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능력자를 육성하는 능력자-38화 (38/215)

38화

사람이 한 명 늘어난 만큼 카일의 일과도 조금 변했다.

우선 가장 많이 변한 것은 아침의 수련 시간이었다.

원래는 검은 바람이 혼자서 카일과 아리시아를 가르치고 지도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거기에 발레리아가 끼어들었다.

“다른 건 몰라도 방패술과 갑옷을 이용한 방어술은 그녀가 저보다 낫습니다.”

검은 바람의 추천으로 카일은 발레리아에게 방패술을 수련받고 있었다. 검술은 검은 바람에게, 방패술은 발레리아에게.

발레리아가 사용하는 방패는 타워 실드였지만 라운드 실드에 맞는 방어법을 가르칠 수도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검은 바람과 발레리아에게 번갈아 가면서 수련을 받고 있었다.

카일과 아리시아의 수련이 끝나면 둘은 먼저 안으로 들어가서 씻고 식사 준비를 한다. 그리고 그사이에 검은 바람과 발레리아는 서로 무기를 마주하고 본격적인 대련을 시작했다

“가겠다.”

“얼마든지.”

카캉!

오러를 사용하지 않고 본연의 실력도 최대한 억눌러서 진행하는 대련이었지만 그 실력은 어마어마했다.

폭풍처럼 몰아붙이는 검은 바람과 그 공격을 거목처럼 단단히 서서 받아내는 발레리아. 둘의 대련을 보고 있으면 카일은 아직 자신이 한참 멀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렇게 두 사람의 대련을 마치고 나면 그 후에 네 사람은 모두 마주 앉아서 식사를 한다.

보통 아침 겸 점심으로 조금 늦게 먹는 이 식사는 카일의 요청으로 인해서 단백질 위주로 식사를 진행한다.

가능하면 고기를 올리게 했고 만약 고기가 없으면 최소한 달걀을 1인당 두 개 이상은 반드시 올리도록 지시했다.

‘근육이 손실을 막기 위해서는 단백질 섭취가 중요한 법이지.’

덕분에 다른 세 명은 전투 노예임을 감안해도 상당히 풍족한 양질의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아침 식사가 끝나고 나면 카일은 가볍게 휴식을 취했다.

처음에 발레리아는 이 휴식 시간을 못마땅하게 여겼다.

“주인님. 식사 후에 바로 누워서 쉬는 것은 태만함이 몸에 밸 수 있는 나쁜 습관입니다.”

하지만 검은 바람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걱정하지 말고 주인님이 시키는 대로 해.”

“검은 바람, 자네까지?”

“나도 처음에는 너처럼 생각했다. 하지만 1년 정도 주인님과 함께 지내보니 알겠더군. 이게 훨씬 더 효율이 좋다는 것을 말이야.”

검은 바람은 이미 1년 이상 카일의 수련 루틴을 따라서 행동해 봤다.

수련, 휴식, 식사.

이 세 가지를 균형 있게 꾸준하게 진행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이 좋다는 것을 몸소 느낀 것이다.

몸이 더 건강해지고 회복력도 더 빨라진 느낌이었다.

검은 바람까지 나서서 휴식을 주장하자 결국 발레리아도 납득했다.

‘어쩔 수 없군.’

그렇게 두 시간 이상 푹 쉬고 난 후.

일행은 특별한 볼일이 없는 이상은 저녁 시간 전까지 다시 수련에 매진한다. 보통 뒤뜰에서 기초 훈련을 하거나 당일치기로 던전에 들어갔다.

던전에 들어가는 이유는 실전을 대비해서 여러 가지 전술을 시험해 보기 위해서다.

“검은 바람. 내 앞으로 너무 나서지 마라. 방패 전사의 의미가 없어지지 않나?”

“아니, 하지만 나도 후열은 불편하단 말이지. 발레리아 너는 내 뒤에서 주군과 아리시아를 지키는 포지션이 좋지 않나?”

“상황에 따라서는 그 자리에 설 수도 있지. 하지만 기본적으로 방패 전사인 내가 가장 앞에 서는 게 맞다.”

