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화
다음 날, 카일은 모든 파티원을 데리고 스노우와 함께 던전에 들어갔다.
들어가는 길에 모험가 길드의 직원이 여전히 이상한 놈이라는 시선으로 보기는 했지만 개의치 않았다.
“취이익! 취잉!”
“꾸웨에엑!”
7층으로 내려가는 길.
여느 때와 같이 검은 바람은 선두에서 앞장서서 몬스터 무리를 쓸어버리고 있었다. 다만 평소와 다른 것이 있다면 잔뜩 흥분한 스노우가 자신도 싸우고 싶다는 것처럼 흥분해 있다는 것이다.
컹컹컹!
“기다려!”
카일은 그런 스노우를 진정시켰다.
단호한 명령에 흥분했던 스노우는 순간 멈칫하더니 짖는 행동을 멈췄다.
“좋아. 기다려. 잘하고 있어. 기다려.”
카일은 명령에 복종하고 있는 스노우를 다독거리면서 제어했다. 스노우는 여전히 흥분상태인지 몸이 움찔움찔 하면서 앞으로 튀어나가려고 했지만 카일의 명령에는 철저하게 복종했다
‘점점 익숙해지겠지.’
카일은 스노우를 잘 제어하면서 조심스럽게 7층으로 내려갔다.
“좋아. 여기서부터다.”
카일은 스노우를 데리고 가장 앞에 섰다.
“스노우, 트롤을 찾는 거다. 트롤, 알지?”
컹!
‘안다는 건지? 모른다는 건지…….’
대답은 씩씩하게 하는 스노우였지만 아직 성과를 올리지는 못했다. 하지만 그동안 꾸준하게 트롤의 채취를 기억시키면서 훈련시켰으니 이제 믿고 가보는 수밖에 없었다.
“좋아. 출발하자.”
카일은 전열의 가장 앞쪽에 서서 중간에 지도에 없는 지역을 향할 때면 꼼꼼하게 지도를 기록하며 스노우가 이끄는 대로 일행을 이끌었다.
그렇게 한두 시간 정도 이동을 하면서 오크 무리와 두 번을 마주친 카일과 일행은 오크 만나는 족족 다 전멸시켜 버렸다.
하지만 여전이 트롤은 찾지 못했다.
“쉽지 않군. 안 되는 건가? 아니면 근처에 없는 건가?”
카일의 말에 아리시아가 다가와서 말했다.
“아직 하루도 안 됐잖아요? 너무 낙담하지 마세요.”
“그래, 그래야지.”
아리시아의 말이 맞았다.
하지만 꽤 오랫동안 스노우의 훈련에 공을 들인 카일로서는 빨리 성과를 보고 싶었다.
‘설마 지난 3개월 동안 헛수고한 것은 아니겠지?’
카일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컹컹! 컹!
갑자기 스노우가 격렬하게 반응하며 앞으로 튀어나가려고 했다.
“주인님, 이건 혹시……?”
“일단 가보자.”
스노우의 반응이 꽤 격렬했다.
스노우는 빠르게 목줄을 끌고 이동했고 카일은 그런 스노우를 적절하게 제어하면서 이동했다. 그리고 꼬이고 꼬인 길을 5분 정도 이동하자 카일의 귀에도 들릴 정도로 트롤의 으르렁거림이 들렸다.
“크… 크르르르…….”
카일은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전원 전투 준비! 찾았다!”
“예. 주인님.”
“좋았어.”
파티원 전원이 전투 준비를 하면서 스노우가 이끄는 곳으로 이동했다. 그러자 상당힌 커다란 체구의 트롤을 발견할 수 있었다.
“크워어어어어엉!”
“검은 바람, 발레리아!”
“옛!”
“바로 처리하겠습니다.”
카일의 명령이 떨어지기 무섭게 둘은 앞으로 튀어나갔다.
“크워어어어!”
트롤은 돌도끼를 거칠게 휘둘러서 공격했다.
하지만 발레리아는 타워 실드를 비스듬하게 세우더니 그 공격을 절묘한 각도로 받아냈다.
터어엉!
타점의 파괴력이 완전히 분산되는 소리가 나면서 트롤의 팔이 높이 떠올랐다.
발레리아가 완벽한 타이밍으로 적의 공격을 무력화시킨 것이다.
그리고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검은 바람이 태도를 휘둘렀다.
“합!”
서걱!
일단 돌도끼를 들고 있는 팔이 바닥에 떨어졌다.
“크워어엉!”
트롤은 고통과 분노에 괴성을 지르며 다른 한쪽 팔로 검은 바람을 후려치려고 했다.
