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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자를 육성하는 능력자-95화 (95/215)

95화

파르트라고 이름을 밝힌 중년의 집사 노예가 허공에 손가락을 펼치고 짧게 캐스팅을 했다.

“라이트.”

그러자 그의 손끝에서 작은 촛불 같은 빛이 생겨났다.

“진짜로군.”

“이럴… 어째서 마법사가 집사를……?”

빌 존스도 파르트가 마법사라는 것은 몰랐던 모양이다. 그때 카일이 빌 존스가 알고 싶어 하는 것을 물었다.

“마법사라는 것을 왜 숨겼지? 마법사라는 것을 밝히면 마탑에 팔려서 비교적 편하게 생활할 수 있을 텐데?”

설령 노예라고 해도 마탑은 마법사에게 호의적이다. 어쩌면 몸값을 장기적으로 갚게 하고 자유를 줄지도 모른다.

하지만 파르트가 마법사라는 것을 숨긴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저는 1서클에서 정체된 마법사입니다. 선천적으로 마나 홀이 굳어서 서클링이 성장하지 않습니다.”

“아아아… 그런 거군.”

빌 존스는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나 홀이 굳었다는 게 무슨 뜻입니까?”

카일이 물어보자 빌 존스가 설명했다.

“마법사들 중에 가끔 있는 체질입니다. 자세한 건 모르겠지만 선천적으로 마나 홀이 성장하지 않는 체질이라서 마법사들 사이에서는 절망적인 장애라고 하죠. 마탑에서는 마나의 저주라고 부르는 체질로 마법사들 사이에서 불길하다고 배척받습니다.”

“과연, 그래서 마탑에도 숨기고 있었다는 건가?”

“그렇습니다. 하지만 1서클 마법은 전부 마스터했습니다. 부디 받아들여 주십시오.”

그런 파르트의 말에 빌 존스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1서클 마법 중에서 그나마 가장 쓸 만한 게 지금 보여 준 라이트 아닌가?”

마법사는 고급 인력이지만 1서클 마법은 솔직히 대부분 쓸모가 없다. 기껏해야 땅을 조금 파는 디그라던가? 빛을 뿜어내는 라이트, 허공에 글자를 쓰는 스펠링 정도가 유용한 마법으로 알려져 있다.

모험가들이 원하는 던전에 데리고 가서 활약 할 수 있는 마법사는 아니라는 뜻이다.

“집사로서 유능하고 덤으로 1서클 마법사라…….”

“…….”

카일은 초조하게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파르트에게 말했다.

“하나만 물어보지.”

“말씀하십시오.”

“어째서 나에게 팔리려고 하지? 솔직히 내가 아니라면 안 되는 이유가 있는 건 아닐 텐데?”

파르트가 한 짓은 노예로서 굉장히 주제넘고 위험한 일이었다. 이번 거래가 끝나고 카일에게 팔리지 않는다면 그는 빌 존스에게 강한 제재를 받을 것이 분명했다.

최소한 채찍질은 기본이고 사나흘 정도 물 한 모금 주지 않고 쫄쫄 굶길 것이 뻔했다.

그런 위험을 무릅쓰고 카일에게 팔리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는 이유가 뭘까?

“그건…….”

파르트는 잠시 망설이다가 메이드들을 보고 발했다.

“저 중에 제 딸이 있습니다.”

“아…….”

그 한 마디에 답이 나왔다. 설령 노예로 팔린다고 해도 가족과 떨어지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카일이 탄성을 지르자 파르트는 그 자리에서 무릎을 꿇고 애원했다.

“부탁드리겠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모든 능력을 다 해서 성심성의껏 주인님을 섬기겠습니다. 부디, 부디 자비를 베풀어 주시어 저와 제 딸이 함께 있게 해주십시오.”

그러자 대기 중인 메이드 중에 한 명이 나와서 울먹이며 말했다

“부탁…드립니다. 제가 뭐든지, 뭐든지 할 테니까… 부디 아버지를 구해 주세요.”

간절하게 애원하는 부녀를 보고 카일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어쩔 수 없군. 빌 존스 씨.”

“결심하셨습니까?”

“구입하도록 하겠습니다.”

카일은 7,000골드를 지불해서 이들 부녀를 구해 주기로 마음먹었다. 빌 존스는 그런 카일에게 말했다.

“무척 자상하시군요.”

“뭐, 좀 감수성이 무른 면은 있습니다.”

“좋습니다. 저로서는 돈만 벌면 되니까요.”

투란인 노예 10인, 1,500골드.

전직 여기사 노예 10인, 500골드.

사냥꾼 노예 10인, 1,200골드.

숙련된 집사 1인과 메이드 노예 20인, 7,000골드.

그리고 성인 남자 노예 100인, 900골드.

다 합쳐서 11,100골드가 나왔다.

‘어째 숫자가 딱 떨어지는군.’

카일은 그 돈을 지불하고 종속 마법까지 인계받았다.

