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4화
며칠이 지나고, 파울로는 다시 에이라의 앞에 나왔다.
감옥에서 잘 먹지 못했는지 푸짐한 풍채가 조금 왜소해진 상태로 말이다.
에이라는 그런 파울로에게 담담하게 말했다.
“머리는 좀 식었나요?”
“너……. 크음…….”
파울로는 에이라를 본 순간 다시 분노를 터트리려고 했지만 주변에 있는 병사들을 보고 분노를 삼켰다.
감옥에 또 들어가기는 절대 싫었던 것이다.
에이라는 파울로에게 사무적으로 말했다.
“영지에 신전을 건립한다고 했는데 원하는 위치가 따로 있나요?”
“딱히 없…소.”
파우로는 아직 이 영지에 관해서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았다. 에이라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영지민들의 의견을 들어서 준비한 부지가 있습니다. 태양과 광명의 신 크라테스의 신도들이 많은 지역이니 여기에 신전을 건립하세요.”
“으음, 알았소.”
“그럼 가세요.”
에이라는 볼일 다 봤으면 꺼지라는 식으로 건립 허가서 하나를 주고 보냈다.
파울로는 에이라를 한 차례 날카롭게 노려…….
“지금 야려요?”
“아니, 아니오.”
보려고 하다가 급하게 꼬리 말고 다시 돌아가 버렸다.
‘두고 보자.’
물론 속으로는 뒤 끝을 남겼지만 말이다.
파울로 사제가 떠나고 뒤에 남은 집사 파르트가 에이라에게 말했다.
“에이라 행정관님. 저 인간이 신전을 짓게 내버려 둬도 괜찮겠습니까?”
“반대할 수도 없잖아요? 부득이한 이유가 없는 이상은 신전의 건립을 반대하는 건 대륙법 위반이에요.”
“그건 그렇지만 그 부득이한 이유를 만들어서 거절하는 경우는 꽤 있지 않습니까?”
“에이, 그건 편법이죠. 나중에 책잡힐지도 모를 일을 함부로 하면 쓰나요?”
에이라는 웃으면서 말했다. 그러자 파르트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솔직히 말해서 저는 조금 불안합니다. 저렇게 욕심 많은 성직자는 항상 주변에 피해를 끼치는 법이죠.”
“뭐, 그렇긴 하지만……. 괜찮아요. 대항마를 마련해 두었으니 말이죠.”
“대항마?”
“보면 알 거예요. 과연 얼마나 버티려나?”
에이라는 사악하게 웃으면서 말했다.
* * *
신전의 건립을 허가받은 파울로는 우선 현장에 가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생각보다 나쁘지 않군.”
그 사악하고 성질 나빠 보이는 꼬맹이가 이상한 장소에 허가를 냈을까 봐 걱정했지만 정작 와서 보니 멀쩡한 장소였다.
주변에 주택도 많았고, 사람들이 다니는 길에서 그렇게 멀지도 않았다. 땅의 넓이도 적당했으니 여기에 신전을 지으면 될 것 같았다.
“크흠, 그럼 우선 신도들을 모집해야겠군. 음? 저건 뭐지?”
파울로의 눈에 띈 것은 자신과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장소에서 한창 공사 중인 작은 신전이었다.
신전의 앞에 아직 달리지는 않았지만 양각된 문양을 봐서는 자애와 조화의 여신 레테의 신전으로 보였다
“우리 신전보다 먼저 들어온 신전이 있었나? 쯧, 약삭빠르기는…….”
파울로는 생각했다.
경쟁자가 생긴 이상 더 크고 훌륭한 신전을 지어서 신도 유치에 힘써야겠다고 말이다.
파울로는 우선 신전을 짓기 위해서 신도를 모집했다.
이게 무슨 말인가 싶겠지만 신전에게 있어서 신도라는 존재는 기부금을 내는 존재인 동시에 필요할 때 손을 빌려 주는 인력이기도 했다.
즉, 신도들에게 신전을 짓는데 도움을 달라고 요청하면 인건비를 아낄 수 있다. 그렇기에 파울로는 사람들을 공짜로 부려 먹기 위해서 신도를 모집한 것이다.
심지어 파울러 사제는 여기서 한 발 더 나갔다.
“영광스런 태양과 광명의 신 크라테스님에게 봉사할 기회를 가지십시오. 일인당 1골드의 기부금과 함께 그 분의 집을 건설할 수 있는 영광된 기회를 잡으시오.”
돈을 주고 인부를 부리는 게 아니고, 공짜로 봉사를 요청하는 것도 아니고, 신전을 짓는 것에 돈을 지불하고 동참하겠다는 신개념 장사를 시작한 것이다.
