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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자를 육성하는 능력자-102화 (102/215)

102화

실버 팽이 최근 쇠락하긴 했지만 한때는 바이에른의 모험가들 사이에서도 선망받던 클랜이었다.

남은 전력을 다 모으니 익스퍼트만 해도 열 명이 넘게 모였고, 그중에는 익스퍼트 최상급의 전사도 있었다.

질풍의 솔론이라는 남자로 무력만 놓고 보면 지금 실버 팽에서 가장 강력한 남자였다.

그는 아렉스의 소집 명령을 받고 달려는 왔지만 어쩐지 예감이 좋지 않았다.

“아렉스 님. 이제까지 계속 틀어박혀 있던 놈들이 갑자기 나온 건 아무래도 수상합니다. 이게 함정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는 충심을 다해서 클랜장에게 충고를 했다.

“재수 없는 소리 하지 마라. 한 달이나 틀어박혀 있다가 이제야 나온 놈들이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어차피 다음은 없단 말이다.”

“그건 그렇지만…….”

“설령 함정이라고 해도 힘으로 밀어붙이면 그만이다. 놈들의 주력은 대부분 노예들일 뿐이다.”

“그래도 10층에서 활동할 수 있는 전력이 있는 놈들입니다. 검은 바람이라는 투란의 전사는 만만치 않다고 합니다.”

“고작 한 명일 뿐이다.”

“그리고 발레리아라는 여기사 출신의 노예도 상당한 실력자라고 들었습니다. 거기다 그녀가 직접 키우고 있다는 전직 여기사 노예들도…….”

“그만. 그년들은 클랜장인 카일의 성노리개일 뿐이다. 이미 세간에 다 퍼진 소문 아닌가?”

카일이 전직 여기사 노예를 사서 모은다는 소문은 이미 꽤 퍼졌다. 카일로서는 발레리아의 직속 부하를 늘려주기 위한 조치였지만 세상에서는 카일에게 특정한 성벽이 있다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클랜장님…….”

“시끄럽다. 너는 여기까지 와서 나더러 물러나라는 것이냐?”

“…….”

“어차피 뒤가 없는 상황이다. 인생의 큰 승부를 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내 오른팔인 네가 이렇게 약한 모습을 보인다면 어떻게 하느냐?”

아렉스의 말을 들은 순간 소론은 깨달았다.

‘아… 어차피 물러설 생각이 없구나.’

클랜장이 이렇게 나올 정도면 클랜의 상황은 생각보다 훨씬 더 좋지 않다는 말이다.

솔론 역시 부친 때부터 실버 팽에 충성을 다한 모험가이며 아렉스와는 어린 시절 형제처럼 자란 사이다.

그래서 알고 있다.

아렉스가 이 정도로 고집을 피우면 무슨 말을 해도 먹히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다.

이제 이렇게 되면 그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죄송합니다. 클랜장님의 의견에 따르겠습니다.”

“그래. 그렇게 나와야 내 오른팔이지.”

아렉스는 그렇게 솔론을 설득시키고 정예 병력을 이끌고 이동했다.

익스퍼트 열 명에 마법사 다섯 명.

그리고 숙련된 모험가 중에서도 정예들을 모아서 찾아온 이백 명을 데리고 출동했다.

* * *

카일이 이끌고 나온 사람들은 서른 명.

발레리아와 발레리아의 직속 병력인 전직 여기사로 이뤄진 전사들로만 구성했다.

이런 구성으로 세상에 나오면 어떤 일이 벌어지느냐 하면…….

“우… 우와아아…….”

“세상에 맙소사…….”

“진짜 이건, 말도 안 돼.”

보통 이런 현상이 벌어진다.

입이 쩍 벌어지는 남자들은 눈을 때지 못했고 커플의 경우 여자들이 질투하며 자기 남자의 옆구리를 꼬집었다.

하지만 그런 그녀들도 마음 한구석으로는 생각했다.

‘저건 어쩔 수 없어.’

그만큼 발레리아의 직속 여기사단의 미모는 아름다웠다.

원래 여기사들 대부분이 체형적으로 좋은 골격을 타고났고 거기다 단련을 거듭해서 군살 없는 몸매를 하고 있다.

그런 그녀들이 카일의 능력으로 회복하면서 완벽한 짜임새의 신체구조와 이목구비를 가지게 되고 머릿결과 피부의 상태도 최상으로 변한다.

한마디로 미친 듯이 아름다워진다는 것이다.

주변에서 카일의 전직 여기사 노예 수집 활동을 특수한 성벽으로 착각하는 것도 사실 무리는 아니었다.

