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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자를 육성하는 능력자-71화 (71/215)

71화

“그어어어어어!”

듀라한은 흉포한 괴성을 지르고 짜릿한 살기를 뿜어내면서 달려왔지만 검은 바람은 그런 것은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 그가 신경 쓰고 있는 것은 딱 하나였다.

‘주인님에게 못난 모습을 보인 건 한 번이면 충분하다.’

자신이 다침으로 인해서 카일이 걱정하는 표정을 짓게 만들었다. 진심으로 충성을 바치겠다고 맹세한 자신의 진정한 주인인 카일의 표정에 수심을 만들었다.

그것은 검은 바람의 자존심을 크게 건드렸다.

검은 바람은 눈앞의 적을 진지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보여 주겠다. 진짜 내 힘을!”

그리고 듀라한이 자신의 앞으로 달려온 순간.

“흐읍!”

두우웅!

검은 바람의 몸이 갑자기 두 배 이상 커졌다.

원래 인간 치고도 체격이 큰 검은 바람의 몸이 거대해지니 트롤하고 사이즈가 비슷할 정도였다.

거대해진 검은 바람은 그 상태로 초능력으로 인해 함께 크기가 변한 태도를 힘껏 휘둘렀다.

“하아아압!”

“크어어어어어!”

콰아아아앙!

일격.

단 일격이었지만 듀라한이 뒤로 날아가 버렸다.

“오오오…….”

“대단해…….”

거대해진 검은 바람을 보고 부하들도 크게 감탄했다.

검은 바람에게 거대화의 능력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평소에는 1.3~1.5배 정도로만 사용하고 있었다. 필요에 따라서 넓은 범위의 적들을 감당해야 할 일이 있으면 편의상 사용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 검은 바람은 던전에 들어오고 나서 처음으로 자신의 능력을 전투력 강화라는 목적으로 사용하고 있었다.

이전의 층에서는 카일이 내려준 초능력 없이도 충분히 상대가 가능했었던 검은 바람이었지만 이제 진짜로 전력을 다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 상대를 만난 것이다.

그런 검은 바람을 보고 카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존심 때문에 능력을 적극적으로 활용 안 하는 줄 알았는데……. 좋다, 어디 해봐라.’

초능력을 전투에 100% 활용하는 검은 바람의 전투력은 카일도 처음 보는 것이었다.

“그어어어.”

검은 바람의 일격에 멀리 날아간 듀라한은 땅을 나뒹굴었다. 하지만 놈은 노련한 전사답게 황급하게 몸을 일으키고 자세를 바로 잡으려고 했다.

“아직 멀었다!”

하지만 듀라한인 제대로 자세를 잡기도 전에 성큼성큼 따라온 검은 바람의 태도가 다시 한번 놈을 다시 공격했다.

콰아아앙!

“크어어어어…….”

듀라한은 육중한 공격을 검을 들어 막았지만 팔을 비롯해서 몸의 여기저기의 관절이 박살 났다.

콰직. 뿌드득.

놈의 박살 난 관절에서는 피 대신에 검은색 연기가 스멀스멀 새어 나오고 있었다.

“크으어어어어…….”

어차피 언데드의 육신이니 고통은 없다. 하지만 신체의 구조상 관절의 마디마디가 조각날 정도로 파괴된 상태에서는 몸이 움직이지 못했다. 그리고 전투 불가의 듀라한을 향해 검은 바람이 마무리 공격을 떨어트렸다.

“끝이다.”

“끄아아아아아!”

콰직!

마무리 공격으로 검은 바람은 적의 머리통을 깔끔하게 박살 내버렸다.

“후우우우…….”

그리고 검은 바람은 자기 몸을 다시 정상으로 축소시켰다. 그리고는 바닥에 떨어져 있는 듀라한의 마석과 검을 가지고 카일에게 가서 말했다.

“주인님. 끝냈습니다.”

“그래. 수고했다.”

듀라한과의 두 번째 교전 결과 검은 바람은 카일의 걱정을 깨끗하게 씻어 주었다.

‘충분히 가능하겠어.’

* * *

일주일 후.

“이쯤이면 충분한 것 같군. 올라가도록 하자.”

“예. 주인님.”

카일은 9층에서의 사냥을 종결지었다.

그동안 꽤 넓은 범위를 탐색했고 9층의 지형도 제법 넓게 숙지했다. 그리고 그렇게 탐색을 지속하는 동안 수도 없이 많은 언데드 몬스터를 쓸어버렸다.

사실 언데드의 99%는 레이나 혼자서 상대했다고 봐야 했다.

대부분의 언데드는 레이나의 신성력 앞에서 녹아 내렸고 그 후에 부하들이 마석을 줍는 것 말고는 어려울 것도 없었다.

