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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자를 육성하는 능력자-24화 (24/215)

24화

카일이 올라가기로 결정한 이유는 위험한 경험을 하고 진이 빠졌다거나 겁을 먹어서가 아니다.

포션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가지고 있는 포션은 세 병.

원래 일인당 한 병으로 생각하고 샀던 것이다.

그런데 한 병을 사용했으니 이제 위급한 상황이 된다면 세 명 모두를 구할 수가 없었다.

카일 혼자서 포션을 다 독점한다면 모르겠지만 카일은 검은 바람과 아리시아의 목숨에도 강한 책임감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 예정보다 빠른 후퇴를 결정한 것이다.

“올라가기 전에 전리품은 챙기고 가자. 이 정도 성과라면 마석량이 기대 되는군.”

“예. 주인님.”

그렇다고 해도, 올라가기 전에 지금 당장 바닥에 떨어진 돈을 줍고 가야 하지 않겠는가?

모험가에게 이런 말이 있다.

위기의 뒷면에는 대박이 새겨져 있다.

위험한 순간을 극복하면 더 많은 보상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이다.

잡은 고블린 라이더와 늑대의 숫자도 어마어마했고 고블린 워리어도 있었다.

카일의 파티는 빠르게 마석과 부산물을 챙겨갔다.

“이놈이 사용하던 도끼는 제법 좋은 물건으로 보였습니다.”

“그래. 행크의 대장간에 가져가 보지.”

현장에서 부산물과 마석을 모두 챙긴 후 카일의 파티는 던전 위로 올라갔다.

카일과 그 일행의 지상에 도착한 것은 그로부터 여덟 시간이 지나고 나서였다.

“하아아아. 도착했다.

“고생하셨습니다. 주인님.”

“고생하셨어요. 주인님.”

카일의 파티는 지상으로 올라왔다.

후퇴를 결정하고 나서는 쉬지 않고 계속 지상을 향해서 걸었다. 괜히 시간을 들이면 던전에서 하룻밤을 더 보내야 할 것 같았기에 물리해서 움직인 것이다.

덕분에 여덟 시간 만에 6층의 외각 지역에서 지상까지 올라올 수 있었다

“마석부터 정산하자.”

“예. 주인님.”

카일은 6층에서 얻은 마석을 가지고 길드 직원에게로 향했다.

“고생 꽤나 한 모양이군.”

꾀죄죄한 꼴이 된 카일을 보고 길드 직원이 말했다.

“죽는 줄 알았죠.”

“안 죽었으면 됐지. 그게 모험가 아닌가?”

“그건 그렇군요.”

듣고 보니 맞는 말이긴 했다.

아마도 위기를 넘기고 생환한 모험가들에게 종종 해주는 말인 듯 했다.

“마석을 정산해 주십시오.”

“그렇게 하지. 호오… 상당한 양이군.”

묵직한 주머니를 보고 길드 직원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세 명이 사냥했다고 하기에는 제법 묵직한 양이었기 때문이다.

“고블린 워리어를 만났습니다.”

“고블린 워리어? 6층까지 간 건가?”

“예. 그렇습니다.”

“쯧쯧, 너무 욕심내는군. 세 명이서 6층이라니, 안 죽은 게 다행인줄 알아.”

“…….”

그 말에 카일은 대답대신 생각에 잠겼다.

길드 직원은 익숙한 손길로 마석을 정산했다.

“하급, 중급, 음 이건 상급이군. 고블린 워리어 중에서도 제법 오래 산 녀석이었나 봐.”

“그런가요?”

“보통 고블린 워리어에게 나오는 마석은 중급이지. 하지만 개중에는 오래 살면서 마석의 랭크가 올라간 놈들도 있다. 이놈도 그랬을 거야.”

“어쩐지 만만치 않았습니다.”

“6층에서는 가장 난이도가 높은 놈을 만나 거야.”

그리고 길드 직원은 마석의 정산을 완료했다.

“상급 마석 1개. 중급 마석 74개. 하급 마석 157개. 다 해서… 23골드 65실버군.”

“휴우우우…….”

카일은 기분 좋은 한숨을 내쉬었다.

‘기록 갱신이군.’

이전에 인간 사냥꾼들을 처리하고 얻은 마석을 다 처분하고 얻은 금액이 22골드 정도였다. 놈들이 여러 사람을 해치고 얻은 마석까지 포함해서 올렸던 수익을 6층에서 자력으로 탐색만 해서 올린 것이다.

길드 직원은 돈을 주면서 카일에게 말했다.

“고생했어. 위기 같은 건 한잔 마시고 잊어버려.”

“참고하죠.”

카일의 파티는 일단 숙소로 돌아갔다.

