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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자를 육성하는 능력자-79화 (79/215)

79화

찰리의 요구에 카일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수수료는 얼마나 깎아 줄 수 있나요?”

“정보만 확실하다면 안 받아도 상관없습니다. 1,300골드죠.”

말 한 마디로 탕감할 수 있는 돈 치고는 꽤 거금이었다. 그만큼 지금 카일이 바이에른에서 투자자로 잘나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카일의 입에서 나오는 말 한마디를 금으로 여기는 상인들이 바이에른에는 꽤 많았다.

‘21세기 초반에 살았다던 워렌 버핏이라는 남자가 이런 기분이었을까?’

어쨌든 카일이 손해 볼 일은 없었다.

“제노스 상단에서 최근 남방 대륙에서 가져온 국보급 도자기 경매에 입찰을 위한 자금을 모으고 있다고 하더군요. 자금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입찰 확률은 높아질 테죠. 실패해도 원금은 남을 테니 큰 손실은 없을 테고, 만약 입찰이 성공한다면 큰 이익이 날 겁니다.”

“오오오… 과연,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찰리는 몹시 기뻐했고 카일은 웃으면서 생각했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을 갚는다는 게 이런 거지.’

찰리는 유능한 부동산업자였다. 그리고 카일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 모양인지 좋은 건축업자를 소개해 주었다.

“믹이라고 합니다. 뵙게 되어서 영광입니다.”

“카일입니다. 저야말로 반갑군요.”

믹이라는 남자는 건축가라기보다는 화가라고 해도 믿을 것처럼 지적인 외형을 하고 있었다.

깔끔하고 세련된 옷차림에 안경을 쓰고 있었고, 옆구리에는 도면으로 보이는 종이를 가득 가지고 있었다.

“꽤 큰 공사를 원하신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이미 대형 클랜의 건설 공사를 두 번이나 한 적이 있는 경험자입니다 어떤 요구가 있던 최선을 다해서 부응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일 얘기를 해볼까요?”

“예. 찰리에게 들어서 현장은 이미 답사를 마쳤습니다. 현장을 간이 측량하고 지형도를 그려 왔습니다. 일단 그걸 보면서 얘기하시죠.”

확실히 믹은 유능한 건축가 같았다.

그가 옆구리에 끼고 있던 도면을 펼치자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상세한 지형도가 펼쳐져 있었다.

“제 의견으로는 여기에 건물을 짓고, 연병장은 이쪽에 펼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수원의 조사를 해봤는데 수량이 풍부하더군요. 오백 명이 상주해도 생활용수를 충당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겁니다.”

“그렇군요. 일단 저하고 제 측근들이 머물 수 이쓴 건물 하나와 오백 명 단위의 클랜원이 머물 수 있는 숙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다면 50인이 머물 수 있는 건물을 짓고, 식당은 따로 간이 건물을 짓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 외에도 필요한 부대시설이…….”

확실히 믹은 유능한 건축업자였다.

카일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도 모두 짚어가며 의견을 제시했는데 모두 일리가 있는 주장이었다.

그렇게 양측의 의견을 조율해서 대강의 결과가 나왔다.

“공사 비용과 기간은 얼마나 걸릴까요?”

“공사 비용은 넉넉하게 잡아서 60,000골드쯤 들 겁니다. 그리고 공사 기간은 반년 정도는 잡아야겠죠.”

반년은 너무 길었다.

그랬다간 지금 있는 집의 임대 계약 기간을 연장해야 하는데 돈도 돈이지만 일이 귀찮아진다.

“공사 비용을 늘려서 인부를 늘린다면 기간을 단축할 수 있나요?”

카일의 말에 믹은 조금 생각하다가 말했다.

“70,000골드까지 늘려 주신다면 넉 달 안에 완공해 보이도록 하죠.”

“좋습니다.”

그 정도면 충분했다.

‘어차피 그 동안 해야 할 일도 있으니 말이야.’

카일은 단번에 계약서를 작성하고 선수금을 지불했다.

믹은 빠르게 인력과 건설 자재를 수급하면서 공사를 진행했고, 카일은 그 사이에 던전 공략을 준비했다.

그냥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다.

카일은 측근들을 모아 놓고 말했다.

“이번 원정은 10층을 탐색한다.”

꽤 오래전의 일이지만 카일이 길드 지부장과 거래를 하면서 클랜 창설의 권리를 손에 넣었다.

