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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자를 육성하는 능력자-127화 (127/215)

127화

“빌어먹을 늙은이 같으니라고…….”

데드는 자신의 거처로 돌아와서 초조하게 손톱을 물어뜯으며 방안을 서성거렸다.

데드가 생각하기에 라킨이 말하는 복수라는 것은 너무 무모한 짓이었다.

‘성공할 리가 없어. 제길, 어째서 듣도 보도 못한 병신들의 복수를 위해서 내가 목숨의 위기를 무릅써야 한다는 거야?’

데드가 보기에는 자신 외의 다른 해적 선장들은 전부 복수에 찬성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어이가 없었다.

“다 미친놈들이야. 이러니까 사이펀 왕국이 전 대륙에서 지능이 가장 떨어지는 놈들이라고 욕을 처먹지.”

데드는 원래 사이펀 왕국의 해적이 아니다.

다른 나라에서 상인으로 출발했지만 배를 타고 남방대륙에서 귀환하는 길에 폭풍을 만나서 큰 손해를 보고 그 손해를 메꾸기 위해서 해적으로 전업하다 보니 여기까지 오게 된 인물일 뿐이다.

어쩌다 보니 해적질이 잘 되었고,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 피바다 라킨의 휘하로 들어와서 웃기지도 않는 부자의 연도 맺었다.

다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 사이펀 왕국의 해적 놈들은 미친놈들이었다.

목숨 귀한 줄 모르는 건 당연지사였고, 조금이라도 신중한 모습을 보이면 겁쟁이라고 욕을 했다.

그저 죽이고 빼앗고, 또 죽이고 또 빼앗고, 그러다 언젠가 뒤지는 인생밖에 모르는 멍청한 놈들을 볼 때마다 머릿속을 열어 보고 싶었던 적이 한둘이 아니었다.

“아마 머리를 열어 보면 뇌가 쥐 불알만 할 거야.”

이를 가는 데드였지만 단체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이 옳고 그르냐’가 아니라 ‘다수인가 소수인가’라는 것이 더 중요한 경우가 대다수였다.

이대로 가면 좋든 싫든 데드는 카일 화이트의 항구를 공격하는 멍청한 복수극에 동참해야 할 것 같았다.

성공 가능성이 전혀 없는 전투를 앞두고 데드가 고뇌에 빠진 그때였다.

똑똑똑.

“선장님, 돌아오셨나요?”

노크 소리와 함께 부드러운 미성이 들렸다.

“오오……. 세피아, 들어와.”

데드의 허락이 떨어지자 방안에 들어온 것은 부드러운 붉은 색의 실크 드레스로 몸을 감싸고 있는 아름다운 미인이었다.

풍만하면서도 늘씬한 몸매에 지적인 분위기의 아름다운 얼굴. 그러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묘한 색기가 감도는 이 여인의 이름은 세피아. 최근 데드가 푹 빠져 있는 여성이었다.

하긴, 이 정도로 아름다운 미모의 여성이라면 그 누구라도 푹 빠지겠지만 말이다.

그녀는 방안에 들어와서 사내들의 심장을 녹여버릴 것처럼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회의의 결과는 어땠나요? 제 정보망은 쓸모가 있었나요?”

“하아아……. 유감이지만 소용이 없었어. 제길, 돼지 목에 진주 목걸이였지.”

데드가 입수한 카일에 대한 정보 대다수는 바로 세피아라는 여성에게 입수한 것이었다.

“유감이네요. 우리 길드원들이 제법 애를 써서 구한 정보였는데.”

세피아는 자신을 작은 정보 길드를 운영하는 여성이라고 말했다.

처음에는 그 말을 믿지 않았던 데드였지만 세피아가 시험 삼아서 가져온 정보들을 확인한 결과 그녀가 꽤 유능한 정보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후 데드는 더욱더 세피아에게 빠졌다.

아름다운 미모와 지적인 분위기, 유능한 능력과 부드러운 미소에 완벽한 몸매 등등.

모든 것이 자신이 꿈에 그리던 이상의 여인이었다.

그녀에게 진심으로 사랑을 고백했고, 그녀가 고백을 받아들였을 때는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세피아는 그 후에도 자신의 남자에게 도움이 되기를 원한다며 고급 정보를 계속 가져다주었다.

