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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자를 육성하는 능력자-64화 (64/215)

64화

그날 밤, 카일의 침실에는 레이나가 들어왔다.

그녀는 겉에 보기만 해도 부드러운 질감의 가운을 걸치고 있었다.

그녀는 그 상태로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밤… 시중을 들러… 왔습니다.”

“이럴 거라고 생각은 했지.”

카일은 읽던 책을 옆에 엎어두고 말했다. 그리고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있잖아, 레이나. 나는 딱히 이런 용도로 널 구입한 건 아니야. 그러니 네가 하기 싫다면 굳이 밤 시중 같은 건 하지 않아도 좋아.”

그런 카일이 말에 레이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내 예상대로였어. 주인님은 나에게 수녀로서의 능력만을 바라시는 거였어.’

여기서 레이나는 웃으면서 서로 오해가 있었네요. 라고 말하면서 물러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아리시아의 텅 빈 눈동자였다.

“…….”

여기서 돌아가면 어쩐지 무슨 사달이든 일어날 것 같았다.

그녀는 짧게 호흡을 정돈하고 마음을 굳혔다.

스르륵.

부드러운 가운이 그녀의 맨살을 타고 흘러내렸다. 가운을 벗은 그녀의 몸에는 청초한 순백색의 레이스 속옷만이 걸쳐져 있었다.

옷을 입고 있을 때는 그저 귀여운 소동물 같은 이미지의 그녀였다. 하지만 속옷 차림을 하고 여과 없이 몸매를 드러낸 그녀에게는 아리시아나 발레리아에게서는 느낄 수 없는 섹시함이 있었다.

발레리아보다 더 아찔한 볼륨감의 가슴과 골반, 그러면서도 잘록하게 들어가 있는 허리라인은 그야말로 폭발적인 몸매가 어떤 것인지 잘 보여 주고 있었다.

‘섹시 다이나마이트라는 게 이런 건가?’

카일도 몰랐는데 드러난 그녀의 몸매는 거의 위험물 수준급으로 파격적이었다.

어디를 건드려도 푹 하고 파묻힐 것 같은 글래머러스한 몸매는 당장이라도 끌어안고 싶을 정도로 매력적이었다.

카일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그런 카일에게 레이나가 다가와서 말했다.

“강제로 이러는 것 아니에요. 주인님이 불쾌하지만 않으시다면 부디 저를 안아 주세요.”

그녀가 분명하게 자기 의사를 밝혔고 카일은 더 이상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우선 그녀의 손을 잡아서 침대 위로 당겼다. 그리고는 그녀의 허리에 손을 두르고 부드럽게 키스를 했다.

“으음…….”

그것은 레이나의 인생에 있어서 첫 키스였다.

그녀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느껴보는 짜릿한 쾌감에 전율했다.

두 사람의 입술이 떨어지고 카일은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확인했다.

“진짜 후회 안 해?”

그 질문에 레이나는 살짝 상기된 표정과 몽롱한 눈빛으로 말했다.

“안 해요. 이건 제 진심이에요.”

이 순간은 아리시아에게 등을 떠밀려 마지못해 결정한 게 아닌 그녀의 진심이었다.

조금 전의 키스로 깨달았다.

한평생 수녀로만 살아왔던 레이나였지만 그런 그녀의 안에도 여자가 있었음을 말이다.

카일은 그녀를 침대로 완전히 끌어 당겼고 그렇게 그녀는 카일의 인생에 세 번째 여자가 되었다.

* * *

레이나는 누군가가 자신의 몸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느낌에 깜짝 놀라서 눈을 떴다. 그녀의 눈앞에 보이는 것은 자신을 부드럽게 감싸고 어루만져 주고 있는 카일이 있었다.

“잘 잤어?”

“예. 주인님.”

수줍게 대답하는 그녀를 카일은 부드럽게 어루만지면서 말했다.

“어제는 대단했어.”

“몰라요. 그런…….”

