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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자를 육성하는 능력자-40화 (40/215)

40화

추적꾼에 대해서 계속 생각하다 보니 그들이 과연 어떤 원리로 던전에서 트롤의 흔적을 찾고 추적하는지가 궁금해졌다.

“던전 안은 대부분 축축하고 어두운 동굴 지형이란 말이지. 그런데 어떻게 트롤의 흔적을 추적하는 거지?”

그런 카일의 말에 검은 바람이 자신이 아는 한도 안에서 말했다.

“트롤의 분비물을 발견한다거나 발자국을 추적하거나 소리를 듣는다고 했습니다.”

“발자국? 그렇게 어두운 곳에서 그걸 발견한다고?”

“밤눈이 어둡고 주의가 세심할 것. 그것이 추적꾼들의 기본 조건이지요. 그래서 보통 도적이나 궁수들이 추적꾼을 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검은 바람의 말에 일행의 눈은 바로 한쪽에서 얌전하게 맥주를 홀짝이고 있는 아리시아에게 향했다.

“아리시아, 가능하겠어?”

“그게… 잘 모르겠어요. 배워 봐야 알 것 같아요.”

“하긴, 배우지도 않고는 무리겠지.”

아리시아는 쿼터 엘프라서 밤눈도 밝고 청력도 인간보다 수십 배 뛰어나다.

하지만 구슬도 꿰어야 보배인 법.

소질과 기술은 엄연하게 다르다.

‘아마도 추적꾼들 사이에서 기술의 노하우 같은 것이 따로 있겠지.’

유감이지만 그걸 가르쳐 줄 사람은 아무도 몰랐다.

“노예 중에서 추적꾼을 구입하시는 건 어떨까요? 지금 주인님의 재력이라면 가능하지 않나요?”

발레리아가 자신의 의견을 말했다.

하지만 카일은 고개를 저었다

“무리다. 노예는 전투 능력이 있거나 기술이 있으면 가격이 굉장히 높은 수준까지 올라가. 7층에서 활동하면서 트롤을 추적하는 게 가능한 노예라면 결코 저렴하지 않을 거야.”

카일의 말이 맞다.

그렇게 유용한 노예는 항상 수요가 있기 때문에 한 번 매물로 나오면 최소한 500골드 정도는 할 것이다.

아니, 어쩌면 지금 당장 매물이 있을지 없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제까지 카일은 폐기장에서 저렴한 가격에 노예를 구입했지만 사실 지금 카일의 앞에 있는 세 명을 제 값을 주고 구입한다면 수만 골드는 거뜬하게 깨질 것이다.

‘최종적으로는 일반 노예들도 구입해서 데리고 다니게 될지 모르지만 지금은 아니야.’

그 후에도 여러 가지 의견이 나왔지만 ‘이거다!’ 하면서 딱 와닿는 것은 없었다.

노예 이외에 다른 추적꾼을 멤버로 영입하자는 것도 생각해 봤지만, 지금 카일의 파티는 보안이 가장 중요한 시기였다.

외부인을 파티로 받아들였다가 카일의 능력이 외부에 소문나기라도 하면 굉장히 곤란했다.

‘생각해 보면 전에 제스터라는 인물과 파티를 합병하려고 했던 것도 너무 성급한 결정이었어.’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그때 제프라는 도적이 카일에게 시비조로 나와 준 게 잘된 일인지도 몰랐다.

“가장 현실적인 제안은 아리시아가 탐색술을 배우는 것 정도인가?”

“맡겨 주신다면 최선을 다해 볼게요.”

아리시아는 의욕이 있어 보였지만 카일은 내키지 않았다.

지금 아리시아는 한창 궁술에 주력하면서 그 실력을 키우고 있었다. 그녀가 각성한 초능력인 시간 가속 능력 역시 궁술에 적합한 능력이라서 점점 더 파티에서 유용한 전력이 되고 있다.

검은 바람의 말에 의하면 앞으로 1년만 지나면 반드시 일류 궁수가 될 것이고, 3년만 지나면 익스퍼트급의 전사도 경계해야 할 실력자로 성장할 거라고 말했었다.

‘물이 잘 나오는 우물을 내버려 두고 굳이 두 우물을 팔 필요는 없어.’

잘못하면 아리시아의 궁사로서의 재능을 방해할 수도 있었다.

‘뭔가 다른 방법이 있을 것 같은데.’

카일은 머릿속에서 무언가 좋은 생각이 날 듯 말 듯하면서도 나지 않았다.

“일단 들어가서 쉬자. 모두 수고들 많았다.”

그렇게 한참을 고민과 반성으로 술잔을 기울이던 카일은 결국 별 소득은 없이 술자리를 파하기로 했다.

술을 즐기기는 하지만 취할 정도로 마시지는 않는 카일이었기에 깔끔한 마무리였다.

일행은 계산을 하고 집으로 향했다. 그러는 길에 아리시아가 무언가를 발견하고는 말했다.

“주인님. 조심 하세요.”