카일은 그녀들을 데리고 바이에른의 상단 몇 곳을 들려서 필요한 물자를 구입한 후 다시 클랜 본부로 돌아갔다.

그리고 이런 카일의 행동은 실버 팽의 아렉스에게 모두 보고되고 있었다.

“클랜장님. 던전에 들어가지 않고 돌아가려는 모양입니다.”

“쳇, 겁쟁이 같으니라고…….”

아렉스는 혀를 찼다.

남들 눈을 피해서 일을 저지르려면 역시 던전 안이 가장 좋았다. 하지만 던전에 들어가지 않는다면…….

“어쩔 수 없지. 도시 외곽에서 일을 벌인다.”

도시의 외성벽 밖에서 벌어지는 일이라면 던전 만큼은 아니라도 은폐할 수 있었다.

그러자 솔론이 말했다.

“괜찮겠습니까? 상대방이 대동하고 있는 전력을 전직 기사들입니다.”

그 말에 아렉스는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전직 창녀들이겠지. 한때 여기사였다고 해봐야 이미 망가진 몸에 외모만 그럴듯하게 꾸미고 있는 성노리개들이다.”

“그건…….”

“유일한 경계 대상이라고 할 수 있는 검은 바람이라는 투란 노예도 없지 않나? 지금이 기회다. 클랜장인 카일만 사로잡으면 모두 해결되는 것이다.”

“예. 알겠습니다.”

잠시 후.

카일과 발레리아들이 외성벽 밖으로 나가고 한 시간 정도 흐른 때였다.

“지금이다!”

“포위하라!”

인적이 드문 길목에서 매복하고 있던 실버 팽의 클랜원들이 일제히 나타나서 2중으로 포위망을 구성했다.

한 명도 놓치지 않기 위한 목적의 포위망을 구성한 후 아렉스는 앞으로 나서서 말했다.

“앞으로 나와라. 카일. 지금이라도 순순히 용서를 빌고 내 밑으로 들어온다면 목숨만은 살려 주마.”

무엇에 관해서 용서를 빌라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는 꽤 당당하게 말했다. 누가 보면 아주 합당하고 타당한 요구를 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놈의 앞에 나타난 것은 카일이 아니었다.

붉은 머리카락에 아름다운 미모의 여기사 발레리아가 나타나서 말했다.

“갑자기 길을 틀어막고 산적이나 다름없는 행동을 하면서 무척 당당하군. 혹시 이게 본업인가?”

“이년이……. 넌 누구냐?”

“화이트 울프의 간부 발레리아다.”

“그래. 네가…….”

말을 하던 아렉스는 발레리아의 미모에 잠시 넋을 잃었다.

타는 듯한 붉은색 머리카락에 하얀 피부.

여신처럼 아름다운 얼굴과 갑옷으로도 다 감출 수 없는 완벽한 몸매.

도도함이 한껏 묻어나는 당당한 매력의 여자였다.

저런 여자가 카일의 성노리라는 사실을 떠올리자 새삼 카일에게 화가 났다.

‘제길, 돈이 최고다 이건가? 저런 노예라면 미모만 봐도 10,000골드는 넘을 텐데…….’

성실하게 모험가로서 살아온 자신은 저런 고가의 성노예를 가질 수 없는데 돈벌레인 카일은 저런 성노예를 하나도 둘도 아니고 수십 명이나 거느리고 있다고 생각하니 불쾌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다른 생각도 들었다.

이대로 카일을 협박해서 화이트 울프를 병합하면 결국 저 발레리아라는 여자와 그 뒤에 있는 다른 아름다운 여자들도 모두 자신의 것이 아닌가?

아렉스도 노예를 다수 거느리고 있었고 그중에는 자신이 노리개로 취급하는 여자 노예도 있었지만 카일이 거느리고 있는 여자 노예들을 보니 자신의 여자 노예는 오크나 별반 다를 바 없이 느껴졌다.

그만큼 그녀들이 아름답다는 말이다.

“더 이상 말할 필요 없다. 애들아. 저 여자들을 치우고 카일 놈을 생포해 와라.”

“예. 클랜장님.”

“가자!”

아렉스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실버 팽의 병력이 사방에서 덤벼들었다. 개중에는 무기에 오러가 서려 있는 익스퍼트도 끼어 있었다.

“원진! 방어 대형!”

“옛!”

발레리아의 지시 하나에 전직 여기사들이 모두 방패를 들고 원형으로 빙 둘러 방어진형을 갖췄다. 일사불란한 그 모습은 누가 봐도 완벽한 정예 기사단 그 자체였다.

“기죽지 마라. 어차피 창녀들이다.”