레이나는 더 부끄러운지 카일의 품안으로 얼굴을 파묻었다.

그런 그녀의 귀여운 모습에 카일은 웃으며 생각했다.

‘진짜 어제하고 동일 인물 맞나?’

카일은 어젯밤 뼈가 녹는다는 게 이런 건가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혹사당했다.

수녀 출신에 남자라고는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레이나였지만 일단 카일의 품 안에 안긴 후부터는 누구보다 더 뜨겁고 정열적이었다.

“주인님… 더, 더해 주세요. 더… 더 세게… 더… 더…….”

대강 이런 식의 요구를 계속 들어야 했다.

첫날밤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격렬하게 불타오르는 레이나의 욕구에 카일은 자존심을 자극 받아서 최선을 다했다.

그 결과 어제 밤 두 사람의 행위는 레이나의 체력이 다해서 허물어질 때까지 계속되었다.

카일은 레이나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말했다.

“난 아침 훈련이 있어. 넌 천천히 쉬다가 내려와.”

“예. 주인님.”

카일은 오랜만에 단련하기 위해 발레리아가 열 명의 부하들을 한창 굴리고 있을 뒤뜰로 향했다.

“나도 내려가야지.”

레이나는 몸을 조금 정돈한 후 일단 옷을 갈아입기 위해서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다만 방문을 열기 전에 그녀는 잠시 망설였다.

“…….”

지금 이 집에는 남는 방이 없다.

그래서 아리시아와 그녀가 잠시 같은 방을 쓰고 있다. 그녀도 거기에 불만은 없었지만 지금은 아리시아의 얼굴을 보기가 약간 거북했다. 어제 그녀에게 보여줬던 아리시아의 이면이 꺼림칙하게 다가온 것이다.

“아! 오셨어요. 레이나 씨.”

아리시아가 먼저 방문을 열고 나타났다.

“예. 옷을 갈아입으려고요.”

레이나의 말에 아리시아는 상냥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러세요. 그 전에 먼저 씻으실래요? 지하의 욕실에 물을 받아 놨어요.”

“아… 고마워요.”

“뭘요. 그리고 오후에는 같이 쇼핑에 나가요. 레이나 씨의 생필품도 사야죠. 혹시 필요한 게 있으면 뭐든지 말씀해 주세요.”

“…….”

“왜 그러세요?”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레이나에게 아리시아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그러자 레이나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그냥 상냥하신 것 같아서요.”

“뭘요. 당연한 거죠. 앞으로 한식구이니 불편한 점이 있으면 뭐든지 말씀해 주세요.”

상냥하게 웃으면서 말하는 아리시아의 모습은 어제 레이나가 봤던 광기는 편린조차 보이지 않았다.

‘내가 예민했던 걸까? 어쩌면 내가 너무 과민반응했던 걸지도 몰라.’

레이나는 자신이 아리시아를 오해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 어쩌면 어제는 서로 좀 오해가 있었을 지도 몰라. 오면서도 쭉 같이 있었지만 서로 잘 지냈잖아? 어쩌면 내가 정말로 카일 주인님께 잘못한다고 느꼈던 걸 수도 있지. 한 번 의견이 충돌한 것 가지고 사람의 본성을 오해하면 안 돼.’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애당초 여신의 교리를 우선시해서 신전의 상층부에 찍히기까지 했던 그녀다.

다른 사람을 계속 의심할 수 있는 성격은 되지 못했다.

* * *

카일이 자리를 비운 것은 세 달 정도였지만 그 시간 동안 바이에른은 꽤 많은 것이 변했다.

우선 가장 큰 변화는 던전에 들어가는 모험가들 중에 개를 데리고 들어가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트롤을 목적으로 활동하는 7층의 모험가들은 물론이고 저층에서 활동하는 모험가들 역시 개를 데리고 갔다. 일반 몬스터를 상대로도 개의 후각이 꽤 좋은 역할을 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심지어 개한테 갑옷을 맞춰서 입히고 들어가는 모험가들도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이런 유행이 번지면 번질수록 가장 처음에 성공한 사람의 평가가 올라가는 법이다.

