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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자를 육성하는 능력자-120화 (120/215)

120화

“하아아아……. 주인님, 너무 좋아요…….”

나른한 한숨과 함께 아리시아가 카일의 품에서 나긋하게 안겨 들었다.

임시 막사에 가져다 놓은 간이침대 위에서는 카일과 아리시아가 맨살을 맞대고 서로를 끌어안고 있었다.

이미 뜨겁게 서로 살을 겹치고 이제는 나른한 밤의 여운에 잠겨 있는 두 남녀였다.

아리시아는 행복한 표정으로 카일의 품에 안겨 있었고 카일은 그런 아리시아의 부드러운 금발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요즘은 어때? 뭔가 필요하거나 불편한 건 없어?”

“없어요. 굳이 말하자면… 주인님과 자주 이렇게 있을 수 없다는 게 조금 아쉽지만요.”

“자꾸 사랑스러운 말만 할래?”

“헤헤헤…….”

아리시아는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카일의 가슴에 뺨을 비볐다.

‘고맙게도 불평 한 번 안 하네. 바이에른에서 살던 편한 저택에 비하면 지금은 많이 불편할 텐데 말이야.’

카일은 자기 고집으로 아직 영주 관저를 짓지 않았고 영지의 외곽에 지어진 막사에 살고 있다.

부하들은 물론이고 영지민들도 제발 편히 집으로 들어와서 살라고 애원하고 있었지만 카일은 아직 영지의 발전이 우선이라고 말하며 거부했다.

영주인 카일이 스스로 이렇게 청렴하고 근검절약하는 모습을 보임으로 인하여 영지민들로 하여금 존경받을 수 있었다.

‘빨리 영지를 발전시켜야겠어.’

결국 자신과 자신의 여자들이 편한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영지를 발전시켜야 했다.

거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카일의 영지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게 참 많았다.

돈, 물자, 사람, 기술자, 인맥 등등.

그중에서 지금 당장 카일이 해결할 수 있는 건 돈과 물자였다.

최근 재정적으로 너무 많은 지출이 있기는 했지만 해적선 다섯 척을 나포해서 큰 재미를 봐서 다시 풍족해 졌다.

사실 운이 좋은 감이 있었다.

해적선이 약탈한 재물을 처분하기 위해서 비싼 물건을 가득 싣고 있었으니 말이다.

‘흐음, 그 정도로 대박 기회는 당분간 없겠지?’

그저 아쉬울 따름이었다.

그 돈으로 빌 존스를 통해서 물자도 대량으로 구입했다.

일메나우 마을과 플라우엔 마을에 풀어 줄 소와 양도 대량으로 구매해서 전달했고 그 외의 식량과 의복 같은 생필품도 대량으로 전달해 주었다.

덕분에 지금 영지민들은 카일이 죽으라고 하면 죽는 시늉이 아니라 진짜 죽을지도 모를 만큼 충성심이 강해진 상태였다.

사람들의 충성심과 사기가 이렇게 올랐을 때가 바로 대규모 공사를 진행하기에 적절한 시기다.

이미 그레이 마을에서는 석회석을 채취하기 위한 채석장을 공사 중이고, 지금 카일이 머물고 있는 리온 마을도 토목, 건설 기술자들이 도착하는 대로 공사를 시작할 것이다. 그때가 되면 영주저택의 공사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불편해도 조금만 참아 줘.”

카일이 아리시아를 안으며 말하자 아리시아는 싱긋 웃으며 말했다.

“주인님만 있으면 저는 아무것도 필요 없어요.”

“기특하기는…….”

카일은 아리시아가 그냥 자신을 위해서 하는 말이라고 생각하는 듯 했지만 아리시아는 진심이었다. 그녀는 정말 카일만 있으면 세상 아무것도 필요 없는 여자였다.

* * *

빌 존스는 유능하고 꼼꼼한 상인이었다.

카일이 말한 기술자들을 대거 보내 주는 동시에 대량의 건축 자재 또한 보내 주었고, 동시에 일꾼으로 부릴 수 있는 건장한 남자 노예 1,000명도 보내 주었다. 이 정도 지원이라면 카일에게 남은 외상을 다 갚고도 훨씬 남는 금액이었다.

“빌 존스라는 상인 생각보다 굉장히 화끈하군요.”

넘치는 지원을 받고 나서 검은 바람은 얼떨떨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에 카일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과감한 투자는 거부가 되기 위한 필수 조건 같은 거지.”

카일이 보기에 빌 존스가 이렇게 많은 돈을 투자한 것은 카일에게 외상값을 갚고도 앞으로의 관계를 잘 만들어가기 위해서였다.

‘어쩌면 내 능력에 관한 정보를 손에 넣었을지도 모르지.’

어차피 이제는 별로 숨길 생각도 없었다.

정보력이 좋은 빌 존스라면 잡아들인 해적 노예들을 통해서 정보를 입수했을 가능성도 충분했다.

카일의 부하들이 신기한 능력을 사용한다고 말이다.