그러면서 조건을 달았는데 그중에 하나가 ‘10층을 탐색할 수 있는 전력을 갖출 것’이었다.

이제까지는 신경 쓰지 않았지만 클랜의 본부를 만들고 있으니 이제 그 조건을 달성해야 할 시간이 되었다.

이미 10층으로 내려가는 길은 알고 있다.

오웬에게 얻은 지도에 상세하게 나와 있었고 9층을 탐색하면서 10층 입구까지 내려갔다 온 적도 있다.

다만, 10층에 그냥 발만 들였다 나온다고 해서 그걸 가지고 10층을 탐색했다고 할 수는 없다.

10층을 탐색했다는 증거가 필요했다.

카일의 목표는 딱 하나였다.

10층의 생태계에서 정점으로 군림하는 몬스터를 잡아올 생각이었다.

카일은 선포하듯이 말했다.

“우리는 10층에 내려가고, 오우거를 잡아낸다.”

* * *

던전은 10층을 경계로 환경이 변한다.

1층부터 9층까지는 규모가 크고 복잡한 구조의 천연 동굴 같지만 10층부터는 넓고 큰 동공이 있고, 그 동공을 연결하는 작은 길목이 이는 형태다.

마치 커다란 개미집처럼 말이다.

동공의 크기는 상당히 커서 동공 안에 꽤 커다란 호수가 있기도 했고 작은 숲이나 언덕이 있기도 했다.

바닥도 습한 천연 동굴의 미끌미끌한 바닥이 아니라 흙이 있는 바닥이고 거기서 자라는 갈대 같은 식물도 있다.

그런 환경 속에서 꽤 여러 종류의 몬스터가 자리 잡고 경쟁을 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숫자가 가장 많은 건 하이 오크족이다.

하이 오크족은 보통 오크족보다 머리 하나 정도가 더 큰 체격을 하고 있는데 사실 일반 오크족과 가장 큰 차이는 피지컬이 아니라 지능이다.

놈들은 인간처럼 무기를 다양한 무기를 사용했고 심지어 오크 샤먼이라고 해서 마법을 사용하는 놈들도 있었다.

오크들 간 개인적인 무력의 차이는 컸지만 아무리 약한 오크라고 해도 인간으로 치면 유저 상급은 된다고 했다. 개중에는 인간 익스퍼트 처럼 오러를 쓰는 놈들도 있고 말이다.

그런 하이 오크들이 10층부터 나타나는데 이놈들의 세력이 가장 강성한 것은 놈들이 수백 명 단위로 뭉쳐서 부족 생활을 한다는 점이다.

이런 오크들과 세력을 다투는 몬스터로는 웨어 울프가 있다.

둘 혹은 셋으로 가족 단위로 뭉쳐서 행동하는 몬스터인데 그렇게 작게 다녀도 오크들과 세력을 겨룰 수 있는 건 이놈들 하나하나가 굉장히 강하기 때문이다..

웨어 울프 한 마리의 강함은 인간으로 치면 익스퍼트 중급은 된다. 그게 어느 정도냐 하면 카일이 막 구입해서 각성시켰을 때의 검은 바람이나 발레리아 정도의 강함을 지니고 있는 몬스터가 두셋씩 뭉쳐서 다닌다는 것이다.

또 자신의 하위종이라고 할 수 있는 몬스터 코볼트를 다수 거느리고 다니기도 한다.

하지만 이렇게 강력한 두 종족도 10층의 생태계에 정점은 아니다.

진정한 10층의 제왕으로 군림하는 몬스터.

대형종 몬스터 중에서도 가장 흉포한 몬스터이자 지상에 나타나면 국가에서 재난 상황으로 보고를 하고 토벌을 위해서 정규군을 파견하는 몬스터.

그게 오우거다.

그 개인의 강함은 마스터에 필적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익스퍼트급 기사 열 명이 달라붙어야 간신히 승부가 된다.

1년 전의 카일의 파티였다면 오우거를 잡는다는 생각은 꿈에도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카일이 말했다.

오우거를 잡는다고 말이다.

이 말에 네 명의 측근들은 순간 놀랐다. 하지만 그 누구도 반대를 말하지는 않았다.

‘주인님이 그러겠다고 말했다면…….’

‘분명 그럴 수 있다는 거겠지.’

그저 카일이 명령을 내렸으니 ‘그럼 하자.’ 라고 생각할 뿐이었다. 카일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이 있는 네 명이었기에 무조건 적으로 따르는 것이다.

