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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자를 육성하는 능력자-83화 (83/215)

83화

쉬이익!

바람을 가르며 날아간 것은 작은 단검 두 자루였다.

그 단검은 뒤편에 원형의 고리가 달려 있다는 것 말고는 특별한 점은 보이지 않았다.

“취익.”

익스퍼트급 전사의 경지에 달한 오크가 이런 단순한 공격에 맞을 리가 없었다.

놈은 간단하게 창을 휘둘러서 그 단검을 쳐냈다.

티팅!

단검은 허무하게 창에 부딪혀서 바닥에 떨어져야 했다. ‘보통’이라면 말이다.

하지만 단검은 바닥에 떨어지기 직전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다시 위로 올라왔다. 그리고 오크의 몸을 몇 바퀴 빙빙 돌더니 이내 좌우로 크게 벌어졌다.

동시에 전사 오크는 비명을 질렀다

“꾸웨에엑!”

그 순간 놈의 몸은 마치 실로 꽁꽁 묶어 놓은 고깃덩어리처럼 무언가에 바짝 조여졌다.

살을 파고드는 얇고 질긴 무언가에 놈은 몸부림을 치며 벗어나려고 했지만 소용없었다. 오히려 놈이 발악을 하면 할수록 그것은 더욱더 깊숙하게 파고들었다.

쿠웅.

결국 놈은 버둥거리다 중심을 잡지 못하고 쓰러져서 나뒹굴었다.

카일은 그 모습을 보고 검을 천천히 내리며 말했다.

“생각보다 더 잘 먹혔네.”

조금 전에 던진 두 자루의 단검의 뒤편 고리에는 카일이 연금술사 길드에 의뢰해서 만든 얇은 와이어가 연결되어 있었다.

그것을 단검의 뒤편에 연결해 두고 싸이코 키네시스를 이용해서 단검을 조종해서 상대방을 묶은 것이다.

카일이 싸이코 키네시스를 본격적으로 연마하고 나서 익힌 비장의 한 수였다.

오크 전사는 전신이 꽁꽁 묶여서 꼼짝도 못하고 그저 씩씩거리고만 있었는데 놈이 발버둥 치면 칠수록 몸을 파고드는 와이어에 상처만 깊어질 뿐이었다.

“끝내자.”

푸우욱!

카일의 아다만티움으로 만들어진 대도의 칼날이 발버둥 치는 오크의 목을 찔렀다.

“쿠웨엑!”

그러자 오크는 마지막 단말마만 남기고 그대로 축 늘어졌다. 치열한 승부였던 것을 생각하면 다소 김빠지는 마무리였다.

“주인님, 괜찮으십니까?”

승부가 나자 검은 바람이 카일에게 다가와서 말했다

“음. 괜찮다. 그래도 좀 유감이군. 가능하면 순수하게 실력으로 이겨보고 싶었는데 말이야.”

“거의 대등한 상태였습니다. 무엇보다 이 능력도 주인님의 엄연한 실력이죠.”

“알아. 하지만 남들 앞에서 대놓고 사용할 수 없는 능력이잖아? 그래서 그러지 뭐.”

특수 와이어와 싸이코 키네시스가 치사하다고 생각 하는 건 아니었다.

사실 치사해도 별로 상관없다.

다만 남들 앞에서 대놓고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니었기 때문에 아쉬워하는 것이었다.

“그래도 다행이다. 오우거에게 사용하기 전에 한 번 시험해 보고 싶었는데 말이야. 연금술사 길드 애들이 불량품을 만든 것 같지는 않아.”

“그러게 말입니다. 하지만 오우거에게도 과연 통할까요? 이 오크가 제법 강하기는 했지만 오우거하고는 차원이 다를 겁니다.”

“장기적인 구속은 몰라도 잠시 발목을 잡을 수는 있을 거다. 익스퍼트급의 전사 오크가 온 힘을 다 써도 풀 수 없었으니까.”

아무리 오우거라고 해도 이 와이어에 묶인다면 손쉽게 빠져 나오지를 못할 것이다.

“그보다, 지금은 다른 중요한 일이 있다.”

카일은 다른 부하들에게 현장의 정리를 맡기고 두 명의 부하들을 불렀다.

그 두 명은 다름 아니라 조금 전에 불침번을 서고 있던 부하들이었다.

카일은 그 둘을 싸늘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명령’하겠다. 정직하게 똑바로 대답하도록 알겠나?”

“예. 주인님.”

“예. 알겠습니다.”

둘은 잔뜩 긴장했고 카일은 종속 마법의 효과를 이용해서 둘을 심문했다

“조금 전에 오크들의 습격을 알아채지 못한 이유가 뭐지? 경비 중에 태만하기라도 했었나? 졸았다거나 딴짓을 했다거나?”