누군가 듣는다면 헛웃음이 나올 법한, ‘이게 과연 먹힐까?’싶은 이야기였지만 파울로는 자신이 있었다.
일반인들은 자신 같은 사제들이 하는 말을 무조건 맹목적으로 광신하는 경향이 있다.
신전을 건설하는 봉사에 참여함으로 인해서 사후에 영광된 천국의 문을 두드릴 수 있는데 고작 1골드가 아깝겠는가?
사실 파울리는 지금까지 이런 시도를 몇 번이나 해봤는데 생각보다 잘 먹히는 사업이었다.
무임금 노동력 착취와 더불어 사제가 개인적으로 챙길 수 있는 쏠쏠한 부수입이 생기기까지 하는 이 방법을 내세우지 않을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얼마 안 가 문제가 생겼다.
“신전을 건립?”
“굳이 또 필요 한가?”
“신전은 이미 있잖아?”
사람들의 반응이 생각보다 미지근했던 것이다.
신전 건립을 위해서 도움을 주겠다는 사람은 전혀 없었다.
몇몇 사람들이 기웃 거리며 다가오기는 했지만 봉사를 하기 위해서는 신전에 기부를 해야 한다는 말을 하자 도아가 버렸다.
“이런 믿음이 부족한 것들 같으니라고.”
파울로 사제는 분개했다.
객관적으로 부족한 건 그의 개념이지만 그걸 스스로 자각할 수 있는 정도의 상식은 없었다.
결국 하루 이틀이 지나고 일주일이 지나도 일하겠다는 사람이 없자 그는 돈을 주고 인부를 뽑아야 했다.
“믿음이 부족해. 믿음이……. 이런 타락한 땅에 사는 미개한 인간들을 어떻게 계도해야 하지?”
그는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를 더 화나게 하는 것은 자신은 억울하게(?) 돈을 주고 인부를 고용해야 했는데 자신과 떨어진 장소에 지어지는 레테의 신전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봉사를 하면서 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봐, 거기 대리석 기둥은 이쪽이야, 이쪽.”
“어어. 여기가 아니었나? 신전 건립이라고 해서 여긴 줄 알았는데?”
“거기는 크라테스 신전이고 레테의 신전은 이쪽이야.”
“이런 헷갈렸군.”
그 광경을 보고 파울로 사제는 눈살을 찌푸렸다.
저렇게 화려하고 비싼 건축 자재를 아낌없이 쓸 정도면 레테의 신전은 많은 신도들에게 비싼 기부금을 받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부럽……. 아니 괘씸하군.”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저런 고가의 건축 자재를 사용할 정도로 기부금이 많이 모인다는 말은 이 도시가 발전 과정에서 돈이 많이 돈다는 말이었다.
그는 서둘러서 자신의 신전을 건설하고 기부금을 모아서 신전을 크게 확장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빨리 지어 주게. 빨리. 신전이 없으니 생활하기도 불편하고 신도를 모을 수도 없지 않나?”
그는 애꿎은 목수를 닦달했다.
“아니, 사제님. 신전이라는 게 그렇게 쉽게 지을 수 없다는 건 아시지 않습니까?”
“내가 급해서 그래. 저쪽의 레테의 신전보다는 무조건 먼저 지어 주게.”
“그럼 예산이라도 더 늘려 주십시오. 적은 인원으로 무리한 작업을 하다 보니 정상적인 작업 속도가 나지 않고 있습니다.”
“어허, 신성한 신전을 건설하면서 어찌 돈 문제를 걸고넘어지는가?”
“…….”
목수의 표정은 ‘이 새끼 사제만 아니면 한 대 패주고 싶은데.’라는 얼굴이었다.
일하다 보면 별의별 진상 고객을 만나기 마련이지만 그 진상 고객이 신의 이름을 등에 업고 있으니 욕도 할 수 없고 굉장히 불편했다.
“하아아……. 어떻게든 최선을 다하죠.”
“그래. 그런 마음일세.”
‘내가 다시는 신전 건립 일을 받나 봐라.’
우여곡절이 좀 있었지만 신전은 건립되었다.
그것도 파울로의 바람대로 레테의 신전보다 사흘이나 빨리 말이다.
“후후후. 어떠냐?”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 모르겠지만, 파울로는 묘하게 승리감이 가득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제 신전이 지어졌으니 본격적으로 신도를 받아들이고 기부금을 쓸어 담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또 문제가 발생했다.
“뭐지? 왜 신도들이 안 와?”
신전이 건립되었지만 신도들은 전혀 찾아오지 않고 있었다.
신도는 고사하고 다친 사람들이 치료를 하러 찾아올 법도 한데 그마저도 거의 없었다.
“여긴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내가 이교도의 땅에 신전을 세우기라도 한 건가?”
