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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자를 육성하는 능력자-27화 (27/215)

27화

찰리의 마음이 급했기 때문일까? 계약은 일사천리로 빠르게 진행 되었다. 건물의 소유주인 트리니 상단은 찰리에게 전권을 위임했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계약서를 작성하고 공증인에는 모험가 길드의 직인이 찍혔다. 사실 모험가 중에는 계약은 고사하고 글도 모르는 사람들이 반 이상이다 그래서 길드에서는 순진한 모험가들이 이런 종류의 계약에서 사기나 불이익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 공증인을 서줬다. 만약 여기서 사기를 쳤다가는 전 대륙의 모든 모험가들의 표적이 되어서 말살 당하는 수가 있었다.

“이로써 계약은 완수되었습니다. 카일 님.”

“좋은 건물을 소개해 주어 감사합니다. 찰리 씨.”

그렇게 카일은 바이에른에 자신만의 거처가 생겼다. 카일이 이 바이에른에 오고 나서 1년이 거의 다 되어 가던 무렵이었다.

* * *

집의 계약을 마치고나서는 이사 준비를 했다.

집에서 사용할 가구나 생필품 등을 준비해야 했는데 이것도 생각보다 돈이 꽤 들었다. 다행히도 집을 저렴한 가격에 계약했기 때문에 예산이 쪼들리지는 않았다.

의자, 식탁, 침대 등등의 가구를 일괄로 구입하면서 검은 바람과 아리시아는 곤란해 하기도 했다.

“주인님. 저희 것을 이렇게 고급품으로 구입할 필요는 없습니다.”

“맞아요. 주인님. 보통 침대에서 안 자는 노예들이 태반인데…….”

하지만 카일은 단호하게 밀어붙였다

“몸을 관리하는 것도 너희들의 일이야.”

그렇게 밀어붙인 카일은 검은 바람이나 아리시아의 방에 들어가는 가구도 자신과 같은 것으로 통일했다..

‘그리고 아리시아는 나하고 침대를 같이 쓰는 일도 많으니까.’

이 이유는 굳이 입으로 말하지 않았다.

그렇게 필요한 도구를 모두 산 후.

“하아아,”

카일을 자기 앞에 있는 것을 보고 한숨을 내쉬었다.

‘하기는 해야겠지?’

카일의 앞에는 과일과 고기 술 등이 제법 화려하게 차려져 있었다.

이걸 왜 준비했느냐 하면…….

“주인님. 의식의 준비가 끝났습니다.”

“어서 저주를 풀어 주세요.”

불안해하는 검은 바람과 아리시아를 안심시키기 위해서다.

이 집이 저주에 걸려 있다고 굳건하게 믿고 있는 두 사람을 위해서 카일은 결국 고사를 지내기로 한 것이다.

고사를 지내는 것에 뭐가 필요한지 말해 줬더니 검은 바람과 아리시아가 단번에 시장으로 달려가서 이렇게 술과 음식을 사온 것이다.

“그럼 시작할게.”

개인적으로 이런 미신은 조금도 신뢰하지 않는 카일이지만 이걸로 두 사람이 안심한다면 이라는 생각으로 고사를 지냈다.

음식을 앞에 두고 절을 한 후. 적당히 아무 말이나 내뱉으며 고사 비스무리한 것을 진행했다.

“크흠, 앞으로 이 집에서 잘 살겠습니다. 나쁜 원한 있으면 잊고 떠나 주십시오.”

사실 자세한 절차는 카일도 몰랐다. 그러니 여기까지만 하고 검은 바람과 아리시아에게 말했다.

“다 끝났다. 이걸로 저주는 사라졌어.”

“후우우우…….”

“다행이에요.”

두 사람은 퍽 안심하는 표정을 지었다.

카일은 그런 두 사람을 보고 말했다.

“일단 먹자. 어차피 부를 손님은 없으니까 우리끼리 먹어야겠네.”

“예. 주인님.”

그날 카일은 집에서 마음 편하게 술을 마셨다.