모든 할 일이 끝난 후, 카일은 떠나는 빌에게 인사를 하며 말했다.

“좋은 거래였습니다. 다음에 대규모 노예 구입이 필요하다면 반드시 빌 존스 씨와 거래 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필요한 조건의 노예가 있으시면 언제라도 말씀해 주십시오. 그 밖에도 전쟁 물자에 필요한 군수품의 매입과 운송도 얼마든지 맡겨만 주십시오.”

“하하하. 전쟁이라뇨? 모험가인 저로서는 연이 없는 단어 같습니다.”

“클랜 규모의 모험가는 대부분 용병업도 겸하는 법이죠.”

“용병단 등록은 하겠지만 그쪽은 훈련을 겸한 부업일 뿐입니다.”

“미래는 모르는 거니까요. 그리고 저는 어쩐지 카일 씨가 더 큰 거물이 될 것 같습니다.”

“…….”

“그럼 다음에 뵙겠습니다. 부디 번창하시기를.”

그리고 빌 존스는 올 때보다 꽤 줄어든 일행을 데리고 떠났다.

갑작스럽게 인원이 확 늘었다.

백 명이 넘는 인원이 충원되었고 이제 클랜이라고 하기에 충분한 규모의 인원이 된 것이다.

카일은 이럴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안다.

“정식으로 조직의 구조를 개편한다. 우선 간부들하고 호크!”

“예. 주인님.”

“너도 앞으로 나와라.”

카일의 말에 호크는 앞으로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왔다. 그리고 카일은 넓은 연병장에 모여 있는 모두를 보고 말했다.

“모두들 들어라. 내가 너희들의 주인이자 앞으로 이 클랜의 장을 맡을 카일이다.”

카일이 자신이 누구인지 밝히자 노예들은 하나둘씩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였다. 새로운 주인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지만 처음부터 찍히면 안 된다는 생각에 일단 숙이고 보는 것이다.

카일은 그런 노예들을 보고 말을 이어갔다.

“여기 내 옆에 있는 이들은 클랜의 간부들로 내 지시에 따라 너희들을 통솔할 것이다. 서열을 거스르는 하극상은 일절 인정하지 않으니 명심하도록 하라.”

카알의 말에 다른 네 명은 그냥 그러려니 했지만 호크는 크게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내가 간부라고?’

호크가 다른 부하들 중에서 꽤 두각을 드러낸 편이긴 하지만 능력을 봤을 때 다른 이들과는 그 차이가 컸다.

그런데 그런 호크를 지금 모두가 보는 앞에서 간부라고 불러준 것이다.

카일은 호크를 두고 말했다.

“호크, 앞으로 너를 일반 대원을 대표하고 관리하는 부대장으로 임명한다.”

“제가……. 주인님 저는, 아직…….”

“이건 명령이다.”

카일은 호크에게 거부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최선을 다해서, 수행하겠습니다.”

결국 호크는 부대장의 자리를 받아들였다.

‘그래야지.’

호크를 부대장으로 임명하는 건 카일에게 있어서 꽤 중요한 일이었다.

호크가 그동안 열심히 한 것에 대한 보상의 의미도 있었지만 또 다른 목적으로는 부하들에게 동기부여를 하기 위한 성공의 모델로 호크를 선택한 것이기도 했다.

호크처럼 아무것도 없던 일반 노동자 노예에서 열심히 훈련하고 성과를 올려서 백 명의 부대를 다스리는 부대장이라는 자리를 주며 다른 이들에게도 열심히 하면 호크처럼 성공할 수 있다는 기회를 열어 주는 것이다.

그리고 호크만큼은 아니지만 그동안 카일을 따르며 고생한 아홉 명의 부하들에게도 나름의 보상은 해주어야 한다.

“또한 너하고 같이 먼저 내 밑에서 활동했던 부하들을 1기생이라고 칭하며 이번에 들어온 이들은 2기생으로 칭한다. 서열상으로 1기생은 2기생보다 위에 있으니 모두 그렇게 알도록.”

“감사합니다. 주인님.”

호크는 상당히 감격했다. 그리고 뒤편에 무릎을 꿇고 있던 다른 부하들, 그러니까… 1기생 부하들도 크게 감격했다.

아무리 카일이 자신들에게 잘해 준다고 해도 결국 자신들은 이 파티에서 가장 바닥에 존재하는 낮은 존재였다. 그런데 이제 그런 이들에게 더 낮은 서열의 존재가 생겼다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행복한 일이었다.

그렇게 부하들의 서열을 정리한 후 카일이 말했다.

“검은 바람.”

“예. 주인님.”

“전에 말했던 것처럼 네 자리는 부클랜장이다. 실질적으로 나 다음 가는 위치이니 그 역할을 잘 이해하고 수행하기 바란다.”

