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자를 육성하는 능력자-122화 (122/215)

122화

카일은 생각했다.

사이펀 왕국의 해적으로 인해서 카일의 영지민들은 오랫동안 극심한 피해를 입으며 고통스러워했다.

즉, 이놈들은 적이다.

어째서 적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밟아 줄 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버려 둔단 말인가?

국제적인 법과 관례?

그런 건 국력 차이가 어느 정도 균형이 맞을 때 지키는 것이다.

싱카라 제국과 사이펀 왕국의 국력 차이가 선명한데 뭐 하러 그런 고리타분한 규약을 지켜가며 자국민의 피해를 참겠는가?

전에 싱카라 제국은 사이펀 왕국을 점령했지만 워낙 미친개 같은 국민성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했지만 카일은 그럴 생각이 없었다.

“미친개는 정신 차릴 때까지 약을 먹여 줘야지.”

미친개의 약=매.

카일은 이 공식을 굳게 믿었다.

* * *

“미친놈들.”

“감히 침략을 해와?”

“여기가 어딘지 알고! 받아쳐라!”

“쓸어버려!!”

카일이 항구에 기습 공격을 하고 닥치는 대로 항구의 시설을 파괴하자 몇몇 이들이 반격하기 시작했다. 도시의 경비병이라고 하기에는 제각각 다른 복색을 하고 있는 그들의 정체는 이 항구를 모항으로 삼고 있는 해적들이었다.

야만적이고 난폭한 해적들이었지만 이런 이들에게도 규칙은 있었다. 모항에서 심각한 싸움을 하지 않는 것은 이들 사이에서 죽음으로 지켜야 할 불문율이었다.

그런데 싸움 정도가 아니라 아예 모항을 침략군이 들어왔다.

이건 해적들 입장에서 한참 선을 넘은 것이다

“이놈들! 내가 캡틴 제일이다!”

커다란 칼을 들고 한 해적이 제법 용감하게 달려들었다.

놈의 목표는 누가 봐도 지휘관으로 보이는 거대한 덩치의 투란족 전사, 검은 바람이었다.

용감하게 달려드는 놈의 공격에 3기생 전사 몇 명이 쓰러졌다.

“크하하하! 다 비켜라!”

칼 솜씨를 보아하니 제법 숙련된 전사로 보이기는 했다.

“어딜 가느냐? 피라미.”

하지만 그런 놈의 앞을 가로 막고 있는 것은 카일의 오른팔인 검은 바람이 심혈을 기울여 키운 투란의 전사들이었다.

캡틴 제일은 화를 내며 소리쳤다.

“누가 피라미야?”

“네놈이지 누구야?”

푸른 이끼라고 불리는 젊은 전사는 달려드는 캡틴 제일을 상대로 맞섰다.

카아앙!

“읏……?”

푸른 이끼의 첫 공격에 캡틴 제일이라는 해적의 칼이 허공으로 날아갔다. 그리고 이어지는 공격은 그의 머리를 허무하게 날려버렸다.

서걱!

“엇?”

목이 날아가는 순간 캡틴 제일은 공포보다 어이없는 감정이 더 컸다.

‘내가 이렇게 어려 보이는 놈에게…….’

콰직!

푸른 이끼는 캡틴 제일의 머리를 그대로 짓밟고 외쳤다.

“다음으로 죽고 싶은 놈은 누구냐?”

그런 푸른 이끼의 모습에 해적들은 등줄기를 타고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제길, 제일은 그래도 선장이었는데.’

‘무슨 이런 놈들이…….’

위축된 해적들 사이에서 그래도 이름값 있는 이들이 나서서 독려했다.

“물러나지 마라. 모항을 빼앗기면 끝장이다.”

“물리쳐라. 우리는 세상에 무서울 것이 없는 바다의 해적이다!”

그 말에 해적들은 이를 악물고 다시 달려들었다.

“죽어라!”

“이 X새끼들아!”

용감한 건 좋지만 해적들이 한 가지 모르는 게 있었다. 전 대륙에서 약탈을 생업으로 삼는 건 그들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투란인은 유목생활을 하지만 생필품을 구하기 위해서 대륙인들을 약탈하는 게 생업을 넘어서 가업이자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이들이다.

물론 여기 있는 이들은 너무 어린 시절 노예로 잡혀서 그런 투란의 문화를 몰랐었지만 검은 바람은 그들에게 착실하게 가르쳤다.

투란의 남자가 적을 어떻게 다루는지를 말이다.

“전투를 하지 않는다면 모를까. 이미 전투가 벌어진다면 최대한 잔인하게 적을 쓰러트리고 목소리 높여서 자신감을 드러내라. 적에게 철저하게 두려움을 심어 주어서 꿈에서도 만나기 싫은 상대가 되어라. 그게 투란의 전사다.”

검은 바람의 부하들은 그런 가르침을 충실하게 지키고 있었다.

“얼마든지 와라.”

“다 죽여 주마.”