“크워엉!”
놈은 자신의 몸이 갑자기 기운다고 느꼈다.
쿠웅!
놈의 거대한 체구가 바닥에 쓰러졌다.
놈이 바닥에 쓰러진 이유는 발레리아가 브로드 소드로 놈의 두꺼운 다리를 일격에 베었기 때문이다.
익스퍼트 중급인 그녀의 일격은 트롤의 두꺼운 다리도 일격에 절단할 수 있었다.
팔 하나 다리 하나를 잃은 트롤은 완벽하게 반격 수단을 잃었고 검은 바람은 놈이 재생할 틈도 주지 않고 마무리 일격을 가했다
“잘 가라.”
스걱!
트롤은 최후의 단말마도 남기지 못하고 목이 떨어져 나갔다.
익스퍼트급의 전사 두 명이 붙으니 대형종 몬스터인 트롤도 30초도 걸리지 않았다.
‘대단하군. 이제 완전히 틀이 잡혔어.’
원래 검은 바람이나 발레리아는 혼자서도 트롤을 잡을 수 있는 실력자다.
하지만 그동안 몇 번 호흡을 맞추면서 이제는 아예 잡는 방법에 틀이 잡혔다.
발레리아가 방어를 하고 검은 바람이 공격을 한다. 그런 뒤 발레리아가 다리를 절단하고 움직임에 제한이 생긴 트롤의 목을 검은 바람이 치는 패턴이었다.
팔다리만 상하게 하고 몸통은 전혀 건드리지 않기 때문에 이 패턴이 트롤의 가죽과 간을 가장 잘 보전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이 둘 덕분에 잡은 트롤은 항상 최상품의 품질로 취급받았고, 높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 둘의 강함은 이미 잘 알고 있던 일이다.
그렇기에 여기서 가장 고무적인 성과를 거둔 것은 카일이 직접 훈련시킨 스노우였다
“잘했어. 스노우.”
“착해. 착해.”
“훌륭했다. 스노우.”
발레리아, 아리시아 검은 바람까지 모두 한 목소리로 스노우를 쓰다듬고 칭찬했다.
스노우는 마치 자신이 잘한 것을 알고 있다는 듯이 고개를 들고 동료들의 칭찬을 받으면서 기쁜 듯이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잘했다. 여기 상이다.”
카일은 공적을 세운 스노우에게 상을 주기 위해서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커엉! 컹!
그 상을 본 스노우는 잔뜩 흥분했다.
카일이 꺼낸 것은 소의 꼬리를 토막 내서 그늘에서 잘 건조한 간식이었다.
여러 가지를 시험해 봤는데 스노우가 가장 좋아하는 간식은 이것이었다.
사람이 먹기에는 좀 딱딱했지만 개인 스노우는 씹는 맛이 있어서 오히려 더 좋아하는 듯했다. 오히려 너무 좋아해서 자주 주지는 않았지만 오늘은 실전의 포상으로 쓰기 위해서 특별히 가져온 것이다.
컹컹! 컹!
스노우는 벌써부터 맛있는 냄새에 흥분해서 격하게 꼬리를 흔들었다
“먹어.”
그러자 스노우는 소꼬리 간식을 받아서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와그작와그작하면서 간식을 씹어 먹는 모습이 무척 만족하는 것처럼 보였다.
“맛있니?”
컹컹!
스노우는 정말 맛있다는 듯이 대답했고 카일은 스노우의 머리를 쓰다듬어서 칭찬해 주었다.
“스노우는 정말 똑똑한 것 같아요.”
“맞습니다. 주인님. 혹시 개 중에서는 천재가 아닐까요?”
아리시아와 발레리아는 그런 스노우를 예뻐 죽겠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그냥 훈련이 잘 된 거다.”
“하지만 보통 개는 이런 것 못해요.”
“맞습니다. 주인님. 세상에 어느 개가 던전에서 트롤을 찾아내겠습니까?”
둘은 스노우가 천재가 틀림없다는 듯이 말했다.
‘뭐, 대부분의 견주는 자기 개가 똑똑하다고 느끼는 법이지.’
카일은 그냥 그러려니 했다
카일이 보기에도 스노우가 제법 똑똑한 편이긴 하지만 개라는 동물 자체가 원래 높은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쨌든 중요한 것은 훈련의 성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가죽을 다 벗기고 다시 출발하자.”
“예. 알겠습니다.”
이 순간을 기점으로 해서 카일의 파티는7층에서 기록적인 성과를 올리기 시작했다.
