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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자를 육성하는 능력자-47화 (47/215)

47화

다음 날 새벽 다섯 시 삼십 분.

신입 노예들은 이제 익숙하게 아침에 기상해서 침대를 정리했다. 그들은 옷을 갈아입고는 빠르게 뒤뜰로 향했다.

“이봐. 서둘러. 늦으면 X 된다고.”

“나도 알아.”

열 명의 신입 노예들이 서둘러서 뒤뜰로 모여들었다.

매일 새벽 여섯시.

검은 바람이 나타나는 시간보다 늦게 나타나면 그날 아침 훈련의 강도가 두 배로 올라가고는 했다. 그 꼴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 이들은 차라리 10분 정도 여유를 두고 먼저 집합한 것이다.

그리고 정각 여섯시가 되었다.

“이상하다. 시간은 칼 같이 지키는… 인간인데.”

“그러게 말이야.”

신입 노예들은 수군거렸고 그런 그들의 앞에 뒤뜰의 문이 열리면서 누군가 나타났다.

“어?”

“아……?”

“오… 오오오…….”

처음에는 의문을 표현하는 물음표였다. 하지만 그것은 금방 놀라움을 표현하는 감탄사로 바뀌었다.

가벼운 가죽 갑옷과 검을 들고 등장한 것은 붉은 머리카락을 뒤로 묶어서 깔끔하게 정리한 발레리아였던 것이다.

그녀의 등장만으로도 노예들은 입이 쩍 벌어졌다.

그동안 한집에서 생활하면서도 검은 바람은 철저하게 아리시아나 발레리아의 모습을 숨겼다.

물론 존재까지 비밀로 한 것은 아니지만 훈련 중에 아름다운 여자는 집중력을 떨어트릴 수 있다는 주장을 하며 생활 속에서 동선을 철저하게 격리했었다.

그리고 지금 신입 노예들의 꼴을 보아하니 검은 바람의 주장은 일리가 있었던 것 같다.

‘세상에 저렇게 아름다운 여자가…….’

‘여신이 있으면 저렇게 생겼을까?’

‘혹시 나 죽었나? 드디어 죽어서 천국에 온 건가?’

노예들은 발레리아가 이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태어나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황홀해했다.

그들이 태어나서 본 여인들 중에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눈앞에 둔 행운은…….

“X새끼들이 빠져 가지고! 지금 이게 정렬을 했다고 한 거냐? 아침부터 기분 X같이 만들다니 다 뒤지고 싶냐? 앙!”

바로 불운으로 변했다.

발레리아의 입에서 욕설이 튀어나온 순간 신입 노예들은 깜짝 놀랐다.

‘아니, 무슨 여자가…….’

‘생긴 거랑 다르게 노네.’

‘근데 욕해도 예쁘다.’

노예들은 발레리아의 거친 말에도 여전히 넋을 잃고 있었다.

당연히 발레리아는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녀는 가장 가까이 있는 노예에게 다가갔다.

“너.”

“예? 예. 저는… 크허억!”

뻐어어억―!

발레리아의 발이 수직으로 올라가서 바로 지목한 노예의 고간에 작렬했다.

발레리아의 발에 까인 노예는 입에 거품을 물고 쓰러졌다. 그리고 발레리아는 그 놈을 계속 밟으면서 말했다.

“누가 네놈보고 자기소개를 하래? 엉? 대답은 짧고 간결하게 몰라?”

“자, 잘못…….”

“닥쳐!”

뻑! 뻐어억!

발레리아는 보는 사람이 위축될 정도로 잔인하게 신입노예를 밟았다. 피가 튀고 살이 터지는 모습이 연출되고 상대가 사정해도 일절 봐주지 않았다.

그녀는 뼈나 근육에 심각한 부상을 입히지 않고 외부에서 보기에는 최대한 잔인하게 폭행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었다.

왜 이런 기술이 필요했느냐 하면…….

“전부 자세 똑바로 해. 이 XX 새끼들아!”

효과가 직빵이기 때문이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신입 한 명을 죽기 직전까지 밟아 놓자 노예들의 눈빛이 완전히 달라졌다.

조금 전에는 발레리아를 천사처럼 바라보던 그들이었지만 지금은 지옥에서 올라온 악마처럼 경계하고 있었다.

발레리아는 그제야 조금 마음에 든다는 표정을 하고 말했다.

“본인의 이름은 발레리아. 검은 바람과 같이 네놈들의 교관이다. 내가 훈련시키는 것은 검술과 방패술 그리고 간단한 격투기술이다.”

발레리아가 검은 바람과 동렬의 교관이라는 말을 하자 신입 노예들은 더욱더 긴장했다

‘그 괴물하고 동급이라고?’

