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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자를 육성하는 능력자-41화 (41/215)

41화

카일은 상자 안에서 꿈틀거리는 강아지들을 보고 말했다.

“과연, 한창 귀여울 때군요.”

“이거면 의뢰인의 부인분도 조금은 마음을 열 겁니다.”

“그렇군요. 그럼 어디 보자……. 잠시 상자 밖으로 꺼내도 될까요?”

“예. 상관없습니다.”

카일은 강아지들을 상자 밖으로 하나씩 꺼냈다.

고급 펫 숍에서 관리하는 녀석들이라서 그런지 모두 건강 상태는 좋아 보였다

‘그렇다면 그걸 시험해 볼까?’

카일은 강아지들과 몇 걸음 떨어져서 손안에 무언가를 쥐고 말했다.

“자, 이리 온. 쯧쯧쯧.”

카일이 혀를 차면서 강아지들을 유혹했다.

그러자 강아지들 들이 카일을 주목했고 그중에 호기심이 왕성해 보이는 놈 한 마리가 카일 쪽으로 다가왔다.

킁킁, 킁.

그놈은 카일의 손에서 냄새를 맡더니 그대로 손에 매달려서 애교를 부렸다.

‘이놈이다.’

카일은 자기 손에 달라붙어 있는 놈을 안아 올리며 말했다.

“이 녀석이 좋겠습니다.”

“탁월한 선택이십니다. 그 녀석은 화이트 울프종의 순종으로 멧돼지는 물론이고 곰 사냥에도 쓰일 정도로 용맹한 종입니다.”

“그렇군요. 얼마인가요?”

“10골드입니다.”

‘비싸군.’

순간 카일은 깎아 달라고 말할 뻔했다.

강아지 한 마리가 어지간한 성인 노예 한 명 만큼의 값어치를 하니 말이다.

“여기 있습니다.”

카일은 순순히 가격을 치렀다.

귀족들은 안 사면 안 샀지 절대로 깎아 달라는 말 같은 것은 하지 않는다. 그것은 중개인이나 하인을 통해서 구입할 때도 마찬가지다.

평민들의 경우 좋은 물건을 저렴한 가격에 샀다고 하면 자랑거리가 되지만 귀족들에게는 치부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카일도 어쩔 수 없이 부르는 값에 강아지를 구입했다.

“감사합니다. 또 오십시오.”

카일은 점원이 안내를 받으면서 강아지 한 마리를 품에 안고 나왔다.

‘이 녀석이 제 역할을 해야 할 텐데 말이야.’

카일은 강아지를 품에 안고 집으로 돌아갔다.

“어머 어머… 어머 어머…….”

“어떡해……. 주인님 너무 귀여워요.”

일단 강아지가 제 역할을 하기는 했다.

귀염둥이로서 말이다.

평소 무뚝뚝하던 발레리아의 입에서 연속으로 어머 소리가 나오고 아리시아는 품에 안더니 놓지를 못하고 있었다.

유일하게 냉정한 검은 바람만이 카일에게 말했다.

“주인님. 이 강아지는 왜 데리고 오신 겁니까?”

“이 녀석을 던전에서 사용하려고 말이야.”

카일은 이렇게 말하면 눈치 빠른 검은 바람이 바로 알아들을 줄 알았다.

“비상식량입니까?”

검은 바람도 던전에서 활용한다는 사고방식은 좀처럼 떠오르지 않는 모양이다.

“오라버니!”

“검은 바람 자네는 이 녀석 만지지 마!”

아리시아와 발레리아에게 빈축만 산 검음 바람은 씁쓸한 표정으로 말했다.

“하지만 이 녀석을 던전에서 어떻게 활용하지? 방해만 될 텐데?”

그 말에 카일이 말했다.

“트롤을 탐색하는 탐색견으로 키울 생각이다.”

“예?”

“탐색견?”

“그게 가능합니까?”

세 명은 모두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 세계에도 사냥개가 있기는 하지만 귀족들의 놀이 문화에 가까운 것이었고, 일반적인 수렵견은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개를 던전에서 탐지견으로 활용하겠다는 발상은 이 세계에서는 획기적이었다.

“주인님. 그게 가능할까요?”

“그래. 훈련 과정이 좀 필요하기는 하겠지만 충분한 가능성은 봤다.”

그리고 카일은 주머니에서 트롤의 채취가 묻어 있는 가죽 쪼가리를 내밀었다.

앙앙!

그러자 강아지는 강하게 짖으면서 그 가죽 쪼가리에 달려들었다. 그걸 씹고 뜯으면서 즐기는 모습을 보아하니 트롤의 냄새가 꽤 마음에 든 모양이다.

“어릴 때부터 훈련시키면 트롤의 채취에 대한 반응을 민감하게 할 수 있을 거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훈련은 시켜야겠지만 말이야.”

