이 날 것 같아 카일은 서둘러서 말을 돌렸다.

“그런데 영지의 상황은 어때? 치안이나 복지 모두 괜찮은가?”

카일의 말에 발레리아가 가장 먼저 입을 열었다.

“치안 유지는 항상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도시 주변의 도적단은 신고가 들어오는 대로 씨를 말리고 있습니다. 내부의 범죄 조직도 생기는 족족 쳐내고 있습니다.”

“계속 수고해 줘. 치안은 한 방에 해결책을 강구하는 게 아니라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분야니까.”

“예. 알겠습니다.”

“요즘 신전은 어때? 레이나.”

카일의 말에 레이나는 웃으면서 말했다.

“아주 좋아요. 사람들이 부담 없이 찾아와서 기도를 하고 치료를 받고 있어요.”

“치료비를 완전히 무료로 하고 있는 건 아니지?”

“예. 주인님이 말씀하신 대로 완전히 무료는 아니고 1실버 정도만 받고 있어요. 돈이 없는 사람들은 신전 내 시설에서 봉사 활동을 하면서 대가를 지불하고 있고요.”

“잘하고 있어. 공짜는 언뜻 보면 좋아 보이지만 그게 당연한 것처럼 여겨지면 문제가 생기거든.”

영지의 상황은 알아서 잘 굴러가고 있다. 고속 발전과 그 속에서 안정을 찾아서 유지하는 균형의 밸런스가 잘 맞아가는 느낌이었다.

‘이제 슬슬 본격적으로 남방대륙과의 무역을 시작해 볼까?’

그동안 도시를 안정화시키는 동시에 이 근방의 해역을 평정하기 위해서 시간을 많이 들였다.

처음에 평정한 아르트라 항구는 완전히 카일의 영역 안으로 들어왔고 사이펀 왕국의 해적들 중에서 어지간한 또라이들이 아닌 이상 카일의 배를 습격하는 놈들은 없었다. 그 밑에 있는 게오르그 왕국의 해역에 돌파구만 만들 수 있다면 이제 남방대륙과의 해양 무역도 꿈은 아니었다.

그런데 그때, 에이라가 나타나서 카일을 찾아왔다.

“오빠, 안에 있어요?”

“에이라. 무슨 일이야?”

“용건이 있어서 찾아왔죠.”

지난 3년 동안 에이라는 정식으로 카일의 호적에 이름을 올리고 여동생이 되었다.

이제 그녀의 정식 신분은 에이라 화이트 자작 영애인 것이다. 그리고 화이트 영지의 수석 행정관이기도 하고 말이다.

신분과 직책, 그리고 열여섯을 맞이해서 화사하게 피어나기 시작한 미모까지 포함해서 그녀에게는 주변 남자들의 청혼이 쏟아지고 있었다. 다만 그녀 스스로는 아직 결혼에 관심이 없다고 말하면서 일에 집중하고 있었지만 말이다.

그런 그녀가 카일에게 와서 말했다.

“참 이제 익스퍼트의 경지에 올랐다고 했죠? 축하해요.”

“고맙다.”

“그런 오빠에게 선물까지는 아니지만 기쁜 소식을 전해 줄게요.”

“기쁜 소식? 그게 뭔데?”

에이라는 품 안에서 서류를 한 장 꺼내서 말했다.

“카일 화이트 자작. 귀하는 그동안 눈부신 역량을 발휘해서 영지를 발전시키고 국가의 발전에 이바지하였음으로 그 공적을 높이 사서 그대의 작위를 한 단계 상승하여 백작에 봉한다. 정식 승작을 위해서 이 편지를 읽는 대로 수도로 올라오도록 하라. 빅토르 폰 고르시파 1세…라고 적혀 있네요.”

에이라의 말에 다른 부하들도 크게 환호하며 말했다.

“축하드립니다. 주군.”

“승작을 축하드립니다. 주인님.”

“축하드려요. 정말 대단하세요. 주인님.”

카일은 얼떨떨한 기분으로 말했다.

“좀 갑작스럽군.”

“그래요? 난 반쯤 예상하고 있었는데 말이죠.”

에이라의 말에 카일이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

“예. 이 시기쯤 되면 이제 슬슬 승작이든 영지의 확장이든 무슨 당근이 주어질 줄 알았죠?”

