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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자를 육성하는 능력자-99화 (99/215)

99화

그녀들의 입에서 나온 말에 카일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말했다.

“발레리아가 시켰나?”

원래 오늘 카일과 밤을 함께 하기로 한 사람은 발레리아였다. 그러니 타당한 의심이긴 했다.

“아닙니다. 단장님은 시키지 않았습니다.”

“예. 사실, 저희가 허락을 구한 것입니다.”

“뭐라고?”

카일의 질문에 그녀들은 침착하게 말했다.

“주인님께서 저희들을 다른 동료들이 모두 회복할 때까지 던전에 넣지 않는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동료들이 회복할 때까지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모릅니다. 그렇다 보니, 저희들이 주인님의 은혜를 입고도 갚을 길이 없어졌습니다.”

“…그래서?”

“많은 남자들에게 더럽혀진 보잘 것 없는 몸이지만 주인님에 대한 은혜를 갚을 수 있다면 아까울 것은 없습니다. 부디 원하신다면 저희를 안아… 아니, 즐겨 주십시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주인님에게 은혜를 갚을 수만 있다면 기쁜 마음으로 주인님에게 안길 수 있습니다.”

그녀들의 대답에 카일은 머리를 긁적거리며 생각했다.

‘예쁘긴… 정말 예뻐졌네.’

카일에게 막 팔려 왔을 때는 심각한 영양실조와 모진 학대로 인해서 꼴이 말이 아니었다. 전직 여기사가 아니나 다리 밑에 던져 놓으면 그냥 부랑자라고 여겨지기 딱 좋을 상태였다. 차라리 같이 구입했던 메이드들이 훨씬 더 아름다울 정도였다.

하지만 카일의 능력으로 각성을 한 지금 그녀들은 눈부신 미모를 자랑했다.

찰랑거리는 금발을 뒤로 질끈 묶은 날씬한 체형의 여기사와 탐스러운 갈색 머리가 살짝 웨이브져 어깨까지 내려오는 우아한 미모의 여기사.

둘 다 무척이나 아름다웠고 그렇게 아름다운 여인들이 지금 카일에게 안기기 위해서 찾아왔다.

‘아마도, 저 둘과의 밤은 기분 좋을 테지. 몹시 기분 좋을 거야.’

이 둘을 안아서는 안 될 이유 같은 것은 하나도 없었다. 둘 다 카일의 소유인 노예이고 그녀들 스스로 카일에게 안기기를 바라고 있지 않은가?

손가락 하나만 까딱하면 눈앞에 있는 두 명의 아름다운 미녀들의 살결을 즐기며 원초적이면서도 순수한 쾌락에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

“발레리아 불러와.”

그러나 카일의 대답은 이것이었다.

“주인님…….”

“저희들이 못마땅하신 건가요?”

두 명의 여기사들은 아쉬운 눈빛을 보내며 카일에게 애달피 말했다.

카일은 그런 두 사람에게 말했다.

“그런 건 아니지만 너희들과 잠자리를 함께하지는 않을 거다.”

카일은 단호하게 거절했다.

“나가서 발레리아를 불러와라.”

“예. 주인님.”

두 사람은 아쉬운 한숨을 내쉬며 나가고 잠시 후 발레리아가 방으로 들어왔다

“주인님, 부르셨다고 들었습… 꺄악!”

“일단, 혼 좀 나고 시작하자.”

카일은 발레리아가 방에 들어오자마자 갑자기 끌어당겨서 그녀를 침대에 눕혔다.

그리고 빠르면서도 능숙한 손길로 그녀의 옷을 벗겼다.

“주… 주인님. 갑자기, 아… 아앗…….”

발레리아는 익숙한 카일의 손길에 달아오르기 시작했고 카일의 방에는 서로를 갈구하는 두 남녀의 숨소리만인 가득해졌다.

잠시 후.

“하아아아… 하아아아…….”

