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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자를 육성하는 능력자-13화 (13/215)

13화

걸리면 좋고 안 걸리면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설치한 함정이었지만 그 결과는 상당히 좋았다. 앞에서 급하게 달리던 적의 전사 두 명이 모두 쓰러진 것이다.

카일과 검은 바람은 즉시 앞으로 나가서 두 명의 모험가에게 일격을 날렸다.

“하아압!”

카일의 태도가 검은 쓰러져 있던 적의 등판을 정통으로 꿰뚫었다.

“커허억…….”

카일에게 심장을 정통으로 꿰뚫린 놈은 그대로 비명을 지르며 죽어버렸다. 다른 한쪽에서는 검은 바람이 적의 머리를 그대로 쪼개버렸다 그쪽은 단발마도 남기지 못했다.

그러자 적들은 순간 당황했다.

갑자기 같은 편이 두 명이나 죽어버린 것이다.

이제 남은 숫자는 세 명.

“잠… 잠깐, 이게 뭐하는 짓이냐?”

“네놈들 설마 인간 사냥꾼이냐.”

“이 새끼들… 멈춰. 안 그러면 길드에 보고한다.”

그 세 명은 순간 입을 맞춘 것처럼 카일과 검은 바람을 인간 사냥꾼으로 몰아갔다.

자신들이 추적해 온 것이 분명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일단 오해인 것처럼 상황을 일단락시키고 기습하거나 무마하려는 것이다.

“검은 바람.”

“예. 주인님.”

“다 죽여라!”

“알겠습니다.”

그런 카일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카일의 명령을 받은 검은 바람이 성난 호랑이처럼 적을 향해서 돌진했다.

“이… 이봐. 진정해.”

“길드에 보고한다니까? 네놈들 이러고도… 크윽…….”

쩌어어억.

검은 바람의 일격이 하나 남은 전사에게 작렬했다. 상대방은 방패를 들어서 그 공격을 막았지만 그 순간 바로 깨달았다

‘못 이긴다.’

자신과 검은 바람의 실력 차이를 말이다.

단 일격을 막았을 뿐인데 팔이 부러진 것 같았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덜렁―

“크윽…….”

이미 진짜로 부러졌다.

팔을 들어 올리려고 했는데 전혀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고서야 알았다.

한쪽 팔이 부러진 그에게 검은 바람의 태도가 다시 한번 날아들었다.

“잠… 잠까…….”

스걱.

마지막 말도 남기지 못하고 그대로 그놈의 목이 날아갔다. 이제 남은 것은 마법사 하나와 도적 한 명.

그중에서 마법사가 이를 악물고 외쳤다

“죽어라!”

놈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마법을 미리 캐스팅 해뒀다.

“파이어 애로우!”

3서클 화염계 마법.

캐스팅 시간이 좀 걸리긴 하지만 저층의 모험가들이 막아 내기는 어려운 마법이다. 일단 작렬하면 6층의 오크 워리어에게도 치명상을 가할 수 있는 파괴력이 있는 마법이니 말이다.

“흡!”

하지만 검은 바람은 그 이상이었다.

날아오는 화염의 화살에 검은 바람은 힘차게 검을 휘둘렀다.

콰아앙!

그러자 마법이 그대로 허공에서 폭발했다.

그런 검은 바람의 태도는 은은한 푸른빛으로 감싸여 있었다.

“익… 익스퍼트.”

마법을 물리적으로 쳐낼 수 있다는 것은 검에 오러를 담는 익스퍼트부터 할 수 있는 일이다.

마법사는 상대가 자신이 감히 어쩔 수 없는 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검은 바람은 팔을 뒤로 쭉 당기더니 그대로 앞으로 자신의 태도를 던졌다.

“히익!”

마법사는 자신에게 날아오는 태도에 기겁을 하며 주저앉았다.

하지만 애당초 검은 바람의 목표는 마법사가 아니었다.

퍼어억.

“커헉…….”

어느새 도망치고 있던 도적의 등판에 검은 바람의 태도가 정확하게 박혔다.

동료들이 당하는 것을 본 도적은 자신만이라도 살겠다는 생각에 도주하다가 비참하게 죽은 것이다.

“…….”

검은 바람은 그대로 굳은 표정으로 앞으로 걸어갔다.

뚜벅뚜벅 걸어오는 검은 바람의 모습은 마법사의 입장에서는 죽음의 사신 같았다. 결국 그가 한 선택은 단 하나뿐이다.

“살… 살려 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뭐든지 할 테니 부디, 목숨만 살려 주십시오…….”

목숨 구걸이었다.