“미안해, 세피아. 아무리 좋은 정보라도 돌대가리들이 활용할 줄을 모르면 쓸모가 없더군. 빌어먹을…….”

“유감이에요. 당신에게 힘이 되고 싶었는데 말이죠.”

안타까운 한숨을 내쉬는 그녀를 보고 데드는 황급하게 말했다.

“사과할 것 없어. 당신은 존재 자체만으로도 내 인생의 이유가 되는 여자야.”

“고마워요, 데드.”

데드는 세피아를 자기 품으로 끌어 당겨서 안고 키스를 하려고 했다.

“후후후, 안 돼요. 아직…….”

“아직도?”

“아직 당신에게는 제 힘이 필요하잖아요? 우리 길드의 규율상 처녀가 아니게 되면 저는 길드장의 자리에서 내려와야 해요.”

“하아아……. 아무리 생각해도 거지같은 규율이야”

데드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바로 그날 밤, 그녀를 안으려고 했지만 세피아는 몸을 틀며 거부했다. 그 이유 중에 하나가 그녀가 맡고 있는 정보 길드에서는 처녀가 아니면 길드장을 맡을 수 없다는 철의 규칙이 있다는 말이었다.

무슨 그런 거지같은 규율이 있느냐고 따지는 데드에게 세피아는 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여자는 사랑을 알게 되면 냉철한 판단이 불가능하거든요. 특히 저처럼 사랑에 열정적이 여자라면 더욱더 그렇죠.”

결국 세피아는 말했다.

적어도 데드가 자신의 도움이 필요 없을 정도로 높은 자리에 올라가기 전에는 자신의 길드의 정보망을 유지해서 조력을 하는 것이 좋다고 말이다.

실제로 세피아가 건네주는 정보망이 너무 우수했기 때문에 데드도 그녀를 강제로 취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여전히 거지같은 규율이야.’

물론 불만은 가득했지만 말이다.

세피아는 입술이 툭 튀어나온 데드에게 웃으면서 작은 봉투를 건네줬다.

“자요. 이번에 새롭게 입수한 정보예요. 직접 확인해 봐요.”

“고마워.”

데드는 세피아가 준 봉투를 열어서 안에 적힌 정보를 확인했다.

“이… 이 개같은 새끼들이……!”

정보를 확인한 데드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거기에는 카일 화이트를 토벌하기 위한 작전 개요가 들어 있었는데, 최전선의 전열에 자신의 함대가 서는 것으로 되어있었던 것이다.

“이게 정말이야?”

“제가 가져온 정보가 틀린 적이 있었나요?”

“하지만… 토벌이 결정된 것은 오늘이야. 그런데 어떻게?”

“당신에게 말을 안 했을 뿐이지. 결정 자체는 라킨과 몇몇 선장들의 주도하에 진작 결정된 일이었어요.”

“그래도 그렇지……. 내가 지금까지 조직에 벌어다 준 돈이 얼마인데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때리느냔 말이야. 이게 말이 돼?”

“오오……. 순진하고 사랑스런 나의 데드.”

세피아는 사뿐한 걸음걸이로 데드의 뒤로 돌아가서 그의 어깨에 턱을 살며시 얹으며 귓가에 속삭였다.

“바로 그.래.서 당신을 처분하려는 거라는 생각은 왜 못하죠? 그들이 진짜 당신을 형제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잖아요?”

“그건…….”

“악명을 떨치던 피바다 라킨도 이미 과거의 얘기고 죽을 날이 멀지 않은 노인이 되었어요. 산하 해적단 사이에서 최대의 관심사는 바로 ‘누가 피바다 라킨의 후계자가 되느냐’라고요. 실제로 그들은 그걸 위해서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죠.”

맞는 말이었다.

피바다 라킨의 후계자가 된다는 것은 수백 척의 대선단을 거느린 해적단의 총수가 된다는 말인 동시에 이 거대한 항구 도시 아르트라의 지배자가 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누가 그 자리를 탐내지 않겠는가?

세피아는 웃으면서 말을 이어갔다.

“아직까지 누가 후계자가 될 거라는 말은 없었죠. 하지만 요 몇 년 사이에 갑자기 젊고 유능한 해적 한 명이 나타나서 두각을 드러내기 시작했어요. 과연 다른 산하의 선장들이 보기에 그 젊은 해적은 어떻게 보일까요?”