그렇다면 돈 냄새에 민감한 빌 존스는 카일에게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뭐 나로서는 나쁘지 않은 결과지.’

영지의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유능한 상인과의 협업이 필수였다.

그런 의미에서 긴밀한 협업자가 빌 존스라면 더할 나위가 없었다.

“기술자들은 어디 있지?”

“주인님을 만나기 위해서 대기 중입니다.”

“그래. 회의실로 불러라.”

“예. 알겠습니다.”

회의실이라고 해봐야 그냥 좀 큰 막사에 불과해지만 그래도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의견을 나눌 수 있도록 커다란 테이블과 의자가 있었다.

카일이 그곳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레이나가 기술자들에게 차를 따라주며 접대하고 있었다.

“주인님은 곧 오실 거니 편히 계세요.”

“예. 감사합니다. 수녀님.”

“영광입니다.”

이 세계에서 신을 모시는 성직자는 어디를 가도 경애의 대상이다. 심지어 레이나처럼 눈 돌아가게 아름다운 수녀가 상냥하게 차를 따라주며 사근사근하게 말을 하니 오죽하겠는가?

카일이 오기도 전에 이미 기술자들은 끔뻑 죽어나가고 있었다.

“크흠…….”

카일이 헛기침을 하며 기척을 드러내자 헤벌레하고 있던 기술자들이 황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작님을 뵙습니다.”

“음, 만나서 반갑네.”

카일은 상석에 가서 자리에 앉으며 그들에게도 앉으라고 권했다.

“다시 소개하지. 내가 카일 화이트 자작이네. 이 영지를 다스리는 영주이고, 이 영지를 발전시키기 위해서 기술자들을 모집하고 있지.”

카일의 소개에 기술자들이 일어나서 말했다.

“건축가들을 대표하는 토마스입니다.”

“대장장이들의 대표를 맡은 오르그입니다.”

“토목 설계팀을 대표하는 비온드입니다.”

“크흠, 저는 선박기술자인 프랑크입니다.”

순간 카일이 움찔했다.

“…조선공 프랑크라고?”

“예? 예. 정확히는 선박 기술자입니다만…….”

“잠시 일어나 보겠나?”

카일의 명령에 프랑크는 일어났다. 그리고 카일은 그의 전신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괜찮군. 다시 앉게.”

“……?”

프랑크는 영문을 모르겠지만 카일은 속으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바지는 입고 있군.’

혹시나 해서 확인해 본 카일이었다.

잠시 해프닝이 있었지만 회의는 진지하게 진행되었다.

“우선 각자가 기술자를 대표한다고 했었지? 그렇다면 자네들 밑에 있는 기술자는 몇 명이나 있는지 말해 보게.”

카일의 말에 그들은 한 명씩 일어나서 말했다.

먼저 일어난 것은 지극히 평범한 외모를 하고 있는 진한 갈색 머리의 남자였다.

“토마스입니다. 저희들 건축가는 기술자 열 명에 그 밑에 조수까지 포함하면 서른 명이 있습니다.”

“좋군. 내가 새롭게 추진하는 건축 기법이 있으니 그 부분에 관해서 나하고 할 얘기가 많을 것이야.”

“새로운 건축 기법? 영주님이 말입니까?”

토마스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지만 카일은 자신이 있었다. 벽돌을 쌓아 올리는 것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건축 기법을 전수해 줄 생각이었다.

“기대해도 좋네. 다음.”

다음으로 일어난 건 검은 바람만큼이나 체구가 좋은 건장한 중년 남성이었다.

“오르그입니다. 에… 저희 대장장이들은 쉰 명이 넘게 있습니다. 아직 자기 몫을 하지 못하는 제자들이 좀 있기는 한데 그 녀석들까지 치면 대략 이백 명은 될 것 같습니다.”

“훌륭하군. 아주 좋아.”

이 세계에서 대장장이라는 것은 문명의 토대라고 해도 좋은 고급 기술직이다.

농기구, 무기, 건축 자재 등등…….

어쨌든 철이 들어가는 것은 모두 핸드 메이드로 제작되는 세계이니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대장장이라는 직업은 절대 굶어 죽을 수가 없을 정도로 고급 수효를 가지고 있는 기술자였다.

“내 밑에 있는 인챈트 학파의 마법사를 통해서 개발을 명령한 아티팩트가 몇 가지 있는데, 아직 기술자가 없어서 제작을 못 하고 있지. 그 부분에 우선적으로 인력을 투입해 주게.”

“명령만 하신다면 바로 하지요. 하지만 그 전에 작업장부터 만들어야 합니다.”

“작업장이 아니라 대규모 공방을 차려 주지. 자네들 전부와 앞으로 늘어나는 다른 대장장이들이 모두 한자리에서 작업을 할 수 있을 정도로 거대한 작업장 말이야.”

“그렇다면 저희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자작님.”

다음으로 일어난 것은 토목 설계 기술자인 비온드였다.

“토목 설계 기술자인 비온드입니다. 저희는 팀으로 움직이는데 저를 포함해서 약 스무 명의 기술자가 있습니다.”