“응? 아아…….”

카일은 길을 건너다가 미처 옆에서 오는 마차를 보지 못하고 건널 뻔했다.

다행히도 아리시아가 먼저 발견했고 마차를 끌고 있는 말도 사람이 오는 것을 보고 멈췄다.

“이런, 죄송합니다.”

카일이 마부에게 사과를 하자 마부도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이 녀석이 워낙 영리해서 사람은 절대 치지 않습죠.”

“똑똑한 말이군요.”

카일은 피식 웃으면서 말했다.

그리고 다시 출발해서 멀어져 가는 마차를 보며 말했다.

“마차라, 지금 당장은 아니라도 나중에는 필요할 수도 있겠군.”

“도시 간에 이동을 자주 하거나 상행위를 하려면 반드시 필요할 겁니다.”

“그래. 그렇군.”

이 세계에서 마차는 지구에서의 자동차와 비슷한 느낌의 것이었다. 가격이 제법 있어서 쉽게 살 수 있는 물건은 아니다.

게다가 마차를 사면 그 마차를 보관한 장소와 마차를 끌고 다닐 말의 관리를 위한 전문 인력도 필요하다.

말이라는 건 기계가 아니라 살아 있는 생물인 만큼 꾸준하게 관리를 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뭐 지금 당장은…….’

“아!”

그때였다. 카일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어떤 생각이 떠오른 것은.

“…가능해. 충분히 가능해. 적어도 시도해 볼 가치는 충분해.”

“주인님. 왜 그러세요.”

“어쩌면 우리도 구할 수 있을지 몰라.”

“예……? 뭐를요?”

“탐색꾼.”

“예? 어, 어떻게요?”

“뭔가 좋은 수가 있습니까?”

깜짝 놀라서 반문하는 노예들에게 카일이 미소 지으며 말했다.

“내일 알려줄게.”

* * *

다음 날.

카일은 아침수련을 마치자마자 평소와 달리 휴식을 취하지 않고 혼자서 외출을 했다.

검은 바람이 따라가려고 했지만 카일은 됐다고 만류했다

“위험한 곳에 가는 게 아니다. 귀족들의 상점가에 가는 것이니 괜찮아.”

“예? 거기는 왜…….”

“좀 이따 알게 될 거다.”

그리고 카일은 혼자서 집을 나섰다.

졸지에 집을 지키기 위해서 남은 세 명은 서로를 바라보며 말했다

“무슨 생각이신 거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주인님이 하시는 일이니 무언가 생각이 있으시지 않겠어요.”

“하긴…….”

“일단 기다려 보지. 주인님이 오시면 자연스럽게 알게 되겠지.”

그렇게 세 명은 얌전하게 집에서 카일을 기다렸다.

* * *

카일이 혼자서 향한 곳은 귀족들이 주로 쇼핑을 하는 고급 상점가 거리였다.

보석, 드레스, 향신료, 예술품 등등.

일반인들이나 모험가들은 구매할 일이 없는 물건들을 주로 취급하는 곳이었다.

거리에는 경비대원들이 항상 순찰을 돌고 있는데 그들은 항상 이 거리를 엄중하게 관리하고 있었다.

범죄자나 소란을 피우는 것을 금지하는 것은 물론이고 차림이 후줄근한 부랑자 같은 경우 거리에 들어오기만 해도 쫓아내 버렸다.

카일은 미리 그런 점을 알고 있기에 가지고 있는 옷 중에서 가장 깔끔한 것을 입었다.

단, 고급스러운 것은 아니고 어디까지나 깔끔한 것에 초점을 갖춰서 입었다.

과거 루트비한 자작령에서 살 때의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이런 거리에 드나드는 것은 귀족 아니면 그 귀족가에서 일하는 고용인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러니 평민이라도 옷을 깔끔하게 입고 당당하게 행동하면 쫓겨날 일은 없었다.

‘저 드레스 좋은데? 가슴의 파임이 과감해서 발레리아에게 어울리겠어. 아, 저 연두색 숄은 아리시아한테 딱 좋겠는데?’

드레스 숍을 지나다 보니 아리시아나 발레리아에게 어울릴 것 같은 옷들이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왔다.

사실 어지간한 귀족 영애들보다 훨씬 아름다운 두 여자에게 이런 선물들을 사주고 싶은 마음도 들었다.

다만 지금은 아니고 나중의 일이지만 말이다.

드레스 숍이나 고급 주류 숍을 지나서 카일이 도착한 곳은 바로…….

멍멍, 멍!

야오옹.

귀엽고 예쁘게 꾸민 개와 고양이들이 모여 있는 곳, 바로 펫 숍이었다.

뜬금없지만 이 세계에도 개나 고양이를 키우는 문화는 있었다.

단, 상류층들만의 고고한 사치 문화의 일종이었지만 말이다.