“어째서?”

카일의 질문에 에이라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내년부터 우리 영지에서도 킹스 캐슬로 세금을 보내야 하잖아요?”

“아……. 아아 맞아, 그렇군.”

카일은 처음 영지에 부임할 때 3년간의 면세를 약속받았다. 사실 처음에 부임했을 때 엉망진창이던 영지를 생각하면 면세는 특권이 아니라 당연한 조치였을 것이다.

어쨌든 안 내던 세금을 내라고 하면 그게 마냥 좋게 받아들여질 리는 없다. 그러니 중앙 쪽에서도 유능한 영주인 카일을 다독이기 위해서 당근을 제시한 것이다.

“뭐, 어쨌든 승작은 좋은 일이에요. 귀족은 자작과 백작을 사이로 두고 꽤 많은 것이 바뀌거든요.”

“그렇기는 하지.”

남작과 자작은 어디까지나 하급 귀족이다. 평민들에게는 존경받지만 귀족들 사이에서는 귀족 사회의 하류층으로 인식되는 작위인 것이다.

어느 나라를 가도 왕국의 권력 중추에서 힘을 발휘하는 귀족들의 작위는 최소한 백작 이상, 아니면 대부분 후작이나 공작인 경우가 많다. 즉, 백작부터는 귀족들 사이에서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말이다.

같은 말이라고 해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서 그 말의 무게가 달라지고 귀족들 사이에서 그 말의 무게는 곧바로 정치적인 파워로 연결된다.

고작 한 단계의 작위 차이라고는 하지만 백작과 자작의 차이는 생각보다 컸다. 카일은 그 점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건국 초기에 백작위를 내린다는 말은 내가 화이트 가문의 시조로서 고르시파 왕국의 오랜 명문 가문으로 자리할 수도 있다는 거겠지. 뭐, 나 죽고 나서의 일은 별로 관심 없지만 말이야.’

수백 년 후의 미래는 수백 년 후에 살아가는 이들이 알아서 해야 한다는 것이 카일의 생각이었다.

어쨌든 승작이 좋은 일이라는 것은 사실이다. 앞으로 남방대륙과의 교역을 시작하려면 외교적인 권한이 필요한데 그걸 얻어내기 위해서라도 백작위는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다소 귀찮기는 하지만 킹스 캐슬에 가봐야겠군.”

“당연하죠.”

작위를 받으려면 역시 수도로 가서 왕을 만나야 했다.

“그럼 누구하고 같이 갈까?”

카일이 주변을 둘러보며 하는 말에 아리시아가 가장 먼저 나섰다.

“주인님. 저는 주인님의 개인 비서입니다.”

“음, 좋아. 아리시아하고 또?”

발레리아가 일어나서 말했다.

“수도에 가시는 길이라면 정규 기사단이 대동하는 건 당연하죠. 장미 기사단을 이끌고 제가 대동하겠습니다.”

“전원은 좀 무리 아니야?”

“50명으로 추리겠습니다.”

“그 정도라면 괜찮겠지. 거기다 호크에게 시켜서 병사 200명 정도만 추려.”

“예. 알겠습니다.”

그 정도면 수도로 가는 동안의 호위로는 충분할 것 같았다.

* * *

며칠 후.

카일은 모든 준비를 마치고 부하들의 환송을 받으며 수도로 출발하기 위해서 나왔다.

“오랜만의 여행이군.”

“그러게요.”

아리시아는 그저 카일과 함께 여행을 한다는 사실 자체가 행복한지 황홀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카일은 그런 아리시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배웅을 나온 검은 바람과 레이나에게 말했다.

“둘은 내가 없는 동안 영지를 부탁한다.”

“예. 주인님.”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그 옆에 있는 에이라에게도 말했다.

“나 없는 동안은 네가 영지의 최고 책임자다.”

“아싸, 개꿀.”

“…어쨌든 이 둘을 잘 이끌면서 영지를 지켜다오.”

“알았어요.”

“수도에 가는 길에 뭐 부탁할 것 있나?”

“으음……. 딱히 없어요. 아!”

“뭔데?”

“올 때 멜로나?”

“팔겠냐고…….”

어쨌든 카일과 일행은 수도로 떠났다.

고르시파 왕국에 귀화하고 나서 3년 만의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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