“…빌어먹을 개자식들. 나를 방해물로 보고 제거하기로 암묵적인 합의를 맺었군!”

“맞아요. 실제로 이대로 두면 당신이 피바다 라킨의 후계자가 될 확률이 가장 높잖아요? 1등 주자가 질투와 견제를 받는 건 필연이죠.”

“멍청한 새끼들, 가장 유능한 인물이 톱에 올라가서 조직은 다스려야 조직이 잘 굴러단다는 걸 왜 몰라. 하나같이 분수에도 맞지 않는 욕심만 가득해 가지고…….”

데드는 이를 갈았다.

더 이상 데드는 세피아의 말을 의심하지 않았다. 들어 보니 모두 맞는 말이라고 생각된 것이다.

세피아는 슬쩍 한 걸음 떨어져서 말했다.

“현명한 당신이라면 알겠지만 이럴 때 선택지는 두 개예요. 개처럼 납작하게 엎드려서 굴복해 적의가 없음을 밝히든가, 그게 아니면 용감하게 맞서서 승리하든가.”

“…….”

“뭘 선택할 거죠?”

“물으나 마나지. 당연히 맞서서 이겨야 해. 저런 돌대가리들한테 머리를 숙일 바에는 차라리 죽고 말겠어.”

“후후후… 역시 당신이라면 그럴 줄 알았어요.”

그리고 세피아는 자신의 가슴골 사이에서 검은색의 봉투를 하나 꺼냈다.

“그건 뭐야?”

“아주 중요한 정보죠. 잃고 내가 보는 앞에서 바로 태워버려요.”

데드는 세피아가 준 검은색 봉투를 받았다.

봉투에서 사랑하는 여자의 살 내음이 나는 것 같아서 욕정이 치밀었지만 지금 중요한 건 정보의 확인이었다.

조심스럽게 봉투를 확인한 데드는 눈을 부릅떴다.

“세피아? 이건… 이건 설마?”

“사랑하는 연인이 큰 인물이 되기를 바라는 현명한 여인의 내조…라고 해두죠.”

“하… 하하하하하!”

데드는 큰 소리로 웃었다. 그리고는 기쁜 표정으로 세피아에게 말했다.

“당신은 최고야.”

“뭘 새삼스럽게……. 그럼 진행시켜도 되겠죠?”

“물론이지. 전부 믿고 맡길게.”

“후후후. 고마워요.”

세피아는 아련한 향기만을 남기고 데드의 방을 나갔다.

데드가 저 봉투의 내용에 합의를 한 이상, 이제 그녀가 해야 할 일이 많아졌다.

* * *

총 삼백 척.

이게 무슨 소리냐 하면 카일에게 복수하기 위해서 집합한 피바다 라킨의 전함 숫자라는 말이다.

물론 삼백 척이라고 해도 이게 모두 대형 범선은 아니다. 대형 범선은 대략 백 척 정도고 나머지 이백 척은 속도 중시형의 작은 쾌속선이다.

어쨌든 무시할 수 없는 전력이라는 것은 분명했다. 단기전으로만 본다면 일국의 해군 함대와도 자웅을 겨룰 수 있는 전투력인 것이다.

“후후후. 멋지군.”

라킨은 그 중에서도 가장 화려하고 큰 배에 타고 있었다. 그 배에서 자신의 산하 부하들이 집결한 함대의 위용을 보며 뿌듯한 만족감을 느끼고 있었다.

“아버지, 어떻습니까?”

“이 정도면 카일이라는 애송이의 목을 따기에는 충분하지 않습니까?”

“하하하! 충분한 게 아니라 과분하지. 안 그래?”

산하 부하들의 말을 들으며 라킨은 미소를 머금고 말했다.

“좋군. 전군 출진하라. 내 자식과 너희 형제들의 복수를 위해서 적이 가진 모든 것을 태우고 파괴하라.”

“예. 아버지.”

그렇게 라킨의 함대가 카일이 머물고 있는 리온 마을로 움직였다.

삼백 척이나 되는 대형 함대가 움직이면서 그 움직임을 숨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당연히 그 정보는 국경을 넘어 있는 리온 마을에도 퍼졌다.

“이봐, 들었어? 피바다 라킨이 온다고 해.”