발레리아는 팔을 들어서 이마의 땀을 닦으며 길게 숨을 골랐다.

카일이 벌을 준다고 했는데 이 벌이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꽤 지치는 벌이긴 했다.

‘결코 싫지 않은 벌이라는 게 더 문제지만 말이야.’

어쨌든 격렬한 밤을 보내고 카일은 발레리아에게 다정하게 팔베개를…….

쭈우우욱.

해주는 대신 그녀의 양쪽 뺨을 잡고 크게 늘렸다.

“아아아… 아하요. 애 으애요?”

발레리아는 아프다고 항의했지만 카일은 손을 놓지 않았다.

“무슨 생각으로 애들을 내 방에 집어넣은 거야? 오늘은 네 차례였잖아?”

“으애… 애아 하어… 아이오. 애으이 언어…….”

아무래도 말을 알아듣기가 좀 불편한지 카일은 일단 뺨을 놔줬다.

“아파라…….”

발레리아는 뺨을 손으로 어루만지면서 울상을 지었다. 카일은 그녀가 아파하는 모습이 미안한지 조금 화를 누그러트리고 말했다.

“진짜 걔들이 알아서 온 거 맞아? 네가 밀어 넣은 것 아니고?”

“아니에요. 저는. 걔들이 다 회복하고 나면 한꺼번에 밀어 넣을 생각이었다구요.”

콩.

카일은 발레리아의 머리에 꿀밤을 먹이고 말했다.

“그건 그것대로 끔찍하다. 내가 복상사라도 했으면 좋겠냐?”

“그건 아니지만……. 어쨌든 애들은 왜 돌려보내신 거예요? 마음에 안 들었어요?”

“그럴 리가 있나.”

카일은 남자고 그녀들처럼 아름다운 여성을 싫어할 이유는 없다.

“그냥, 개인적으로 생각했거든. 이제 여자는 그만 늘리자고 말이야.”

“어째서요?”

“생각해 봐. 앞으로 각성하는 여자 노예한테 일일이 다 손을 댄다면 피곤하잖아?”

“…어째서요?”

“어째서라니? 지금 있는 애들만 다 해도 열 명이 넘어간다고. 그리고 훗날 더 늘어날 수 있는 가능성까지 합하면… 나중에는 일 년에 한 명 안아 주기도 힘들겠다.”

“그건 그렇지만……. 그게 주인님에게 곤란할 일은 아니지 않나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해?”

“예. 저희는 주인님의 노예잖아요? 주인님이 원하는 대로 시키는 대로 하는……. 어째서 주인님은 저희를 배려하시는 거죠? 이건 그냥 상냥하고 자비롭다는 말로는 설명되지 않아요.”

발레리아로서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 세계에서 태어고 자란 발레리아는 노예에 대한 관념 자체가 카일과 달랐다.

노예가 백 명이든 천 명이든 그게 어떻단 말인가?

1년에 한 번?

평생에 한 번 안아 보고 방치당하는 노예들도 얼마든지 있었다.

여차하면 그냥 한 번 즐긴 다음 다시 찾지 않고 외면해도 누구 하나 뭐라고 하지 않는 것이 주인과 노예라는 관계였다.

그런데 카일은 사고방식의 근본부터가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전에도 종종 이런 느낌을 받는 경우는 있었지만 지금처럼 선명하게 느껴진 경우는 없었다.

자신을 이상하게 바라보는 발레리아를 보고 카일은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생각했다.

“나는 그렇게 하기 싫어. 노예라고 해도 너희들은 내게 이미 가족이나 다름없는 이들이다.”

그냥 정직하게 자기 본심을 말하는 카일이었다.

그리고 발레리아는 카일의 본심을 듣고 크게 놀란 표정을 지었다.

‘진심이셔.’

카일은 발레리아의 어깨를 감싸 안아 주고 말했다.