투란의 전사들은 달려드는 해적들을 상대로 본격적으로 능력을 사용하며 날뛰기 시작했다.

콰쾅! 콰아앙!

투란의 전사단이 본격적으로 날뛰기 시작하자 그 파괴력은 어마어마했다.

“다 불타버려라!”

콰콰쾅!

몸에 화염을 두르고 그 불덩어리를 던지면서 싸우는 이도 있었고.

“우워어어어어어어어!”

“큭……. 이게 뭐야?!”

“읏… 몸이 꿈쩍도 안 해.”

어마어마한 샤우팅으로 적들의 움직임을 마비시키는 이도 있었다.

검은 바람의 전사단 또한 모두 카일에 의해서 능력을 각성한 강자들이었다.

본연의 실력도 해적들보다 우위에 있지만 능력까지 더해지니 해적들 입장에서는 재앙이나 다름없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압권인 것은 오우거보다 훨씬 더 커다란 덩치로 변한 검은 바람이었다.

“한 방에 쓸어 주마.”

최대치로 거대화한 검은 바람이 오러를 머금은 태도를 크게 횡으로 휘둘렀다.

“흐으읍!”

단 일격이었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

하지만 그 결과는 어마어마한 파괴력이 광범위하게 폭발했다.

적을 몰아내기 위해서 밀집해서 돌격 중이던 해적들 중에 반 이상이 검은 바람의 일격에 피곤죽이 되어버렸다.

“우… 우아아아.”

“괴물들이다…….”

“제길, 도망가!”

상황이 여기까지 번지자 아무리 악이 좋은 해적이라고 해도 감히 맞설 수가 없었다.

해적들이 뿔뿔이 흩어져서 도망가기 시작했다.

“주군, 적들이 도주합니다. 추적해서 말살할까요?”

중간에 다가온 발레리아의 보고에 카일이 말했다.

“그럴 필요는 없다. 대신…….”

카일은 항구를 쭉 둘러봤다.

해적들이 모항으로 쓰는 항구라고 하지만 지금 카일이 다스리고 있는 리온 마을보다 훨씬 더 발전한 항구였다.

“항구의 기반 시설을 철저하게 파괴해라. 그리고 프랑크.”

“예. 자작님.”

카일의 명령에 선박 기술자인 프랑크가 와서 말했다.

그는 부하들과 함께 배를 움직이기 위해서 이번 원정에 동원되었는데 사실 올 때만 해도 내키지 않아 했다.

해적들의 근거지 중에 하나인 모항을 공격한다?

그것도 꼴랑 다섯 척만 끌고?

아무리 생각해도 미친 짓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결과는 정반대였다.

카일을 따르는 부하들이 강하다는 말은 들었지만 설마 이 정도로 강할 줄은 몰랐다. 해적들의 숫자가 못해도 열 배는 더 많았는데 그걸 전부 쓸어버린 것이다.

‘설마 이렇게까지 강할 줄이야.’

감탄과 존경심이 가득한 프랑크에게 카일이 말했다.

“항구에 정박 중인 배중에서 좋은 것 위주로 나포해라. 가져갈 수 있는 만큼 가져간다.”

“예. 알겠습니다. 자작님.”

프랑크는 크게 기뻐했다.

배를 건조하는 것에는 많은 시간과 돈과 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미 만들어져 있는 배를 빼앗는 건 공짜였다.

그는 항구에 쫙 늘어져 있는 배를 보고 생각했다.

‘이게 영주님이 종종 말씀하시던 개이득이라는 건가?’

카일은 부하들에게 지시해서 해적들의 모항을 철저하게 약탈했다.

돈이 될 만한 것은 모두 뒤져서 빼앗았다.

그 와중에 민간인의 피해가 생길 수도 있었지만 카일은 신경 쓰지 않았다.

‘중요한 건 이제 내 영지의 영지민들이 피를 흘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카일은 정의를 위해서 해적들을 토벌하는 게 아니다.

금전적이 이득을 취하는 동시에 해로를 정리하고 또 자신의 영지민이 앞으로 평화롭게 살게 하기 위해서 해적들의 모항을 습격한 것이다.

철저한 이분법.

우리 편은 챙긴다.

적은 철저하게 쓰러트린다.

카일은 오직 그것 하나만 생각하며 해적들의 모항으로 사용하던 알바니아 항구를 철저하게 약탈했다.

이럴 때 가장 짭짤한 건 역시 높으신 분이 거하는 장소일 것이다.

“주군. 이곳이 도시의 시청 관사 같습니다.”

“그렇게 보이는군.”

관사라기보다는 대저택으로 보이는 건물이었는데 그 건물에는 이미 병사들이 똘똘 뭉쳐서 대기 중이었다.

“정지! 정지하라.”

카일와 그 부하들이 점점 다가오자 병사의 리더로 보이는 이가 외쳤다.

당연히 카일은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자 상대방이 다급하게 외쳤다.