가게나 여관에서 마실 때는 아무래도 너무 많이 취하지 않게 조심했지만 이제 자기 집이 생기자 더 이상 마음 쓸 것이 없었다.

편하게 먹고 마시고 기분 좋게 취한 카일은 침대에 누웠다.

[이봐, 너.]

‘응? 누가 날 부르지?’

그렇게 알딸딸하니 기분 좋은 카일의 귓가로 꿈결 같은 무언가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것 같았다.

[진짜로 네가 내 꿈을 대신 이뤄줄 거냐? 모험가로 대성해서 내가 못산 인생을 대신 살아 줄 거냐고!]

‘무슨 말인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하지 뭐.’

술기운 반 잠기운 반으로 비몽사몽하게 대답하는 카일에게 정체불명의 누군가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았다. 그럼, 나는 이만 가겠다. 계속 원혼으로 남아 있는 것도 지쳤고, 갈 수 있을 때 가는 게 맞는 거겠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잘 가.’

[그래. 나를 위로해 줘서 고마웠다.]

다음 날 아침 카일은 아리시아와 함께 침대에서 일어났다.

“으음… 무슨 꿈을 꾼 것 같은데?”

“주인님. 왜 그러세요?”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카일은 옆에서 눈을 뜬 아리사에게 가볍게 키스를 하고 말했다.

“아침부터 먹자.”

“예. 주인님.”

오늘부터 새로운 집에서 새로운 생활의 시작이었다.

* * *

대륙력 522년 12월.

카일이 바이에른에 처음 찾아왔던 것이 1월이었으니 이제 곧 1년이 다 되어가고 있었다. 그런 시기에 카일은 비교적 안전하게 던전을 탐색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12월 한 달 동안 던전을 두 번 들어갔다.

던전의 활동지역은 여전히 6층이었지만 이전에 고블린 워리어 사건을 생각해서 이제는 외각 지역이 아니라 길드에 기록된 지도 안에서만 활동하고 있었다.

항상 퇴로가 확보되는 지역으로 이동하면서 안전하게 탐색을 한 결과 한 번 들어갈 때마다 20골드 전후의 안정적인 수익을 올렸다.

즉. 한 달에 40골드의 평균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모험가가 된 것이다.

보통은 이걸 파티원수로 다시 나눠서 3등분 해야겠지만 카일의 경우 이 모든 수익이 자신의 것이었다.

‘이런 걸 보면 노예제도에 의지한 경제활동이 오랜 세월 동안 지속된 것은 이유가 있었던 거야.’

카일은 검은 바람이나 아리시아를 노예로서 학대하거나 착취하지는 않았다.

최소한의 의식주만 지급하고 사람 취급도 하지 않는 게 당연한 세상이었지만 카일은 두 사람과 같은 환경에서 의식주를 공유하고, 인간적으로 모독을 한다거나 폭행을 가하는 짓은 하지 않았다. 위선이고 가식일지 몰라도 카일은 최소한 그렇게 해야 마음이 풀렸다.

어쨌든 카일의 생활을 안전한 궤도에 올랐다.

한 달에 두 번 던전에 들어가면 생활하기에 충분한 액수의 돈이 모였고, 새롭게 이사한 거주 환경도 마음에 들었다.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왜 아직도 행복하지 않지?’

아니 행복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분명 행복하다.

자신의 뒤에서 아름다운 아리시아가 어깨를 주물러 주고 있는 이 순간이 행복하지 않을 리가 없다.

“그래도 뭔가 부족한 느낌이군.”

“무슨 말씀이세요? 주인님.”

아리시아는 카일의 어깨를 안마하면서 물었다.

“아니, 별것 아니야. 그냥 이대로 괜찮은가 싶어서 말이야.”

“뭐가 말인가요?”

“그냥 뭐… 이것저것?”

딱히 한 마디로 뭐라고 말하기가 애매한 상황이었다.

사람은 의외로 자신의 감정을 자신도 잘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지금 카일도 그랬다.

아리시아는 카일의 내면의 복잡한 마음은 알 수 없었지만 한 가지는 알고 있었다. 자신이 카일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풀어 줄 수 있는 방법을 말이다.