“나는 지금 이 마을을 거대한 항구 도시로 바꾸려고 하고 있네. 가능 하겠나?”

“이, 이 마을을 말입니까?”

카일의 말에 비온드는 크게 당황했다.

당연한 얘기지만 그는 이미 리온 마을을 봤다. 인구 사백, 아니 이제 옆에 있는 푸르트 마을을 해체하고 합병하니까… 그래 봤자 인구 육백 명 정도의 작은 마을이었다.

이 마을을 대도시로 만든다?

상상이 가지 않았다.

하지만 카일은 웃으면서 말했다.

“내일 당장 그렇게 만들라고 하는 건 아닐세. 장기적인 계획을 잡고 차차 발전시켜 가자는 것이지.”

“아, 그렇군요. 그러시다면 가능합니다. 원래 도시 계획이라는 것은 장기적으로 봐야죠.”

“맞는 말이야.”

서로 이해가 일치하는 두 사람 같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장기적으로 한 200년 정도면 도시라고 불릴 수도 있겠지.’

‘장기적으로 한 5년이면 대도시를 만들 수 있겠지.’

누구 생각이 맞을지는 지켜봐야 알 일이다.

마지막으로 일어난 건 선박기술자인 프랑크였다.

“프랑크입니다. 저하고 저를 따르는 직공들이 쉰 명 있습니다.”

“선박 기술자라면 배를 만들고 개조하는 직업으로 알고 있는데 맞는가?”

“예. 맞습니다.”

“그렇군. 혹시 배를 보는 것도 가능한가?”

“예. 어느 정도는 가능합니다. 대양을 건너는 원양 항해는 어렵지만 가까운 거리를 오가는 연안 항해 정도면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 정도만 해도 충분하네. 지금 나포한 해적선이 있는데 움직일 기술자가 없어서 말이지.”

이것 때문에 카일은 해적들을 다 노예로 팔아버린 것을 조금 후회하고 있던 참이었다.

“해적선 다섯 척, 호오오……. 좋은 성과를 거두셨군요. 어떤 물건인지 볼 수 있을까요?”

“좀 이따 보여 주지. 자네들은 우선 그 배를 완벽하게 수리하고, 그 후에 내 마법사가 만들어 내는 아티팩트를 배에 장착해 주게.”

“배에 장착하는 아티팩트라고요? 그게 뭡니까?”

“자세한 건 나중에 설계도를 보여 주면서 가르쳐 주지. 파르트.”

“예. 주인님.”

카일이 지시를 내리자 회의장에 집사인 파르트가 메이드들과 들어왔다.

들어오는 그들의 손에는 종이 뭉치가 한가득 들려 있었는데, 그것은 카일이 미리 만들어 놓은 도시의 지형지도와 도시 계획, 그리고 헤일로를 닦달해서 만들어 아티팩트의 설계도였다.

퉁!

육중한 소리와 함께 테이블에 올라온 종이 뭉치들은 척 봐도 범상치 않은 양이었다.

카일은 기술자들을 향해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가 한 가지는 약속하지. 일감 걱정은 하지 않아도 좋아. 향후 10년간은 불경기라는 말 따위는 나오지 않게 해 주겠네.”

아마 그 반대를 걱정해야 할 것이다.

* * *

도시가 본격적인 발전에 들어가면서 카일은 눈코 뜰 새가 없이 바빴다.

예전에, 그러니까 바이에른에서 한참 잘 나갈 때의 카일의 일상은 참 좋았다.

아침에 일어나면 아름다운 여인과 함께 눈을 뜨고 시중을 받으면서 일어나서 아침에 자율 훈련을 하고 식사를 한 후에 느긋하게 클랜의 상황을 보고 받았다. 그리고 점심 전에 간단하게 낮잠을 자고 다시 일어나서 점심 식사 후에는 상인들과 만남을 잠시 가졌다.

특별한 볼일이 없다면 이 시점에서 카일의 일과에서 업무에 관련된 일은 거의 끝난 것이다.

남는 시간은 자율적으로 수련을 좀 하거나 아니면 유유자적하게 독서를 즐기고 휴식을 취했다.

그러다 초저녁이 되면 저녁 식사를 하고 초능력 코어 관리를 두 시간 정도 돌려준 후 그날 카일의 밤 시중을 들 차례가 된 여인과 함께 동침했다.

이렇게 팔자 좋게 살던 카일이…….

“영주님. 석회석 채석장에서 올라온 상황 보고서입니다.”

“영주님. 목장에서 울타리를 만들기 위해서 나무를 더 벌목하는 문제로 마을 간의 다툼이 벌어졌습니다.”

“영주님. 지질 조사 결과 암반이 발견되어서 도시 계획을 수정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영주님. 상하수도 설비를 건설하기 위한 수원 말인데 아무래도 변경해야 할 것 같습니다.”

“영주님…….”

‘그만 좀 불러 이 새끼들아!’

…라고 소리 치고 다 때려 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카일은 그저 한숨을 내쉬면서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쏟아지는 일거리를 묵묵하게 처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카일도 슬슬 느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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