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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자를 육성하는 능력자-77화 (77/215)

77화

측근들이 초능력의 수련에 매진한 결과.

검은 바람은 거대화 능력으로 자신의 몸을 세 배 넘게 키울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하면 대형종 몬스터인 트롤보다 더 큰 크기로 싸울 수 있었다. 실제로 그 사이즈인 검은 바람은 맨손으도 태연하게 트롤을 잡아냈다.

여기서 검은 바람은 생각했다.

사이즈를 더 늘려도 던전 안에서 사용하기에는 제약이 있다.

‘그렇다면 거대화를 오랫동안 유지하는 훈련을 하는 게 좋지 않을까?’

그 결과 바람은 최근 거대화를 유지하는 시간을 늘리기 위한 연습에 주력했고 실제로 그 시간은 점점 늘어나고 있었다.

발레리아 역시 초능력을 이용한 자신의 전투력 향상에 많은 공을 들였다.

사실 9층에서 듀라한을 상대하면서 그녀는 내심 충격을 받았었다.

검은 바람과 자신의 실력은 대등하다고 생각했었던 그녀다. 하지만 초능력까지 포함해서 전력을 평가하니 검은 바람의 힘은 그녀보다 확실하게 한 수 위라는 것이 드러났다.

그 사실에 충격받은 그녀는 초능력의 연마와 활용에 매진했고 최근 들어서는 자신의 무게를 조절하는 것뿐만 아니라 상대방에게 작용하는 중력을 가중시키는 수준까지 능력이 발전했다.

원래도 강자였던 검은 바람이나 발레리아가 본격적인 초능력 전사로서의 능력을 갖추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초능력이 가장 발전한 건 이 두 사람이 아니었다. 초능력으로 인한 전투력이 가장 크게 상승한 건 아리시아였다.

아리시아의 시간 가속은 점점 더 빨라졌고 이제는 능력을 풀로 활용하면 속도 면에서는 검은 바람이나 발레리아도 그녀를 따라가지 못했다.

최근 던전에서는 혼자서 자이언트 프로그를 혼자서 상대해서 처리하기도 했다.

완벽하게 기척을 숨긴 놈을 미처 발견하지 못했는데 그놈이 카일을 갑자기 기습한 것이다.

그때 카일은 순간 당했다고 생각했지만 그 순간 아리시아가 시간 가속 능력을 풀로 활용하며 튀어나왔다.

털썩.

“괜찮으세요. 주인님.”

카일은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그저 ‘당했다.’ 라고 생각한 순간 몸을 웅크렸는데 그 다음에 보인 것은 자신을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아리시아의 얼굴과, 단검에 몸이 난자당해서 죽어 있는 자이언트 프로그의 시체뿐이었다.

“아리시아. 너 언제…….”

“다행이다. 무사하신 거죠? 아무 데도 안 다친 거죠? 다행이다. 정말… 정말 다행이야.”

아리시아는 그저 카일의 안위를 살피기만 바빴다.

나중에 검은 바람에게 물어보니 그 순간 아리시아의 속도는 검은 바람의 눈에도 희미하게 보일 정도였다고 한다.

사전에 기습을 발견하지 못한 것은 아리시아의 잘못이었지만 습격을 시도하는 자이언트 프로그보다 더 빠르게 반응해서 단검으로 난자를 해버릴 정도로 그녀의 속도는 압도적이었다.

원래도 쿼터 엘프인 그녀는 민첩하고 몸놀림이 기민했던 아리시아다.

그런 그녀가 시간 가속 능력으로 속도를 가속시키면 어지간한 익스퍼트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움직일 수 있었다. 실제로 검은 바람이 평하기를 대인전이라면 아리시아가 어지간한 익스퍼트는 이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카일이 강해지고, 그 측근들이 강해지고, 그 밑에서 구르는 부하들도 느리긴 하지만 꾸준하게 강해지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카일이 투자를 했던 마르크 상단에서 상행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들어왔다.

건실한 상단을 골라서 반드시 필요한 생필품과 필수품을 구매하는 상행위에 투자를 한 결과 세 곳의 투자는 모두 이득을 냈다.

마르크 상단에 투자한 1,000골드는 1,700골드로, 페트릭 상단에 투자한 500골드는 800골드로, 코비치 상단에 투자한 500골드는 700골드로 돌아왔다.

다 해서 순이익만 해도 1,200골드가 나왔다.

그동안 던전에서 번 돈까지 포함해서 카일의 보유금액도 7,000골드를 넘어갔다.

카일은 이 돈을 다시 분산시켜서 열 개가 넘는 상단에 재투자했다.

‘투자에 대한 소문이 퍼지면 다른 사람들도 따라하기 시작할 거야. 그 전에 최대한 선점해야지.’

그렇게 재투자를 하는 카일을 보고 발레리아가 말했다.