‘제길, 우리한테 왜 이래?’

발레리아는 그들을 엄한 눈길로 바라보며 말했다.

“훈련에 앞서서 딱 하나만 경고하겠다. 본 교관의 훈련 시간에는 한 가지 룰이 있다. 그 룰을 듣고 싶겠지?”

어쩐지 굉장히 듣기 싫은 신입 노예들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발레리아는 아름다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모든 훈련 중에 내 명령에 대한 대답은 오직 ‘예.’ 하나만 받는다.”

순간 안색이 핼쑥해지는 신입 노예들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발레리아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힘듭니다. 못하겠습니다. 안 됩니다 같은 약해 빠진 패배자들의 징징거리는 개소리는 일절 접수하지 않는다. 그게 본 교관의 룰이다.”

그리고 그녀는 아찔할 정도로 아름다운 미소와 함께 말했다.

“자, 그럼 훈련을 시작하자. 대답은?”

“예!”

“예!”

대답은 힘차게 하는 신입 노예들이었지만 그 속을 썩어 들어가고 있었다.

‘진짜 광산으로 돌아가고 싶다.’

‘함대의 노잡이 노예라도 좋아.’

‘어디를 가도 여기보다는 나을 거야.’

악마가 하나가 아니라 둘이었다는 사실을 자각한 신입 노예들은 그저 절망했다.

“버텨, 이 악물고 버티라고! 방패 떨어트리는 새끼는 나한테 뒤지기 직전까지 쳐 맞는다!”

발레리아의 훈련은 본격적인 무기를 사용하는 훈련이었다.

숏 소드와 타워 실드를 기본 무장으로 했으나. 타워 실드는 발레리아가 사용하는 것 같은 고급품은 아니었다. 그저 두꺼운 나무에 철판을 몇 겹으로 덧붙인 것으로 더럽게 무겁다는 것인 유일한 장점인 방패였다. 발레리아는 그것을 한손으로 들고 싸우도록 훈련시켰다.

당연히 신입 노예들은 무거운 방패의 무게에 신음했고 팔의 근육은 불에 타는 듯한 통증과 함께 비명을 질렀다.

터엉!

이윽고 한 명이 방패를 떨어트렸다.

쩌어억!

그러자 곧바로 발레리아의 발차기가 날아갔다..

“이 X새끼야. 감히 방패를 떨어트려? 실전이면 뒤지는 거 알아, 몰라?”

“아… 알고 있습니다. 크어억!”

“아는 놈이 떨어트려? 엉? 죽고 싶냐? 죽는 게 소원이야? 소원 한 번 들어줄까? 앙?”

발레리아는 쓰러진 놈을 계속 밟으면서 욕을 퍼부었다.

그 살벌한 폭행의 현장에 다른 노예들은 어디서 힘이 솟아났는지 방패를 필사적으로 들어 올렸다

‘버… 버텨라.’

‘떨어트리면 죽는다.’

‘저건 진짜 죽일지도 몰라.’

겉보기에는 천사처럼 아름다운 여자였지만 발레리아의 폭행은 검은 바람보다 더 잔인하게 보였다.

사실 검은 바람보다 더 잔인하게 보이도록 기술적인 폭행을 익힌 발레리아였다. 기사 시절에도 여기사를 얕잡아 보고 은근슬쩍 헛짓거리나 하려는 병사들이 꽤 있었고, 그 놈들을 잡기 위해서 이런 기술도 필요했기 때문이다.

“다시 들어! 또 떨어트리면 딱 두 배로 더 처맞는다. 알겠나?”

“예. 교관님.”

한마디로 발레리아는 밑에 사람 잡는 것에는 이골이 났다는 것이다.

* * *

“애들 다루는데 자신이 있다더니 진짜였군.”

창문 밖에서 훈련 과정을 보고 있던 카일은 혀를 내둘렀다.

옆에 있던 검은 바람은 그런 카일에게 말했다.

“그래도 너무 많이 패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좀 말릴까요?”

“아니, 발레리아도 생각이 있겠지. 좀 더 지켜보자.”

잔인하게 짓밟는 듯 했지만 짓밟힌 후 병사들이 다시 벌떡 일어나서 훈련에 임하는걸 보면 심각한 폭행은 아닌 듯했다. 애당초 익스퍼트인 발레리아가 성질에 못 이겨서 제대로 밟았다면 사망자가 나왔어야 정상이다.

즉, 저것은 다 조절을 하는 것이고 발레리아가 시키는 훈련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일단 믿고 맡겼으면 끝가지 맡겨야지.’