“여기는 알바니아 항구의 지배자이자 사이펀 왕국의 귀족인 바키 버얼레 백작님의 저택이다. 썩 꺼쳐라.”

“바퀴벌레 백작?”

카일은 잠시 고개를 갸웃했지만 그게 다였다.

바퀴벌레건 장구벌레건 간에 카일이 할 행동은 하나뿐이었다.

“벌레 같은 것들, 쓸어버려라!”

“예. 주군.”

“예. 주인님.”

카일의 명령에 검은 바람과 발레리아가 앞으로 뛰쳐나갔다. 그리고 폭음과 함께 바퀴벌레 백작가의 병사들이 산산조각 나기 시작했다.

“으아아아악.”

“크아악.”

그렇게 간단하게 병사들을 쓸어버린 후 카일은 거침없이 저택 안으로 진입했다.

* * *

저택 안은 값비싸 보이는 장식품과 예술품들로 가득했다.

카일은 입 꼬리를 씨익 올리며 말했다.

“비싸 보이는 건 다 챙겨라.”

“예. 주군.”

그리고 흩어져서 한 몫을 챙기는 부하들을 보고 카일이 말했다.

“역시 여기가 제일 짭짤했어.”

해적단 일곱 개가 모항으로 쓰던 항구다.

그 항구를 다스리는 귀족이라는 인간이 얼마나 받아먹었을지는 안 봐도 뻔했다.

카일의 부하들은 여기저기를 계속 털었고 그중에 한 명이 말했다.

“주군, 여기 도망가려던 백작을 잡았습니다.”

“호오오……. 어디 있지?”

카일이 가보니 거기에는 걷는 것보다 굴러가는 게 더 빠를 것 같은 고도비만의 멍청이가 비싼 남대륙산 비단을 몸에 두르고 벌벌 떨고 있었다.

“너… 너희는 도대체 누구냐? 왜 평화로운 내 영지를 공격한 것이냐?”

그는 카일을 보고는 몸을 벌벌 떨면서도 개소리를 했다.

“내가 누구냐고? 나라는 다르지만 이제 너하고 이웃한 영지의 영주지.”

“…싱카라 제국의 인간이냐?”

“그렇다고 할 수 있지. 뭐, 엄밀히 말하면 그 안에서도 최근에 생긴 고르시파 왕국의 카일 화이트 자작이다.”

“이잇… 감히 무단으로 타국을 공격하다니? 전쟁이라도 하고 싶다는 거냐?”

“웃기고 있네. 너희 영지의 해적들이 허구한 날 우리 영지까지 와서 약탈하는 건 괜찮고? 이게 어디서 내로남불이야.”

“…….”

바키 버얼레 백작은 입을 다물었다. 내로남불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카일이 하는 말 자체는 맞는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잠, 잠깐, 해적들은 내가 앞으로 잘 단속하겠다. 그러니…….”

“그런 건 이미 늦었다. 이제는 피해보상을 해야 할 시기지.”

“이건 국가 간의 마찰이 벌어질 수 있는 문제다. 정말 괜찮다고 생각 하냐?”

“당연히 괜찮지. 너 바보냐?”

“…….”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을 하고 있는 바키 버얼레 백작에게 카일이 친절하게 설명했다.

“우리 고르시파 왕국은 싱카라 연합 제국의 일원이고 너희 사이펀 왕국은 그냥 개막장 양아치 약소국일 뿐이다. 국제 문제? 뭐? 어쩌라고. 군대 모아서 전쟁이라도 하게? 너희들은 지방의 군벌이 중앙의 말을 안 듣고 뿔뿔이 흩어져 있는 모래알 국가 아니었나?”

“그건…….”

카일의 말이 맞았다.

이런 일이 벌어지기 전에 당연히 카일도 사이펀 왕국의 내부 사정을 철저하게 조사하고 일을 벌인 것이다.

이런 지방의 영주 하나를 건드려 봤자 사이펀 왕국은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을 것이다.

아직은 말이다.

“어설픈 개소리는 됐고? 얌전히 불어라.”

“뭐, 뭘 말이냐?”

“너 같은 유형들이 항상 가지고 있는 게 있지. 비밀 금고.”

“…….”

바키 버얼레가 움찔했다.

카일은 놈을 보고 씨익 웃으며 말했다.

“좋게 불면 편히 죽을 수도 있다.”

“웃… 웃기지 마라!”

버럭 소리를 지르는 놈에게 카일이 말했다.

“후회할 텐데?”

“후회는 누가……. 응?”

카일의 손이 바키 버얼레의 이마에 슬쩍 닿았다. 그리고 카일이 놈의 초능력 중추를 슬쩍 자극했다.

“끄… 끄아아아아아아악!”

바키 버얼레의 전신에 끔찍한 고통이 휘몰아쳤다.

“으으으으……”

“저건…….”

“진짜 아프지…….”

그 광경을 보고 있는 부하들은 모두 모서리를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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