“주인님. 돈은 이미 충분한 것 같은데 더 버시려는 건가요?”

“충분하다니? 아직 목표 금액은 한참 멀었어.”

“한참 멀어다니……. 얼마나 모으시려고요?”

“글쎄, 최소한…….”

카일은 조금 생각하다가 말했다.

“최소한 10만 골드는 모아야겠지.”

“10만 골드라니, 그건… 참 장대한 목표네요.”

발레리아는 카일의 목표가 너무 크다고 생각했다.

지금 카일의 파티가 던전에서 올리는 수입이 한 달에 1,500~2,000골드 정도다.

단순 계산으로 5년 정도는 한 푼도 안 쓰고 모아야 도달할 금액이 아닌가?

하지만 그녀는 몰랐다.

카일의 말하는 10만 골드는 어디까지나 최소한의 1차원적인 목표에 불과했다는 것을 말이다.

* * *

1년 후.

카일은 지난 1년 동안 모험가로서는 다소 정체된 모습을, 그리고 투자자로서 굉장히 충실한 모습을 보였다.

우선 1년 동안 카일은 꾸준하게 던전에 들어가기는 했다. 다만 활동 목표는 모두 9층의 언데드와 듀라한이었고 그런 카일의 모습은 이제 9층에 안주한 모험가로 보이기에 충분했다.

더 밑을 노리지 않고 9층을 공략하면서 안정적으로 수입을 올려서 풍족한 생활을 하는 모험가. 실제로 모험가 중에서는 그런 이들이 10% 가량을 차지하는 이들이었고 진심으로 던전을 공략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도전하고 탐구하는 이들은 1% 정도 밖에 되지 않았다.

참고로 나머지 89%의 모험가의 미래는 죽음, 혹은 포기다.

카일은 9층에서 활동하면서 벌어들인 금액을 꾸준하게 상단의 사업에 투자했다.

그게 상당한 수입이 되었다.

투자금액이 커지면 커질수록 이익금도 커졌고, 이따금씩 카일이 직접 사업 아이템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때로는 세 배가 넘는 이익이 나기도 했다.

1년이 지난 지금 카일의 재산은 원래 목표였던 10만 골드를 아득하게 넘어서 20만 골드를 넘기고 있었다.

외부에서 보기에는 카일이 모험가로서 안정을 택하고 사업가로서 진로를 전향한 것으로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카일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지난 1년 동안 초능력을 더 강화시키고 측근과 부하들도 단련에 거듭하며 파티의 전력이 대거 증강했다. 이제 짐꾼으로 부리던 부하들도 전원 오러 유저 초급 정도는 되었고, 그들의 리더인 호크는 유저 중급은 되었다.

카일 본인도 순수하게 검의 경지만 해도 유저 최상급의 경지에 도달했는데 여기서 익스퍼트의 경지에 한 발을 들일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몰랐다.

그 한 발자국을 디디고 말고는 오직 개인의 재능과 센스에 달려 있었기 때문에 검은 바람이나 발레리아도 도와 줄 수 있는 게 없었다.

어쨌든, 카일은 강해졌다.

이제 시간은 좀 걸려도 초능력을 병행하면 혼자서 트롤을 잡아낼 수도 있었다.

카일의 나이가 아직 19세라는 것을 생각하면 상당히 놀라운 일이었다.

모험가로서 안정을 택했다는 외부의 시선을 틀렸다. 그저 더 멀리 뛰기 위해서 힘을 비축하고 있을 뿐이다.

그 외에도 큰 변화라면 레이나의 초능력의 각성도 들 수 있다.

레이나는 생각보다 빠르게 각성을 했다.

그녀가 각성한 능력은 텔레파시.

앞에 세 사람과 달리 전투적으로 도움이 되는 능력이 아니라서 내심 실망했었지만 가만히 생각하면 던전에서 이만한 능력도 또 없었다.

텔레파시는 떨어져 있는 사람에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인데 그 과정에서 상대방이 어디에 있는지 대략적인 위치를 알게 해준다.

즉, 던전에서 어느 정도 떨어져 있어도 서로의 위치를 확인하면서 움직일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녀가 정신을 집중하면 상대방의 의사를 어느 정도 캐치할 수도 있었다. 자세한 사고까지 읽어낼 수는 엇었지만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감정이 적의인지 호의인지 정도는 대략 알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도 상대방의 위치를 어느 정도 알 수 있었기 때문에 정찰의 효과도 있었다.

실제로 레이나가 이 능력을 각성하고 나서 가장 유용한 것은 인간 사냥꾼을 완벽에 가깝게 파악한다는 것이다.

인간 사냥꾼 중에는 몰래 기습하는 놈도 있었고 멀쩡한 모험가인 척 위장을 하고 접근해오는 놈들도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 접근하던 간에 레이나의 텔레파시는 놈들이 적의와 위치를 단번에 캐치했다.