모험가 길드를 통해서 카일에게 개의 훈련을 맡기려는 이들도 있었지만, 카일은 개 조련사로 전업할 생각은 없었기에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대신 같은 화이트 울프종의 암컷들을 스노우와 교배시키는 것은 허락해 주었다.

물론 최우선적인 대상은 지부장의 애견인 아우레나였지만 그 이외의 상대에게는 돈을 받고 교배를 허가해 주었다. 그게 생각보다 짭짤한 수익이 되기도 했다.

그리고 카일이 없는 동안 발레리아는 열 명의 노예들을 용병으로 등록하고 정말 험하게 굴렸다고 한다.

용병으로 있는 동안 바이에른 근처에 있는 고블린 취락 세 개를 박살 냈는데 발레리아가 있었다고 해도 꽤 위험한 실전 경험이었다. 던전과 달리 탁 트인 외부에서 수백 마리의 고블린에게 둘러싸인 전투였으니 말이다.

그런 실전 훈련을 거치면서 노예들은 이제 제법 강해졌고 이제 단순한 짐꾼이 아니라 그럭저럭 제 몫을 하는 병사 정도는 된다고 봐도 좋을 정도로 성장했다.

이렇게 좋은 일만 있는 것 같았지만 그렇지 않은 일도 있었다.

탐색견의 도입으로 인해서 트롤의 사냥에 탄력이 붙기 시작했고 그만큼 7층에서 활동하는 모험가들의 경쟁이 치열해졌다.

경쟁적으로 트롤을 잡다 보니 결과적으로 7층에서 활동하는 트롤의 숫자 자체가 줄었다. 그로 인해 결국 모험가들은 트롤을 두고 마찰을 빚는 일이 잦아졌고, 그 마찰로 피를 보는 일도 많아졌다.

그렇게 탐색견을 투입한 파티들이 많은 수입을 올리던 것도 한두 달 정도가 끝이었고 지금에 와서는 탐색 능력이 서로 상향평준화되어 수입 면에서는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카일이 다시 던전에 복귀해서 활동한다고 해도 예전과 같이 짧은 시간에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는 없을 것이다.

발레리아에게 그동안의 보고를 받고 카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그렇겠지. 이미 예상했던 일이다.”

“예상을 하셨다면 다른 대책도 있다는 말입니까?”

“당연하지. 탐색견에 대한 정보를 풀면서 이미 예상했던 일이다. 이제 트롤 사냥으로 손쉽게 거금을 버는 시기는 지났어. 우리는 그 다음으로 넘어간다.”

“다음이라는 말씀은 8층으로 진출을 염두에 두고 계신 겁니까?”

검은 바람이 기대되는 표정으로 말했다. 거기에 카일을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 8층으로 내려가 봐야 난이도만 올라가지 수입 면에서는 별 차이가 없을 거다.”

카일은 잠시 말을 끊었다가 말했다.

“우리 목적지는 9층이다.”

카일은 단번에 활동 무대를 두 단계나 내리기로 결정했다.

이제까지 카일은 도박보다 안전성을 우선시해서 던전을 공략해 왔다.

하나 밖에 없는 목숨을 도박으로 건다는 것은 무모함을 넘어 그냥 어리석은 짓이라는 게 카일의 지론이었다.

그리고 그런 마음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다만 던전을 단 번에 두 단계나 넘어가려고 하는 이유는 레이나의 존재 때문이었다.

“성직자가 파티에 있다면 8층보다는 9층에서 듀라한을 목표로 사냥하는 편이 좋다.”

그렇다. 카일이 9층을 목표로 하는 것은 9층이 4층과 마찬가지로 언데드 몬스터가 나오는 층이기 때문이다.

유령 형태의 몬스터 레이스.

