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자를 육성하는 능력자-110화 (110/215)

110화

카일은 잠시 머릿속에 떠올랐던 나쁜 생각은 접어버리고 다시 눈앞의 상품을 구경했다. 그러다 문득 눈에 띄는 것들이 있었다.

“호오, 이건 쓸모 있겠군.”

카일이 호기심을 드러내자 마탑의 점원으로 보이는 아가씨가 다가와서 말했다.

“무척 인기 있는 상품이랍니다. 특히 귀족 분들이 좋아 하시죠.”

“흐으음… 그렇군.”

이것을 여기서 보게 될 줄은 몰랐다.

확실히 이건 가지고 있으면 언젠가 유용하게 쓰일 것 같았다.카일은 그것을 포함해서 몇 가지 물건을 집어 들었다.

“이거하고 이거, 그리고 이것도 구입하고 싶은데.”

“예. 알겠습니다.”

여점원은 카일이 고른 상품을 모두 가지고 가서 포장했다. 그러고는 해맑은 표정으로 포장된 상품을 내밀며 말했다.

“모두 다 해서 450골드입니다.”

“…….”

포장까지 다 마쳤는데 ‘환불할게요.’라는 말을 하기는 굉장히 어색했다.

‘당한 건가?’

마탑에서 직접 만들어서 파는 아티팩트는 굉장히 비쌌다. 물론 카일이 못 살 정도는 아니었지만 말이다.

* * *

해야 할 일은 다 했다.

이제 카일이 할 수 있는 건 그냥 마탑에서 연락이 오기를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호텔로 돌아간 카일은 느긋하게 욕조에 누워서 몸을 담그고 피로를 풀었다.

“하아아아… 이런 것도 오랜만이군.”

바이에른에서는 하루 일과를 사우나와 목욕으로 끝내는 게 카일의 일과였다. 훈련으로 지친 몸을 회복시키는 것에 안성맞춤이었기 때문이다.

목욕을 마치고 나오면 카일의 여자들 중에 그날의 담당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녀들의 시중을 받으며 몸에 물기를 닦고 침대로 향하는 게 평소 카일의 일상이었다.

‘응? 그러고 보니, 오늘은 누구지?’

그동안 야영을 하면서 카일은 여자들을 전혀 건드리지 않았다.자신의 애인 역할을 하는 세 명은 물론이고 다른 여기사들에게도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야영 중에 임무를 겸해서 피곤하게 움직이고 있는 그녀들을 상대로 자기 욕구를 우선시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안전한 도시에 들어와서 휴식을 취하는 중이 아닌가?

솔직히 한 달 넘게 금욕을 이어가다 보니 오늘은 카일도 굉장히 기대를 하고 있었다.

‘누구였더라. 순서가 완전히 꼬였으니 기억이 안 나네. 뭐, 누가 와도 전부 좋지만 말이야.’

그렇게 행복한 기대감을 품고 카일은 욕실에서 나왔다.

그런 카일을 맞이한 것은…….

“나오셨어요, 주인님.”

“물기를 닦아 드리겠습니다.”

“목마르시죠? 과즙을 섞은 우유를 가지고 왔어요.”

레이나와 발레리아 그리고 아리시아까지 모두 모여 있는 모습이었다.

시간을 30분 전으로 돌려서…….

카일을 제외한 나머지 여성들은 모두 큰 방을 빌려서 함께 묵고 있었다. 상당히 큰 방이었기에 여덟 명이 함께 있어도 전혀 불편하지는 않았다.

그녀들은 그곳에서 낮에 샀던 옷을 서로 비교하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가죽을 어떻게 가공하면 이렇게 되는 걸까?”

“마법으로 만든 인공 가죽이라고 했어요.”

“굉장한걸?”

“색깔도 다양해서 멋졌죠? 청색과 검은색도 있었어요.”

“점원 말로는 청색 가죽 바지를 다리에 완전히 달라붙게 입는 게 유행이라고 했는데…….”

“뭐야. 그거 야해…….”

“여벌로 샀는데 주인님 앞에 한 번 입고 가볼까요?”

전체적으로 화기애애하고 즐거운 분위기였다.

그러던 중 아리시아가 자연스럽게 일어나며 말했다.

“어머? 시간 좀 봐. 그럼 저는 주인님 방으로 갈게요. 모두 푹 쉬어요.”

그리고 대답도 듣지 않고 먼저 카일이 있는 방으로 가려고 했다.

그 말과 행동이 무척 자연스러워서 마치 당연히 그래야 하는 것처럼 생각할 수도 있었다.

“잠깐, 오늘 네 차례도 아니잖아?”

발레리아가 그런 아리시아의 어깨를 잡았다.

“…쯧.”

“아리시아. 지금 혀 찼니?”

