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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자를 육성하는 능력자-48화 (48/215)

48화

이 세상에는 다양한 힘이 존재한다.

재력, 권력, 무력, 심지어 인간의 외모조차도 어떤 의미로는 힘으로 비유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봤을 때 머릿수라는 것은 절대 무시할 수 없는 힘이다.

이번에 카일의 파티에 합류한 신입 열 명은 사실 무력 면에서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한 달 동안 공을 들여서 훈련시켰지만 아직은 평범한 병사만도 못했다. 그러기에는 훈련 기간이 너무 짧았기 때문이다.

던전의 기준으로 치면 고블린 1.5마리 정도, 장비가 충실하니까 잘하면 두 마리 정도까지 가능하겠지만, 그 정도가 한계이고 아마 오크를 상대로도 일대일에서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신입 열 명이 합류한다고 해도 검은 바람이나 발레리아에 비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 명이라는 숫자는 도움이 되었다.

“주인님. 아무래도 피할 모양입니다.”

“그래. 그렇다면 무시하고 지나가지.”

“예. 주인님.”

3층에서 다른 모험가 파티와 애매하게 루트가 겹치고 있던 카일이었다. 서로 정면으로 마주치는 루트는 아니었지만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는 것을 봐서는 비슷한 루트로 4층까지 이동하려는 것 같았다.

사실 카일이 선택한 루트 자체가 최단거리로 4층으로 내려가는 루트이니 다른 모험가들과 경로가 겹친다고 해도 이상할 일은 아니다.

이런 경우 모험가들은 한쪽이 기다렸다가 다른 한쪽이 지나간 후에 남은 쪽도 지나갔다. 카일은 이럴 때마다 항상 양보하는 쪽이었다. 괜한 자존심 싸움으로 다른 파티와 충돌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피한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대가 처음으로 먼저 멈췄다.

더 이상 소리가 가까워지지 않고 그 대신 먼저 지나가라는 신호가 들렸다.

소리를 듣고 카일 쪽의 인원수가 많다는 것을 알고 먼저 양보한 것이다.

‘잘됐군.’

카일로서는 뜻하지 않은 보상이었다.

덕분에 평소보다 조금 더 빠르게 7층으로 내려갈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7층까지 내려가는 과정에서 신입 노예들은 몇 번이고 겁을 먹고 움츠려 들었다

“으… 으으으으…….”

“저리 가! 저리 가라고!”

전투 노예도 아닌 이상 노예들이 몬스터와 직접 싸울 일은 거의 없다.

흉폭하게 야생의 살기를 품고 달려드는 몬스터들의 공격성에 신입 노예들은 겁을 먹고 위축되었다.

발레리아에게 배운 검술이나 방패술은 완전히 사라지고 그저 머리를 숙이고 붕붕 휘두르기만 했다.

그 모습에 발레레아는 입술을 꼭 깨물고 말했다.

“한심한 새끼들…….”

그리고 그녀가 직접 나서서 오크들을 박살 내버렸다.

뻐어억! 콰직, 푹.

“쿠웨에엑.”

“꾸웩! 꾸익!”

열 명이서도 감당하지 못하던 흉폭한 오크들을 발레리아가 완전히 정리해 버리는 모습을 보고 노예들을 얼어붙었다.

‘괴물…….’

‘무슨 여자가 저런…….’

발레리아는 그런 신입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전열 정비하고 똑바로 따라와라. 어리바리대면 죽는다.”

“에… 예. 교관님.”

“알겠습니다.”

신입들 입장에서 지금의 발레리아는 무서웠지만, 그와 동시에 믿음직한 한편이기도 했다.

저렇게 강한 인물이 자신들을 지켜 주고 있다는 것이 조금은 마음을 진정시켜 주었다.

그렇게 던전을 내려가면서 신입 노예들은 조금씩이지만 상황에 적응하기 시작했다.

던전 7층에 도착하고 노예들은 이제 몬스터의 흉포함보다 다른 부분에 놀라기 시작했다.

우선 자신들이 악마라고 생각했던 두 명의 악마들이 진짜로 강하다는 것이다.

그거야 자신들보다 강할 것이라고는 생각했었다.

하지만 검은 바람이나 발레리아가 거대한 트롤을 압도적으로 처리하거나 수십 마리의 오크들을 일방적으로 쓸어버리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모두 머릿속으로 같은 생각을 했다.