“무겁게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래. 또한, 저기 있는 투란 출신의 노예 열 명을 네 직속 수하로 임명한다. 네가 직접 책임지고 자기 몫을 다하는 전사로 키우도록 하라.”

“예. 주인님. 최선을 다해서 강인한 전사로 키우겠습니다.”

검은 바람은 부클랜장의 지위에 올랐던 것보다 동족인 동료들이 생긴 것이 더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사실 동족이라고 해도 지금 카일이 구입한 투란족 노예들은 아직 스무 살도 되지 않은 어린 노예들이다. 일흔을 훌쩍 넘긴 검은 바람과는 세대가 완전히 다르기는 하다. 하지만 같은 동족이라는 사실은 역시 각별한 애착을 가지게 했다.

“발레리아.”

“예. 주인님.”

검은 바람은 다음으로 발레리아를 불렀다.

“그녀들은 네 소관이다. 회복에 관해서는 내가 도움을 주겠지만 땅에 떨어진 자존심을 되살리고 다시 기사의 긍지를 갖추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를 알려주는 것은 오직 너의 몫이다.”

카일의 말에 발레리아는 고개를 무겁게 끄덕이며 말했다

“최선을 다해서 명을 수행하겠습니다. 그리고…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주인님.”

발레리아는 굳이 뒤에 한 마디를 더 붙였다.

자신을 배려해서 직속 부하들을 붙여 준 카일의 마음 씀씀이에 대한 감사와 한편으로는 자신과 같은 처지의 불쌍한 여자들을 도와준 것에 대한 감사의 의미를 모두 담은 한 마디였다.

다음으로 카일은 아리시아를 불렀다.

“아리시아.”

“예. 주인님. 무엇을 맡기든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미 의욕이 가득 차있는 그녀에게 카일이 말했다.

“저기 있는 사냥꾼 출신의 노예들은 네 전속 병력이다. 던전 내의 탐색 요령과 주의 사항을 잘 가르쳐 주고 훌륭한 탐색꾼으로 만들어라.”

“예. 주인님. 반드시 해내겠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카일은 레이나를 불렀다.

“레이나.”

“예. 저… 주인님. 저는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가르치기는 조금…….”

수녀인 그녀는 검은 바람이나 발레리아처럼 누군가를 꽉 잡고 가르치고 지휘하는 능력은 없었다. 그렇다고 아리시아처럼 강렬한 의욕이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카일도 그 점을 알고 나름 고민을 했다.

그냥 아무것도 안 맡기는 방법도 있기는 했지만 그녀 역시 자신의 주요 전력이자 측근인 만큼 무언가 통솔권을 주어야 형평성이 맞을 듯했다.

잠시 생각에 빠졌던 카일이 다시 입을 열었다.

“파르트. 이쪽을 와라.”

“예. 주인님.”

카일이 부른 것은 조금 전에 카일의 노예가 된 집사이자 1서클 마법사인 파르트였다.

카일은 파르트에게 말했다.

“너와 메이드, 그리고 이후에 들어 올 고용인들은 전부 레이나가 관리한다. 알겠나?”

“예. 알겠습니다.”

레이나에게는 전투원을 맡기는 게 아니라 클랜의 내부 시설과 저택의 살림을 관리하는 이들에 대한 통제권을 주기로 했다.

자애와 조화의 여신 레테를 모시는 수녀라는 사실은 모험가에게도 잘 먹히는 타이틀이지만, 사실 일반인들에게는 더 크게 다가온다. 그렇기에 레이나가 집안의 고용인들을 직접 관리해 준다면 고용인들 사이에서도 잡음이 없을 듯했다.

이렇게 체계를 정하고 카일은 그들에게 말했다.

“모두에게 첫 번째 명령을 내리겠다. 호크.”

“예. 주인님.”

“모두에게 숙소를 배정해라. 최대한 공평하게 배정하도록.”

“알겠습니다. 주인님.”

“그 일을 다 마치면 나에게 찾아오도록.”

이어서 카일은 집사인 파르트에게 말했다.

“파르트.”

“예. 주인님. 말씀하십시오.”

“일행에게 필요한 생필품과 식료품의 리스트를 만들어서 올려라. 최대한 빨리해야 한다.”

“바로 시행하겠습니다.”

“그리고 다른 간부들은 나를 따라와라. 따로 회의를 한다.”

카일은 서재의 긴 테이블에서 측근들을 모아두고 회의를 열었다.

“우선 내가 생각하고 있는 조직 구성도를 알려주겠다.”

카일은 미리 준비한 나무판을 가져와서 거기에 조직의 구성도를 적었다.

카일―클랜장.

검은 바람―부클랜장.(직속 병력 10인)

발레리아―클랜 간부.(직속 병력 10인)

아리시아―클랜 간부.(직속 병력 10인)

레이나―클랜 간부.(내정인원 총괄)

호크―부대장.(일반 부대원 총괄)

1기생―9인, (2기생에 대한 명령권 있음)

2기생―80인

잡일꾼―20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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