오직 듀라한만이 전투의 대상이었는데, 이놈과의 전투도 하다 보니 점점 익숙해졌다.

우선 검은 바람의 전투를 보고 자극을 받은 발레리아가 자신도 일대일로 듀라한과의 전투를 희망했다.

“발레리아. 너까지 그럴 필요는…….”

“꼭 해보고 싶습니다.”

그녀의 눈동자에 이글거리는 강한 열망을 본 카일은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위험하지 않을 정도로만이다.”

“감사합니다. 주인님.”

그렇게 발레리아 역시 듀라한과 일대일로 맞섰고, 정면 승부를 펼쳤다.

물론 환영술과 사령술은 레이나가 막아 주었으니 승부는 순수한 전사 대 전사로서의 승부였다.

둘은 격돌하고 50 합이 지나도록 승부가 나지 않았지만 미세한 차이로 발레리아가 점점 밀렸었다.

애초에 상성이 너무 나빴다.

발레리아의 특기인 방어는 상대방의 공격을 버티면서 체력이나 집중력이 떨어졌을 때를 노리는 것이 기본인데 언데드인 듀라한은 지치지도 집중력이 흐트러지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검은 바람처럼 초능력을 전투에 사용하기는 것도 무리였다.

능력을 각성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아직은 실전 투입은 좀 불안했다. 가뜩이나 중력 조작이라는 능력은 전투에 활용하고자 하면 섬세한 컨트롤이 필수인 능력이기 때문이다.

결국 100 합이 지날 무렵에 카일이 말했다.

“검은 바람 개입해라.”

“예. 주인님.”

결국 검은 바람이 개입해서 발레리아와 합공을 해서 듀라한을 처리했다.

“…….”

듀라한은 처리했지만 발레리아는 자존심에 심각한 타격은 입은 표정을 지었다. 그저 듀라한과의 승부에서 밀렸기 때문만이 아니다.

그녀는 내심 자신과 검은 바람의 실력이 대등하다고 생각했었다. 실제로 전사와 기사로서의 실력은 그럴 것이다. 하지만 검은 바람은 카일의 노예 중에 누구보다 먼저 초능력을 각성했고, 오랫동안 그 능력을 키워 왔다.

그 초능력까지 포함한 최종 전투력까지 따지면 검은 바람이 발레리아보다 훨씬 위에 있었다. 그 사실이 이번 9층의 듀라한을 상대로 밝혀진 것이다.

눈을 감고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는 발레리아에게 레이나가 다가와서 말했다.

“저기 발레리아 씨.”

“왜 그러십니까? 레이나 수녀님.”

“그게 사실… 저도 지금 생각난 건데요…….”

레이나는 발레리아의 귓가에 무언가를 속삭였다. 그리고 발레리아는 잠시 후 다시 카일에게 말했다.

“주인님. 한 번만! 딱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십시오!”

“위험하다.”

“자신이 있습니다. 부탁드립니다. 딱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십시오!”

“…딱 한 번만이다.”

“감사합니다.”

카일은 발레리아의 간절한 부탁에 한 번의 기회를 더 주기로 했다.

막연히 애원해서 준 것은 아니다. 그녀의 표정에서 무언가 확신이 있다는 것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어진 다음 듀라한과의 전투.

“웨이크 업!”

“홀리 랜드!”

레이나는 두 번의 주문으로 듀라한을 상대할 준비를 마쳤다.

아니, 그녀는 발레리아의 검에 손을 가져가서 세 번째 기도를 시작했다.

“여신 레테시여. 그릇된 존재에 맞서는 전사의 검에 그대의 손길을 더해 주소서. 디바인 소드.”

그러자 레이나의 손에서 빛이 나서 발레리아의 검에 스며들어서 은은한 백광을 뿜어냈다.

“이제 됐어요.”

“고맙습니다. 레이나 수녀님.”

그리고 발레리아는 입술을 꽉 깨물고 듀라한에게 다가갔다.

“어디 해보자.”

“그으으으으…….”

그렇게 해서 발레리아는 다시 한번 듀라한과 단독으로 맞섰고, 그 결과는 좀 전과는 확연하게 달랐다.

“크어어어어!”

듀라한은 발레리아와 검을 마주할 때마다 고통스런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났다. 그녀의 검에 깃들어 있는 레이나의 신성력이 부딪힐 때마다 대미지를 주고 있는 것이다.

덕분에 발레리아는 일방적으로 전투를 유리하게 이끌어갔고, 마침내 그녀의 검이 듀라한의 손에 들려 있는 머리를 꿰뚫었다.

“끄아아아아아악!”

듀라한이 쓰러지고 발레리아는 전리품처럼 검과 마석을 가지고 와서 카일에게 무릎을 꿇고 바치며 말했다.