소나 말과 달리 개와 고양이는 인간의 문명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런 동물을 애지중지하면서 키우는 이유는 오로지 애완용이 목적인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이 세계의 상식이었다. 카일은 그 상식외의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은 바로 개라는 동물이 훈련하기에 따라서는 인간에게 무척 유용하게 성장할 수 있는 동물이라는 것이었다.

카일은 가게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러자 가게의 점원이 카일을 위아래로 보더니 말했다

“어디서 오셨소?”

“사냥용으로 사용할 개를 보고 싶소.”

카일은 자신의 소속은 밝히지 않고 용건만을 말했다

“사냥용? 흠… 다시 물어보겠는데 어디서 오셨쇼?”

귀족 가문에 소속 되어 있음을 밝히라는 말이었다.

‘쳇, 끈질기기는…….’

여기서 카일은 적당한 귀족가의 이름을 말 할 수도 있었다. 여차하면 자신의 본가라고 생각할 수 있는 루트비안 자작의 이름을 팔아도 되고 말이다.

하지만 가능성은 적겠지만 귀족가문의 이름을 함부로 사칭했다가 걸리면 말 그대로 매장 당하는 수가 있다.

은유적인 표현이 아니라 실제로 말이다.

그래서 카일은 다른 변명을 했다.

“죄송하지만 어디서 왔는지는 설명할 수 없소. 의뢰인이 부인 몰래 구입하시기를 원하는 분이 계셔서 말이오.”

“…아아. 그렇군. 이해했소.”

카일의 말에 펫 숍의 점원은 알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사냥견은 귀족들의 사치품이지만 그 중에서도 남자 귀족들에게 많이 사랑받는 사치품이다.

즉, 가문에 실질적인 도움이 전혀 되지 않고 오직 오락만을 위해서 구입하는 장난감과 같은 것이라는 말이다.

평민이든, 귀족이든, 심지어 왕족이든 간에 유부남들이 이런 성질의 물건을 구입하려고 하면 살짝 눈치가 보이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중개인을 고용해서 아내 몰래 구입하는 이들이 제법 있었다.

점원은 카일에게 찝찝한 표정을 하고 말했다.

“설마 나중에 반품 하는 건 아니겠지요?”

“괜찮을 겁니다. 허락받을 자신은 없어도 일단 사고 나서 버틸 자신은 있다고 하셨으니까요.”

“그게 현명하지요.”

점원은 과연 그렇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유부남의 생리는 동서고금을 넘어서 이세계에서도 통하는 바가 있었다.

“오십시오. 사냥견은 이쪽입니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카일은 본래의 목적인 사냥견 볼 수 있었다.

구조견, 맹인안내견, 사냥견 등등.

훈련하기에 따라서 개는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동물이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특화된 것은 사냥이다.

인류가 농경문화를 시작하기 전 수렵 생활을 하던 시절 인간은 늑대를 길들여서 인간에게 우호적인 개로 만들었다.

누가 그런 생각을 가장 먼저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걸 미래를 계산하고 그렇게 행동했다면 그 원시인은 분명 천재일 것이다.

사냥을 할 때 개의 능력은 어떤 의미로는 인간보다 더 우수하기 때문이다.

“이 녀석은 어떻습니까? 새 전문 사냥견인데 수영도 능해서 화살에 맞은 새가 호수에 떨어져도 잘 물어 옵니다.”

“제 의뢰인은 좀 커다란 사냥감을 상대할 개를 찾으시더군요.”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이 녀석은 어떤가요? 멧돼지를 전문적으로 쫓는 녀석인데 발도 빠르고 몸놀림이 잽싸고 용맹해서 겁이 없죠.”

점원이 추천해준 것은 늑대와 비슷한 생김새의 하얀색 개였다.

‘진돗개와 비슷한 모양이지만 조금 크군.’

지구로 치면 셰퍼드 사이즈의 진돗개가 딱 이런 느낌이었다.

“좋군요. 이 견종의 강아지를 볼 수 있을까요?”

“강아지요? 성견이 아니라 강아지를 찾습니까?”

“예. 이건 제 의뢰인의 생각인데 가능하면 강아지로 구입하시기를 원했습니다.”

“훈련시키는 게 보통 일이 아닐 텐데?”

“하지만 부인에게는 다 큰 성견보다는 귀여운 강아지가 좀 더 잘 먹히겠죠.”

“하하하. 어지간한 공처가이신 모양이군요.”

“본인 입으로는 애처가라고 합니다만… 아시죠? 그런 사람이 진짜 공처가인 거.”

“하하하. 그렇죠. 맞는 말입니다.”

카일은 어깨를 으쓱하며 실존하지도 않는 가상의 의뢰인을 씹었다.

원래 사람이 빠르게 친해지려면 누군가의 뒷담화를 하는 게 참 효과적이다.

“마침 딱 좋은 강아지가 있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점원은 안쪽에 들어가더니 잠시 후 상자 하나를 가져왔다.

“자, 이 중에서 고르시면 됩니다.”

점원이 가지고 온 상자 안에는 자기 몸도 채 못 가누는 하얀색 털 뭉치들이 꾸물꾸물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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