“주인님. 마음에 위로가 필요하시다면 제가…….”

아리시아는 자신의 몸을 카일에게 밀착시켰다

그녀의 백옥같이 햐안 피부와 부드러운 살결이 카일의 등에 형태를 바꾸며 문질러졌다.

“아리시아. 자꾸 이러면 또… 음…….”

카일은 최대한 참으려고 했다.

하지만 자신의 뒤에서 피부를 문지르는 아리시아의 촉감이 너무나 매혹적이었다.

그녀는 카일에게 바싹 붙어서 뜨거운 숨결을 속삭이며 말했다.

“기분은 어떠신가요? 조금은 위로가 되시나요? 아니면… 앗.”

“에잇, 몰라.”

결국 카일은 참지 못했다.

그대로 몸을 돌려서 아리시아의 품안에 안았고 아리시아는 잠깐 당황했지만 순순히 자신의 몸을 열어서 카일을 받아들였다.

“주인님. 귀여워해 주세요.”

“질리도록 해줄게. 아리시아.”

카일은 욕실에서 그녀를 사랑해 주고, 그것도 모자라서 침실로 자리를 옮기고도 밤이 새도록 그녀를 안아 주었다.

* * *

잠깐의 쾌락으로 걱정을 잊을 수는 있지만 그 효과가 영원히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카일은 자신이 최근 답답해하는 심정을 검은 바람에게 말했다.

그러자 검은 바람은 말했다.

“아마도 주인님은 지금 상태에서 만족을 못하시는 것이죠.”

“나는 지금 경제적 자유와 쾌적한 주거 환경을 만들었고, 또 아리시아라는 아름다운 여자도 손에 넣었어. 그런데 만족이 안 된다고? 내가 그렇게 욕심이 많은가?”

“욕심의 크기는 사람마다 다릅니다. 누군가는 지금 주인님 정도의 위치에서 행복할 수도 있겠지만 주인님이 바라는 이상은 이것보다 더 크다는 거겠죠.”

“…….”

대답이 없는 카일에게 검은 바람이 다시 말했다.

“주인님. 최근 들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십시오.”

검은 바람의 말에 카일은 조금 생각하다가 자신도 모르게 문득 말했다

“스톰 클랜?”

그 말을 하고 나서 카일은 스스로 놀랐다.

‘설마 나……. 에이, 아니겠지.’

검은 바람은 카일에게 말했다..

“주인님은 대형 클랜의 클랜장이 되고 싶으신 겁니까?”

“그게 되겠어? 수천 명의 모험가를 아우르는 그런 위치에…….”

“되고는 싶으신 거죠?”

“…….”

카일은 자신 스스로에게 물어봤다.

스톰 클랜의 클랜장처럼 수천 명의 사람들 위에 군림하는 위치에 서고 싶은가?

놀랍게도 대답은 꽤 솔직하게 나왔다.

“아무래도 그런 모양이야.”

“그건 명예욕입니다. 지금의 주인님에게는 없는 것이죠.”

“명예……. 그래. 그렇군.”

지금 카일은 안정을 손에 넣었다. 그 안정을 넘어서 더 커다란 성공을 손에 넣으면 사람들은 카일을 선망하고 부러워할 것이다. 그런 이들에게 주어지는 사회적 훈장이 바로 명예라는 것이다.

카일은 생각을 하다가 말했다.

“검은 바람.”

“예, 주인님.”

“7층으로 가기 위한 탐색에 대한 사전 준비를 하자.”

“예. 알겠습니다.”

카일은 지금의 위치에 만족하지 않고 더 커다란 성공을 노리기로 마음먹었다.

비록 그 과정에 위험이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여기서 멈춰서는 자신이 원하는 행복한 삶은 손에 넣을 수 없을 것 같았다.

* * *

12월이 지나고 1월이 되었다.

대륙력은 522년이 되었고 카일은 17세가 되었다 아직도 어린 티가 나는 나이였지만 이 세계에서는 엄연한 성인이었다.