배도 고프고 길드 직원이 말대로 술도 한잔 마시고 싶었지만 지금은 그 무엇보다…….

“너무 졸리군.”

“안녕히 주무십시오.”

“너도 잘 자라. 검은 바람.”

너무 자고 싶었다.

힘든 임무를 수행한 세 사람은 대강 먼지만 닦아낸 다음 바로 침대에 쓰러져 잠들었다.

* * *

다음 날.

몸은 피곤했지만 버릇이 들어서일까. 카일은 생각보다 일찍 일어났다.

“으으음…….”

기지개를 펴서 몸을 푼 카일은 자신의 옆에 누워서 자고 있는 아리시아를 보고 피식 웃었다.

어제는 피곤해서 그냥 잠만 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은 당연하다는 듯이 잠자리를 함께했다. 딱히 관계를 가지지 않아도 그저 그녀의 체온을 느끼며 잠드는 것자체가 기분이 좋았다.

“아리시아, 일어나.”

“음… 어? 주인님.”

아리시아는 카일이 깨우자 황급하게 일어났다.

“죄송합니다. 무례하고 주인님보다 늦게 일어나다니.”

“신경 쓰지 마. 많이 피곤했잖아?”

아리시아로서는 이번이 처음으로 제대로 된 던전 탐험이었다. 거기다 고블린 워리어 무리를 만나서 위급한 전투까지 겪었으니 피곤할 만도 했다.

“일어나자. 대장간으로 가야 돼.”

“예. 주인님.”

카일은 검은 바람과 아리시아를 데리고 행크의 대장간으로 향했다. 이번에 얻은 부산물을 처분하기 위해서였다.

이번에 얻은 부산물 대부분은 오크나 고블린 라이더들이 쓰던 무기 몇 개와 흡 고블린이 사용하던 양날 도끼였다.

사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오크나 고블린들이 사용하던 무기는 험하게 사용해서 많이 망가진 티가 났고, 유일하게 제대로 된 전리품은 도끼 정도뿐이었다.

‘그래도 돈은 되니까.’

일부러 무겁게 지고 들어온 이상 원재료비라도 받아야 했다.

“어서 오십시오. 카일 님. 오랜만에 오셨군요.”

“제법 깊게 들어갔거든요. 소득은 그저 그랬지만 말이죠.”

“하하하. 그럼 한 번 볼까요?”

이제 거래에 익숙해진 점원은 자연스럽게 카일의 물건을 받았다.

“흠, 대부분이 원재료 값이군요. 녹여서 재사용할 수밖에 없겠습니다.”

“이건 어떻습니까?”

카일은 고블린 워리어를 죽이고 얻은 양날 도끼를 내밀었다.

“이건, 상태가 괜찮군요. 흠… 어?”

도끼를 살피던 점원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건 어떻게 얻은 겁니까?”

“6층에서 고블린 워리어를 죽이고 얻었습니다.”

“고블린 워리어……. 허어, 아무리 봐도 그놈이 가지고 있을 물건은 아닌데. 어디서 주웠나?”

“왜요? 이상한 물건입니까?”

“확신이 없어서 그러는데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그렇게 하시죠.”

점원은 카일을 기다리게 하고 가게 안쪽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나왔다.

나온 그의 손에는 작은 약병이 들려 있었다.

“그게 뭡니까?”

“미스릴 반응액입니다.”

“예?”

“아무래도 이 도끼는 소량이긴 하지만 미스릴이 섞인 듯합니다. 크기에 비해서 무게가 조금 가벼운 것도 그렇고…….”

“미스릴이라고요?”

“어디까지나 제 예상일 뿐입니다. 확인을 해봐야죠.”

그리고 점원은 들고 있던 액체를 도끼에 떨어트렸다. 그러자 떨어트린 액체에서 은은하게 푸른빛이 감돌기 시작했다.

“틀림없군요. 이건 미스릴이 함유된 무기입니다.”

“허어어…….‘

카일은 상당히 놀랐다.

‘미스릴이라니.’

이 세계에서는 3대 금속이라는 말이 있다.

미스릴, 아다만티움, 오리하르콘.

이 세 가지 금속을 두고 하는 말이다.

마나에 대한 전도율이 높고 부드럽고 가벼운 성질을 지니고 있는 미스릴.

최강의 경도와 무거운 고중량의 특성과 마나를 완전히 차단하는 성질을 지니고 있는 아다만티움.

그리고 위의 두 금속을 뛰어넘는 신의 금속 오리하르콘.

이 세 가지 금속을 보고 삼대 금속이라고 한다.

다만, 오리하르콘의 경우 너무나 희귀해서 시중에는 거의 풀리지 않는다.

