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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자를 육성하는 능력자-119화 (119/215)

119화

동이 트는 것과 동시에 카일은 해적선 다섯 척을 가지고 리온 마을의 항구로 들어왔다.

작은 어촌 마을의 항구에 커다란 범선 다섯 척이 들어오니 그 존재 자체만으로도 압도적이었다.

“해, 해적이다.”

“해적이 왔다. 모두 피해!”

마을 주민들은 처음에는 해적인 줄 알고 놀랐다. 하지만 해적선의 위에 하얀색의 늑대가 그려진 영주의 문장이 펄럭이는 것을 보고 깨달았다.

“영주님이다.”

“오오… 영주님이 돌아오셨다.”

“그럼 저 해적선은…….”

“빼앗은 거지. 역시 영주님이셔!”

“오오오오오……!”

마을 주민들은 해적선을 나포하고 당당하게 개선한 카일을 보고 크게 감탄했다. 그동안 해적들에게 지독하게 시달렸던 주민들에게 있어서 해적을 상대로 승리하고 배를 다섯 척이나 빼앗아서 돌아온 카일은 그야말로 영웅 자체였다.

“도적들을 다 정리하시더니 이번에는 해적까지…….”

“역시, 이번 영주님은 달라.”

“이분이 진짜 우리 영주님이신 거야.”

“영주님. 만세!”

“만세! 만세!”

영주민들의 환성을 받으며 카일을 마을 어귀에 도착했다. 그리고 가장 먼저 한 일은 단 한 가지였다.

“조셉.”

“예. 영주님. 부르셨습니까?”

“말했던 감옥은 준비되어 있나?”

“예. 마을에서 가장 튼튼한 창고를 개조해서 만들었습니다.”

“좋군. 곧 노예 상인이 올 테니 그 전까지는 감옥에 가둬 두어라.”

“예. 영주님.”

카일의 지시에 따라 해적들은 준비된 감옥으로 끌려갔다.

“살려 주십시오. 살려만 주시면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죽여버릴 테다. 이 빌어먹을 자식!”

“이러고도 무사할 것 같으냐?”

해적들은 끌려가면서 목숨을 구걸을 하거나 협박으로 카일을 위협했다.

‘3 대 1의 비율로 협박이 더 많네. 이 지역이 어지간히 만만하게 보였나 봐.’

물론 카일은 신경도 쓰지 않았다.

그런 카일에게 검은 바람이 말했다.

“주인님. 해적들이 가지고 있던 재물은 어떻게 할까요?”

“그것도 상단이 오면 처분할 거다. 그 전까지는 한 곳에 정리해 놔라.”

“예. 알겠습니다.”

해적들은 애당초 약탈한 재물을 세탁하기 위해서 여기까지 왔었다. 당연히 상당한 재물을 배에 싣고 있었는데 이 모든 것이 카일로서는 짭짤한 재물이었다.

“정산해 봐야 알겠지만 던전에서 어지간한 몬스터 잡는 것만큼 대박일 것 같아.”

* * *

며칠 후.

카일의 영지에 미리 연락했던 상인이 도착했다.

“오랜만입니다. 화이트 자작님. 드디어 귀족이 되셨군요.”

“오랜만에 뵙습니다. 빌 존스 씨.”

그 상인은 예전에 카일이 대량으로 노예를 구입했던 거상 빌 존스였다.

카일은 반갑게 웃으며 그에게 말했다.

“먼 곳까지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카… 아니, 화이트 자작님의 부름이라면 대륙 끝이라도 가야지요.”

바이에른에서 카일과 큰 거래를 많이 했던 빌 존스는 카일이 싱카라 제국의 남부에 자리를 잡고 불렀음에도 기꺼이 찾아왔다. 카일과의 거래가 자신에게도 큰 이익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일개 모험가 클랜의 장이었을 때도 카일과의 거래로 남기는 수익은 어지간한 귀족의 영지와 독점 거래를 하는 것보다 더 두둑했다.

이제 귀족이 되고 자기 영지까지 생긴 카일을 상대하게 되면 얼마나 많은 돈을 벌 수 있을까?

‘이 인간의 괴물 같은 사업 수완을 생각하면 최소한 전보다 세 배, 아니 다섯 배는 기대해 봐도 좋지.’