“노예이니 뭐니 그런 건 상관없어. 너희들은 이미 내 여자고 나는 그런 너희들을 소중하게 여기고 싶다. 그런데 여기서 여자가 더 늘어나면 너희들과의 시간이 줄어들잖아?”

“…….”

“그러니 이 이상의 여자는 필요 없어. 사실, 너희들만 해도 보통 사람들이 보기에는 과분한 행복이라고? 이렇게 아름다운 여자… 잠깐, 발레리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무것도 아니긴. 너 왜 울어?”

“그건… 그냥 좀……. 진짜 아무것도 아니에요. 보지 마세요.”

발레리아는 카일의 품안에 머리를 붙이고 자신이 우는 모습을 보이지 않도록 했다. 하지만 그녀의 가녀린 어깨가 들썩이는 것만 봐도 그녀가 지금 오열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내가 또 뭘 잘못했나? 좀 전에 뺨을 꼬집은 게 너무 아팠던 건 아니겠지?’

카일은 의문을 품었지만 괜히 더 물어보지는 않았다. 명령이라고 하면 대답을 들을 수야 있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기로 했다.

발레리아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렇게, 이렇게 행복해도… 될 리가 없어. 내가 이렇게 행복해도 될 리가…….’

그녀는 차마 말할 수 없었다.

가문이 망하고 여자로서 가치가 최악으로 떨어지는 장소까지 굴렀던 자신이 이렇게 행복해지는 일은 바랄 수 없었다.

노예를 아끼고 사랑해주는 주인이라는 것이 카일의 사회적 평판에 얼마나 큰 불명예가 되는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일전에 아리시아에게 그 부분을 설명하며 감정을 숨기라고 했던 것은 다름 아닌 그녀였다.

그런데 정작 지금…….

‘어떻게 해. 제발, 제발 누가… 내 심장을 멈춰 줘.’

지금 그녀가 카일에 대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다.

좋아서. 좋아서 너무 좋아서……. 자기가 감히 바라서는 안 되는 상대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는 자신을 알면서도 도저히 감정이 억눌리지가 않았다.

그 결과 서럽게 눈물이 흘렀고 카일은 그녀를 부드럽게 안으며 위로해 주었다

“괜찮아. 다 괜찮을 거야.”

이날부터였다.

발레리아가 카일을 진심으로 사랑하기 시작한 것은 말이다.

* * *

인생을 살다 보면 전성기라는 것이 있다.

카일은 대륙력 525년이 바로 그런 시기가 아닌가 싶었다.

클랜을 만들고 본격적으로 가동하기 시작하면서 카일이 하는 일은 착착 잘 풀렸다.

훈련을 겸해서 던전에 들어가는 부하들은 착실하게 돈을 벌어 왔고 카일은 그렇게 벌어들인 돈을 다시 투자해서 굴려서 더 큰 돈을 만들었다.

거기다 한 술 더 떠서 검은 바람이 직속 부하들과 함께 기마대를 만들자 그 기마대를 이용한 용병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른바 퀵 배송 서비스라는 것이었는데 이 세계의 귀족들을 상대로 편지나 작은 소포 정도를 이송해 주는 것이었다. 빠르고, 안전하게 심지어 하루 만에 닿는 거리에는 당일 배송이라는 점을 부각시켜서 귀족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뒤늦게 카일을 따라서 같은 사업을 하는 용병단이 생기기는 했지만 이런 건 뭐든지 선점이 중요한 법이다.

그 밖에도 다양한 사업 아이템을 도입해서 과감한 투자를 거듭한 결과 카일의 부는 점점 늘어만 갔다.

부가 커지는 만큼 카일의 힘도 강해졌다.

카일은 아무리 돈을 많이 벌어도 그 돈을 무의미하게 쌓아 놓지 않았다.

돈을 이용해서 더 큰 힘을 축척했다.

노예의 숫자를 더 늘리고 상단에 투자하는 금액을 늘리고, 클랜의 시설을 늘렸다.