* * *
이틀이 지나고, 카일의 파티는 지상으로 올라왔다.
당초 가져간 식량이나 도구는 일주일 치였지만 이틀 만에 올라와야 했다.
“상당히 빨리 올라왔군."
"예. 운이 좋아서 빠르게 목표량을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이틀 만에 목표했던 네 마리를 모두 사냥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더 잡아 봐야 들고 올라갈 수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카일은 빠르게 철수를 결정했다.
그런 카일의 모습에 던전을 관리하는 모험가 길드의 직원들은 운 좋은 놈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바라봤다
“수고했다.”
“예. 그럼 다음에 뵙죠.”
카일은 마석을 정산하고 연금술 길드로 가서 트롤의 부산물도 마저 정산했다.
“수고들 했다. 이번 던전행의 촉 수입은 145골드다.”
그야말로 기록적인 이익을 손에 쥐게 되었다.
던전에서 체류 기간이 짧았던 만큼 마석이 지출은 줄어들었지만 트롤을 네 마리나 잡았고, 심지어 그 네 마리 모두가 상태가 최상급이었다.
트롤의 부산물만으로도 120골드나 나왔을 정도다.
카일이 수익금을 발표하자 세 명은 모두 축하해 주었다.
“축하드립니다. 주인님.”
“훌륭하십니다. 주인님.”
“이게 다 스노우를 훈련시킨 주인님 덕분입니다.”
세 명은 적지 않게 놀라고 있었다.
단 이틀 동안 던전에서 활동했을 뿐인데 145골드라는 기록적인 수익을 올렸다.
이건 모두 스노우가 트롤을 빠르고 정확하게 탐색해 주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스노우의 활약은 카일의 기대 이상이었다.
정확하게 트롤을 찾는 것뿐만 아니라 다른 몬스터가 접근하려고 하면 미리 짖어서 경계를 하게 해주었고 심지어 물 냄새를 맡고 수원을 두 군데나 찾아주었다.
그 수원은 길드의 지도에 나오지 않는 곳이기 때문에 길드에 보고하면 포상금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열심히 노력한 포상으로 스노우는 지금 식탁 아래에서 진수성찬을 즐기고 있었다.
“맛있니? 스노우 맛있어?”
컹컹!
“착하기도 하지.”
아리시아는 맛있게 특식을 먹고 있는 스노우를 보고 쓰다듬어 주었다
카일은 그 모습을 보고 쓰게 웃으며 말했다.
“입맛을 너무 고급으로 키우는 것 아닐까?”
지금 스노우가 먹고 있는 특식은 아리시아가 직접 구워 준 최고급 스테이크 1킬로그램짜리였다. 개한테 먹이기는 아까울 정도로 비싼 고기였지만 스노우는 행복하게 씹고 뜯고 있었다.
검은 바람은 그런 스노우를 흐뭇하게 바라보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주인님. 스노우의 활약에 비하면 새 발의 피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지.”
“오히려 포상이 확실해야 앞으로 더 많은 활약을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래. 많이 먹어라. 스노우.”
카일은 스노우의 머리를 쓰다듬어서 칭찬해 준 후 파티원들에게 말했다.
“이번 달 중으로 던전에 다섯 번은 더 들어갈 거야. 모두 그렇게 알고 있어.”
“주인님. 이만한 수익을 올렸는데 또 가시는 건가요?”
“한동안은 자중하며 수련에 집중하는 게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파티원들은 카일이 너무 서두르는 것 같았다.
하지만 카일은 알고 있었다.
뜨거운 감자는 혼자 먹을 수 없다는 것을 말이다.
카일의 수익이 커지면 커질수록 주변에서 관심을 가질 것이고 그들은 좋든 싫든 카일의 성공을 나눠 가지려고 할 것이다.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사람이 원래 그런 존재이니 말이다.
물론 그때는 그때 나름대로 대응할 방법을 생각해 둔 것이 있다.
하지만 지금의 대박 시스템을 언제까지 독점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그렇다면 지금 카일이 해야 할 일은 하나밖에 없다.
“물들어 왔을 때 노 저어야 하는 법이야. 앞으로 두 달 안에 1,000골드 이상의 수익을 올리자.”
“예. 주인님.”
“알겠습니다. 주인님.”
“저희는 주인님만 따르겠습니다.”
원래 카일에게 맹목적인 충성을 맹세하는 세 사람이었지만 지금의 눈빛에는 단순한 충성을 넘어서 믿음까지 보이고 있었다.
카일이 보여준 유능한 수완이 그들에게 신뢰를 주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