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자를 육성하는 능력자-100화 (100/215)

100화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훈련을 마치고 던전에 투입 중이던 3기생들은 선배들과 함께 던전에서 오크를 상대로 전투를 진행 중이었다.

“뭉쳐라. 절대 틈을 벌리지 마.”

“옆의 동료를 믿어라. 방패만 잘 잡고 있어도 오크 상대로는 절대 안 죽어!”

파티에는 다수의 3기생과 2기생, 그리고 파티장으로는 1기생 중에 한 명이 맡고 있었다. 그리고 탐색을 위해서 스노우의 새끼 중 한 마리를 아리시아의 부하가 데리고 대동했다.

총 인원 스무 명의 파티로 이 정도면 간부들 없이도 오크들 정도는 충분히 싸울 수 있었다.

“선배님. 끝났습니다.”

“수고했다. 마석 회수하고 슬슬 올라가자.”

“예. 알겠습니다. 이 자식들아. 누가 퍼질러 앉으래? 마석 수거해야 할 것 아니야?”

“여기서 살래? 빨리 빨리 안 움직여?”

2기생들은 3기생들을 닦달하면서 자신들도 솔선해서 움직였다. 카일이 원하는 대로 기수별로 군기가 잘 잡혀서 단체로서 매끄러운 기능을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순조롭게 사냥을 마치고 이제 철수하려고 한 그때였다.

“뭐야? X새끼들이잖아?”

“왜 우리 가는 길에 사냥을 하고 지랄이야?”

한 무리의 인물들이 나타나서 시비를 걸었다.

‘저건, 실버 팽 클랜?’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깃발을 본 1기생 파티장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물러나라. 소리도 내지 않고 접근하다니? 던전에서의 매너도 모르나?”

그의 말에 상대편은 웃기는 말을 들었다는 듯이 말했다.

“매너? 노예 새끼들이 매너를 따지는데?”

“크크크크! 아주 미쳐가지고 말이야~”

카일이 운영하는 화이트 울프 클랜이 노예들로만 구성되어 있다는 것은 그렇게 비밀도 뭣도 아니다. 하지만 노예라고 해도 그 신분을 카일이 보장하고 있는 상태라면 외부인이 함부로 뭐라고 할 수 있는 권한은 없었다.

그런데도 이렇게 나온다는 것은…….

‘노골적으로 시비를 거는 거군.’

그는 직감적으로 사태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았다.

자세한 이유는 몰랐지만 최근 실버 팽 클랜에서 카일에게 무언가 제안을 했고 그 제안을 거절당하자 엄청나게 화를 냈다는 얘기는 들었다.

즉, 절대로 웃으면서 만날 사이는 아니라는 말이다. 던전 안에서는 특히 더 말이다.

그는 부하들에게 은밀하게 수신호를 보내면서 말했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지나가려면 빨리 지나가라. 아니면 물러나던가?”

“흥, 둘 다 싫은데?”

“뭐라고?”

“우리가 왜 미천한 노예가 시키는 대로 해야 하지? 우리는 우리가 있을 만큼 있다가 갈 거다.”

“그럼 우리가 물러나지. 애들아 철수한다.”

“그건 허락 못하지? 어디서 어르신들 허락도 안 받고 물러나?”

“…작정을 했군.”

최대한 마찰을 피하려고 했던 1기생 파티장이었지만 소용없었다. 상대방은 이미 시비를 걸기로 작정하고 찾아온 것이었다.

“병신, 그걸 이제 알았냐?”

“클랜간의 전쟁이라도 벌일 생각… 크윽!”

카아앙!

말을 하는 사이 누군가 던진 단창이 1기생 파티장의 심장을 노리고 날아왔다.

그는 황급하게 방패를 들어서 공격을 막아 냈다. 그리고 실버 팽 클랜원이 말했다.

“혓바닥이 왜 이렇게 길어?”

“자, 죽을 시간이다. 노예들아.”

“다 죽여!”

그리고 놈들은 다짜고짜 덤벼 왔다.

“반격하라!”

“받아 쳐!”

당연히 당하고만 있을 수 없는 카일의 부하들도 반격했다.