던전에서 데리고 다니기 위해서는 복종 훈련은 필수였다.

기다리는 법.

같이 달리는 법.

짖지 않고 참는 법.

가르쳐야 할 것은 상당히 많았다.

다행이도 카일에게는 개를 조련시키기 위한 기초 상식 정도는 있었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한 번 해보자.’

“스노우. 물어와.”

앙! 앙앙!

흰 털이 인상적인 강아지의 이름은 스노우라고 지었다.

카일은 아침 훈련이 끝나고 아침 겸 점심을 먹은 후에는 본인이 직접 스노우를 훈련시켰다.

훈련이라고 해도 아직은 강아지라서 놀이로 자연스럽게 훈련에 임할 수 있도록 했다.

트롤의 가죽 찌꺼기로 만든 공을 만들어서 물어오게 하거나, 고기 조각에 트롤의 피 냄새에 묻혀서 간식으로 준다거나, 그런 식이었다.

우선 트롤에 대한 인식을 먹잇감이나 찾아야하는 목표로 최대한 인식시켰다.

물론 그 와중에 기초 훈련도 계속 했다.

“앉아. 엎드려. 기다려. 어허! 기다려!”

끼이잉.

스노우는 눈앞에 있는 밥이 있는데도 못 먹게 하자 낑낑 거리며 카일을 애타게 올려봤다. 카일은 그런 스노우를 조금 더 기다리게 한 후 먹는 것을 허락했다.

“…좋아. 먹어.”

카일의 명령이 떨어지자 스노우는 허겁지겁 밥을 먹었다.

“어떡해… 너무 귀여워.”

“꼬리 흔드는 거 봐. 엉덩이까지 같이 흔들려.”

“너무 귀여워요.”

카일이 스노우를 훈련시키고 있으면 아리시아나 발레리아는 귀여워 죽겠다는 듯이 그걸 보고 있었다.

사실 다른 파티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도 중요했다.

그래서 카일은 훈련이 끝나고 산책을 시킬 때는 아리시아나 발레리아에게 돌아가 가면서 시키게 했다.

물론 검은 바람에게도 시키기는 했다. 하지만…….

“오라버니. 제가 대신 가면 안 될까요?”

“크흠, 검은 바람, 자네가 피곤하다면 내가 대신 가도 좋네.”

아리시아와 발레리아가 항상 검은 바람을 대신해서 산책을 시켰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검은 바람은 빠질 수밖에 없었다.

* * *

대륙력 523년 3월부터 5월까지.

카일은 던전에 다섯 번을 들어갔고 모두 7층을 배경으로 활동했다.

하지만 다섯 번의 탐색 동안 트롤은 딱 두 마리 밖에 잡지 못했다. 우연에 기대서 트롤을 찾는 것은 생각보다 더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카일은 조급해하지 않았다.

일단 스노우의 훈련 과정이 꽤 순조로웠고, 그 훈련이 이뤄지는 동안에도 할 일은 얼마든지 있었기 때문이다.

카일과 파티원들의 개인 수련도 해야 했고 던전 7층의 지도도 더 넓혀야 했다. 그리고 슬슬 발레리아의 초능력이 각성해야 할 시기도 다가오고 있었다.

그동안의 주기로 봤을 때 검은 바람이나 아리시아의 경우 4~6개월 사이에 각성을 했다. 그렇다면 발레리아도 슬슬 초능력을 각성할 시기가 된 것이다.

그녀의 코어를 꾸준하게 관리하며 수입을 위해서 정기적으로 던전에 들어가는 나날들. 지금 당장 성과가 없다고 해도 할 일은 얼마든지 있었다.

그리고 6월.

카일은 스노우의 훈련을 위해서 도시 외각의 숲지대에 와 있었다.

“주인님. 숨기고 왔습니다.”

검은 바람이 하는 말에 카일이 스노우에게 외쳤다.

“스노우, 찾아 와!”

커엉!

카일의 명령에 스노우는 깊은 숲속으로 망설임 없이 뛰어갔다.

컹컹! 컹!

스노우가 맹렬하게 짖기 시작했고 카일은 스노우가 짖는 소리가 들리는 현장으로 향했다.

현장에 도착하니 거기에는 검은 커다란 허수아비가 있었다.

트롤의 피와 가죽 찌꺼기를 듬뿍 발라 놓은 허수아비였고, 스노우는 그 앞에서 맹렬하게 짖고 있었다.

다만 절대로 먼저 달려들지는 않고 뱅뱅 돌면서 계속 짖기만 하고 있었다.

“스노우, 멈춰.”

카일에 명령하자 스노우는 짖는 걸 멈췄다.

“돌아와.”