“모두 이견은 없는 것으로 알겠다. 그럼 검은 바람.”

“예. 주인님.”

“10층으로 내려갈 물자를 준비해라. 활동 기간은 최대 한 달로 잡는다.”

“예. 알겠습니다. 주인님.”

한 달이나 던전에 머물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로 철저한 준비가 필요했다.

식량, 장비, 도구 그리고 정보까지.

10층부터는 던전의 규모가 커지기 때문에 수원을 찾는 것도 더 힘들다. 다행히 스노우가 수원을 잘 찾아내는 편이긴 하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카일은 오웬에게 말해서 10층의 지도를 얻어냈다.

정확히 말하면 투자에 대한 작은 정보 하나를 주고 얻어낸 것이다.

오웬은 카일을 모험가로서 영입했지만 카일이 돈 버는 재주가 비상하다는 것을 알고 종종 투자에 대한 조언을 구하고는 했다.

덕분에 오웬은 스톰 클랜의 파티장 중에서는 주머니가 상당히 두둑한 파티장으로 통했다.

그는 자신의 산하 세력 중에서 카일을 꽤 높은 비중으로 두고 있었고, 그런 카일이 10층의 지도를 요구하자 기꺼이 내주었다.

10층의 모든 것이 다 나와 있는 지도는 아니지만 평소 스톰 클랜이 탐색하던 범위의 자세한 지도는 다 나와 있었다.

그렇게 만반의 준비를 마친 후 카일은 10층을 향해서 출발했다.

10층까지 가는 길은 순탄했다.

이미 지난 1년 동안 9층을 무대로 활동했던 만큼 가는 길은 익숙했다. 다만 밑의 부하들 사이에서는 10층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씩 보였다

“10층의 오우거가 목적이라고 했지?”

“그거, 사실상 기사단 하나가 통째로 달라붙어도 잡을지 말지 모를 괴물 아닌가?”

“으으음… 그렇다고 들었지.”

1년 동안 던전에서 빡세게 구르고 검은 바람과 발레리아의 혹독한 훈련에 단련된 부하들이었지만 기본적으로는 평범한 일꾼 노예 출신들이었다.

오우거라는 이름에서 두려움을 느끼는 건 당연했다. 사실 던전 밖에서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 입장에서 오우거는 그냥 재난을 의미하는 것이다.

‘산골에 평화로운 마을에 오우거가 나타났는데 생존자는 아무도 없더라.’ 그런 소문이 종종 들리는 몬스터가 바로 오우거다.

그런데 그 놈이 활동하는 10층으로 가겠다니? 심지어 목적 자체가 오우거를 사냥하는 것이라니?

카일과 간부들의 실력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부하들이지만 불안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불안함에 수근 거리는 부하들 중에 한 명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모두 조용히 해. 던전에서 조용히 해야 하는 거 몰라?”

그러자 수근 거리던 부하들이 찔끔하며 입을 다물었다. 부하들을 한 번에 정돈한 것은 열 명의 부하들 중에서도 리더로 임명된 호크였다.

열 명의 부하들은 모두 동격의 인물이었지만 그중에서도 호크가 가장 앞서 있는 상태이긴 했다.

주인인 카일에게 이름을 받은 호크는 공식적으로 다른 열 명을 대표하는 리더의 자리를 임명받았다. 물론 딱히 공식적인 권한은 주지 않았지만 검은 바람이나 발레리아가 부하들을 조련시킬 때도 은연중에 호크만은 조금 다르게 대했다.

호크는 다른 동기들보다 더 열심히 했고 실제로 가장 먼저 성과를 내기도 했다. 거기다 비록 도토리 키 재기이긴 하지만 열 명중에 가장 강한 것도 일단 호크였다.

그런 호크의 역할은 자신과 같은 짐꾼 노예인 부하들을 잘 관리하는 것이었다.

검은 바람이나 발레리아가 말을 하기 전에 자신이 먼저 나서서 부하들에게 한마디 하는 것도 그래서였다

“주인님이 결정하신 일에 토 달지 마. 이미 벌어진 일이고 우리는 시키는 대로 하기만 하면 된다. 알겠냐?”

“알…겠어.”

“너무 그러지 마.”

“누가 안 한다고 했나 뭐…….”

다른 부하들은 다소 투덜거렸지만 그래도 반항하는 인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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