“상대가 대형종이라면 너와 내가 앞뒤로 포위하는 전략도 괜찮겠군.”

“대인전도 염두에 둬야 한다. 던전 안이라고 해도 항상 몬스터만이 적이라는 보장은 없으니 말이다.”

“맞는 말이군.”

둘은 의견을 활발하게 교환하면서 여러 가지 진형과 작전을 시험해 보면서 파티의 전략을 보완해 갔다.

카일은 그 광경을 보고 흐뭇하게 웃으면서 생각했다.

‘이제 좀 제대로 돌아가는 느낌이군.’

발레리아의 합류로 인해서 파티의 느낌이 좋아졌다. 마치 톱니바퀴가 정확하게 맞물려서 척척 돌아가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훈련을 마치고 나면 집으로 돌아와서 간단하게 씻고 식사를 한다.

사실 여기서 부터는 카일이 가장 행복한 시간이기도 하다.

“주인님. 등을 밀어 드리겠습니다.”

“아. 부탁할게.”

“머리를 감겨드리겠습니다.”

“응. 부탁해.”

카일이 목욕을 하는 동안 아리시아와 발레리아가 들어와서 목욕 시중을 들어준다.

아름다운 미녀 두 명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꼼꼼하게, 그리고 헌신적으로 시중을 들어주며 하루의 묵은 때를 씻어내고 있으면 인생의 승리자가 된 듯한 우월감이 들었다.

덕분에 씻는 시간이 조금 오래 걸려서 검은 바람은 조금 오래 기다려야 했다.

다 씻고 나서는 다시 네 명이 모여서 저녁을 먹는다.

그리고 저녁을 먹은 시간 후에는 잠들기 전까지는 모두가 자유롭게 시간을 보냈다.

카일의 경우 책을 읽거나 했고, 검은 바람이나 발레리아는 장비의 점검을, 아리시아는 카일이 가르쳐준 스트레칭을 하거나 내일 아침에 먹을 음식의 사전 준비를 하고는 했다.

잠자리에 들 시간이 되면 카일의 침실로 누군가가 찾아왔다.

“주인님. 잠자리 시중을 들러 왔습니다.”

‘오늘은 아리시아였구나.’

아리시아와 발레리아는 보통 하루씩 번갈아 가면서 카일의 침대로 찾아왔다. 다만 가끔 몸이 좋지 않거나 할 경우에는 한 명이 이틀 연속 찾아올 때도 있었다.

카일은 거기에 어떤 불만도 없었다.

둘 중에 누구를 안아도 최고라는 것은 알고 있으니 말이다.

사람의 삶은 노력과 보상이 적절하게 이뤄져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카일의 일상은 그 밸런스가 딱 맞는다고 할 수 있다.

낮에는 가혹할 정도로 강한 수련을 받고, 밤이 되면 아름다운 두 미녀에게 돌아가며 위로를 받으니 말이다.

“이리로 와.”

“예. 주인님.”

카일의 부름에 아리시아가 수줍은 표정으로 침대에 올라왔고 카일은 촛불을 껐다

대강 이런 식으로 하루를 마무리 했다.

보람차면서도 평온한 일상으로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보내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꾸준한 노력의 성과가 나왔다.

* * *

우우우우웅.

카일의 검이 작게 진동하고 있었다.

검의 안에 주입된 힘이 제대로 정돈되지 않아서 울리는 진동으로 흔히 검명이라고 한다.

그리고 검에서 검명이 일어난다는 것은 드디어 카일이 소드 오려 유저에 진입했다는 말이기도 하다.

“훌륭하십니다. 주인님.”

“드디어 벽을 넘으셨군요.”

검은 바람과 발레리아가 카일을 보고 박수를 치면서 기뻐해 주었다

“너희들이 그렇게 말하면 괜히 비꼬는 것처럼 들린다 말이지.”

“설마 그럴 리가요?”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주인님.”

둘의 말에 카일은 피식 웃으며 검명을 거두며 말했다

“농담이다. 그보다 이제 유저가 되었다는 말은 당초의 계획대로 진행해도 되겠지?”