“수단 방법은 가리지 않아도 좋다. 죽이지만 말고 한 달 안에 쓸 만하게 만들어.”

“예. 알겠습니다. 주인님.”

그날 이후, 신입들은 매일 같이 지옥 같은 훈련을 받았다.

낮에는 검은 바람과 발레리아에게 돌아가면서 체력 훈련과 기술 훈련을 했고 저녁이 되면 아리시아가 던전에서 지켜야 할 규칙과 불문율. 그리고 집안에서 살면서 해야 할 생활 규범 등을 가르쳤다.

“크흠, 던전에서는 다른 사람들과 함부로 접선하지 않는 게 당연한 거야. 알겠지?”

“예. 아리시아 님.”

“명심하겠습니다. 아리시아 님.”

아리시아는 던전에서의 상식을 가르치면서 내심 생각했다.

‘생각보다 잘 따라오네. 이게 주인님이 말하는 천사와 악마 효과인가?’

검은 바람과 발레리아가 악마처럼 신입들을 갈구고 카일은 거의 일방적으로 방관하기만 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아리시아는 그나마 천사처럼 부드럽게 신입 노예들을 교육시켰다.

사실 몸으로 가르치는 게 아니라 던전 안에서의 행동 규칙과 필요한 도구와 몬스터의 습성, 불침번의 규칙 등등을 이론으로 가르칠 뿐이니 엄하게 할 필요가 없었을 뿐이다.

하지만 이것만 해도 신입 노예들에게는 꿈만 같은 시간이었다.

‘아아아… 좋다.’

‘아리시아 님 완전히 좋아.’

‘그 악마들하고는 달라. 상냥하고 아름답고…….’

‘이게 천사지.’

검은 바람과 발레리아가 워낙 엄하게 한계까지 갈구기 때문에 노예들은 아리시아의 평범함이 사실상 천사의 상냥함처럼 느껴졌다.

그렇다고 언감생심 그녀에게 무슨 삿된 마음을 품지는 않았다.

만에 하나 그럴 경우 검은 바람이 죽을 수도 있다고 경고를 했었고, 아리시아가 카일과 다정하게 있는 모습도 많이 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설령 자기 손에 넣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관상용으로 얻을 수 있는 마음의 힐링이 있지 않은가?

‘오늘도 아름다우시구나.’

‘여전히 아름다우셔.’

‘던전에서 꼭 지켜드려야지.’

본인이 노린 건 아니지만 은근슬쩍 아이돌 같은 이미지를 가지게 된 아리시아였다.

* * *

한 달이 지났을 무렵.

카일은 드디어 신입 노예들을 실전에 투입하기고 결정했다.

“이쯤 됐으면 제 구실은 하겠지?”

“한 명 한 명의 기량은 아직 한참 멀었습니다. 하지만 명령에 절대 복종할 정도의 규율을 몸에 새겼다는 점에서는 짐꾼으로 쓸모가 있을 겁니다.”

“좋아. 그럼 이틀 후 던전에 투입하자.”

“예. 주인님.”

투입 결정을 내린 카일은 신입 노예들에게 1인당 5골드씩의 돈을 써서 기본적인 무장을 시켰다.

오크 가죽 갑옷 일체와 타워 실드, 숏 소드, 그리고 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장비인 넉넉한 용량의 배낭을 장비시켰다.

그렇게 해서 완전 무장을 시키고 나자 신입들도 그럭저럭 던전에 들어가도 괜찮을 것 같은 모양새가 되었다.

카일은 던전에 들어가기 전에 신입들에게 말했다

“던전에서의 규율은 딱 하나다. 상급자의 명령에 절대 복종해라. 만약 이걸 어기면… 죽이겠다.”

“…….”

“…….”

그러자 노예들이 바짝 긴장했다.

카일이 말하는 죽인다는 말은 검은 바람이나 발레리아가 하는 말과는 효과가 달랐다. 그 둘은 어쨌든 노예라는 신분으로 있기 때문에 카일의 개인 재산인 다른 노예들을 함부로 죽일 수 없다.

하지만 카일은 다르다.

마음먹기에 따라서는 지금 당장이라도 신입 노예들을 죽이는 게 가능하다.

즉, 지금 건 공갈이 전혀 없는 진짜 실현 가능한 위협인 것이다.

“정신 바짝 차리고 따라와라. 알았나?”

“옛! 주인님.”

“옛! 주인님.”

힘차게 돌아오는 대답에 카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최소한의 군기는 잡았군.’

“좋아. 들어가자.”

오랜만에 카일의 풀 파티가 던전으로 들어갔다.

총 14인과 한 마리.

이전보다 훨씬 더 늘어난 인원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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