“비록 온전한 제 힘은 아니지만 주인님의 적을 물리치는 것에 성공했습니다.”

“수고했다. 나의 사랑스럽고 충직한 기사여.”

카일은 그녀가 내민 전리품을 받으며 말했다.

“황송한 말씀을…….”

발레리아는 카일의 사랑스럽다는 말에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혔다.

그리고 이 모습을 보고 주인의 애정에 갈급한 누군가가 나섰다.

“주인님. 저에게도 기회를 주세요.”

아리시아였다.

“아니, 아리시아 너는 아무래도…….”

카일은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익스퍼트의 경지로 원래 듀라한과 어느 정도 맞설 수 있었던 검은 바람이나 발레리아와는 경우가 달랐다. 아리시아의 실력으로는 듀라한에게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시도만이라도 하게 해주세요. 화살에 레이나 씨가 신성력을 내려 준다면 가능할 거예요.”

“화살에 신성력이라…….”

그건 확실히 시도해 볼 만한 것이긴 했다.

카일이 레이나에게 시선을 돌려 그녀를 살펴보니 그녀는 조금 지친 기색으로 말했다.

“아마 가능은 할 거예요. 디바인 소드는 무기 전반에 사악한 것과 맞설 수 있는 신성력을 부여하는 축복이니까요.”

“좋아. 그럼 해보자. 그 전에 레이나는 충분히 쉬어서 체력과 정신력을 회복하고.”

“예. 주인님.”

그렇게 해서 아리시아도 듀라한과 맞설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하지만, 결과만 놓고 말하자면 실패였다.

팅팅팅!

“이게……?”

신성력이 깃든 화살은 확실히 일반 화살보다 효과가 있는 듯했지만 듀라한은 그걸 맞고도 멈추지 않고 전진했다.

“그워어어어어!”

오히려 성질이 나서 더 거칠게 뛰어왔다. 그 모습에 아리시아가 이를 악물었다.

까드득.

그리고 아리시아의 몸이 갑자기 두 배속 이상으로 빨라졌다. 그녀의 몸만이 아니라 그녀의 손끝에서 떠난 화살까지 모두 빨라졌다.

티티티티티티티팅!

총을 단발로 쏘다가 연발로 바꾼 것처럼 아리시아의 화살은 빠르게 날아갔다.

“크어어어어.”

듀라한은 순간 조금은 주춤했지만 다시 성질을 내면서 달려왔다. 마치 곰이 벌에 쏘여도 별 느낌이 없는 것처럼 아리시아의 화살을 무시하고 있었다.

“아리시아. 안 되겠다. 내 뒤로 물러나.”

대기하고 있던 검은 바람이 외쳤고 아리시아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뒤로 물러났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안타까운지 물러나면서까지도 화살을 쐈다.

퍼엉!

“크어어어어!”

화살 중에 한 발이 다른 효과를 발휘했다. 아리시아가 쏜 화살 중에 한 발이 듀라한의 눈에 맞은 것이다.

그러자 눈 부분에서 작은 불꽃이 튀는 듯한 효과와 함께 듀라한이 고통스런 비명을 질렀다.

“지금 이건……….”

“일단 물러나.”

아리시아는 당황했지만 그 전에 검은 바람이 앞으로 나가서 거대화 한 다음 듀라한을 썰어버렸다. 결국 아리시아의 경우 일대일로 듀라한을 잡는 건 실패했지만 최소한의 이득은 있었다.

하나, 화살을 신성력에 실어서 공격하면 최소한의 대미지는 들어간다.

둘, 그 화살이 듀라한의 급소인 눈에 맞으면 상당한 대미지가 들어간다.

이 두 가지 정보를 얻은 것만으로도 아리시아의 도전에는 의미가 있었다.

검은 바람이나 발레리아가 전투를 하는 와중에 아리시아가 신성력이 깃든 화살로 듀라한을 노려서 엄호하는 식의 전투가 가능해질 테니 말이다.

‘용감하게 도전해 보지 않았다면 절대 몰랐을 사실이지.’

카일은 만족하며 아리시아에게 말했다.

“잘했다. 아리시아.”

“제가 도움이 되었나요, 주인님?”

“물론. 네 덕분에 전략의 폭이 넓어졌다.

“감사합니다. 주인님.”

아리시아는 안도감이 가득한 표정으로 깊게 허리를 숙였다.

검은 바람이나 발레리아는 전사로서, 혹은 기사로서 자존심을 위해서 나섰다. 하지만 그녀가 나선 것은 자존심이 아니라 두려움 때문이었다.

‘다행이야. 주인님에게 도움이 될 수 있어서…….’

잘못하면 9층에서 자신만 카일에게 도움이 되지 않을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

그녀에게는 모든 것이 카일이 우선이고 중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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