스노우는 기다렸다는 듯이 카일의 뒤편으로 다가와서 착실하게 대기했다.

“잘했다.”

카일은 그제야 웃으면서 스노우를 칭찬하고 상으로 육포 조각을 주었다. 이제 제법 성장해서 늠름해진 스노우는 카일이 주는 육포 조각을 맛있게 먹었다

“대단하군요. 설마 이 정도로 효과적일 줄은 몰랐습니다.”

스노우의 성장을 보고 가장 놀란 것은 검은 바람이었다.

사실 검은 바람은 개를 훈련 시켜서 탐색을 시킨다는 말 자체를 허황되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카일의 훈련 방식으로 인해서 스노우가 성과를 보이는 것을 직접 보자 이제는 탐색견이라는 말도 부정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스노우가 점점 성장하고 늠름한 개가 되어 갈수록 아리시아와 발레리아는 조금 실망했지만 반대로 검은 바람은 늠름한 성견으로 변해가고 있는 스노우가 마음에 들었는지 요즘 들어서는 가장 많이 챙겨주고 있었다.

“트롤뿐만 아니라 오크나 고블린 등에게도 반응하게 만들면 유용할 것 같습니다.”

“그렇겠지. 하지만 지금 당장은 트롤에게만 집중시키는 게 좋아. 여러 가지를 시키다가 학습 능력이 떨어지면 곤란하니 말이야.”

“그렇군요.”

검은 바람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새삼 감탄했다는 듯이 말했다.

“주인님은 정말 대단하십니다. 개를 이렇게까지 능숙하게 조련하시다니, 아무나 가능한 일이 아닙니다.”

카일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그런 칭찬은 이 녀석이 실제로 성과를 내고 나서 하는 게 좋겠지.”

“그 말씀은…….”

“던전에 데리고 가자.”

드디어 스노우를 실전에 투입할 시기가 된 것이다.

* * *

스노우를 던전에 데리고 가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준비를 해야 했다.

사실 던전에서 스노우가 어떤 모습을 보일지 모르기 때문에 우선 시험적으로 한 번 던전의 저층에 데리고 가 봤다.

처음에는 던전에 들어가기도 전에 길드 직원의 제지가 들어왔다.

“잠깐, 개를 던전에 데리고 가려는 건가?”

“예. 그렇습니다.”

“개를… 아니, 개를 왜?”

“저희에게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필요하다고? 개가?”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길드의 직원에게 카일이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개를 데리고 던전에 데리고 가면 안 된다는 규칙은 없지 않습니까?”

“그건 그렇지.”

물론 그런 규칙은 없었다. 이건 혹시 몰라서 카일이 사전에 알아본 일이다.

“그럼 아무런 문제도 없는 거겠죠?”

“그런…가?”

“규칙에 없지 않습니까?”

“…….”

여전히 망설이는 길드 직원에게 카일이 말했다.

“만약 문제가 발생하면 그때는 제가 책임을 지겠습니다.”

“알겠다. 그럼 일단 허락하지.”

그렇게 카일은 스노우를 데리고 던전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그 대가로…….

“하여튼 모험가 중에는 이상한 놈들이 참 많아.”

좀 이상한 놈으로 찍혔다.

스노우는 던전에서 잘 적응했다.

던전의 어두운 시계와 축축한 공기에 처음에는 좀 긴장하는 듯했지만 빠르게 적응했다. 스노우는 거침없이 던전 안을 누볐고 그 안에서도 카일의 명령에 절대 복종했다.

그리고 전투력을 시험하기 위해서 고블린 한 마리를 잡아서 던져 줘봤는데…….

“소노우 물어!”

커허엉!

“키르르르!”

스노우는 망설임 없이 달려들어서 고블린의 목을 물더니 그대로 잡고 좌우로 격하게 흔들었다.

빠각!

고블린은 순식간에 목뼈가 부러져서 절명했다.

아직 성견이 되지 않은 스노우였지만 고블린 한 마리 정도는 물어 죽일 수 있었던 것이다.

그 광경을 보고 카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호오, 나쁘지 않군."

탐색이 주목적이긴 하지만 던전에서 활동하는 개라면 이 정도의 공격성은 있는 편이 좋았다.

“훌륭하군요. 좀 더 훈련시키면 오크까지 상대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검은 바람은 굉장히 만족한 듯 했다.

그러고는 스노우를 쓰다듬으며 칭찬하듯이 말했다.

“좋아. 잘했다. 스노우. 너도 이걸로 당당한 전사구나.”

컹컹.

스노우는 검은 바람이 칭찬하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꼬리를 흔들며 좋아했다.

자신이 무리에 도움이 되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끼고 기뻐하는 것이다.

“좋아. 이 정도면 충분하겠군.”

카일은 시험은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이제 진짜 본방에 돌입할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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