파울로는 입이 툭 튀어나왔다.
그를 더 열받게 하고 있는 것은 자신과 달리 레테의 신전에는 신도들이 미어터질 것처럼 밀려든다는 것이다.
딱히 예배일이 아닌데도 사람들이 찾아가서 기도를 하고 공물과 헌금을 바치고 있었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자신의 신전이 뭐가 부족해서 이렇게 차이가 난단 말인가?
그는 은밀하게 사람을 써서 이유를 알아봤다. 그리고 크게 노했다.
“이런 상도덕도 없는 악당을 보았나?”
파울로는 크게 분노해서 씩씩 거리며 레테의 신전으로 향했다.
* * *
레이나는 몹시 즐거웠다.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카일이 모두 허락해 주었던 것이다.
“고아원을 만들어서 아이들을 돌보고 싶어요.”
“양로원을 만들어서 독거노인들을 돌보고 싶어요.”
“가난한 사람들을 무상으로 치료하기 위한 시설을 만들고 싶어요.”
자신도 노예인 신분으로 너무 무리한 부탁을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카일은 그때마다 모두 순순히 허락을 해주고 적극적으로 지원도 해주었다.
결국은 그녀에게 복지부서 관리장이라는 이상한 직함을 주더니 아예 신전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녀가 하는 자선 사업을 모두 통합시켜 버렸다.
고아원과 양로원, 그리고 병자를 돌볼 수 있도록 약사도 고용해서 파견해 주었다.
크고 깨끗한 시설을 만들어 주고 다수의 전문 인력을 고용할 수 있게끔 지원해 준 카일 덕분에 레이나는 보다 많은 사람들을 효율적으로 도울 수 있었고, 자신의 마음이 가는 대로 마음껏 불쌍한 사람들을 도와줄 수 있었다.
사람들은 그런 자신을 성녀라고 부르면서 고마워했지만 레이나가 보기에는 자신이 이런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카일이 진짜 성자였다.
이렇게 몸은 바쁘지만 보람이 가득한 인생을 살 수 있게 해주는 카일에게 레이나는 진심으로 감사했다. 카일이 원하는 것이 있다면 그게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다 해주고 싶을 정도였다.
‘직접 그렇게 말하면 가슴 만지게 해달라고 하시겠지만 말이야.’
생각하니 자연스럽게 웃음이 나오는 레이나였다.
“수녀님. 왜 그러세요?”
“아니, 아무것도 아니에요. 빨래 너는 것 좀 도와줄게요.”
“감사합니다, 수녀님.”
“이러지 않으셔도 되는데…….”
레이나는 신전에서 환자들이 쓰는 이불보를 널고 있는 아낙들을 도와주었다. 그런데 그때.
“수녀님. 큰일 났습니다.”
헐레벌떡 뛰어오는 것은 아이들을 교육해 주는 젊은 보육교사였다.
“무슨 일이죠?”
“그게, 파울로라는 사제분이 오셔서 저희 신전을 이단으로 고발하겠다고 날뛰고 있습니다.”
“예? 이단이라고요?”
영문을 알 길이 없는 레이나였다.
파울로는 씩씩 거리면서 신전 안에서 외쳤다.
“책임자를 불러라. 내 반드시 이단 심판대에 올려서 합당한 벌을 받게 하리라!”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파울로를 보고 주변 사람들은 웅성 거렸다
“저게 무슨 말이지?”
“이단? 그게 무슨 말이지?”
“나도 몰라. 레이나 수녀님이 이단이었나?”
“그럴 리가 있나? 나는 그 분이 우리 아버지 다친 다리 고쳐 준 걸 눈으로 봤다고.”
“그렇지? 그분이 이단일 리가 없어.”
사람들은 수군거리면서도 파울로를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봤다.
솔직히 말해서 파울로가 입고 있는 사제복만 아니라면 이미 혈기 왕성한 청년들이 멱살을 잡아끌고 신전 밖으로 끌어냈을 것이다.
다만, 이 세계에서 신관에게 손을 댄다는 것은 어떤 의미로 귀족에게 손을 댄다는 것보다 더 어려운 문제였다.
그래서 함부로 손을 댈 수도 없고 일단 내버려 두고 있을 때, 레이나가 다가왔다.
“제가 책임자입니다. 저를 찾으셨다고요?”
“호오? 네가 책임… 책임……. 으음…….”
화를 내려던 파울로는 등장한 레이나를 보고 순간 말을 잃었다.
신전의 책임자가 수녀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설마 그 수녀가 이렇게 어마어마한 미인일 줄은 몰랐다.