지난 1년 동안 일곱 번에 걸쳐서 인간 사냥꾼을 만났던 카일이었지만 그녀 덕분에 허를 찔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렇게 레이나가 능력을 각성한 후 카일은 바로 다음 노예를 구입할까 싶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왜냐하면 초능력을 연마하면서 자신의 능력에 관해서 좀 더 선명하게 파악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많은 각성자를 한 번에 각성시킬 수 있었던 전생에는 수많은 과학자들이 카일에게 약물을 투여하고 인체실험에 가까운 시도를 하면서 능력을 키웠다. 그랬기 때문에 카일은 자기 능력을 키우는 방법을 잘 몰랐다.

오히려 이번 생에서 시행착오를 반복하다 보니 점점 자신의 능력에 대한 이해가 높아졌다.

간단하게 말해서… 카일의 능력의 핵심은 각성과 육성이다.

단, 이 두 개의 능력은 엄밀히 말해서 다른 분야다.

발레리아가 중력을 조작할 때도 중력을 무겁게 하는 능력과 가볍게 하는 능력에 별개의 연습이 필요한 것처럼 카일의 능력도 세분화해서 별개의 훈련을 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육성 능력은 이미 충분했다.

레이나를 대상으로 충분히 수련을 해서 하루에 여섯 시간 넘게 코어를 활성화 시킬 수도 있었다.

문제는 각성 능력이다.

육성 능력이 출력이라면 각성 능력은 저장 공간에 가까웠다.

카일의 내면에 보이지 않는 저장 공간이 있고, 그 저장 공간에 무언가를 저장하는 것이 각성 능력이었다.

카일은 편의상 이것을 슬롯이라고 불렀다.

이 슬롯이 전생에는 최소 다섯 개에서 열 개는 되었으리라.

하지만 지금 전생한 카일에게는 슬롯이 하나밖에 없었다. 슬롯이 하나 밖에 없기 때문에 카일은 한 번에 하나의 초능력자 밖에 각성시킬 수 없는 것이다.

혹시나 자신의 가설이 맞는지 틀린지 확인하기 위해서 카일은 멀고 먼 폐기장에서 폐기 노예를 몇 명 사왔다.

그때 사온 노예의 조건은 딱 하나였다.

가능하면 극악한 범죄를 저지른 대악인일 것.

카일이 자신의 능력을 해명하기 위해서 행할 실험은 엄밀히 말해서 인체 실험이다.

그리고 실험의 성공 실패와는 별개로 보안을 위해서 대상자를 살려 줄 생각은 없었다. 그랬기에 죽어 마땅한 악당들만 골라서 사오게 한 것이다.

유감인지 다행인지 세상에는 죽어 마땅한 쓰레기들이 많았다.

쾌락살인마, 식인범죄자, 아동 성폭행범 근친살해범 등등.

인체 실험이라는 마지막 선을 넘는 게 과연 옳은가에 대한 고뇌에 감싸여 있는 카일이 단숨에 망설임을 버릴 수 있었다.

같은 공간에서 숨 쉬는 것조차 혐오스러운 쓰레기들을 상대로 카일은 자기 능력을 시험해 봤다.

결과는 카일의 예상이 맞았다.

이미 한 명을 각성시키고 또 다른 한 명을 연달아서 각성시키자 기존에 각성을 시켰던 인간의 육체가 극심한 고통과 함께 각성 전의 폐기상태로 돌아갔다. 심한 경우 그대로 끔찍한 고통과 함께 죽어버리는 일마저 있었다.

‘다행이군. 시험해 봐서 천만다행이야.’

카일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능력이 어느 정도 성장했을 때 레이나를 두고 다른 노예를 각성시키지 않은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그 실험의 결과 카일은 우선 슬롯을 늘리는 훈련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러자면 한동안은 슬롯을 비워 두어야 할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카일은 레이나를 각성시키고 나서도 한동안 다른 노예를 들이지 않았던 것이다.

이게 카일이 1년 동안 모험가로서 숨을 죽이고 있었던 가장 큰 이유기도 했다.

하지만 이제 그것도 끝이다.

최근 카일은 자신의 내면에 공간이 확장됨과 동시에 슬롯이 늘어났음을 느꼈다.

기묘한 감각이었지만 그것은 확신이었다.

이제 자신은 한 번에 두 명의 초능력자를 각성시킬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리고 슬롯을 한 번 확장시켜 보니 앞으로 어떻게 해야 슬롯을 더 확장시킬 수 있는지도 감이 좀 왔다.

카일은 점점 전생의 능력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돈도 모았고, 실력도 늘었고, 자신의 능력도 해명되었다.

이제 카일은 더 이상 웅크리고 있을 이유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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