던전에서 때아닌 전투가 벌어졌다.

개개인의 실력은 상대가 더 높았지만 카일의 부하들은 철저하게 단체로 싸우는 군사 훈련이 몸에 배여 있었다.

치열한 전투 끝에 상대를 간신히 쫓아내기는 했지만 아직 훈련이 부족했던 3기생들 중에 다수의 사망자가 나왔다.

“다음에 보자 노예 새끼들아.”

“다음에는 다 죽여버리겠다.”

놈들은 그렇게 카일의 부하들을 조롱하면서 사라졌다.

“…여기까지가 제가 이 친구에게 보고받은 내용입니다.”

호크는 자신의 옆에 있는 1기생 동기를 데리고 와서 다시 상황을 보고했다.

얼굴의 반 이상을 붕대로 가리고 있는 이 남자가 바로 이번 사건에 파티를 이끌었던 파티장이었다.

“…실버 팽 클랜이라고?”

“예. 주인님.”

“그래. 알았다. 고생했다. 가서 쉬어라.”

“예. 알겠습니다.”

카일은 호크와 1기생을 물린 다음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레이븐.”

“예. 부르셨습니까?”

카일의 뒤편에서 인기척도 없이 누군가의 목소리만이 들렸다

“너희들이 나설 차례다. 실버 팽의 클랜의 클랜장과 간부들을 감시해라.”

“예. 알겠습니다.”

대외적으로 카일은 그동안 돈을 벌고 사람의 머릿수만 늘려왔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내부의 질을 높이는 노력도 멈추지 않았다. 능력자를 각성시킬 수 있다는 어드벤티지를 적극 활용해서 다양한 능력자를 각성시켰고 때로는 은밀한 암거래로 폐기장에 전락한 희귀 노예를 구해서 재기시키기도 했다.

그중에는 쉽게 세상에 드러내서는 안 될 인물들도 있었다.

방금 전에 카일이 명령을 내린 레이븐이라는 존재도 그런 존재였다.

세상에 드러내 놓고 활동시킬 수는 없으니 어둠 속에서 은밀하게 암약하며 숨겨진 칼로 사용하기 위한 비장의 한 수인 것이다.

‘레이븐에게 맡겼으니 일단 뒤로 손은 썼고, 공식적으로도 움직여 볼까?’

카일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파르트!”

“예. 주인님. 부르셨습니까?”

“지부장님을 뵈러 간다. 마차를 준비시켜라.”

“예. 알겠습니다.”

* * *

클랜 간 트러블이 일어나면 우선은 모험가 길드에 보고를 하고 중재를 부탁하는 게 순서다.

카일도 그 매뉴얼대로 지부장을 만나서 상황을 설명했다.

“후우우우. 곤란하게 되었군.”

지부장은 카일을 보고 곤혹스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카일을 보고 확인하듯이 말했다.

“자네 말은 부하들이 던전에서 싸웠는데 그 상대가 실버 팽 클랜원이었다, 이 말이지?”

“엄밀히 말해서 싸운 게 아니고 저쪽이 공격해 왔는데 방어한 겁니다. 그리고 우리 쪽의 클랜원이 세 명이나 죽었습니다.”

“그래. 뭐, 그래도 다행히 자네 클랜원은 전부 노예이니 그렇게 심각한 일은 아니지 않는가?”

지부장의 말에서 어떻게든 이 사건을 덮으려고 하는 의지가 보였다.

카일은 그에게 말했다.

“지부장님. 혹시 제 보고를 믿을 수 없는 겁니까?”

“내 개인적으로는 자네 말을 믿지. 하지만 문제는 저쪽에서의 주장은 다르다는 말이지.”

“저쪽? 실버 팽에서 이미 뭐라고 말을 했습니까?”

“그래. 자네 쪽의 길드원들이 먼저 공격을 했다고 하는군.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방어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네.”

“…그게 언제입니까?”

“어제일세.”

어제라면 카일의 클랜원들은 아직 던전에 있을 시기였다. 그렇다면…….

‘이 새끼들 진짜 작정하고 움직였구나.’