“박살 내버려!”

실버 팽의 베테랑 모험가들은 그런 모습에 부하들이 기죽을까봐 더 거칠게 소리치며 달려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양쪽이 격돌한 순간.

콰앙! 쩌어억! 콰지직!

“아아악!”

“으억!”

“커헉… 잠, 잠깐……. 악!

인체가 깨지고 박살 나는 소리와 함께 비명과 애원하는 목소리 울려 퍼졌다.

다만 이상한 것이 있었다.

사방에서 울리는 비명 소리가 모두 실버 팽의 모험가들이 지르는 것이라는 것이다.

양쪽이 정면으로 부딪쳤는데 그 결과는 너무나 일방적이었다.

“이… 이게 무슨?”

아렉스는 크게 당황했다.

저 여자들은 카일이 주변에 자신의 재력을 과시하기 위해서 들여놓은 장식품 겸 성노예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막상 부딪쳐 보니 그 기량이 어지간한 정규 기사들과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었다.

전원이 검에 오러를 입힌 상태로 싸우고 있었는데, 이 정도면 어지간한 중앙군의 기사단과 대등한 수준이었다.

“제길, 마법사 부대, 저년들 다 구워버려!”

클랜 합병 후의 미래를 위해서 가능하면 사로잡으려고 했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일단 이기고 봐야 하지 않겠는가?

마법사들이 캐스팅을 시작했고 그들의 손에 마법이 생성되기 시작했다.

“파이어 볼!”

“멀티 플레어!”

“익스플로전!”

상당한 화력의 화염 마법이 원진을 구성하고 있는 전직 여기사들에게 날아갔다.

위협적인 화염 마법이 날아오는 중이었지만, 여기사들 중 그 누구도 겁먹은 이가 없었다. 오히려 여기사들 중에 몇 명이 앞으로 나오더니 날아오는 불덩어리를 향해서 손을 뻗었다.

“얼어라!”

그녀들의 손에서 새하얀 냉기가 뿜어져 나오더니 날아오는 화염계 마법과 상쇄됐다.

“마, 마…검사?”

“미친, 이게 말이 돼?”

그 광경에 실버 팽의 모험가들은 입을 쩍 벌렸다.

마검사는 그냥 검을 좀 쓸 줄 아는 마법사를 뜻하는 게 아니다. 마법과 오러를 병행해서 사용 할 수 있어야 불릴 수 있는 칭호다.

당연히 그런 존재는 극히 드물고, 마검사라는 존재는 그 자체만으로도 귀한 인재로 취급받았다.

그런데 지금 그런 마검사들이 동시에 몇 명이나 등장한 것이다.

“하아아아앗!”

파지지직! 콰아앙!

심지어 다른 곳에서도 뇌전을 검에 두르고 싸우는 여기사가 나왔고 그 옆에는 다른 손에 화염의 창을 만들어서 집어 던지는 인물도 있었다.

사실 자세히 보면 알 수 있었다.

그녀들이 마검사가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마법을 캐스팅 없이 사용하는 그녀들의 모습은 이게 마법이아니라 카일에 의해서 각성한 능력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뭐, 결과적으로는 캐스팅을 하지 않는 만큼 실제 마검사보다 더 전투에 적합하지만 말이다.

“이, 이건 악몽이야. 어떻게 이런 일이…….”

“아렉스 님!”

넋을 잃고 있는 아렉스에게 누군가의 공격이 날아왔다. 아렉스는 그걸 보지도 못하고 있었지만 그 옆에 대기 중이던 측근 솔론이 재빠르게 아렉스를 구했다.

콰아앙!

화염구가 아슬아슬하게 비껴서 터져 나가고 솔론이 말했다.

“빨리 피해야 합니다. 이건… 이건 애초에 이길 수 없는 싸움이었습니다.”

고작 서른 명 정도의 여자들을 대상으로 백 명이 넘는 정예를 이끌고 온 실버 팽이 아무것도 못하고 일방적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연했다.

전원 익스퍼트의 전사에 개중에는 마검사들까지 포함된 전력?

이런 비정상적인 전력은 바이에른 최고의 클랜이라는 스톰 클랜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솔론은 깨달았다.

자신들이 절대 못 이기는 싸움을 걸었다는 것을 말이다.

‘어떻게든 돌아가자. 돌아가서 길드에 중재를 부탁하고 휴전을 해야 한다.’

그게 실버 팽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다만…….

“어디를 가지.”

상대 쪽에서는 순순히 놔줄 생각이 없었다.

아렉스를 데리고 도주하려는 솔론의 앞을 가로막은 것은 냉담한 표정의 발레리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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