그러자 둘은 고개를 저으며 전력으로 부정했다

“그렇지 않습니다.”

“맹세코 만전을 기해서 경비를 서고 있었습니다.”

“그 말에 거짓은 없겠지?”

“예. 주인님.”

“예. 주인님.”

둘이 동시에 대답하는 것을 듣고 카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믿겠다. 의심해서 미안했다.

“아닙니다. 저희는 괜찮습니다.”

“예. 믿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카일이 사과를 하자 둘은 황송하다는 듯이 황급하게 대답했다.

사실 종속 마법에 얽매여 있는 이상 어차피 이 둘은 카일의 명령대로 정직하게 대답해야 했다.

부하들이 불침번을 대충 서지 않았다는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다른 문제가 생긴다.

“저 오크들이 불침번을 서는 경비의 감각을 속일 정도로 은밀하게 접근했다 이거지?”

카일의 말에 검은 바람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런 듯합니다. 놈들이 온 방향을 보면 우리 쪽에서 시야가 확보되지 않는 엄폐물이 많이 있는 지형입니다. 그곳에서 은밀하게 천천히 접근한 듯합니다.”

“스노우의 후각이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했군.”

“예. 그렇습니다. 수고했구나. 스노우.”

컹컹!

스노우는 검은 바람이 머리를 쓰다듬어주고 칭찬해 주자 자기 공적을 뽐내듯이 짖었다.

‘하이 오크가 머리가 좋다는 얘기는 들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스노우가 이번에는 잘 알아채고 경고를 줬지만 항상 그러리라는 보장은 없다.

카일은 할 수 있는 한 만전을 기해야 했다.

“일단 이동한다. 이 자리는 위험하니 자리를 옮기고, 다음부터 불침번은 두 배로 늘린다.”

“예. 알겠습니다.”

두 명인 불침번을 두 배로 늘리면 네 명이다

열 명의 부하들이 돌아가며 서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니 아마 체력이 약한 레이나를 제외한 측근들도 불침번을 서야 할 것이다.

“피로의 정도가 더 높아질 수도 있지만 안전이 최우선이니 모두 따라 주기 바란다. 알겠나?”

“예. 주인님.”

그렇게 카일은 첫 날부터 오크족의 기습에 간담을 쓸어내리고 경각심을 높였다.

사람이 실패를 안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실패를 한다면 거기서 무언가를 느끼고 배울 수 있어야 한다.

카일은 왜 첫날에 자신의 파티가 오크들에게 은밀한 기습을 당할 뻔했는지 생각했다. 그리고 알게 된 것은 자신이 캠프의 위치 선정을 잘못했다는 것이었다.

그동안 던전에서 캠프의 자리를 정할 경우 최대한 은밀하고 구석진 자리를 찾았다. 10층에서도 첫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서 첫날에 그런 위치를 찾아서 캠프를 차렸다.

옆에는 제법 울창한 숲이 있었고 멀리 다소 떨어진 장소에 커다란 바위도 있어서 시야를 가려 주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그렇게 많은 엄폐물이 기습하는 입장에서도 도움이 되었다.

오크들이 숲을 끼고 은밀하게 접근했을 때 부하들이 발견하지 못한 것도 그래서였다.

‘결국 내 실수였던 거지.’

그래서 카일은 다음 날부터 탁 트인 장소에 캠프를 차렸다.

불은 하나만 피우고 그 불빛이 멀리서 보이지 않도록 오크의 가죽으로 막을 둘러서 보이지 않도록 했다.

그렇게 며칠의 시간이 지났다.

카일은 여전히 오크 부족 주변을 돌면서 사냥했고 좋은 성과를 올렸다.

첫날 이후로도 야밤에 기급을 당한 적도 한 번 있기는 했지만 이번에는 불침번을 서는 병사들이 사전에 발견할 수 있었다.

‘이제 요령을 좀 알겠군.’

사전에 10층에 대한 정보를 모아서 내려온 카일이었지만 역시 직접 부딪혀 보니 다른 게 너무 많았다.

하지만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점점 익숙해지고 있었다.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아무래도 옮겨야 되나? 여기는 없는 것 같은데?”

카일이 오크의 시체에서 장비와 마석을 수거하는 부하들을 보며 중얼거렸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주인님.”

“오우거가 보이지 않아. 흔적조차 말이지.”

카일이 오크 부족 주변을 배회하는 것은 오크를 먹이로 삼는 오우거가 출몰할 거라는 예상을 하고 하는 행동이었다. 그런데 열흘 가까이 이 근방을 배회하면서 활동했지만 오우거의 발자국 하나 보지 못했다.

“9층의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오크 부족으로 향했는데, 여기는 없는 모양이다. 다음 목적지로 옮겨야겠어.”