빌 존스에게 카일은 절대 놓치고 싶지 않은 거래 상대였다.

“오면서 보니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영지더군요.”

“하하하. 그냥 보잘 것 없다고 하셔도 됩니다. 실제로 지금은 아무것도 없으니까요.”

“호오… ‘지금은’ 말이죠.”

“예. 앞으로는 꽤 많이 바뀔 겁니다.”

“카일 씨가 그렇게 말한다면 이 영지는 바이에른보다 더 발전할지도 모르겠군요.”

“그러고 보니 최근 바이에른은 어떻습니까? 폭락하던 부동산의 가격은 좀 진정되었나요?”

“흐으음……. 어렵죠. 남아 있는 사람들은 바이에른을 상업 도시로 변화시켜서 발전을 모색하겠다고 하는데… 제가 보기에는 힘들어 보입니다.”

“힘든 걸 넘어서 불가능할 겁니다.”

카일은 딱 잘라서 부정했다.

바이에른이 발달한 것은 던전에서 나오는 마석으로 인한 생산성과 모험가들로 인한 소비시장이 있기에 발전한 것이다.

즉, 던전이 없으면 이 두 가지가 모두 사라진다.

모험가가 사라진 바이에른에서 상업을 한다고 해도 시장 자체가 줄어든 상황이다. 그렇다고 다른 특산물이 있는 것도 아니고 지형적으로 교통이 발달한 것도 아니다.

카일이 보기에 바이에른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제 답이 없다.

그걸 알고 있기에 카일도 지지기반을 서둘러 처분하고 이 먼 땅까지 와서 새 출발을 기획하고 있는 것이다.

‘뭐, 남아 있는 사람들은 알아서 잘 하겠지.’

카일은 빌 존스에게 말했다.

“우선 제가 살 물건을 확인하고 싶군요. 괜찮습니까?”

“물론입니다. 소 이백 마리와 양 삼백 마리였지요. 여기 데리고 왔습니다.”

빌 존스는 카일의 앞에 우수수 모여 있는 가축들을 보여 주었다.

“우워어어어! 우어어어!”

목동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무리를 컨트롤하며 다루고 있었다. 그곳에는 얼룩덜룩한 젖소와 복슬복슬한 양떼들이 한가득 모여 있었다.

“훌륭하군요. 상태를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좋은 가축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예. 그리고 주문하신 대량의 식량과 생필품도 가지고 왔습니다. 자세한 품목은 여기…….”

카일은 빌 존스가 내밀어 준 서류를 확인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면 카일의 영지민 전부가 1년은 사용할 수 있을 만큼의 식량과 생필품이었다.

“좋군요. 제 쪽에서 제시할 물건은 이겁니다. 데리고 나와라.”

“예. 주인님.”

카일의 명령에 호크가 부하들에게 명령해서 사로잡은 해적들을 꺼내왔다.

“해적들입니까? 좀 상했군요.”

“전투 과정이 좀 격렬했습니다. 하지만 일류 노예 상인이신 빌 존스 씨라면 이런 해적들의 가치도 잘 살릴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만?”

“일류라니? 거절 못하게 하는군요. 좋습니다. 제가 구입하도록 하죠. 다른 건 없습니까?”

“해적선을 통째로 나포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놈들의 약탈품도 손에 넣었죠. 한 번 보시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카일의 안내를 받아서 빌 존스는 해적들에게 약탈한 재산을 보관 중인 창고로 들어갔다.

“호오오……. 이 해적들 꽤 멀리서 활동하는가 보군요. 남대륙의 물건들도 보입니다.”

“아마 남방대륙까지 간 것이 아니라 남방대륙을 오가는 베르나도 왕국의 상선을 턴 모양입니다.”

남방 대륙에서만 나는 비단과 약재, 향신료, 비취나 옥으로 만든 장신구도 다수 보였다.

“흠, 이건 꽤 귀중한 거군요. 예술적인 가치가 있는 골동품 같습니다만?”

“고고학에 조예가 없는 저로서는 빌 존스 씨의 감정가를 믿겠습니다.”

“하하하. 그러다 제가 가치를 속이면 어쩌시려고 그럽니까?”

“저에게서 신용을 잃으시겠죠.”

“이런 이런, 그건 너무 무섭군요. 제대로 정신을 차리고 감정해야겠습니다.”