“잘못 들으신 거예요. 그런데… 제 차례 아닌가요? 그렇게 알고 있는데?”

아리시아가 능청스럽게 말하자 이번에는 레이나가 나섰다.

“아니에요. 오늘은 제 차례에요. 바이에른 마지막 날에 주인님이 발레리아 씨와 있었잖아요? 그러니 이번에는 제 차례죠.”

“아니지. 아니야. 하루하루 지나는 날까지 다 세어야지. 오늘은 다시 내 차례야, 레이나.”

“설마 발레리아 씨 그걸 하루하루 세고 있었어요?”

“당연한 것 아니야?”

“날짜는 확실해요?”

“…당연하지.”

“거짓말!”

“이거 분명 거짓말이야.”

레이나와 아리시아는 발레리아가 잠시 망설이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그녀들은 서로 카일의 방에 가기 위해서 날카롭게 대립했다.

사실 카일만 오늘 밤을 기대하고 있는 게 아니었다. 여기까지의 여정에서 카일이 금욕을 했다는 말은 이 세 명도 똑같이 참았다는 것이다.

이미 카일에게 여자로서 몸과 마음을 다 바친 그녀들이었다. 카일의 품안에 그리워서 애가 달다 못해 새까맣게 타버릴 것만 같았다.

“그냥 오늘은 내가 갈게요.”

“안 돼. 양보 못해.”

“양보라뇨? 애당초 발레리아 씨 권리가 있는지도 확실하지 않잖아요?”

한마디로, 그녀들은 지금 몹시 진지했다.

서로 카일의 방에 가기 위해서 대립하는 세 명을 보고 다섯 명의 여기사들이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저기, 순서가 애매하면 저희가 가도 되지 않을까요?”

“맞아요. 저희가 갈게요. 세 분은 쉬세요.”

“저희가 가서 주인님을 모실게요.”

여기사들의 개입에 세 명의 눈초리가 날카로워졌다.

“아앙?”

“어머, 여러분 농담은 나중에 해주세요.”

“애들아, 달밤에 단체로 구루고 싶니?”

세 명은 짬밥으로 억눌러 버렸다.

“…….”

“…….”

다섯 명의여기사들은 입술이 툭 튀어나왔지만 일단 물러났다.

‘치사하게시리…….’

‘자기들은 주인님한테 많이 안겼으면서……. 난 두 번밖에 못 안겼는데.’

‘난 1년 전에 딱 한 번 안긴 게 마지막이었는데…….’

그녀들은 투덜거렸지만 여자로서 저 세 명이 카일에게 더 특별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이유는 딱 하나다.

카일이 그렇게 정했다.

그리고 그녀들에게는 그게 무엇보다 중요하고 타당한 이유였다.

결국 논쟁을 거듭해도 결과는 나오지 않았다.

“이러다 주인님 목욕하고 나오시겠어요. 제때 물기를 못 닦아서 체온을 빼앗겨서 감기에 들면 어떻게 해요?”

아리시아가 몹시 불안하다는 듯이 말했다.

“그건 좀…….”

“하지만 으음…….”

다른 두 사람도 약간 오버라는 생각은 들었지만 카일이 목욕을 마치기 전에 가야 한다는 생각에는 동의했다.

결국 발레리아가 먼저 절충안을 내놨다.

“일단, 일단 셋이 가자. 셋이 가면 주인님이 고르실 거야.”

“알았어요.”

“그게 좋겠어요.”

그렇게 해서 지금 카일의 앞에는 세 명의 여자들이 모두 모여 있었다.

“주인님. 제가 닦아 드릴게요.”

“아니, 발레리아 씨, 그건 제가 할게요.”

“주인님. 근육이 뭉치신 것 같은데 안마해 드릴까요?”

그녀들은 카일의 곁에 달라붙어서 필사적으로 자기 매력을 어필하고 있었다.

발레리아는 카일의 손을 가져와서 자신의 몸에 은근슬쩍 터치를 하게 했고 아리시아는 물기를 닦아 준다는 명목하에 카일의 몸을 구석구석 만지작거렸다. 그 손길은 무척 노골적이라서 무엇을 의미하는지 뻔히 알 수 있었다. 거기다 평소 얌전한 성격이던 레이나마저도 카일의 팔에 자기 가슴을 밀어붙이면서 카일을 흥분시켰다.

“잠깐, 잠깐만 너희들 왜 이래?”

카일은 그녀들의 적극적인 행동에 일단 한 발자국 물러났다.

무슨 음모(?)가 있는 게 아닌가 싶었다.

“왜 세 명이나 다 몰려온 거야? 원래 오늘 차례는 누군데?”

카일의 말에 그녀들은 서로를 바라보다가 작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사실은…….”