“들었지. 부하들을 다 데리고 온다고 하던데?”

“자그마치 함선만 3천이 넘는데?”

“3천? 제길. 어떻게 하지? 영주님이라고 해도 어려운 것 아니야.”

“그래도 우리 영주님이 얼마나 대단한 분이신데.”

“하지만 그 피바다 라킨이라고, 그 새끼가 얼마나 잔인한 놈인지 알잖아?”

영지의 주민들은 크게 동요하고 있었다.

그동안 카일이 도적들을 일방적으로 쓸어버리고 해적들도 격퇴했지만 피바다 라킨이라는 이름이 가져다주는 공포는 무시무시했다.

수십 년간 이 해역의 절대자로 군림했던 대해적이 아닌가? 아무리 카일이라고 해도 이번에는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래서일까? 그런 영지민들의 반응은 뜻밖의 결과를 불러왔다.

“안 되겠어. 나라도 영주님을 도와야지!”

“뭐?! 네가 돕는다고? 어떻게?”

“병사로 지원해야지. 그리고 영주님과 함께 싸울 거야.”

“네가? 야. 아서라. 죽으려고 환장했냐?”

“그 피바다 라킨하고 바다에서 마주치면 다 죽는 거 몰라? 그놈이 노려만 봐도 넌 뒤질걸?”

만류하는 친구들을 보고 병사로 지원하겠다는 젊은이가 말했다.

“상관없어. 죽으면 죽는 거지.”

“야, 브라이언.”

“무슨 말을 그렇게 하냐? 죽으면 다 끝이야!”

만류하는 친구들에게 브라이언이라는 젊은이가 말했다.

“죽는 건 당연히 무섭지. 그런데 그것보다 더 무서운 게 있어. 그게 뭔지 알아?”

“그게 뭔데?”

“우리 마을이 영주님이 오시기 전으로 돌아가는 거야.”

“…….”

“…….”

순간 앞에 있던 두 청년을 입을 다물었다. 브라이언은 이을 악물고 말했다.

“내 부모님이 힘들게 일해서 얻은 식량을 도적들이 다 뺏어가고, 마을의 여자들은 툭하면 도적들에게 강간당하는 걸 뻔히 알면서도 모른 척 해야 했어. 그냥 아무것도 안 하고 매일같이 세상에 욕이나 하면서 죽지 못해서 숨만 쉬고 살았어.”

브라이언이라는 젊은이의 말에 다른 청년 둘, 그리고 이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마을의 다른 사람들까지 숙연해졌다.

항상 배고픈 게 당연했고, 도적에게 유린당하는 게 당연했고, 삶이 고통스러운 게 당연했고, 자신의 처지가 비참한 게 당연했다.

공감하지 못하는 이들은 하나도 없었다.

바로 얼마 전까지 이 마을의 모든 주민들이 그렇게 살았으니 말이다.

대륙의 2강이자 강대국인 싱카라 제국의 국민이라고 해도 버림받은 땅에 살던 이들의 처지는 비참하기 짝이 없었다.

그런 자신들의 삶을 바꿔 준 것은 새롭게 부임한 영주 카일이었다. 그런 카일이 사라진다면 어떻게 될까?

“영주님이 피바다 라킨에게 당하면 우리 삶도 예전으로 돌아갈 거야. 나는 다시는 그렇게 살기 싫다. 죽는 것보다 더 싫어.”

브라이언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외쳤다.

“나는 갈 거야. 영주님하고 같이 싸울 거다. 너희는 어떻게 할래?”

“제길, 네 말이 맞다. 브라이언.”

“X새끼, X 같은 새끼가 감히 우리 영주님한테……. 나도 싸운다!”

“좋아. 그럼 같이 가자.”

그렇게 브라이언은 자기 친구들과 함께 병사로 지원하기 위해서 병사들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그 세 명이 병사들이 있는 곳으로 도착했을 때 그 일행은 수십 명으로 불어나 있었다.

“병사로 자원합니다, 병사로.”

“나도 싸울 겁니다. 싸우게 해주세요!”

“같이 싸우게 해주십시오. 그냥 최전방에 서도 좋으니 싸울 수만 있게 해주세요.”

이들의 행동은 리온 마을을 넘어서 다른 마을까지 들불처럼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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