오리하르콘의 소재로 유명한 것들 대부분은 국가의 국보로 지정되어 있으며 그 가치를 둘러싸고 국가 간의 전쟁이 벌어질 정도로 어마어마한 것이다.

그래서, 사실상 오리하르콘은 꿈의 금속이나 다름없었고 모험가들이 취급할 수 있는 금속 중에서 가장 고가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은 미스릴과 아다만티움이었다.

마나에 대한 전도율이 높은 미스릴의 경우 무기로 가공하는 경우가 많았고 반대로 마나를 완전히 차단하는 성질을 지니고 있는 아다만티움은 방어구로 많이 가공했다.

만약 이 도끼에 미스릴이 함유 되었다면 그 가치는 어마어마한 대박을 건졌다는 말이다.

“얼마 정도 할까요?”

카일의 말에 점원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죄송하지만 제가 결정할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괜찮다면 주인 어르신을 모시고 올 테니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그렇게 하죠.”

잠시 후, 점원은 한 명의 남자를 데리고 등장했다.

그 남자는 대형 대장간의 주인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깔끔한 복장을 하고 있는 호리호리한 체구의 남자였다.

“안녕하십니까? 행크의 대장간의 주인 프랭크라고 합니다.”

“카일입니다. 혹시 이 대장간의 간판인 행크라는 이름은…….”

그는 웃으며 말했다.

“제 형님입니다. 형님이 기술을 담당하시고 제가 경영을 담당하죠.”

“아, 그렇군요.”

카일은 이제야 이해가 갔다.

눈앞의 남자에게 기술자의 흔적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이유가 말이다.

“실례했습니다. 제가 생각한 주인의 이미지와 너무 달라서 말이죠.”

“괜찮습니다. 자주 그런 오해를 받으니까요. 그럼 이제 일 문제로 넘어가도 될까요?”

“예. 말씀하시죠.”

그는 카일이 가져온 도끼를 살펴보고 말했다.

“자세한 가치는 감정을 해봐야 알겠지만 저희로서는 꼭 구입하고 싶은 물건입니다.”

“미스릴이 함유된 것이 사실이라면 경매에 붙이는 편이 더 이득이죠.”

카일의 말에 상대는 태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손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다만 그러기 위해서는 경매장에 커미션을 지불하고, 물건이 팔릴 때까지 기다려야 하죠.”

“…….”

“거기다 경매에 낙찰을 받는다고 해도 돈이 언제 정산될지도 모릅니다. 악질적인 중개인의 경우 중간 금액을 속이거나 크게 후려칠 수도 있죠. 또한…….”

카일은 프랭크의 말을 중간에 끊으며 말했다.

“한마디로, 문외한이 함부로 경매장에 보물을 올려 봐야 호구 취급받기 십상이다. 이 말입니까?”

그러자 프랭크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좀 과격한 표현이긴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닙니다. 상인들은 모두 조금이라도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서 치열하게 노력하고 있죠.”

“…….”

틀린 말은 아니었다.

솔직히 카일도 경매는 내키지 않았다. 수익률이 높아지는 것과 별개로 경매에 보물을 내놓으면 카일에 대한 정보가 사람들 사이에서 퍼질 수가 있다. 가뜩이나 최근 아리시아를 데리고 다니면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을 느끼고 있는 지금, 카일이 보물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퍼져 봐야 좋을 게 없었다.

‘여기서 처분할 수 있다면 그게 가장 좋기는 하지.’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죠? 얼마를 제시할 겁니까?”

“제가 생각하는 가격은…….”

“말씀하시기 전에 몇 마디를 하자면 저는 그동안 이 행크의 대장간에서 정기적으로 했으며 앞으로도 좋은 관계를 이어가고 싶다는 것을 말씀드립니다.”

“그 말씀은…….”

“훗날에 서로 얼굴을 붉힐 일은 만들지 않는 게 좋겠다는 말이죠. 그 점을 고려해서 제시가를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번에는 프랭크가 한 방 먹었다는 표정을 지었다.

카일은 미스릴의 가치를 정확하게 감정 할 수 없다. 그러니 프랭크가 속이려고 하면 얼마든지 속일 수 있다.

단, 나중에 자신이 속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카일은 가만히 있지 않겠다.

카일은 지금 그런 내용을 담은 은근한 압력을 행사한 것이다.

일개 모험가의 압력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 모르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카일이 모험가 길드를 통해서 ‘행크의 대장간에서 호구 취급당했으니 다른 모험가들에게도 주의를 당부합니다.’라고 한 마디를 하면 꽤 골치 아파진다. 다른 도시와 달리 이 바이에른에는 수십 개의 대장간이 경쟁을 할 정도기 때문에 안 좋은 소문은 꽤 치명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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