화려하게 치장하고 화장한 것은 아니었지만 그저 평범한 수녀복을 입고 단정한 차림으로 나와 있기만 해도 빛이 나오는 듯했다.
‘아니, 여기에 현혹되면 안 된다. 정의(?)는 나에게 있다.’
파울로는 입술을 꼭 깨물며 말했다.
“태양과 광명의 신 크라테스를 섬기는 파울로라고 하오.”
“자애와 조화의 여신 레테를 따르는 레이나입니다.”
서로 인사를 한 후에 레이나가 말했다.
“저희 신전을 이단으로 고발하신다고 들었습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천성이 선하고 순한 레이나였지만 이단 고발이라는 단어를 듣고도 기분이 좋을 수는 없었다.
눈살을 찌푸리고 있는 그녀를 보고 파울로가 말했다.
“흥, 모른 척 할 생각이오?”
“죄송하지만 무슨 말씀이신지 전혀 모르겠습니다.”
레이나의 말에 파울로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그대의 신전에서 사람들에게 헌금을 받지 않고도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는 사실을 정녕 모른단 말이오?”
“예? 그게 그렇기는 한데……. 어째서 그게 문제라는 거죠?”
“헌금을 받지 않고 무료로 환자를 치료한다는 것은 이 주변에 레테의 신전 이외의 다른 신전이 발을 디디지 못하도록 하려는 그대의 사악한 술책이 아니오?”
“사악한 술책이라뇨? 말씀이 지나치시군요. 어째서 그게 사악하다는 거죠?”
레이나의 말에 파울로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하하하! 순진한 얼굴을 하고 모르는 척 한다고 그대의 간교한 의도가 숨겨지는 것은 아니오. 그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내가 모를 줄 아시오?”
파울로는 주변의 사람들을 다 둘러보고 말했다.
“처음에 무료로 치료를 해준다고 하면 사람들이 좋아 하겠지. 헌금은 고사하고 기부금도 받지 않고 치료하니 사람들은 좋아할 테고 말이오. 하지만 그런 독점이 지속되면 결국 이 도시는 레테 여신을 향한 신앙으로만 가득 찰 것이 분명하오. 경쟁자가 모두 사라진 후에도 그대가 사람들을 무료로 치료할 것이오?”
“예, 당연하죠.”
1초도 망설이지 않고 돌아오는 레이나의 대답에 파울로는 순간 움찔했다. 하지만 그건 순간일 뿐. 파울로는 표정을 바꾸고 버럭 소리를 질렀다.
“거짓말 하지 마시오! 이 근방에 유일한 신전으로 존재하는 후에는 신도들을 독점하고 터무니없이 비싼 성금을 걷을게 뻔하오. 이런 사악한 행위를 어찌 이단으로 규정하지 않을 수 있겠소?”
“…….”
레이나는 입을 뻐끔거리면서 말을 잇지 못했다.
‘뭐지? 이 말도 안 되는 억지는……?’
레이나는 기가 차서 화가 난다기보다는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그런 레이나의 모습을 본 파울로는 자신이 정곡을 찔렀다고 생각했다.
‘역시 내 상각이 맞았어.’
파울로는 자기 말이 맞는다고 확신했다. 왜냐하면…….
‘나라도 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겠다.’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 지역의 종교적 민심을 완전히 장악하고 거기서 왕처럼 군림하는 것은 그가 머릿속으로 수도 없이 망상했던 행복한 미래였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서 그저 망상으로만 그쳤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지금 저 수녀는 괘씸하게도 자신이 꿈에만 그리던 이상향을 실제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
괘심해서라도 그걸 용납할 수는 없었다.
파울로는 반드시 초를 치겠다고 다짐하고 여기에 찾아온 것이었다.
그는 주변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그대들도 명심하시오. 하나의 종교가 한 지역을 장악한다면 그 후에 그대들은 결국 매달 비싼 헌금을 내면서 착취당할 것이오. 그러지 않기 위해서 이 세상에는 다양한 신앙이 존재하고 그 신앙들이 서로를 존중하며 함께 하는 것이오!”
파울로는 잠시 말을 멈추고 레이나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 수녀는 겉으로 보기와 달리 뱃속에 사악하고 욕심 많은 뱀이 꿈틀거리는 것이 틀림없소. 그렇지 않고서는 어찌 이런 사악한 행동으로 순박한 사람들을 함정에 빠트릴 수……. 윽!”
따악!
그때였다.
말을 하던 파울로는 이마에 강한 아픔을 느끼고 말을 멈췄다.
파울로의 이마에 와서 부딪힌 것은 작은 돌멩이었다. 그리고 그 돌을 던진 것은…….
“우리 수녀님 욕하지 마! 이 백색 오크야!”
이제 예닐곱 정도 되었을 것 같은 소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