“알겠습니다. 부하들에게도 그렇게 전달해 놓겠습니다.”

그리고 카일의 파티는 다음 목적지를 향해서 이동을 시작했다. 한곳에서 너무 오랫동안 사냥을 오크 부족에게 경계심을 심어 줄 수도 있으니 이쯤에서 옮기는 게 정답이기도 했다.

장소를 옮기기로 정하고 카일이 파티를 이끈 곳은 제법 커다란 크기의 동굴이었다.

10층은 여러 개의 거대한 동공이 개미집처럼 이어져 있는 구조다. 그 동공을 이어주는 길목 역시 상당히 거대했다.

지름이 10미터는 사뿐하게 넘을 것 같은 동굴을 보고 카일은 생각했다.

‘오우거라는 놈이 마음껏 다니려면 이 정도 크기는 되어야겠지.’

“자, 이동한다.”

“예. 주인님.”

카일은 파티를 이끌고 커다란 동굴을 지나서 다음 동공으로 이동했다.

‘여기서 다섯 시간 정도 이동하면 좀 더 규모가 큰 하이 오크의 부락이 있다고 했었지?’

부락의 규모가 크면 오크를 먹잇감으로 활동하는 오우거가 나타날 확률도 더 높을 것이다.

그 생각은 틀리지 않다. 다만 10층에서 주의해야 할 것은 오크만이 아니다.

크르르르르…….

“스노우? 갑자기 왜 그래?”

카일은 스노우가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듣고 경계했다.

스노우는 등에 털을 잔뜩 곤두세우고 맹렬하게 적의를 드러내고 있었다.

“전원 정지. 원진으로 뭉친다.”

“예. 주인님.”

카일의 지시에 부하들이 방패를 들고 빙 둘러싸서 적의 기습에 대비했다.

‘아직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방어 진형의 안에서 사방을 둘러보는 카일이지만 아직 보이는 것은 없었다. 그때였다.

아우우우우우우우!

늑대의 하울링 같은 포효 소리와 함께 어디선가 우르르 하면서 한 무리의 무언가가 달려왔다.

“저건? 코볼트?”

“코볼트가 저렇게 많아?”

부하들이 깜짝 놀랐지만 중요한 건 코볼트가 아니었다.

‘저놈들이 나타났다는 것은…….’

“주인님 다섯 시 방향에 웨어 울프, 세 마리입니다.”

“역시 저게 나타났군.”

10층에서 코볼트 무리를 거느리고 다니면서 난폭함으로 맹위를 떨치는 몬스터.

웨어 울프가 등장한 것이다.

“검은 바람, 발레리아, 하나씩 맡아라.”

“예 주인님.”

“알겠습니다.”

“아리시아는 엄호, 레이나는 아리시아의 화살에 축복을 내려라.”

“예. 주인님.”

웨어 울프는 언데드가 아니지만 신성력에 대미지를 입는 몬스터이기도 했다. 레이나의 신성력을 화살에 입히면 화살이 닿기만 해도 충분히 대미지를 입을 것이다.

“코볼트는 부하들에게 맡긴다. 우리는 웨어 울프에게 집중해라.”

“예. 주인님.”

카일의 지시를 내리기 무섭게 코볼트 무리들이 먼저 벽을 치고 있는 부하들과 격돌했다

“크워어어어!”

“와라. 이 개 대가리들!”

“밀어붙여!”

“으아아아아!”

부하들은 이미 저층에서 코볼트를 많이 상대해 봤기 때문에 크게 밀리지 않고 잘 싸우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압도하고 있었다.

지난 열흘 동안 10층에 내려와서 하이 오크들을 상대로 벽을 치고 상대했던 것에 비하면 코볼트는 솔직히 말해서 쉬웠다.

“캐애앵!”

“카하앙!”

부하들은 적절하게 팀워크를 살려서 코볼트를 압살하고 있었다.

그런데 웨어 울프는 자기 부하들이 일방적으로 죽어나가는 상황 속에서도 태연했다. 놈들은 서두르지 않고 위압적으로 저벅저벅 걸어왔는데 그 모습은 여유가 넘치다 못해 오만하기까지 했다.

사실 놈들이 그렇게 여유가 넘칠 만했다. 왜냐하면 놈들은 강하기 때문이다.

‘저놈들 하나하나가 듀라한보다 세다 이거지.’

둘에서 셋 정도로 뭉쳐서 다니기는 하지만 단일 개체로 평가하면 10층에서 오우거 다음으로 강한 종족이 웨어 울프다.

인간으로 치면 보통 익스퍼트 중급 정도는 된다고 했다. 그런 놈들이다 보니 여유를 부리며 오만하게 어슬렁어슬렁 다가오는 것이다.

카일은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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