걸어 다니는 해골 형태의 몬스터 스켈레톤과 무장을 갖춘 해골 병사 스켈레톤 워리어.

무엇보다 가장 큰 대목으로 듀라한이 있다.

목 없는 기사라고 불리는 듀라한은 9층에 나오는 몬스터 중에서도 가장 큰 돈이 되는 몬스터로 알려져 있다.

듀라한은 머리가 잘려 있는 기사로 자신의 머리는 한 손에 방패처럼 들고 다닌다. 그리고 그 머리로 사령술을 사용해서 다른 언데드 몬스터를 소환해서 부리거나 인간에게 환각을 보여 주기도 한다. 게다가 본연의 실력 역시도 익스퍼트 중급 이상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굉장히 위험한 몬스터다.

솔직히 7층에서 상대해 왔던 트롤에 비해서는 난이도가 확연하게 다르다.

검은 바람이나 발레리아와 대등한 전투력을 지니고 있는 상대가 수십 마리의 언데드를 소환해서 사령술까지 사용해서 싸우는데 그게 쉬울 턱이 있겠는가?

다만, 파티에 신관이 있다면 얘기는 크게 달라진다.

우선 신관의 정화술이 턴 언데드를 펼치면 사령술로 소환한 하급 언데드 따위는 그 자리에서 녹아버린다. 이에 더불어 듀라한 본연의 강력함도 상당히 상쇠되어서 익스퍼트 중급에서 최하급 정도로 파워가 떨어진다.

즉, 레이나가 정화술을 펼치는 범위 안에서 싸운다면 듀라한을 상대하는 것은 지금의 트롤을 상대하는보다 더 쉽게 처리할 수 있는 것이다.

거기다 듀라한의 가장 큰 장점은 놈이 사용하는 검이다. 듀라한이 사용하는 검은 중간계에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마족의 세계인 마계다. 그곳에서 듀라한과 함께 태어나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듀라한의 검에는 아주 미량이긴 하지만 아다만티움이 섞여 있다. 삼대 금속의 하나인 아다만티움은 무척 고가이고 듀라한의 검을 지상에 가져오면 트롤의 가죽이나 간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팔수 있다. 그렇다 보니 카일이 9층에서 언데드를 상대로 활동하겠다고 선언하는 것도 당연했다.

실제로 신관이 동료로 있는 파티원들에게 있어서 가장 인기 있는 활동층이 9층이다.

다만, 약간의 문제가 있다면 그건 사이에 있는 8층이다.

8층은 습지대다.

원래 던전 자체가 습기가 높은 편이긴 하지만 8층은 훨씬 습하고 중간에 사람이 빠져 죽을 수도 있는 늪이 많다.

그런 8층에 있는 몬스터는 트롤, 리자드맨, 자이언트 프로고 정도다. 몬스터 자체는 그렇게 강력하지 않지만 문제는 이것들이 늪을 이용해서 지형지물로 활동하기에 너무 적합한 몬스터라는 것이다.

발에 물갈퀴가 있고 수중 호흡이 가능한 리자드맨은 좀 싸우다 불리하다 싶으면 늪 속으로 후퇴해 버리기 일쑤고, 움직이는 건 다 잡아먹으려고 하는 자이언트 프로그는 그 황소만큼 커다란 몸을 늪에 숨기고 있다가 갑자기 기습하기도 한다.

트롤도 늪지대에 최적화된 몸을 하고 있다.

지하에 고여서 썩어가는 더러운 늪의 물은 트롤에게는 오히려 안성맞춤의 온천 같은 곳이었다.

트롤은 그런 늪 속에 몸을 담구고 있는 것을 좋아했고 실제 놈의 가죽은 늪에 담구고 있으면 더 질기고 단단해졌다. 그래서 같은 트롤이라도 7층의 트롤보다 8층의 트롤이 더 강력한 것이다.

즉, 좋은 수입을 노리고 9층으로 가기 위해서는 우선 까다롭게 힘든 8층을 통과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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