‘개기지 말아야지.’

‘말 잘 들어야지.’

‘절대 안 덤벼야지.’

사실 전투 훈련을 계속 받다가 보니 마음 한구석에는 망상의 나래가 꽃피기도 했다. 자신의 안에 자신도 모르는 검술의 재능이 있고, 그 재능이 꽃을 피워서 개화해서 강자가 되고, 이윽고 저 두 악마를 응징하는 날이 오는 그런 미래를 말이다.

그리고 그건 꿈속에서나 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오늘 분명하게 알았다.

검은 바람이나 발레리아의 강함은 보통 사람들이 평생을 노력해도 따라잡을 수 없는 높은 경지의 강함이었다. 재능을 타고 난 이들이 일관된 집념을 가지고 노력해야 도달 할 수 있는 경지에 있는 것이 두 사람이었다.

어떤 의미로 두 악마보다 더 놀라운 것은 그동안 마음의 지주가 되어 주었던 천사 아리시아의 진면목이었다.

“아리시아, 뒤에 뭐가 오는 것 같아.”

“제가 맡을게요.”

그녀는 활을 들고 뒤로 향했다. 그리고 달려오는 오크 무리들을 향해서 활을 당기기 시작했다.

티티티티티티티팅!

손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른 속사에 오크들은 그녀에게 닿지도 못하고 쓰러져 갔다.

시간 가속의 능력이 더 발전한 아리시아의 속사는 이제 평범한 궁수들이 평생을 수련해도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빨라졌다.

마음 한구석으로 상냥하고 연약한 아리시아를 지켜 줘야 한다고 생각했던 신입들은 꿈과 환상의 마지막 한 조각까지 와장창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다.

거기다 가장 크게 충격을 준 것은 바로 스노우였다.

컹컹! 커엉!

“찾았냐?”

커엉!

“좋다. 가자.”

이들은 평소 스노우를 카일이 키우는 애완견으로만 생각했다. 그래서 던전에 데리고 들어갈 때만 해도 왜 그러는지 이유를 몰랐다.

그런데 막상 던전에 들어가니 스노우는 제 몫을 톡톡히 했다.

트롤을 찾아내고 다른 몬스터의 접근을 알려주고 수원을 찾아내기도 했다.

‘우리보다 훨씬 나은데?’

‘무슨 개가 저렇게 던전에서 일을 잘 하지?’

‘평소 발레리아 교관이 우리보고 개보다 못한 놈들이라고 한 말이 그냥 욕이 아니었던 거야.’

결국 지금 열 명의 신입들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이 파티에서 가장 무능한 존재는 자신들이라는 것을 말이다.

사실 카일도 이들에게 큰 활약을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

한 달 동안 공들여서 가르쳤다고 하지만 고작 한 달 만에 얼마나 강해지겠는가?

훈련 자체는 지금 당장보다 먼 미래를 내다보고 시키는 것이었다.

그 대신 이들이 활약해야 할 부분은 따로 있었다.

“오늘은 여기서 쉰다.”

“예.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카일의 명령을 받은 검은 바람은 신입들에게 말했다.

“여기서 휴식을 취한다. 주변에 횃불을 설치하고 잠자리를 준비해라. 불침번은 2인 1조로 두 시간 교대로 시작하고 쉴 수 있는 사람은 먼저 쉰다.”

“예. 교관님.”

사람이 늘어나서 좋은 점은 전투 시보다 휴식 시간에 더 드러났다.

열 명이서 불침번을 돌아가며 서면 2인 1조로 교대 시켜도 충분했다. 여덟 시간의 휴식을 취한다고 해도 두 명은 푹 잘 수 있었다.

검은 바람을 비롯한 간부들은 완전히 푹 쉬면서 체력을 회복할 수 있었다.

식사도 조금은 더 나아졌다.

사람이 늘어났기 때문에 조금은 여유가 생긴 일행은 횃불을 이용해서 간단한 스튜를 끓였다. 미리 만들어둔 스톡에 버터와 육포 쪼가리를 넣고 끓이는 것뿐인 간단한 스튜였지만 말린 건조식품만 먹는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이 나아졌다.

“주인님, 여기 드세요.”

“고맙다. 아리시아.”

카일은 아리시아가 만들어준 스튜를 받아서 말린 건빵과 함께 먹었다.

카일이 가장 먼저 먹기는 했지만 음식 자체는 파티장인 카일부터 신입 노예들까지 모두 같은 것을 먹었다.