“그걸 몰라서 이렇게 온 거예요.”

“예, 맞아요.”

그리고 그녀들은 조금 전에 있었던 일을 사실대로 설명했다.

“그러니 주인님이 골라 주시면 돼요.”

“맞아요. 골라 주세요.”

“예. 저희는 주인님의 선택에 따를게요.”

선택지를 카일에게 통째로 토스해 버렸다.

세 명은 간절하고 뜨거운 눈으로 카일을 바라봤고, 카일은 그런 그녀들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말했다.

“그럼, 세 명 다… 아, 아니, 아니다.”

카일은 잠시 뇌를 거치지 않고 자기 멋대로 말한 자기 주둥아리를 부정했다.

카일이 지난 수년 동안 이들 세 명을 동시에 안은 것은 딱 한 번이었다. 그것도 술에 엄청 취했을 때였고 맨 정신일 때는 항상 한 번에 한 명이라는 원칙을 고수했다.

그녀들을 동시에 안는 건 뭐랄까……. 카일에게 있어서는 지극히 쾌락적이고 향락적인 순간이 될 것이다.

여신처럼 아름다운 세 명의 여인들이 카일이 원하는 것은 어떤 것이라도 순순히 다 응해 주는 그런 밤은…….

‘아마 성적인 쾌락으로는 극치의 순간이겠지.’

하지만 반대로 카일이 그녀들을 그저 성적인 욕구의 대상으로만 보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카일이 여자를 그렇게 보려 했다면, 발레리아 휘하의 여기사들도 매일같이 침실로 불러들였을 것이다. 저택의 메이드들도 모두 건드렸을 것이고 말이다.

하지만 카일이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은 그런 행동이 이 몸의 친부가 되는 루트비안 자작 따위나 할 법한 행동이기 때문이다.

반면교사라고 해야 할까?

루트비안 자작은 카일이 가장 닮고 싶지 않은 인간 중에 한 명이었고, 그런 루트비안 자작이 할 법한 행동은 피하고 싶은 게 카일의 심정이었다.

오늘은 너무 오래 참았다.

바로 곁에 손만 뻗으면 안을 수 있는 그녀들이 있는데 한 달 내내 손가락 하나 댈 수 없었다.

바람만 불어도 위험할 것 같은 상황인데 거기다 세 명이 경쟁하듯이 카일을 자극하니…….

‘제길, 진짜 미치겠군.’

진짜 생각 같아서는 오늘은 미친 듯이 그녀들 전부를 갈구하고 싶었다.

“그럼… 그렇게 할까요?”

“저는 뭐… 나쁘지 않은데.”

“나도 못 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그녀들이 카일의 말에 동의하고 나섰다.

카일은 깜짝 놀라서 그녀들에게 말했다.

“잠깐만, 진짜 셋이서 하려고?”

“전에 한 번은 했잖아요?”

“그때는 내가 엄청 취했을 때고…….”

“나는 별로 안 취했었어요.”

“나도요.”

“저도…….”

결국 그녀들에게 넷이서 보내는 밤이란 한 번 해본 일이고, 그렇기에 두 번도 할 수도 있는 일이었던 것이다.

맨 정신으로 해본 만큼 카일보다 훨씬 더 진입 장벽이 가벼운 그녀들이었다.

‘그럼… 해도 될까?’

카일의 마음은 거의 기울었다. 하지만…….

“잠깐만 그래도 무리다. 한 번에 세 명이나 어떻게 상대해. 나 보고 죽으라는 말이야?”

오늘 그녀들의 모습을 보아하니 한 번씩 안아 주는 것 정도로는 절대 만족하지 못할 것이다.

한 명당 최소 세 번씩만 살을 맞댄다고 치면 카일은…….

‘9회? 아니면 12회? …어쨌든 죽을 거야.’

그런 카일에게 레이나가 파란색 알약을 내밀었다.

“비라그나라는 약이에요. 예전에 연금술사 길드에서 받은 건데. 그… 좋은 약이라고 했어요.”

“레이나, 그걸 가지고 있었어?”

“나도 몰랐어요.”

레이나가 약을 꺼내자 옆에 있던 발레리아와 아리시아도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전에 연금술사 길드 직원 분이 허리가 아프다고 해서 치료해 줬거든요. 그때 보답으로 받은 거예요. 산 거 아니에요.”

“어쨌든 계속 가지고 있었다는 거네.”

“우리한테 말도 안 하고 말이죠.”

“…….”

발레리아와 아리시아의 추궁에 레이나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그녀는 약을 거두지는 않았다.

“뭐,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이러면 다 해결된 거죠?”

더 이상 핑계는 없었다.

카일은 약을 받아서 입안에 털어 넣고 그녀들을 모두 품에 안으며 결연하게 말했다.

“도전.”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