“예. 주인님. 이제 7층으로 가셔도 될 것 같습니다.”

카일의 파티가 본격적으로 7층으로 진입할 시기가 되었다.

사실, 7층으로 진입할 전력은 진작 갖추고 있었다.

원래도 검은 바람 혼자서도 트롤 한 마리를 거뜬하게 상대할 수 있었고, 그런 상태에서 발레리아가 합류했다는 것은 7층에서 활동하는 모험가들의 평균 수준을 크게 넘었다는 말이다.

다만 던전의 저층에서 전술과 진형을 체크하면서 깨달은 것이 한 가지 있었다.

검은 바람과 발레리아가 강하다고 해도 카일과 아리시아의 수준은 아직 7층에 부족하다는 것을 말이다.

특히 카일의 실력 부족이 심각했다.

초능력을 이용한 신체 강화를 사용한다고 해도 카일의 수준은 오러 유저 중급 정도였다.

7층의 몬스터들을 상대로 최소한의 버티기라도 가능한 시점이 되지 않으면 7층에서의 활동은 너무 위험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검은 바람은 카일이 최소한 오러 유저의 경지에 올라갈 때까지는 7층에 내려가지 말 것을 권했고, 카일 역시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서 그 의견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지금, 카일은 드디어 오러 유저의 경지에 발을 디뎠다.

‘과연, 이게 오러로군.’

단전에서 꿈틀 거리면서 피어오르는 미세한 힘을 느끼면서 카일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초능력으로 인한 강화와는 많이 달랐다.

카일의 초능력인 염동력은 몸 자체를 강화하는 이미지로 신체능력을 전반적으로 강화한다. 오러 유저도 그것과 같은 일이 가능하지만 신체 강화를 넘어서는 힘도 가능했다.

생명체가 아닌 무기물인 무기에 힘을 불어넣는 것.

그것은 카일의 능력으로는 못하는 일이다.

오러를 무기에 불어넣으면 무기의 강도와 절삭력이 약간이나마 올라간다.

‘신체강화는 초능력으로 오러는 무기를 강화하는 식으로 전투에 임해야겠군.’

“후우우우우…….”

카일은 호흡을 길게 뱉으면서 오러를 회수했다.

“수고하셨습니다. 주인님.”

“나보다는 너희가 수고했지. 가르치느라고 수고 많았다.”

카일은 검은 바람과 발레리아를 칭찬한 후 결심한 듯이 말했다.

“이틀 후에 7층으로 내려간다. 알겠지?”

“예. 주인님.”

오랜만에 본격적인 던전 활동을 재개할 때였다.

* * *

7층으로 가는 길은 이전과 다름없었다.

5층까지는 아무런 장애가 없었고 6층에 가서는 체력을 보전하기 위해서 잠깐 휴식을 취했지만 금방 다시 움직였다.

중간에 걸리적거리는 몬스터들을 압도적인 힘으로 처리하면서 카일의 파티는 반나절 만에 7층에 돌입했다.

“좋아.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사냥이다. 나는 지도에 집중할 테니까 다른 사람들은 모두 주변 경계에 신경 써줘.”

“예. 주인님.”

카일은 길드에서 판매하는 지도를 잘 보면서 7층 지역을 이동했다. 지도에 나타나는 7층의 범위는 6층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지도에 나오지 않는 미답지를 탐색하면서 이동해야 했다.

카일은 혹시나 길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신중하게 지형을 기록하면서 이동했다.

“주인님. 앞에 오크 워리어가 이끄는 오크 무리가 나타났습니다.”

“정리하고 지나간다. 전원 전투 준비.”

“옛!”

네 명은 등에 진 배낭을 벗고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오크 무리를 맞이할 준비를 했다.

“취이익! 취익!”

“취익! 취익!”

오크들은 거친 숨소리를 뿜어내면서 달려왔다. 하지만 가장 먼저 달려오는 놈들은 미처 목적지까지 도달하지도 못했다.

퍽! 퍼퍽!