마법사는 체면이고 뭐고 다 버리고 넙죽 엎드려서 빌었다. 그 모습에 검은 바람이 슬쩍 뒤를 돌아서 카일을 바라봤다. 어떻게 할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그리고 돌아온 카일의 대답은 간결했다.

“죽여라.”

“예.”

가차 없었다.

“안 돼에에!”

콰지직!

마법사가 절규했지만 검은 바람은 커다란 발로 마법사의 두개골을 밟아서 으깨버렸다.

끔찍한 광경이었지만 검은 바람은 물론이고 그걸 지켜보는 카일도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이게 맞는 거다.’

이런 전투는 피하는 게 최우선이었지만 일단 전투가 벌어졌다면 자비 따위는 완전히 버려야 한다.

괜히 살려 줘도 뒤탈만 있을 뿐이다.

‘만약 놈이 지상에 가서 모험가 길드에 거짓말로 자신들이 공격당했다고 주장하면 굉장히 귀찮아지겠지.’

그냥 죽여버리는 게 정답이었다.

“검은 바람. 다친 곳은 없나?”

전투가 끝나고 카일은 검은 바람에게 다가와서 상태를 물었다.

“예. 괜찮습니다. 주인님.”

검은 바람은 실제로 머리카락 한 올 다치지 않았다. 실제로 마법이 날아왔을 때는 카일도 상당히 놀랐는데 검은 바람에게는 아무런 위협도 되지 못한 것이다.

‘강한 건 알았지만 이 정도로 강했던 건가?’

그동안 던전에서 보여준 검은 바람의 강함은 자신의 실력의 반의 반도 안 보여준 것이었다.

카일은 순수하게 감탄해서 말했다.

“과연 투란의 전사군.”

검은 바람은 뿌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칭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카일은 새삼 검은 바람을 1골드에 구입한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지 깨달았다.

“자, 그럼 전리품인데…….”

카일은 쓰러진 적들의 시체를 봤다.

전사 셋에 마법사 하나 그리고 도적 하나.

모두 몸에 걸치고 있는 장비가 상당했다.

“이걸 챙겨도 되는 건가?”

적을 죽이는 것에 망설임은 없었지만 그들의 물건까지 빼앗는 건 조금 거부감이 있는 카일이었다

검은 바람은 그런 카일에게 말했다.

“저는 주인님의 뜻에 따르겠습니다.”

“만약 너라면 어떻게 할 거지?”

“투란의 법도에 의하면 패자의 것을 승자가 취하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험한 동네구만.’

카일은 검은 바람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좋아. 그럼 투란식으로 하자고. 챙기자.”

“예. 알겠습니다.”

사실 포기하기에는 너무 아까웠다.

무기와 방어구.

그리고 도적의 품 안에서 나온 마석과 현금, 그리고 마법사에게서 나온 이것저것 정체를 모르는 물건들까지.

일단 챙길 수 있는 건 다 챙겼다.

물건이 너무 많아서 가장 돈이 안 되는 오크 가죽은 배낭에서 꺼내서 버려야 했을 정도다.

그렇게 물건을 잔뜩 챙기고 지상으로 올라간 카일은 일단 마석부터 처리했다.

“하급 마석이 211개. 중급 마석은 57개입니다.”

카일이 제출한 마석을 보고 감정을 하던 모험가 길드의 직원의 표정이 딱딱해졌다.

이제까지 군말 없이 사무적으로 마석을 정산하기만 했던 그가 처음으로 카일과 눈을 마주하고 말했다

“몇 층까지 내려갔었지?”

“5층입니다.”

“탐색 기간은?”

“사흘 동안 있었습니다.”

“그런 것 치고는 너무 많지 않나?”

길드 직원의 추궁에 카일은 조금도 동요하지 않고 말했다.

“문제가 있습니까?”

“있을 수도 있지.”

모험가 길드 직원이 슬쩍 손을 들어 올리자 중무장을 하고 있는 이들이 카일의 곁으로 슬그머니 이동했다.

‘의외로 허술하지는 않네.’

이제까지 철저하게 사무적인 일처리만 하던 모험가 길드였다. 그래서 카일은 이들이 모험가들이 지지고 볶던 신경 쓰지 않고 자신들의 일에만 집중하는 자들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눈앞에 뻔히 보이는 이상 사태를 눈감아줄 정도로 무기력 한 것은 아닌 모양이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플랜 B로 가자.’

카일은 즉각 태도를 전환했다

“3층에서 한 무리의 모험가가 우리를 공격했습니다. 이건 그들이 가지고 있던 마석을 더한 것입니다.”

플랜 B.

그건 그냥 정직하게 다 말하는 것이었다

괜히 거짓말을 꾸며 봤자 거짓말에 허점이 드러나면 오히려 곤란할 뿐이다.