16세 성인이 되자마자 결혼을 하고 17세에는 아이 아빠가 되어 있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어쨌든 카일도 작년보다 더 성숙해졌다.

“주인님. 올 한 해도 승승장구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주인님.”

검은 바람과 아리시아의 말에 카일도 웃으면서 말했다.

“두 사람 모두 올해도 잘 부탁하다.”

* * *

대륙력 523년이 시작되었다.

새해 첫 날의 밤.

“어? 어머, 주인님 이건 혹시.”

카일에게는 새해 첫날부터 기분 좋은 소식이 있었다.

아리시아의 초능력 코어가 드디어 활성화된 것이다.

“집중해. 지금이 중요할 때야.”

카일은 신중하게 아리시아의 코어를 안정화시켰고 그 결과, 아리시아는 드디어 초능력에 눈을 떴다.

초능력을 각성한 아리시아는 눈물을 흘리며 감격했다.

“감사합니다. 주인님.”

“한 번에 잘 돼서 다행이다.”

카일은 담담하게 말했지만 아리시아는 이 순간을 계속 기다리고 있었다. 왜냐하면 ‘이걸로 나도 주인님에게 더 큰 힘이 될 수 있어.’라는 뚜렷한 목적 때문이었다.

아리시아는 그냥 자신이 강해진 것보다 이 강해진 힘으로 카일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기뻤다.

감격하고 있는 아리시아에게 카일이 말했다.

“그런데, 무슨 능력인지는 알겠어?”

“그게 잘 모르겠습니다. 지금도 사용하고는 있는데? 어쩐지 변화가 없네요.”

“지금 사용하고 있다고?”

“예.”

“흐으음.”

카일은 아리시아의 외면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잘 살펴봤다.

백옥같이 하얀 피부.

여신처럼 아름다운 얼굴.

찰랑거리는 황금빛 금발.

가녀린 어깨와 봉긋한 가슴.

잘록한 허리와 탄력 있는 엉덩이.

그 밑으로 쭉 뻗어 있는 날씬한 다리까지…….

“주… 주인님…….”

아리시아는 카일의 시선이 너무 노골적으로 변하자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혔다.

“크흠, 미안. 보다 보니 그만.”

“괜찮아요. 저는 주인님 거니까.”

“음, 그런데 겉으로 보기에는 변한 게 없는데,”

아리시아의 외면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예쁘고 아름다울 뿐이었다.

“혹시 외부로 힘을 표출 할 수 있겠어?”

“외부로 말인가요?”

“그래. 코어가 활성화되었으면 시도할 수 있을 거야. 한 번 해봐.”

“예. 주인님.”

아리시아는 카일의 말대로 초능력 코어의 힘을 외부로 발산하려고 움직여 봤다. 하지만 그 힘은 오직 아리시아의 내면에서만 움직이고 외부로는 전혀 나가지 않았다.

“안 되는 것 같아요.”

“그럼 방출계열의 기술은 아니라는 건데, 혹시 물건에 힘을 넣는 건 되겠어?”

“해볼게요.”

순순히 카일이 시키는 대로 하는 아리시아였지만 그것도 헛수고였다.

“이상하군. 활성화된 것은 분명한데, 이게 무슨 능력이지.”

초능력 중에는 그 능력의 특성을 해석하기 힘든 것들도 몇 가지 있다. 극단적인 효과를 발휘하지 않거나 혹은 겉으로 표가 나지 않는 능력도 있었다.

‘전생에는 소금물이나 설탕물을 맹물로 정수하는 능력도 있었지.’

이럴 때는 조급하게 결정짓지 말고 다양한 실험으로 능력의 특성을 밝혀내는 것이 우선이다.

“주인님. 혹시… 저는 오라버니처럼 강해지지 못하는 걸까요?”

불안한 표정을 짓는 아리시아를 보고 카일이 웃으며 말했다.

“그렇지 않아. 내일은 던전에 한 번 들어가 보자. 거기서 여러 가지 시도를 하다 보면 능력을 특정할 수 있을 거야.”

“예. 주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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