식사를 하면서 카일은 속으로 생각했다.

‘오늘은 트롤을 세 마리 잡았지? 이제 최대한 들고 갈 수 있는 만큼 잡아 보자.’

지난 한 달 동안 신입의 훈련에 공을 들였던 만큼 이번에는 한 바탕 크게 벌어갈 생각인 카일이었다.

* * *

카일은 오랜만에 던전에서 꽤 오랜 기간 동안 체류했다.

무려 열흘 동안이나 던전에서 머문 것은 굉장히 오랜만의 일이었다.

사람을 대거 끌고 내려온 만큼 그만큼 물자도 많이 가져왔고, 이전보다 좀 더 나은 환경을 만들 수 있었기 때문에 열흘이나 던전 탐색에 전념할 수 있었다.

충분한 이득을 챙겼다고 생각되자 카일은 지상으로 올라갔다. 올라가는 카일의 뒤로는 트롤의 가죽을 가득 지고 낑낑 거리고 있는 신입들이 있었다.

“거의 다 왔다. 엄살 피우지 말고 계속 걸어라.”

“예. 교관님.”

검은 바람은 가장 뒤에서 처지거나 낙오하는 이가 없는지 살피면서 일행을 챙겼다.

그런 검은 바람의 행동에 신입들은 전처럼 무서워하기보다는 당연히 받아들여야 하는 명령을 받은 것처럼 순종했다.

열흘 동안 던전에서 함께 행동하면서 검은 바람의 실력을 수도 없이 눈으로 보고 깨달은 것이다. 감히 자신들이 어떻게 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고 말이다.

오히려 던전에서 자신을 지켜 주는 검은 바람의 모습에 그들은 일종의 존경심마저 들고 있었다.

존경심을 기반으로 하는 인식의 변화는 발레리아나 아리시아를 향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카일은 애초에 그런 인식의 위에 존재하는 사람이니 더 변할 것도 없었다.

그렇게 지상으로 올라온 카일은 우선 마석부터 정산을 했다.

“제법 많이 잡았군.”

“던전에서 오래 있었거든요.”

“흠, 그렇다고 해도 많아. 혹시 지금 클랜을 만든 건 아니지?”

“아직은 아닙니다.”

“그래. 아직은 말이지.”

길드 직원은 묘한 표정으로 카일을 바라봤다. 그들에게 있어서 카일은 최근 떠오르는 신성 같은 모험가였다.

젊은 나이에 뛰어난 성과를 올리는 것뿐만 아니라 최근 들어서는 길드의 지부장과도 연줄이 생긴 것 같았다.

이제 예전처럼 신출내기 취급 하면서 막 대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인지 예전보다 카일을 대하는 길드 직원들의 태도가 많이 조심스러워졌다.

“정산된 마석의 총 가격은 다 해서 78골드 20실버다.”

“감사합니다.”

열흘 동안 7층에서 머물면서 트롤이 주 사냥감이었지만 이동 중에 만나서 정리한 오크들도 굉장히 많았다. 그렇다 보니 챙긴 마석들도 꽤 많았고 그 결과가 이렇게

길드 직원은 뒤편에 신입들이 지고 있는 트롤의 가죽을 보고 말했다.

“그게 전부 트롤의 부산물인가?”

“예. 그렇습니다.”

“허어… 들어간 지 열흘 만에 이 정도 물량이라니…….”

“이유는 알고 계시겠죠. 편법을 쓴 건 아닙니다.”

“알고 있다. 저 녀석 때문이라고 했지?”

길드 직원은 카일의 옆에 서서 늠름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는 스노우를 바라봤다.

최근 카일의 방식이 모험가 길드를 통해서 퍼지기 시작하면서 많은 모험가들이 개를 키우기 시작했다.

특히 스노우와 같은 화이트 울프종의 개가 굉장한 인기를 끌어서 최근 팻 숍에서 화이트 울프 한 마리가 50골드에 거래된 적도 있다고 했다.

“정말입니까? 강아지 한 마리가요?”

“그렇지.”

“때아닌 호황이군요.”

‘이럴 줄 알았으면 몇 마리 사놓을 걸 그랬나?’

강아지일 때 사서 그냥 팔기만 해도 몇 배는 남는 장사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내 그런 생각도 버렸다.

‘내가 돈을 안 번 건 아니니까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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