잘못한 것이 없는 만큼 카일은 그냥 정직하게 말하기로 한 것이다.

“인간 사냥꾼들과 만났다고?”

“예 맞습니다.”

“숫자와 인상착의는?”

“다섯이었습니다. 전사처럼 보이는 이들 세 명에 도적 한 명. 그리고 마법사도 하나 있었습니다.”

“그들의 장비를 취득했나?”

“안 됩니까?”

“안 되는 건 아니지만 확인은 해봐야 한다.”

카일은 한숨을 내쉬며 짧게 말했다.

“검은 바람.”

“예. 주인님.”

그러자 검은 바람이 등에 매고 있던 배낭을 벗어서 내용물을 풀어 놨다.

롱 소드와 바스타드 소드, 재벌린 등등의 장비가 쏟아졌고 무슨 용도일지 모르는 마법사의 장비까지 줄줄이 나왔다.

그것을 확인한 후 모험가 길드의 직원이 말했다

“거짓말은 아닌 것 같군.”

“할 이유가 없습니다.”

사실 카일이 거짓말을 한다고 해도 던전 안에서 일어난 일을 증명할 수는 없다.

던전에서 일어난 일은 증인도 없고 증거도 없이 처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게 되면 길드에서 믿을 수 있는 말은 딱 하나 밖에 없다.

바로 생존자의 보고다.

“알았다. 믿어 주지.”

결국 길드 직원은 이렇게 말했고 은근슬쩍 카일과 검은 바람을 포위하고 있던 이들도 뒤로 물러났다.

‘다행이다.’

카일은 작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길드 직원은 바로 마석을 정산해 주었다.

“마석의 가격은 21골드 95실버다.”

순수하게 사냥으로 벌었던 마석 가격의 두 배에 가까웠다.

“두둑하군요.”

미소 짓는 카일에게 길드 직원이 무거운 표정으로 말했다.

“부디 허튼 생각은 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 수입에 혹해서 인간 사냥에 맛을 들이지 말라는 뜻이다.

“명심하겠습니다.”

길드 직원의 경고에 진지하게 대답한 후 카일은 던전의 입구를 나왔다.

* * *

길드 직원의 검문을 받고 한참 후에 검은 바람이 말했다.

“이제 보니 주인님은 상당히 대담하시군요.”

“뭐가?”

“설마 있는 그대로 말 할 줄은 몰랐습니다.”

카일이 인간 사냥꾼과 전투를 벌이고 그들의 장비를 전리품으로 취득한 얘기를 순순히 다 했을 때 검은 바람은 조금 놀랐다.

하지만 카일은 나름대로 생각이 있어서 한 말이었다.

“어차피 저쪽은 이런 경험이 많을 거야. 함부로 속이려고 하다가는 괜히 트집이나 잡히면 곤란해. 그럴 바에는 그냥 솔직하게 말하는 게 낫지.”

“하지만 잘못하면 우리 쪽이 인간 사냥꾼으로 의심 받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건 이미 하고 있을 걸?”

“예?”

“저쪽 입장에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생각해야 돼. 아마 우리가 인간 사냥꾼이고 내가 거짓말을 하고 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있을 거야.”

“그래도 괜찮은 겁니까?”

“어디까지나 심증일 뿐이야. 증거가 없으면 소용없지. 실제로 길드가 이런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한다면 인간 사냥꾼들이 어떻게 계속 활동하겠어.”

“그건 그렇군요.”

“이래도 저래도 의심 받는다면 차라리 솔직하게 말해서 설명에 허점이 생기기 않게 하는 게 가장 낫다고 판단했어.”

카일의 말에 검은 바람은 은근히 감탄했다.

‘주인님은 세상 물정을 많이 모르는 분이 아니셨던 건가? 그런 것 치고는…….’

검은 바람은 몰랐겠지만 카일은 이 세계의 상식이나 모험가의 생리에 관해서는 좀 어두울지 몰라도 다른 사람의 심리를 파악하는 눈치는 탁월했다.

전생에 KA―98746이라고 불리던 시절 항상 정부의 요인의 감시를 받았고 말 한 마디 까딱 잘못 하기만 해도 처벌을 받았다. 그래서 다른 사람의 의도를 파악하고 적절하게 대처하는 눈치는 굉장히 좋았다.

그렇기 때문에 루트비안 자작령에서도 16년 동안이나 숨을 죽이고 살 수 있었던 것이다.

“빨리 장비를 처분하러 가자.”

“예. 알겠습니다. 주인님.”

검은 바람은 무거운 배낭을 지고 카일을 뒤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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