돈으로 자신의 힘을 더 늘리면서 카일은 던전 도시 바이에른에서 점점 이름을 알려갔다.

모험가들 사이에서는 최연소 클랜장으로.

상인들 사이에서는 유능한 투자자로.

용병들 사이에서도 카일의 이름을 점점 알려져 갔다.

여느 클랜들이 그렇듯이 화이트 울프 클랜은 모험가와 용병은 겸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1년이 훌쩍 지나서 대륙력 526년 12월이 되었다.

* * *

그날 카일은 아리시아와 함께 첫눈을 보며 차를 마시고 있었다.

“주인님. 이번에 4기생이 들어오면 그중에 궁수대도 따로 키울 건가요?”

“지금 궁수대가 몇 명이지?”

“딱 쉰 명이요.”

“전쟁터에서 활용할 게 아니라면 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아?”

“그건 그렇지만……. 검은 바람 오라버니의 부하는 이미 백 명이나 되잖아요.”

“걔들은 던전과 용병 일 양쪽을 다 오기면서 활동하느라고 바쁘잖아?”

1년 넘게 던전 일 키우면서 가장 많은 전력을 충원한 것은 검은 바람이 이끄는 투란인 부대였다.

부클랜장이라고 해도 한 명에게 백 명이나 되는 직속부하를 주는 건 좀 위험한 일이었지만, 카일의 클랜원은 모두 카일의 노예다. 어차피 종속 계약이 있는 이상 반란의 위험성 따위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게 아니라고 해도 카일은 검은 바람을 믿을 수 있다고 판단해서 가장 많은 힘을 실어 준 것이다.

그 밖에도 아리시아가 이끄는 탐색꾼 겸 궁수 부대가 쉰 명, 발레리아가 이끄는 여전사단이 서른 명이나 되었다.

일반 부하들도 이미 3기생까지 충원을 했고 지금 추가로 짓고 있는 숙소가 완공 되면 4기생도 들일 계획을 갖추고 있었다.

노예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유지비와 세금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지만 카일은 그걸 모두 감당하면서 노예들을 늘렸다.

사실 클랜을 만들고 나서 꽤 많은 모험가들이 카일의 클랜에 가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지만 능력의 보안을 지키기 위해서 거절했다.

주변에서는 그런 카일을 노예 상인인지 모험가인지 모르겠다고 놀리기도 했다. 클랜에 일반인은 하나도 없고 오로지 노예들뿐이니 놀리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카일이 돈을 잔뜩 벌어서 노예의 숫자만 늘리기 바쁜 돈벌레 취급하기도 했다. 카일은 ‘틀린 말은 아니군.’이라고 말하며 그냥 흘려듣고 말았지만 말이다.

어쨌든 카일은 남들이 뭐라고 하던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클랜을 키우는 것에만 집중했다.

하지만 그런 평범한 일상 와중에도 문제는 생겼다.

“주인님, 파르트입니다.”

“들어와.”

카일이 허락을 하자 말끔한 집사복을 입은 파르트가 들어와서 말했다.

“무슨 일이지?”

“던전에서 올라온 호크 부대장이 보고서를 올렸습니다. 실습중인 3기생 중에 다수의 사망자가 나왔다고 합니다.”

“뭐? 그게 무슨 말이야?”

던전 공략은 수입보다 안전 위주로 진행하는 것인 카일의 모토였다. 사망자는 어지간히 방심하거나 재수 없는 경우가 아니면 나오지 않았다.

“자세한 내용은 여기에 있습니다.”

카일은 파르트가 건내준 보고서를 받아서 읽어 내렸다.

“이 벌어먹을 새끼들이…….”

카일의 입에서 욕이 나왔다.

“주인님. 무슨 일이세요?”

“실버 팽 클랜이 우리를 공격했다.”

3기생들의 죽음은 심상치 않은 사건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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