아리시아의 활은 전보다 더 강력해졌고 연사력도 더 올라갔다. 달려오던 오크들 중에 다섯 마리가 아리시아의 화살에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개중에 한 놈은 화살을 맞고도 제법 멀쩡하게 달려왔는데 그것은 보통 오크보다 훨씬 커다란 덩치의 오크 워리어였다.

“취이익! 취익!”

놈은 몸에 화살을 덜렁거리면서 거칠게 분노를 터트리며 달려왔다. 하지만 그래 봤자 놈의 공격이 아리시아에게 닿을 일은 없었다.

카앙!

“여기까지다.”

전열의 가장 앞에 서 있는 발레리아는 오크 워리어의 공격을 거뜬하게 막아 냈다.

“취이이익!”

오크 워리어는 분노를 터트리며 손에 들고 있는 칼을 휘둘렀지만 발레리아의 방어는 철벽이었다.

오크 워리어를 필두로 뒤편에서 합류한 다른 오크들도 그녀에게 달려들었지만 그녀는 단 한 마리도 자신을 통과시키지 않았다.

발레리아는 단단하게 자세를 잡고 자신의 몸을 대부분 가릴 수 있는 타워 실드를 전면에 세운 상태로 적의 공격을 완벽하게 막아 냈다.

그저 버티고 서있는 것만으로는 이렇게 완벽하게 막을 수 없다.

“취익! 취익!”

“취이이익!”

뒤편에 오크들은 앞이 막히자 좌우로 돌아서 그녀를 협공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 순간 발레리아는 방패를 세우고 앞으로 나가면서 자신의 앞에 있는 오크 워리어에게 차지 공격을 가했다.

파아앙!

“쿠위익!”

발레리아가 여자 치고는 키가 큰 편이지만 오크 워리어에 비하면 머리 하나는 더 작은 체구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육탄 공격에 커다란 오크 워리어가 뒤로 쓰러지듯이 날아갔다. 장비의 중량과 순간적인 전진 속도로 만들어낸 파괴력이 그녀보다 훨씬 큰 상대를 가볍게 날려버리는 것이다. 그녀의 공격에 그 뒤편에서 갈라져 나오려던 오크들도 휘말려서 쓰러졌다.

“취이익! 취익!”

“취익 취익! 취이익!”

오크들은 자기들도 답답한지 서로에게 무언가 큰 소리로 따지듯이 외치고 있었다.

“대단해.”

카일은 그 모습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감탄했다.

그녀 혼자서 자신보다 큰 다수의 적을 막으면서도 완벽하게 적들을 제어하고 있었다.

마치 교통체증을 일으키는 것처럼 적들을 차곡차곡 막아 내는 그녀의 모습은 실로 능숙했다.

그리고 그녀가 적들을 완벽하게 막아 내고 있는 동안 아리시아는 부지런히 활을 쐈다.

퍼억! 퍽!

“꾸웨에엑!”

“쿠워억!”

이제 아리시아의 궁술도 많이 늘었다.

발레리아의 뒤에서 활을 쏘면서도 아군의 등에 맞춘다거나 하는 멍청한 실수는 하지 않았다.

발레리아가 절대 뚫리지 않는다는 가정하에서 아리시아는 침착하게 화살을 쐈다.

퍼억!

“쿠웨에엑!”

아리시아의 화살은 발레리아와 대치하고 있는 오크들을 하나씩 착실하게 정리했고 어느새 남은 것은 오크 워리어 한 마리뿐이었다.

아리시아의 화살로 아직 오크 워리어를 잡는 것은 무리가 있었다.

그러자 뒤편에서 지켜보고 있던 검은 바람이 말했다.

“발레리아. 이제 정리해.”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이 발레리아가 앞으로 나섰다.

타앙! 푹!

타워 실드를 옆으로 휘둘러 상대의 무기를 쳐내며 빈틈을 만들고 오크 워리어의 목을 정확하게 파고드는 브로드 소드의 칼날.

“크우우우우…….”

간결하면서도 확실한 한 수로 순식간에 오크 워리어를 제압하는 발레리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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