빌 존스는 여러 개의 물건들을 하나하나 살피며 감정했다.

“상태가 상당히 좋군요. 출처는 불분명 하지만 틀림없는 남방대륙의 특산물들입니다.”

“그렇군요.”

“예. 그리고 일반 금품 중에서도 보석류들이 꽤 보입니다만 저것도 처분하실 겁니까?”

“가격만 잘 맞으면 상관없습니다.”

“그렇다면 저것까지 감정을 해서……. 다 해서 12,000골드 어떻습니까?”

‘역시, 이럴 줄 알았지.’

카일의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물품을 분류하면서 척 봐도 이게 꽤 돈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은 했다.

멀고 먼 남방대륙까지 배를 타고 편도로 반년, 왕복으로 치면 1년 가까이 걸리는 거리를 이동해서 가져오는 물건인데 싸구려일 리가 없었다.

비록 성실하게 무역을 한 장본인은 해적에게 바다의 물귀신이 되었겠지만 그 해적을 처리해 준 카일이라면 이 정도 대가는 챙겨야 하지 않겠는가?

“나쁘지 않은 금액이군요. 그런데 현금으로 다 지불이 가능하신가요?”

“제가 가지고 온 물건의 가치를 알음한다고 해도 지금 당장은 현금이 부족하군요. 혹시나 해서 물어보는 건데 이 영지에 은행은……?”

“없습니다.”

은행은 고사하고 전당포도 찾기 어려울 정도의 벽지였다.

“그렇군요. 그렇다면 곤란한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빌 존스는 카일에게 선택권을 던졌다. 그러자 카일은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일단 신용 거래로 하죠.”

“호오오,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사실 괜찮고 안 괜찮고가 아니라, 달리 선택지가 없었다.

빌 존스가 아니면 이런 물건을 처분할 상인이 없었다. 물론 부른다면 다른 상인들이 오기도 하겠지만 결국 그들이 오고 가는데 또 시간이 걸린다. 그사이에 귀한 물건이 상하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고 오래 가지고 있어도 좋을 것은 없다.

물건은 처분 할 수 있을 때 처분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 카일의 지론이었다. 그 대신…….

“이번 물건을 외상으로 주는 대신 근처에서 최대한 물자와 기술자를 모아 줄 수 있습니까?”

“물자와 기술자? 아아… 역시 영지 초반에는 그게 필요하겠죠?”

“그렇죠. 사실 제 밑에 부하들 대부분은 던전에서는 믿음직하지만 밖에서는 싸우는 것 말고는 능력이 전무해서 말이죠.”

“하하하. 이해합니다. 용병이나 모험가로 출세한 분들이 자주 겪는 딜레마죠. 거기에 비해서 빅토르 전하께서는 좀 다른 면모를 보이시더군요.”

“호오? 어떤 면에서 말입니까?”

“나라를 건국하고 영지를 나누는 과정에서 대량의 모험가 전력을 동쪽의 죽음의 사막에 있는 던전 공략으로 투입하셨습니다.”

“그래요?”

카일은 일부러 놀란 척 말했다. 거기에 빌 존스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예. 파격적인 행보이긴 하지만 그렇게 집행을 하고 전하 스스로도 던전 공략에 참가하신다고까지 계획을 밝히셨습니다.”

“일국의 국왕이 던전에……. 확실히 파격적이군요.”

“예. 사실 주변 국가에서는 거기에 관해서 말이 좀 많은 모양입니다만 제가 보기에는 합리적인 조치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잘 하는 일을 해야 하는 법이죠.”

“듣고 보니 그렇군요. 천하의 스톰 클랜의 모험가들이 귀족으로서 정치를 하는 것보다는 던전 공략이 훨씬 더 어울리는 느낌입니다.”

“그러게 말이죠.”

사실 이 모든 것은 카일이 빅토르에게 한 조언대로였다.

물론 빅토르 본인까지 던전에 들어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나쁘지 않은 계획이었다.

귀족이 되고 나서도 던전에 들어가는 것을 고생으로 인식하고 반발감을 가지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이들에게 ‘국왕이 된 빅토르마저도 던전에 들어간다.’라는 사례를 만들어서 모범을 보이는 것은 확실히 효과가 있을 법했다.

‘잘하고 있군.’

카일은 속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했다.