한쪽이 던전에서 사고를 치는 사이 다른 한쪽은 던전 위에서 길드에게 거짓 보고를 한 것이다.

“자네도 알겠지만 이런 경우 먼저 신고를 한 경우가 많이 유리하네.”

“어차피 던전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아무도 모르니까요.”

“맞아. 그나마 내가 일방적으로 저쪽 편을 듣지 않는 것은 자네를 믿기 때문일세.”

“…….”

카일은 대답하지 않았다.

물론 지부장의 입장이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니다. 모험가 길드의 입장에서 클랜은 소중한 전력이다.

그들이 던전에서 벌어들이는 수익과 실적.

그리고 실질적으로 무력을 소유하고 있는 클랜이 길드 산하에 있음으로 인해서 모험가 길드가 범국가적인 강력한 단체로 자리할 수 있는 법이다.

그러니 클랜 간의 트러블이라는 것은 기본적으로 길드 입장에서는 내키지 않는다. 사소한 트러블이 일어나도 일단 봉합하고 적당히 얼른 다음 서로 화해시키고 싶은 것이 길드의 입장일 것이다.

다만, 카일의 입장은 달랐다.

“지부장님. 제가 여기서 한 번 참고 물러나면 실버 팽은 납득하고 물러날까요?”

“그렇지 않겠나? 별로 클랜 간 얼굴을 붉힐 정도로 심각한 문제는 아니지 않나?”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저도 제가 한 번 참아서 될 일 같으면 지부장님에게 이런 하소연은 하지 않습니다.”

“…무슨 문제라도 있나?”

“얼마 전에 실버 팽에서 한 가지 제의를 했습니다. 클랜 간에 업무 제휴라고 하기는 했는데……. 사실상 우리보고 자기들 산하에 들어오라는 내용이었죠.”

“실버 팽이? 그 친구들 제법 세력이 있기는 해도 산하에 다른 클랜을 거느릴 정도는 아닐 텐데?”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어쨌든 제의는 거절했죠. 그 후에도 몇 번이고 같은 제안이 들어왔지만 모두 거절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이런 사단이 벌어졌습니다.”

“…….”

“지부장님. 제가 감이 좋은 건 알고 있으시죠?”

“그렇지. 자네는 감 하나로 투자해서 큰돈을 벌어들이는 사업… 크흠, 모험가 아닌가?”

“뭐, 뒤에서 저 보고 돈만 밝히는 돈벌레라고 사람들이 놀리는 건 다 압니다”

“아니 뭐…….”

“하지만 지부장님. 그런 제 감이 경고하는데, 놈들은 이번에 제가 물러나도 절대 가만있지 않을 겁니다. 이건 확신입니다.”

“하아아… 그럼 어떻게 하면 좋겠나?”

지부장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일단, 실버 팽과 저에게 모두 경고를 주십시오. 그리고 한 번 더 이런 일이 발생할 경우 엄중하게 조치하겠다는 단어를 붙여서 말이죠.”

“자네 편을 들러 달라는 게 아니고?”

“지부장님에게 그렇게까지 폐를 끼칠 수는 없죠. 중립을 지켜 주시면 그걸로 족합니다.”

“자네가 원한다면 그렇게 하지.”

지부장으로서는 마침 바라던 대답이었다.

길드 지부장으로서 위신을 지키면서 양쪽 클랜 모두에게 생색을 낼 수 있으니 말이다.

다만 그가 모르는 것이 하나 있었는데 카일 역시 그가 중립만 지켜준다면 그걸로 족했다.

‘고작 실버 팽을 족치는데 길드의 연줄 같은 건 필요 없지.’

카일은 압도적인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길드와 얘기를 한 후 카일은 스톰 클랜의 오웬에게도 가서 상황을 설명했다

“곤란하게 되었군. 도와 달라는 거라면 빼지 않겠네.”

오웬은 지부장과 달리 카일을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말했다.

그가 개인적으로 데리고 있는 산하 세력 중에서 카일은 그 비중이 상당히 높다. 왜냐하면 카일이 상당한 금액의 후원금을 지불하는 중요한 돈줄이기 때문이다.