빅토르가 카일의 조언을 충실하게 지키고 있다면 카일도 자신의 역할에만 충실하면 된다.

“일단 물자로는 건축 자재를 주로 부탁드립니다. 특히 외성벽을 지을 수 있는 대형 석재와 철이 부족합니다.”

“철? 무기로 가져와 달라는 게 아니라 철 자체를 말하는 겁니까?”

“예. 달리 쓸 데가 있습니다.”

“흐으음, 그렇군요. 기술자는 혹시 원하는 직종이 따로 있습니까?”

“다방면에서 골고루 부탁드립니다. 건축가, 대장장이, 가죽 장인, 요리사도 괜찮습니다.”

“하하하. 알겠습니다. 가리는 게 없다니 모으기 쉽겠군요.”

그렇게 카일은 빌 존스와 성공적인 거래를 마쳤다.

12,000골드 상당의 수익을 올렸지만 돈으로 받은 것은 5,000골드 정도였고 나머지는 외상으로 달아 두기로 했다.

거래를 마치고 산더미처럼 쌓인 식량과 생필품을 카일은 영지민들에게 풀었다.

무상으로 말이다.

당연히 영지민들은 끔뻑 죽어갔다.

“세상에……. 이게 다 식량이야?”

“말린 고기하고 치즈도 있어. 말린 과일도…….”

“옷감을 이렇게 많이 주시다니……!”

“흑흑… 감사합니다, 영주님.”

“이 여편네야. 울기는 왜 울어?”

감격을 견디지 못해서 흐느끼는 아내를 나무라는 남편이었지만 그의 눈가도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항상 배고프고, 항상 가난하고, 항상 힘들었다.

그게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당연할 거라고 생각했다.

배부르게 잘 먹고 좋은 옷을 입고 잘사는 사람들의 얘기는 저 멀리 딴 세상의 것이라고 생각한 이들이었다.

그런데 카일이 영주로 부임하고 나서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이 변했다.

도적을 깨끗하게 소탕하고, 해적들을 나포해서 놈들의 제물을 가져오더니, 그걸 상인에게 처분해서 막대한 식량과 생필품을 가져왔다. 그리고 그걸 영지민들에게 공짜로 풀어버린 것이다.

그들의 입장에서 카일은 마치 자신들을 구원하기 위해서 하늘에서 내려온 신의 사자 같았다.

그때 감격한 영주들 사이로 카일이 나타났다.

“물자가 부족한 이들은 없는가?”

그런 카일의 말에 사방에서 영지민들이 무릎을 꿇고 고개를 조아렸다.

“아이고. 영주님. 감사합니다.”

“부족하다니 당치도 않습니다. 그저 감사… 감사합니다. 영주님.”

“제 평생 동안 영주님만을 섬기겠습니다.”

감격한 영지민들을 보고 카일이 말했다.

“혹시 오늘 물자를 받지 못하였거나 가족이 많아서 부족한 이가 있다면 부끄러워하지 말고 말하라. 내가 힘이 닿는 한 너희들을 도울 것이다.”

“영주님 어찌 이런…….”

“흐흑. 이런… 이런 분에게 우리가 그렇게 못 되게…….”

“영주님, 저를 벌해 주십시오. 제가 예전에 영주님 욕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냥 죽여 주십시오.”

감격에 벅차다 못해서 광신적인 행동까지 보이는 영지민들을 보고 카일은 생각했다.

‘이래서 세상에서 사이비 종교가 안 사라지는 건가?’

절박했던 사람들에게 내밀어지는 도움이라는 것은 상상 이상의 효과를 발휘하는 법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카일은 자선 사업가가 아니다.

영지민에게 물자를 풀고 치안을 바로 잡는 것은 모두 ‘자신의 영지’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다.

하지만 영지민들은 그런 카일을 은인으로 모시고 간이고 쓸개고 다 빼줄 것처럼 행동했다. 카일은 그런 영지민을 보면서 어딘지 모르게 가슴이 간질간질한 느낌을 받았다.

“검은 바람.”

“예, 주인님.”

“다른 마을에도 물자가 잘 배분되고 있는지 파악하고 감독해라. 그리고 도적의 잔당이 있을지 모르니 순찰도 빈틈없이 진행해라.”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카일의 영지는 발전을 위한 본격적인 발판을 다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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