처음에 연을 만들 때만 해도 그냥 닭 정도인 줄 알았는데 황금알을 낳는 오리였던 것이다.

그런 오리를 누군가가 건드린다?

‘뒤질라고.’

절대 용납 할 수 없었다.

적극적으로 개입할 의사가 있는 오웬이었지만 카일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제 뒤에 오웬 파티장님이 붙으신다면 저쪽 뒤에도 누군가 붙을 겁니다. 만약 그 뒷배가 파티장님과 같은 스톰 콜드의 인물이라면 골치 아파지지 않겠습니까?”

“그건 모르지 않나?”

“혹시 저쪽에서 먼저 스톰 클랜에 뒷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때는 도움을 부탁드리겠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는 괜찮습니다.”

“뭐, 자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그런 거겠지.”

오웬은 카일의 철두철미한 성품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런 카일이 이렇게 말한다는 것은.

‘자신이 있다는 거겠지.’

그렇다면 지금 당장 자신이 나설 필요는 없을 것이다. 라고 결론을 내렸다.

“자네 말대로 하지. 하지만 내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말해 주게.”

“예. 그때는 신세를 지겠습니다.”

길드의 지부장과 오웬을 통해서 일단 최소한의 공작은 했다.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 화이트 울프 클랜의 클랜장인 카일이 백방으로 손을 썼다는 모습은 충분히 어필한 것이다.

* * *

클랜 본부로 돌아온 카일은 우선 클랜을 임전 태세로 정비했다.

던전에 사람을 투입하는 건 잠시 멈추고 장거리 용병 임무에 관해서도 필요 최소한의 인력을 제외하고는 모두 정지시켰다. 그리고 모든 전력을 클랜 본부에 집결 시키고 클랜의 경비 병력을 두 배로 늘렸다.

그런 후, 카일은 간부들을 불러서 상황을 설명했다.

“…이렇게 되었으니 모두 마음에 준비를 하고 있어라.”

“예. 알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간부들에게 두려움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실버 팽의 머릿수는 화이트 울프보다 훨씬 더 많았지만 누구도 질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간부들이 물러간 후 카일의 앞에 누군가가 나타났다.

여자들이 보기만 해도 마음이 흔들릴 만큼 잘생긴 미남자였는데 그는 검은색 피부와 뾰족한 귀를 가지고 있었다.

다크 엘프라고 불리는 종족인 것이다. 그리고 이 남자가 바로…….

“레이븐인가?”

“예 주인님. 지금 다녀왔습니다.”

바로 카일의 숨겨진 특수부대를 이끌고 있는 대장 레이븐이었다.

다크 엘프지만 폐기장에서 죽음 직전이었던 그를 카일이 구해주고 각성시켜서 심복으로 삼은 것이다.

특기는 은신과 암살.

원래 다크 엘프들이 타고난 암살자라고 할 만큼 암살과 정글의 게릴라전에 특화된 종족이긴 하다. 그런데 레이븐은 카일의 능력으로 인해서 투명화라는 초능력까지 손에 넣었다.

그건 호랑이에게 날개를 달아 준 것이나 다름없었다.

레이븐은 폐기 노예에서 최고 레벨의 암살자로 다시 태어났고 지금은 카일을 위해서 자신의 능력을 사용하고 있다.

그는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고 카일에게 상황을 보고했다.

“시키신 대로 실버 팽의 클랜장와 간부들에게 감시를 붙였습니다.”

“감시는 누가 하고 있지? 세피로스인가?”

“세피로스와 노페이스를 붙였습니다.”

“노페이스는 언제든지 빠질 수 있게 배치해라. 따로 시킬 일이 있을지도 모른다.”

“예. 알겠습니다.”

“놈들에 대한 감시를 계속 하고 주기적으로 보고해라. 일단, 왜 나한테 시비를 거는지 동기를 알아야겠다.”

사실 동기가 무엇이든 간에 시비를 건 이상 용서할 생각은 없었다. 어쨌든 자신에게 시비를 걸었다는 것은 자신을 만만하게 봤다는 말일 것이다. 그걸 후회하게 만들어 주지 않고서는 결코 넘어갈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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